젊은 마에스트로의 코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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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지휘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다룬다. 학창 시절 패기로 도전해 그의 터닝 포인트가 된 ‘칸타빌레 콘서트’일화를 비롯하여 지휘자를 상징하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룬다. 2부에서는 드레스덴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하던 시절 이야기를 3부에서는 지휘자로서 궤도에 올라 활동하는 이야기와 지휘와 연주,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할 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작가정보
저자 최수열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에서 정치용 교수를 사사했고, 독일 드레스덴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유학 중에는 동양인 최초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모데른아카데미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현대음악 프로그램인 아르스노바의 연습 지휘자로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었고, 2014년부터는 이 악단의 부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다. 또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남아트센터 마티네콘서트도 3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우리 시대 탁월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진은숙에게 인정받을 만큼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면서도 하이든, 슈베르트, 슈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윤이상의 음악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오케스트라 교육에도 애정이 많아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1부 서곡(Overture)
호른, 그 숨결 같은 소리에 이끌려
클래식 음악 첫인상기
음악의 현장감독
악보계 일이 내게 가르쳐준 것
지휘자가 고상하다고요?
오케스트라를 위한 즐거운 번뇌
군악대 추억
나의 데뷔기
지휘는 무엇으로 평가할까?
젊은 악단, 젊은 지휘자
내 지휘 인생의 터닝 포인트
나의 음악적 아버지
지휘자의 사물들
2부 신포니에타(Sinfonietta)
서양음악의 뿌리를 찾아서
싸구려 죽도와 독일어
음악의 고도에서
어떤 리허설
현대음악의 최전선
음악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여행
나의 멘토 미하엘
지휘자의 깜짝 데뷔
현대음악의 이방인
나그네 같은 음악가
윤이상, 서양음악의 틀에 한국적 정신을 담다
안녕, 클래식
아침의 지휘자
연주회의 디저트, 앙코르
음악을 만들어가는 즐거움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최수열이 추천하는 열 개의 음악
3부 변주곡(Variations)
음악의 설계도, 총보
음악회 디자인
배려하며 완성하는 음악, 협연
오케스트라의 ‘생얼’
실험성과 대중성의 조화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다
아르스노바, 현대음악의 문턱을 낮추다
최수열이 무대에 올린 레퍼토리
에필로그
추천사
-
지휘자 최수열은 묘하게 이중적인 사람이다. 흐릿하면서도 강렬하고, 허술한 듯하면서도 날카롭다. 젊은이다운 재기도 있지만 가끔은 노인 같은 분위기를 풍길 때도 있다. 그래서 그와 나누는 대화는 즐겁다. 이번 책도 그렇듯이, 흥미진진한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최수열이다. 스스로에게 정직하다는 것, 아울러 자신의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실 처음에는 그가 책을 쓴다 했을 때 약간 우려하기도 했다. 아직 서른여섯 살의 젊은 예술가가 혹여나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한 젊은 지휘자의 수업 시대’를 생생하게 고백하고 있는 이 책은 ‘음악적 수업’이라는 범위를 뛰어넘어 한 인간의 진솔한 성장소설처럼 다가온다. 그는 지휘자를 꿈꾸는 이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혔지만, 나는 지휘자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현실의 벽을 하나씩 뛰어넘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에게 권한다.
-
최수열은 그 세대 지휘자들 중 가장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작곡가이자 콘서트 큐레이터로서 이 창의적이고 참으로 재능 있는 음악인과 함께한다는 것은 내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음악 레퍼토리에 대한 최수열의 해석은 모범적이다. 더 나은 지휘자가 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것은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또한 매우 능숙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 예술가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게 된 데 대하여 그들은 고마워할 것이다.
