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를 꿈꾼다(심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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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임상빈
1976년 서울 생으로 어려서부터 미술작가가 꿈이었다. 예원학교 미술과,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풀브라이트 한미교육위원단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예일대학교 대학원 회화와 판화과(Painting & Printmaking)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티처스칼리지 미술과 미술교육과(Art & Art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귀국하여 현재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내외의 여러 기관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세상을 살면서 깨우친 자신의 예술적인 통찰을 여러 방식의 글쓰기로 기록 중이다.
목차
- 서문: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이라는 책?
들어가며: 이 글의 화자는?
3. 예술이 좋다
2. 인문학이 좋다
1. 통찰이 좋다
0. 내가 좋다
I 예술적 욕구 | 예술로 보여주려는 게 뭘까?
1. 매혹(Attraction)의 매혹: ART는 끈다
2. 전시(Presentation)의 매혹: ART는 보여준다
3. 재현(Representation)의 매혹: ART는 드러낸다
4. 표현(Expression)의 매혹: ART는 튄다
II. 예술적 인식 | 예술에 드러나는 게 뭘까?
1. 착각(Delusion)의 마술: ART는 환영이다
2. 투사(Projection)의 마술: ART는 뇌다
III. 예술적 도구 | 작품을 어떤 도구로 만들까?
1. 화구(Art supply)의 재미: ART는 도구다
2. 미디어(Media)의 재미: ART는 인식이다
3. 재료(Material)의 재미: ART는 다다
IV. 예술적 모양 | 작품을 어떤 요소로 만들까?
1. 형태(Form)의 탐구: ART는 틀이다
2. 색채(Color)의 탐구: ART는 톤이다
3. 촉감(Texture)의 탐구: ART는 피부다
4. 빛(Light)의 탐구: ART는 조명이다
V. 예술적 전시 | 작품을 어떻게 전시할까?
1. 구성(Composition)의 탐구: ART는 법도다
2. 장소(Space)의 탐구: ART는 맥락이다
3. 융합(Convergence)의 탐구: ART는 실험이다
VI. 예술적 기호 | 예술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1. 식상(Understanding)의 읽기: ART는 이해다
2. 추상(Abstracting)의 읽기: ART는 탐구다
3. 표상(Representing)의 읽기: ART는 선수다
나오며: 이 글을 정리하면?
도판 작가명·작품명
책 속으로
이미지에 먼저 익숙해진 경우, 마침내 실제를 보게 되면 인식의 균열을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1995년, 내가 직접 본 〈모나리자〉는 그간의 생각과는 달리 매우 작았다. 2003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본 달리(Salvador Dal?, 1904-1989)의 흐물흐물한 시계가 놓인 풍경인 〈기억의 지속〉(1931)도 정말 작았다. 같은 해,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 1875을 보고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훨씬 더 컸던 것이다.
1부 1장 매혹(Attraction)의 매혹: ART는 끈다
알렉스: 미국 하면 ‘흑백 정치’.
나: 맞아, 1992년인가? 같은 달에 두 개의 미국 잡지, 《뉴스위크》지와 《타임》지 표지 사진으로 똑같이 오제이 심슨(O. J. Simpson)의 머그샷(mug shot, 범인 식별을 위한 상반신 사진)이 실렸어. 그 사람이 피부가 원래 검은 편이긴 한데 《타임》지에서는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그걸 더 검게 만든 거야. 그래서 엄청 욕먹었지!
알렉스: ‘흑인=범죄자’ 공식? 특히 미국에서는 그런 거에 진짜 민감하잖아!
나: 《타임》지 측에서는 이를 무마하려고 바로 변명했지. 총구로 바라본 필터를 시각화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둥.
알렉스: 그 정도론 안 먹히지.
나: 맞아, 인종 문제 프레임에 딱 걸린 거지! 그래서 사회적인 공분을 사게 되었고.
