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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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마음이 맞았던 배우와 감독이 나눈 여섯 번의 인터뷰 『키키 키린의 말』
마음산책 열여섯 번째 말 시리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선 키키 키린 인터뷰집, 『키키 키린의 말』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8년부터 키키가 세상을 떠난 2018년 사이 나눈 여섯 번의 대담에는 키키의 60여 년 연기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는 TV 드라마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스무 살 무렵부터 영화로 본거지를 옮긴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들려준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이 삶과 죽음, 태도와 관계 등 시대의 어른으로서 인생의 교훈을 전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말 시리즈에서는 배우로서 ‘연기라는 것, 연기하는 것’에 관한 소신과 철학을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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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22)
작가정보

영화감독.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한 뒤, TV 방송 제작회사 티브이맨유니언에 입사해 주로 다큐멘터리 방송을 연출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이웃과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첫 영화를 찍었고, 2004년 개봉한 〈아무도 모른다〉는 주연 야기라 유야가 칸국제영화제에서 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2013년 키키 키린과 함께한 세 번째 작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듬해, 티브이맨유니언에서 독립한 뒤 니시카와 미와, 스나다 마미 등과 함께 제작자 집단 ‘분부쿠’를 설립했다. 2018년 키키 키린과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어느 가족〉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적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출간된 저서로 『걷는 듯 천천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등이 있으며, 현재 첫 한국영화 〈브로커〉 촬영을 준비 중이다.
일본어 번역가.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고독한 직업』 『료칸에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나리오를 씁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를 썼다.
목차
- 들어가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일상에서 붕 떴다가 돌아오다
자연스레 숨 쉬듯 존재하다
뼈를 빼고 움직이다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다
진지하게, 재미있게 놀다
틀니를 빼다
추도문┃고레에다 히로카즈
기고문┃우치다 야야코
마치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옮긴이의 말
키린 씨와의 작업
출전·참고문헌·사진 출처
연보
책 속으로
17쪽 병을 앓음으로써 내가 영화에 출연하는 방식이 바뀐 건 아니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변했거든. 좀 겸허해진 것 같아요.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요.
17쪽 나 자신을 물처럼 만들어서 세모난 그릇이라면 세모, 네모난 그릇이라면 네모, 동그란 그릇이라면 동그라미가 되어 꾸밈없이 거기에 들어가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요.
21쪽 인간이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고, 멈춰 있지 않다는 것을 고레에다 감독은 확실히 보고 있고, 또 그런 방식으로 찍어요.
24쪽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일어났다!’로 채워져 있잖아요? 점점 그런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가 아니다, 하는 착각이 드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있기에 인간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66쪽 연예계라는 곳에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로 색정과 욕망이 줄줄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고요한 것, 깨끗한 것이 줄줄 흐를 때도 있어. 그것들이 꼬인 새끼줄처럼 공존하는 와중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세계예요.
73쪽 난 일흔이 넘은 이제부터가 가장 좋을 때인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 해도 돼. 이 연예계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의 세계 속에서 결국은 나 자신도 포함해 여러 사람을 마구 휘저어왔지만, 일흔이 지난 지금은 여기가 아주 좋은 거처라는 걸 실감해요.
78~79쪽 현장에서 감독이 엄청나게 집중해 극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역할을 느끼면서 만들고 있구나, 역시 감독 덕분에 좋은 곳에 와 있다고 실감해. 그와 동시에 이건 딱 한 번일 거라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느낌도 들어. 만약 이어진다면 내 수준도 좀 더 높게, 인간으로서의 격이랄까, 말이 이상하지만 영혼의 품격도 끌어올려두지 않으면 낭패일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79쪽 키린 씨의 연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요, 함께 있으면 ‘제대로 된 감독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105쪽 키키 키린은 재밌다. 훌륭한 것도 즐거운 것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역시 재밌다.
155쪽 캐스팅할 때 “이 역할은 평범한 느낌의 사람이 좋겠어요”라고들 하지. 하지만 정말로 그런 사람을 데려다놓으면 그저 ‘평범할’ 뿐이야. ‘평범한 사람의 매력’이 있어야만 하는데도.