책 속으로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하여 혹독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한없이 화려해 보이는 지휘자도 또 다른 종류의 연주자인지라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다만 보통의 연주자처럼 악기를 항상 몸에 지니며 소리를 확인해볼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와 연습하기 전까지는 오직 악보를 보면서 소리를 상상하고 계획하고 예상한다. 그에게 이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참으로 외롭고 치열한 시간이기도 하다.”(7쪽)
“나는 순간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 CD를 오디오에 집어넣었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이 흘러나왔고, 금관악기 중에서도 부드러운 매력을 지닌 호른의 포근한 음색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 순간 어린 시절 내내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했다. 내게는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15쪽)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작품을 재창조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나는 지휘에 끌렸다. 책상보다는 직접 현장에서, 그러니까 무대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리더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26∼27쪽)
“결국 지휘자는 동작을 통해 오케스트라에게 음악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제스처일지라도 그것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엄밀히 말해 지휘라고 볼 수 없다. 지휘자가 연주 도중 갑자기 조용한 느낌의 음악을 오케스트라에게 전달하기 위해 들고 있던 지휘봉마저 내려놓고 아무 동작도 취하지 않았다고 치자. 하지만 그로 인해 아주 고요한 분위기의 음악이 만들어졌다면 아무 동작을 하지 않았음에도 좋은 지휘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54쪽)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지휘봉이 또 있다. 그것은 구불구불하고 투박하고 짧다. 군악대에서 제대하기 직전 산책을 하다가 나무를 꺾어서 직접 만든 것으로, 사인과 날짜까지 새겨놓은 나름 의미 있는 물건이다. 지휘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시절에 입대를 했고, 군 복무 동안 끓어오르는 열정을 잘 참아낸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여기고 정성껏 깎고 다듬고 문질렀다. 볼품없는 이 지휘봉으로 연주회에 나설 수는 없지만, 지금도 가끔 이 지휘봉을 꺼내 보면서 그때의 열정과 동경을 다시금 되새긴다.”(84쪽)
“나는 그런 객원 지휘자를 ‘나그네 같은 음악가’라고 곧잘 표현하다. 원하는 음악을 제한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깔끔하게 떠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단체에 적응해야 하고 정 붙일 만하면 떠나야 하니 어찌 보면 외롭고 쓸쓸한 생활이기도 하다.”(125쪽)
“그런데 아침 연주회에 대해 가진 의문이 하나 있다. ‘아침에만 어울리는 곡을 해야 할까? 아침에는 어떤 곡을 들어야 할까?’가 그것이다. 나 스스로 내린 결론은 ‘그런 것은 없다’였다. 나는 마티네콘서트 시리즈에서 이런 틀을, 즉 아침에 하는 것이니까 반드시 밝은 곡을 연주해야 한다거나, 진지하고 무거운 곡은 안 된다는 식의 상투성을 깨고 싶었다.”(140쪽)
“나는 단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주관 없이 음악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는 나도 궁금한 것이 많다. 마침 서울시향에는 그 분야에 정통한 음악인들이 있으니 의논할 수 있고, 내가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라 판단되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기보다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지휘자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굳건해야 하지만, 서울시향에서는 이따금 이런 과정을 통해 훨씬 더 나은 결과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들은 내 동료이면서 스승이기도 하니 말이다.”(149쪽)
“한편 연주 때 암보를 하느냐 마느냐가 이슈가 될 때가 있다. 사실 지휘자에게 암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작품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완성하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연주회가 악보를 다 외웠다고 자랑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169∼170쪽)
“돌아보건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협연자들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기량만을 펼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협주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자기 것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양보와 배려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청중에게 그 호흡을 선사한다. 이는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인데,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를 따라가면서도 귀를 열고 협연자의 음악을 꼼꼼히 들어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어 능동적으로 연주한다. 서로 배려하며 완성하는 음악, 그것이 바로 협주다.”(179쪽)
출판사 서평
정명훈이 점찍은,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수열의 수업 시대
개요
지난 시대, 완벽하고 엄격한 연주로 유명했던 첼리비다케는 지휘자를 가리켜 “오케스트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자”라고 했다. 이것만큼 지휘의 본질을 꿰뚫는 말도 없어 보인다. 지휘자의 연장이라 할 지휘봉 자체에서는 어떤 음도 흘러나오지 않지만, 그는 그것을 통해서 하나의 음악적 소우주를 구현한다.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다. 비록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악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그를 두고 어떤 이는 ‘포디엄 위의 제우스’라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그 역시 또 하나의 연주자인지라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모습 이면에서, 결코 고상함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 지난하고 치열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지휘의 여정에서 하나의 작은 매듭을 짓고 또 다른 비상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선 한 젊은 지휘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본격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아니다. 어떤 확신에 찬 지휘론 혹은 음악론은 더더욱 아니다. 저자는 “나는 자서전을 쓰는 것도, 회고록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인물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과감하게 조언해줄 만한 긴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나는 여전히 지휘자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진행형의 존재에 불과하다”(204쪽)라고 말한다. 그는 그저 지휘의 길로 들어선 이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지난 18년간 자신이 통과해온 수많은 ‘좁은 문’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보고 듣고 만진 다양한 편린을 진솔하게 고백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차적으로 한 젊은 지휘자의 음악 수업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그리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을 보여주는 한 편의 성장소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꼭 지휘자가 되려고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예술의 길을 걷거나 그것과 친연성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적잖은 힘이 될 것이다.