2부 3장 관념(Ideology)의 마술: ART는 정치다
하지만 희망은 좋은 거다. 이제는 비로소 그동안 돌고 돌아왔던 역사의 수레바퀴, 즉 숙명론으로부터 헤어 나올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긍정의 에너지는 이런 생각의 바탕 위에서 다시금 꿈틀댄다. 사실 사람이 희망을 품는 건,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과, 정말 다른 전망, 그리고 확실히 제대로 달라지려는 노력 때문이다. 더불어 이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이면 꿈은 어느 순간 현실이 된다.
5부 3장 융합(Convergence)의 탐구: ART는 실험이다
알렉스: 우리는 요즘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거지?
나: 당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면 다들 그렇게 돼. 그때는 사실 아기 머리가 잘린 이미지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즉, 당연한 ‘도상’이었지. 이를테면 그들은 화성인, 우리는 목성인, 서로 참 안 통해.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물론 만나더라도 아마 다들 딴말을 할 거야.
알렉스: 그러면 옛날 미술은 별로 볼 필요가 없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을 텐데.
나: 옛날 미술작품 감상이 말 그대로 그 그림을 그린 작가와 인격적으로 대화하는 건 아니잖아? 오히려, 미술작품이란 당대의 자화상으로서 하나의 이정표가 될 뿐이지. 결국 중요한 건 생소한 여러 세계를 내 세계와 겹쳐보며 나만의 가상 여행을 떠나는 거야.
6부 1장 식상(Understanding)의 탐구: ART는 이해다
출판사 서평
예술은 ‘끌어당기는 매혹’이자
‘뇌’이며 ‘실험’이고 ‘선수’다!?
ART는 [∞] 다
무한대로 변신하며 꿈꾸는 예술!
닫힌 생각을 여는 아트 인문학
알수록 매료되는 미술의 세계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지식의 오디세이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가르치며 인생 친구 ‘예술’과 함께해온 순수미술 작가(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 뉴욕 Ryan Lee 갤러리·서울 PKM 갤러리 전속 작가)이다. ‘미술을 막연히 어렵고 멀게만 느끼는 현실, 갇혀 있는 사고방식과 죽은 지식으로 답답하게 전해지는 예술’이 안타까워 선입견을 넘어 예술의 매력을 함께 나눌 예술 인문학 시리즈를 구상했다. 앞서 선보인 첫 책에 이은 심화 편,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에서는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하고 드러내는지,” “예술 작품은 어떤 도구와 요소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전시되는지,” 또한 “예술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를 탐험한다.
이 책은 도입부에 문어체로 화두를 던진 후 ‘사방으로 튀며 생생하게’ 이어지는 다채로운 대화로 구성된다. 저자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인 아내와 딸, 다른 이들과의 대화 상황을 비롯해 여러 담론이 담겼다. 더불어 곳곳에 유년기부터 유학 시절, 현재까지의 삶을 솔직하게 녹여낸 통찰과 생각들을 풀어낸다. 편안한 이야기 속에서 ‘미학, 예술, 역사, 철학, 사상, 사회’ 등 폭넓은 지식을 아우른다. 눈으로 보며 머릿속에서 들리는 그 대화와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미술에 대한 넓어진 시야와 마음에 남는 묘한 여운을 경험하게 된다.
유연한 사고를 위한 인문학 가이드
독창적인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창작을 이어 온 예술가인 저자는 ‘책’이라는 매체에서도 개성을 발휘한다. 현실감 있는 ‘대화’는 낯설고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마치 예술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흥미롭게 만나도록 돕는다. 나아가 인문학적 지식 전달을 넘어 독자 스스로 능동적인 사고의 주체로 삶을 돌아보며 한결 자유롭고 행복하게 예술을 누리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 이 모든 시도는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는 ‘열린 사고와 대화’, ‘멀지 않은 예술’을 지향하는 저자의 순수한 열망을 반영한다. 페이지마다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독자들과 마음을 나누려는 진심이 가득하다.