156쪽 제대로 느껴주는 연출가를 만난다는 건 배우로서는 행운이에요.
191쪽 난 배우로서 살기보다 연예계에서 사는 쪽이 좋아. 가장 싫은 곳이지만, 이 연예계에 가만히 앉아서 여러 사람을 보는 거야. 재밌거든.
231쪽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남들은 헤아릴 수 없는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키린 씨는 “좀 쉬겠습니다” 하며 문을 닫고 멋지게 생生에서 사死로 먼 길을 떠난 게 아닐까 한다.
237쪽 인간은 몇 살을 먹든 그대로야. 그저 체형이 그렇게 변해버린 거지. 난 할머니를 연기하지 않아. 그대로 출연할 뿐이야.
301~302쪽 나한테는 늘 이쪽에서 보면 어떨까 저쪽에서는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물을 부감해서 보는 버릇이 있구나 싶었어. 이쪽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는 우는 사람도 있다든지, 그렇게 사물을 보는 습성과 버릇이 있는 모양이야.
336쪽 가벼운 발놀림과 ‘잡맛’을 굳이 버리려 하지 않는 당신의 자세는 TV 출신인 제 눈에 또 하나의 커다란 매력으로 비쳤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부고를 전하는 뉴스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당신을 “배우” “대배우”라고 부르는 데 약간의 거북함을 느낍니다. 그런 구분은 실은 당신의 존재를 오히려 ‘왜소’하게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듭니다. 분명 키린 씨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342쪽 키키 키린은 눈眼의 사람이다. ‘야부니라미藪?み’란 사시, 혹은 시각이나 사고방식이 얼토당토않다는 뜻인데 그의 눈이 ‘야부니라미’인 것을 두고 한국의 어느 영화평론가 백은하 가 이렇게 평했다. “현재를 보는 눈과 과거 혹은 미래를 동시에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배우는 신비롭고도 무섭다.”
346쪽 사랑해야 할 대상이 이제 여기에 존재하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부재’를 그립게 여긴다. 이 ‘그리워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불행한 체질의 인간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나에게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연애편지’일 것이다.
351쪽 ‘고분고분한 범생’ 타입인 나는, 고백하건대 번역을 하는 내내 키키 키린이 부러웠다. 뾰족한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삶이, 연기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엿보이는 천재적인 언어 센스가, 오랜 세월 나의 우상을 자극했던 대단한 재능이. 평범한 사람이 피나게 노력해도 가지 못하는 경지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는 이들에게 나는 늘 속수무책으로 끌린다. 그의 모나고 까다로운 면까지 사랑하고 마는 것이 범생 타입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출판사 서평
고레에다는 연재된 인터뷰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책의 여는 말과 맺는 말을 직접 썼고, 여섯 편의 인터뷰마다 당시 분위기와 대화를 곱씹으며 글을 보충해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한 책에는 키키의 고별식에서 동료 배우 하시즈메 이사오가 대독한 감독의 추도문 전문도 실려 있어, 여전히 키키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 책이 특히 반가운 것은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배우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춰온 두 사람의 필름 밖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키키와 고레에다는 두터운 친교와 신뢰를 쌓으면서도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존중하던 사이인 만큼 격의 없이 장난을 주고받다가도 순식간에 깊은 연기 이야기로 나아간다. 고레에다의 영화에서 더 이상 키키를 만날 수 없다는 상심에 빠져 있던 영화 팬과 독자들에게 『키키 키린의 말』은 연애편지 같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사랑해야 할 대상이 이제 여기에 존재하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부재’를 그립게 여긴다. 이 ‘그리워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불행한 체질의 인간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나에게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연애편지’일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346쪽 「마치며」에서
“나를 고집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아주 감사한 일이에요”
일본영화계를 대표하는 파트너,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와 고레에다는 2008년 〈걸어도 걸어도〉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어 2018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고레에다표 가족 영화’를 완성해나갔다. 둘의 첫 만남은 키키가 2007년 영화 〈도쿄 타워〉로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첫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직후였다. 고레에다는 ‘이 작품을 안 봤다면 〈걸어도 걸어도〉 출연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할 만큼 키키의 연기 인생에 변곡점이 된 시기다.