지은이 최수열은 2014년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역임하고 있으며, 동 세대 지휘자들 중 가장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간 그는 음악의 고도(古都)인 드레스덴과 현대음악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앙상블모데른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며 유학 생활을 하는 가운데 한국을 오가며 객원 지휘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월간 『객석』이 선정한 ‘차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인 1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고, 2013년에는 서울시향이 진행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최고점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불과 서른다섯의 나이로 서울시향 부지휘자에 오름으로써 ‘포스트 정명훈’을 대표하는 신예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세계적 작곡가인 진은숙과 함께 서울시향의 ‘아르스노바’ 프로그램을 이끌어오면서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늘 현대음악만 무대에 올리는 것은 아니다. 예술감독이자 지휘자로서 3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성남아트센터 마티네콘서트에서는 어떤 지휘자도 시도한 적 없는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필이면 왜 베토벤이나 브람스도 아닌 슈베르트의 교향곡일까? 그는 고봉의 그늘에 가려져 아무도 잘 찾지 않는 작품을 소개하는 데 더 마음이 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교향곡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베토벤과 브람스의 그것과 비교해서 저평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그들과 전혀 다른 작곡가다. 그만이 쓸 수 있는 멜로디는 소박해 보이는 그의 교향곡 안에서 너무도 아름답게 흐른다.”(188쪽) 그러고 보니 아무도 잘 찾지 않는 것이라면 현대음악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에게는 그와 같은 행보가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도 그는 하이든, 슈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고전주의에서 후기낭만주의에 이르는 작곡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무대에 올림으로써 실험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킨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은 지은이의 이러한 지휘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종결부와도 같다. 음악에서는 그런 종결부를 ‘코데타(codetta)’라고 부른다. 작품을 최종적으로 끝맺는 것이 ‘코다(coda)’라면, 코데타는 작품의 어느 한 부분을 끝맺는 표시다. 그런 점에서 제목에서 쓴 이 말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준다.
세부 소개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서곡(overture)에서는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지휘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국내 수학기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최수열의 아버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꽤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를 사사한 또 한 명의 음악인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라면 클래식 음악과는 어릴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냈을 것만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어린 최수열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고역 그 자체였다. 현대음악 작곡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연주회장으로 강제로 끌려가야 했던 경험은 소년 최수열로 하여금 지독한 멀미를 일으켰다. “가뜩이나 불편함을 주는 불협화음, 정돈되지 않는 듯 들리는 복잡한 리듬, 실험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표현, 모호한 음색……. 당시의 내게는 이 모든 것이 그저 ‘기분 나쁨’으로 요약되었다.”(19쪽) 누구보다도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그는 어린 시절 내내 클래식 음악과는 원수처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랬던 소년은 어떻게 지휘자의 길로, 그것도 난해하기 짝이 없는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그 계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온갖 악보며 음악 관련 책과 잡지며 CD 등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열다섯 살의 소년은 우연히 어떤 한 CD에 눈이 멎는다. 겉면에는 「프렌치 혼 협주곡」이라고 쓰여 있었다. 소년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그 CD를 오디오에 집어넣었고, 잠시 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호른의 부드럽고 숨결 같은 음색이 소년의 귓가를 간질였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원체험처럼 아로새겨져 그로 하여금 음악인의 길을 걷게 했다.