가까이 한 걸음 더, 알수록 사랑하게 되는 예술
〈예.우.꿈〉에서는 다채로운 비유와 의인화한 알레고리를 통해 예술 자신의 속마음과 예술의 절친한 친구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예술 작품은 경직된 지식과 특정한 방법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저마다 느끼는 대로 누리면 된다는 당부로 미술 감상의 높은 문턱을 낮춘다.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큐레이터이자 비평가, 인생의 감독으로서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예술가임을 강조한다. 맥락에 따라 오랜 역사를 가진 고전 작품은 물론, 최근의 현대 미술 작가와 작품들까지 폭넓은 예시들이 언급된다. 그렇게 인류와 함께 수많은 흔적으로 이어져 온 예술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꿈꾸는”, 인간을 위한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60535862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06일 |
쪽수 | 434쪽 |
크기 |
153 * 225
* 31
mm
/ 78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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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것은 어려운 것일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우와, 예술이다!’라고 감탄할 때, 예술은 미술관 안에 도도하게 존재하는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 곁에 만만하게(?) 함께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 작품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감상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좀 잡을 수 없을 때, 예술은 다시 범접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이라고 믿는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인 장르가 아닌 다양한 설치, 미디어 아트,
아카이브, 퍼포먼스 작업들과 마주하면 낭패감은 더 커진다. 예술의 전당 등의 전시장에서 자주 열리는
인상주의 작가들 전시나 해외 유명 미술관 초대전에서 모네나 고흐, 르누아르, 피카소, 로댕의 작품을 보며
당황한 경험은 없지만,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들어서면 종종 좌절한다.
아름답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작품이 어떤 위안이나 즐거움보다는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역할은 이제 달라진 것 아닐까. ‘오늘도 세상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것 같지? 이렇게 사는 것만이
정답인 것 같지? 너도 나도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 과연 그럴까? 이것 좀 볼래? 이런 생각 좀 할래?’ 예술은 이제 이런 목소리를 내려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가 내가 미술관에서 하는 생각이자 미술관에 자주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은 나에게 이전과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미술 관련 서적도 제법 읽는다.
어려운 책보다는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 교양서 위주의 책들. 미술책은 쏟아져 나오는 편이라 늘 읽을 책은
넘치지만 읽다 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구성이다. 동시대 미술보다는 20세기까지의 회화 위주 작품을 다루는 책이
지배적이고 미술 전반의 역사와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글보다는 개별적인 작품을 통한 개인의 에피소드나
감정을 촉촉하게 풀어내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 미술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숨 쉬며
움직이고 나아가는 길과 책을 통해 읽고 알아가는 길 사이에는 엄청난 갭이랄까, 높은 벽이랄까,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이 쓴 책들도 적지 않지만 일반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혹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해가며 읽기에는 이런저런 걸림돌이 있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는 이런 책들과 달랐다. 임상빈이라는 저자의 이름은 낯설었지만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책이라 일단 망설임 없이 선택. (마로니에북스 미술서적은 거의 모두 좋았다!) 전작으로 확장 편이 있었고
이번 책은 ‘심화’편이라고 한다. 확장 편부터 읽지 못한 것은 살짝 아쉽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좋았다.
묵직한 책이다. 400 페이지가 넘는 두께도 그렇지만 교수이자 작가로 미술 내부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저자가 매우 공을 들여 미술에 관한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성찰을 깊은 밀도로 담은 책이라 그렇다.
기존의 많은 미술 입문서들에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나 불만은 많은 미술작품을 맥락 없이 열거하며
계속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감동시키려는 태도였다. 등장하는 작품들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
미술은 어디선가 화석처럼 작동을 멈추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움직이는 미술, 변화하는 미술, 경계를 넘어 확장하는 미술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난해하다, 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계속 과거의 미술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술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바뀌면서 그 형식도, 의미도, 수용하는 방법도 끝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아직 많은 사람들은 미술에서 어떤 특정한 가치와 형식만을 기대하는 것 같다.
천재적인 작가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영감에 충만해 피 땀 흘려 만들어내는 감동적이고 놀라운 물리적 결과물.