사실 배우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의 출발점은 영화가 아니라 TV였다. 키키는 스무 살 무렵 TV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감초 역할을 맡으며 안방극장의 인기인으로 사랑받아왔다. 줄곧 자신을 배우이기보다 연예인으로 인식해왔던 그는 일찍이 예능과 CF에서도 활약하며 더욱더 재미있고 즐거운 연기를 추구했다. 역시 오랜 시간 TV 방송 제작회사에서 일해온 고레에다는 그런 키키의 연기를 “가벼운 발놀림과 ‘잡맛’을 굳이 버리려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고레에다는 캐스팅 전에 키키를 등장인물로 상정해놓고 쓴 각본도 여럿 있을 만큼 배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키키는 주어진 대사와 장면에 갇히지 않고 상황을 해석해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감독은 그를 온전히 신뢰하며 촬영 현장에서도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키키도 “평범한 대목의 평범한 움직임을” 알아봐주는 감독에게 깊은 믿음을 보이며 두 사람은 일본영화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고레에다: 어떤 배우에게 ‘이 사람은 제대로 된 연출가다’라고 진심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는 건 연출가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보고, 배우에게 ‘아아, 그런 부분을 보는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연출가이고 싶어요.
키키: (…) 우선은 고레에다라는 한 인간의 매력, 존재, 살아온 역사가 굉장히 풍성하다는 게 보이고, 그게 좋거든. 난 촬영이 끝나면 대본을 휙 버리는 무례한 배우고(웃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재미있게 태연하게 살 수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인간이야. 하지만 그렇게 고레에다 감독이 나 자신조차 싫어하는 나를 꺼리지 않고 ‘이런 각도에서 봐볼까’ 하는 느낌으로 매력적으로 이끌어내주는 거니까,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아직 목숨에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지금 그렇게 생각했어요.
─79~80쪽
“배우란 역시 일상을 살지 않으면 안 돼요”
꾸밈없이 담백하게 연기했던 배우 키키 키린의 진면목
키키는 연기든 말이든 기록으로 남는 것이 무섭다며 “뒤에 남겨야 할 연기론 같은 건 내게는 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고레에다라는 유능한 인터뷰어가 이끄는 대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에서 키키의 연기관은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는 연기할 때 평범한 일상을 살듯 연기하는 것을 중시했다. 이는 특별한 사건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포착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고레에다의 영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엇보다 키키는 인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제대로 된 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뭔가를 하는 김에 말하는 듯한 그의 연기는 자칫 밋밋해 보이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일어났다!’로 채워져 있잖아요? 점점 그런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가 아니다, 하는 착각이 드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있기에 인간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24쪽
한편 키키는 각본을 읽다가도 ‘왜 이런 사람이 이 집에 있는지, 등장인물의 대사나 행동이 부자연스럽다든지, 사심을 갖고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아닌지’ 주저없이 감독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고레에다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의구심일지라도 키키의 적극적인 개입이 각본을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감독보다도 더 연출가적인 시선으로 극 전체를 부감하는 눈이야말로 키키 키린을 범상한 배우들과 구분 짓는 능력이었다.
“이제 할머니는 잊고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젊은 사람을 위해 써”
소중한 사람일수록 단호하고 냉정하게 고한 마지막 인사
〈어느 가족〉 촬영 후 마지막 인터뷰에 앞서 키키는 고레에다에게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오랜 투병 생활과 병세 악화로 조용히 생을 정리하던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감독에게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라고 못박았고, 칸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는 더 이상 감독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고레에다는 그 날 이후 키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12년의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야멸찬 태도로 감독과의 교류를 단절한 것은, 뚝심 있게 자신을 고집해온 젊은 감독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는 평소 추구했던 ‘흘러가 사라지는 말끔함’을 실천하듯 유난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다. 『키키 키린의 말』은 지극히 자신다운 마지막을 보여준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고레에다라는 렌즈로 담아낸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딱 하나만 더 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키린 씨, 당신이 떠난 9월 15일은 제 어머니의 기일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헤어진 날 이렇게 또다시 어머니가 만나게 해준 당신과 작별하는 운명이란 것이, 제 안의 외로움을 한층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듭니다. (…) 이미 먼 길을 떠난 등을 뒤쫓듯이, 관 속의 당신을 향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한 번만 더 반복하며 작별 인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키린 씨, 저를 만나줘서 고맙습니다. 안녕.