그 후 그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음악과 지휘과에 들어가 정치용 교수를 사사했다. 이곳에서 그에게 특히 가장 값진 공부가 되었던 것은 2년간 도맡아서 한 악보계 일과, 거의 날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몰래 잠입하여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훔쳐보는 것이었다. 전자는 지휘자로서 꼭 알아야 할 오케스트라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후자는 지휘자가 현장에서 음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간접 경험이었다.
그 밖에도 1부에서는 학창 시절 젊은 패기로 도전하여 그의 지휘 인생에서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된 <칸타빌레 콘서트> 일화를 비롯하여, 지휘는 과연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자신의 지휘 콩쿠르 도전담을 중심으로 들려준다. 또한 검은색 연미복과 지휘봉 등 지휘자를 상징하는 사물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2부 신포니에타(sinfonietta)에서는 드레스덴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저자는 지휘의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서양음악의 본향을 찾아 그것을 낳은 문화적 토양을 직접 체감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언어의 난관을 넘어서기 위한 그의 분투기는 실로 눈물겹다. 그중에서도 만 원짜리 싸구려 죽도 하나로 독일어 독선생을 얻어 언어의 장벽을 무찌른 사연은 웃음을 짓게 한다. 한적함과 낭만이 묻어나는 드레스덴에서는 온전히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악보 한 권만 있으면 학교 앞 카페 테라스며, 어느 길모퉁이 스낵바며, 시내 빵집 창가 자리며, 공원의 풀밭이며 드레스덴 곳곳이 그의 공부방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음악의 고도인 드레스덴에서 보낸 시간은 그를 한 뼘 더 자라게 해주었다.
유학을 간 이듬해에는 전통의 상징 드레스덴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그곳에는 현대음악의 최전선으로 불리는 연주 단체인 앙상블모데른이 있다. 최수열은 이 단체가 주관하는 국제앙상블모데른아카데미에서 동양인 최초로 1년간 몸담게 되었다. 어릴 적 ‘원흉’과도 같았던 현대음악과 그는 이렇게 다시 조우했다. 그는 현대음악을 자신의 주무기로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대한 감정이 마냥 ‘훈훈한’ 것만은 아니다. 현대음악에 대해 동시대인으로서 사명감도 느끼지만, 이방감(異邦感)도 느낀다는 진솔한 술회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 밖에도 한 유명 지휘자의 대타로 세계 음악계에 화려하게 깜짝 데뷔할 뻔했지만 한바탕 봄꿈처럼 덧없이 지나간 웃지 못할 사연이며, 나그네 같은 음악가인 객원 지휘자로 산다는 것의 애환, 서울시향 부지휘자에 오르게 된 과정, 그리고 그의 동료이자 스승이기도 한 수십 명의 단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즐거움 등에 대해 들려준다. 한편 2부 말미에 있는 ‘고전에서 현대까지 최수열이 추천하는 열 개의 음악’이라는 꼭지도 놓칠 수 없다.
3부 변주곡(variations)에서는 지휘자로서 궤도에 올라 활동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울시향 연습실을 일반에게 공개한 <서울시향 리허설룸 콘서트>, 슈베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 <마티네 콘서트>, 현대음악의 문턱을 낮추며 호평을 받고 있는 <아르스노바>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지휘자가 보는 악보는 어떤 것인지, 음악회 프로그램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협연자와는 어떻게 연주하는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할 때 겪은 에피소드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기본정보
ISBN | 978896196254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2월 07일 |
쪽수 | 208쪽 |
크기 |
130 * 200
mm
/ 40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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