뭐 이런 기대. 거기에 붙들려 있으면 이후의 모든 미술은 이상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조건이 바뀌면 예술도 바뀐다. 아니 어쩌면 예술은 한 걸음 먼저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을 삶과 연결해서 언제나 가까이 누리려면 예술에 대한 단단하고 공고한 개념부터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영재였던 것 같다.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본 일 없이
예원학교-서울예고-서울대 서양학과에 진학했다. 석사와 박사 유학 생활까지, 자신의 성장과정과 예술가로서
창작 과정 등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며 미술에 관한 스스로의 진지한 분석이랄까, 사유를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예술가로서 미술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어디로부터, 어떤 흐름으로부터 나와 이 자리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미술대학교수라서, 활동 중인 작가라서 이 책은 더 생생하다. 실제로 자신의 첫 개인전이라든가,
대표적인 작품들이 제작된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는 부분들은 예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작가는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떻게 작업으로 연결되는지 등 그저 전시장의 온전한 작품만으로는
들여다볼 수 없던 것들을 헤아리게 한다. 아마도 저자가 면밀하게 계획했을 이런 식의 ‘이론과 실제의 조화’는
작품의 주제, 형식 실험, 재료 등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하는데 그것이 그냥 멀고 먼 ‘그들의’예술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발 디딘 땅과 맞닿은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구성이 좀 특이해서 처음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어? 뭐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예술이 좋다, 인문학이 좋다, 통찰이 좋다, 내가 좋다’로 이어지는 첫 장 <들어가며>의 글들은 자의식 높은
예술가의 잘난 척 정도로 생각하고 읽었던 것 같다 :)
책은 모든 챕터마다 서술 부분과 대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이 구성은 이 책의 특징이자 핵심이기도 하다. 대화 상대는 엘리스, 작가의 아내다. 실제 대화를 녹취해서 글로 푼 걸까?
‘우와, 무척 지적인 대화를 위트 있게 나누는 멋진 커플이군.’ 생각했지만 뒷부분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실제 대화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평소 두 사람이 예술에 관해 나누는 대화, 그 안에 풀려나오는 흥미로운 관점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글이었다. 구어체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대화는 서술 부분에서 조금 경직된 주제들을
재미있게, 부드럽게 잘 다듬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다 보니 주제가 자주 이리저리 넘나들었지만,
예술이 한 가지 주제에만 오롯이 위치할 수 없듯 자유롭게 이런저런 요소들과 연결되며 풍부해지는 대화는
내내 흥미로웠다. 저자의 딸 린이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의 말과 행동,
또 부부의 반응 등에도 예술을 연결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잘 풀어내는 대목이다.
대화는 종종 이렇게 끝난다. 그때마다 나는 함께 웃었던 것 같다.^^
재현과 표현, 드로잉과 색채, 상징과 알레고리 등 미술을 좀 더 깊이 감상하기 위해 단순히 용어로서가 아니라
미술사 안에서의 과정과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이슈들을 충분한 사례로, 번호를 붙여 논리적으로 정리한
저자만의 관점으로, 흥미로운 대화로 친절하게 들려주는데 읽으면서 무언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위해 저자가 참조하는 작품들은 시대를 망라한다. 15세기 아르침볼도로 부터 르네상스 삼총사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터너와 마네, 렘브란트, 곤잘레스 토레스, 아니쉬 카푸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피필로티 리스트까지. 풍부한 작품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롭고 즐거운 부분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아니쉬 카푸어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밖 이야기들!)
다양한 작품의 재료와 미디어를 다루는 세 번째 챕터 <예술적 도구>는 무척 흥미로웠다.
화구의 재미, 미디어의 재미, 재료의 재미로 나누어 다양한 예술적 도구의 실험과 도전이 작품에 얼마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지, 반대로 도구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작품을 제자리걸음 하게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특히 많은 학생들과 작업을 살피며 대화하는 미술대학교수로서, 아내가 아닌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점을
강조하는데 재료와 관한 저자의 조언에 '그래요?' 라는 한결같은 학생들의 반응이 조금 씁쓸했다.