─338~339쪽 「추도문」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60906686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4월 10일 | ||
쪽수 | 368쪽 | ||
크기 |
154 * 218
* 32
mm
/ 67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希林さんといっしょに./是枝裕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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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서 감독인 고레에다는 분명 연기 경력과 출연한 작품을 봤을 때 ‘대배우’가 맞는 듯 한데 그녀를 ‘대배우’보다는 ‘재밌는’ 배우라 지칭해 관객인 독자들의 당황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내지만 이는 감독이 자신보다 연장자인 배우를 격하하는 의미가 아닌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가 지닌 천성과 성격, 특징을 한 단어로 축약해 그녀를 소개해 주는 것이다.
대담집에서 보이는 키키 키린은 감독의 말대로 ‘재밌는’ 사람이다. 단순히 유머가 뛰어나 웃음을 유발하기보다 그 재밌음은 그녀의 진솔함과 대범함,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반항 아닌 반항과 같은 행동에서 보인다. 전 세계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는 예술인이자 연예인이다. 그런데 키키 키린은 자신을 배우보다는 ‘연예인’에 가깝다고 하면서 어딜 가나 질 낮은 언론에 시달리는 연예인 생활에서 그저 인품으로 잘 버텼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도 없이 그녀의 연기는 결코 ‘영화’와 일상 간의 경계를 설정하지 않으며 자연스레 이어지는데 고레에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연기를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몸에 밴 습관과 연기를 하는 임기응변으로 감독마저 탄복하게 만드는 모습에서 그녀의 연기 철학이 드러난다.
영화뿐만 아니라 TV, CF에서도 그런 모습이 도드라지는데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그런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기하는 걸 즐긴 이다. 특히 극단에서 CF로의 출연을 경박하고 명예훼손에 가깝게 생각했던 과거 젊었을 시절에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마저도 자신의 연기 영역으로 삼는 대범함이 의도적인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는 것은 아니지만 당대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모습은 여성운동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 보다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를 우선시하고 외부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으로 상당히 인상깊은 모습이다.
외모에 대해서도 그저 어떠한 열등감도 비치지 않고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면서 ‘연기’라는 다양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에서 촬영 스태프들이 요구하는 의도보다 자신의 자연스럽고 인위가 배제된 가치관을 추구하는 점에서 감독이 키키 키린을 재밌는 배우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주관이 전혀 흔들리지 않은 자신의 인생에 올곧음을 유지하는 인물이 키키 키린이다.
일본 매체 역사의 산 증인이자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재밌는 배우 키키 키린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는 한 인간으로서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자신의 끝은 안 이후 고레에다 감독에게 에너지를 자신에게 쓰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쓰라는 조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한편 마지막까지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면서 아름답게 퇴장한다는 점에서도 감동을 선사한다.
일본 주요 작품에서 자연스러운 명연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이지는 않으나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는 자신이 남긴 작품에서 여전히 후대의 관객과 동시대의 관객 모두에게 사는 재미와 주관의 가치를 보이며 감동을 줄 것이다. 그녀와의 인연으로 명작을 만든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뿐만 아니라 이번 저서에서도 ‘감동’을 줌으로써 다시금 자신의 작품 철학과 이를 완벽에 가깝게 관객에게 선보인 재밌으면서도 ‘명배우’인 키키 키린과 영화 밖에서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뿐만 아니라 키키 키린이라는 인물의 전기로서 저서가 지닌 가치가 아주 매력적이다.
사실 나오기 전부터 너무 기대해서 조금씩 아껴읽는 중이거든요.
키키키린배우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모두 좋아하는데 감독이 배우를 인터뷰한 것들을 모아서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세심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