예술은 전공자들에게도 자꾸 틀 지워지는 것인가 보다. 저자는 '예술은 당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공감한다.
저자 자신이 학교 과제를 위해 처음 2D 스캐너로 작업했던 경험, 새로운 도구 탐구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관점과 결과물들을 자세히 들려주기도 하는데 호크니가 팩스, 폴라로이드 카메라, 아이 패드 등
새로운 미디어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떠올리게 했다.
새로운 미디어란 곧 새로운 관점이다.
책에는 저자 임상빈의 작품도 등장한다.
<타임스 스퀘어>, 2005
만약 설명 없이 그냥 이 작품을 보았다면 마치 사진처럼 재현 능력이 뛰어난 작가, 역동적인 뉴욕 이라고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 작품의 제작 배경을 읽고 나면 이 작품이 왜 재현이 아니고
표현인지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를
만나게 되는데 그 경험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을 흔드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물론 작가의 최초 표현은 출발일 뿐, 작품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해석되며 변화한다.
<타임스 스퀘어>라는 이 작품은 작가와 달리 뉴욕, 낯선 도시에 이방인으로서 진입한 경험이 없는
내게는 전혀 다른 표현으로 다가오니까.
이 작품을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로 보게 되었지만 강렬한 표현은 내내 인상에 남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중 재미있는 경험이 있었다.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 <시대를 보는 눈-:한국 근현대 미술전>
에서 놀랍게도 저자의 작품을 본 것이다!
덕수궁-서울 (2009-2010)
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지만 이 작품은 사진 작업이다.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미디어의 실험과 탐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데
이 작품 역시 작가의 그런 탐구 과정에서 제작된 작업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여러 도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도시 시리즈 작업을 해왔던 것 같다.
책에 소개된 2005년 뉴욕과 지금 과천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서울 덕수궁은 작가가
각각의 도시에서 경험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을 나누기 위해 표현한 것이겠지.
뉴욕에서 캔버스에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서울에선 전혀 새로운 방식인 사진으로 이미지를 조합하여 표현했다.
관객인 나는 우연히 그 작품을 전시장에서 만나 실제 풍경보다 육중하게 덕수궁을 감싸고 있는
서울의 고층 빌딩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다른 어떤 작품보다 진지하게 감상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전시 브로슈어에도 그의 작품이 실렸다.
'일상과 대중문화 2000년대 이후 ‘이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이나 소소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더불어 미술가들은 그들이 주로 살고 있는 도시들을 관찰한다.
예전에는 산, 들, 강 같은 자연이 작품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작업의 소재가 된다.
...............
사실 우리는 날마다 TV, 신문, 영화, 잡지, 등 대중매체를 접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는 이미 일사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미술가들은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검색해보니 저자의 작품은 이 외에도 한 점 더 소장되어 있었다.
아카이브 자료로 개인전 초청장이나 브로슈어도 있었는데 책에서 자세히 소개하는 첫 개인전 < analogital>,
협업으로 진행한 전시 관련 자료들도 잘 아카이빙 되어 있다니 반갑기도 했다.
예술은 어려운 것일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대답은 분명하다. 예술을 누린다는 것은 일상 속에서 만나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나의 삶에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예술은 무언가를 특정한 장소에서 감상하는 행위뿐 아니라
바라보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내 삶과 맞닿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내게 공고한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예술이 하는 일은 바로 그런 것. 이 책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예술이라고 하면
어렵거나 복잡하게 생각하는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르는데,
클래식 음악을 잘 안 듣는데,
문학작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예술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예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예술적 욕구-예술로 보여주려는 게 뭘까,
예술적 인식-예술에 드러나는 게 뭘까,
예술적 도구-작품을 어떤 도구로 만들까,
예술적 모양-작품을 어떤 요소로 만들까,
예술적 전시-작품을 어떻게 전시할까,
예술적 기호-예술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등.
총 6개의 주제, 20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예술의 특성과 역사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기존의 예술과 관련된 책들의 경우,
시대별로 나누어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는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대화를 세부 분야별로 묶었고,
작품의 감상, 기호의 해독, 비평적 글쓰기,
예술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세상에 대한
통찰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예술을
좀 더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어렵게 예술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부분과
저자가 아내인 알렉스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던 예술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예술사, 미학, 철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예술 작품 속에
숨겨진 진실과 의미, 예술가가가
작품을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림을 그린 화가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주변의 환경이 화가가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들이 어떤 기법과 구도,
요소를 활용하여 작품을 완성 했는지
작품을 그린 의도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예술가와 작품과
연관된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었다.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를 통해
어떤 시선, 관점으로 예술을 감상해야
제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되자' , '예술하자' 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을 갖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해야겠다.
보통의 사람들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한다.물론 어렵게 느껴지는것이 사실이고 그러함을 보통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예술을
의인화하듯 해 예술이 인간을 꿈꾼다는 이야기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바이다.예술이 되었든 문학이나 그 무엇이 되었든 주체적인 존재는 바로 인간이어야 함을 우린 인간세계에서
영원불변의 철칙처럼 여기며 살아간다.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예술이 꿈꾸는 인간적인 면모는 또다른 인상을 심어줄 예술적 가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는 예술은 사람들과 밀접한 접근성을 가진다기 보다 보이지 않는 벽이 둘러
처진듯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또한 아직까지는 삶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나 그런 계층의 확대가
이루어진것도 아니고 보면 예술은 여전히 어렵고 넘지 못할 벽과 같은 의식을 갖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 특별한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존재감은 처음부터 생성된 것은 아니다.그것 역시 일상에서 이루어진 작은 변화의 시작임이 분명하고 연속된 무엇이 결정화된모습으로의 예술이라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거리감이나 접근성 등에서 우리는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는 자각을 하기에 이른다.예술과 인문, 두 대상 역시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통찰의 대상이라 생각할 수 있다.다양한 담론과 창의적 비평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꾀하며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기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결과론적으로 예술을 하든, 인문을 지향하든 그 모든 주체는 바로 우리라는 사실이다.다른 누구의 비평이나 도움이 아닌 우리만의 주관적인 안목을 키우고 일상과 접목된 예술, 인문을 삶의
자양분처럼 통찰해 낼 때 비로소 우리에게 예술은 우리가 되는 희귀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믿고싶다.
예술의 바다를 헤엄치며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지적 탐구의 호기심을 즐겨야 한다.아트 인문학을 추구하는 예술인간의 등장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의 삶의 지평을 열어줄 새로운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임을 느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히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는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현대미술 작품들은 난해하다고 할까......
1.4억원의 값비싼 바나나 작품.
그리고 그 바나나를 천연덕스럽게 먹은 뒤 변명으로 단지 배가 고팠다며 '쫄쫄 굶은 예술가'를 표현한 행위 예술이라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등장할 때면 예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사그라들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한 나의 바람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스로 잘 살자! '창의적 만족감'을 누리며. 둘째, 모두 상생하자! '사회적 공헌감'을 맛보며. 셋째, 즐기자! '에술의 일상화'를 통해.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그리고 예술적으로 삶을 영위하려는 모든 독자들을 향해 열려 있는 글이다. 미술작가로서, 또한 예술을 열렬히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마음을 그대와 나누고 싶다. 이 의미 있는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 - page 7
『예술은 우리를 꿈꾼다』
책은 각 장마다 예술적 이론으로 예술적 인문학을 일러주면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핵심을 깊이 있게 저자와 함께 탐구하면서 보다 '예술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발판을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살짝 어렵거나 지루해질 수 있을 무렵 쯤이면 아내 알렉스와 저자가 서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마치 독자도 이 대화에 참여하는 듯 대화 속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였습니다.
예술의 백미는 아무래도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당연한 것마저 그렇지 않게, 나아가 극적으로 만드는 건 사기가 아니라 마법이다. 그건 흥미진진한 거다. 결국, '표현'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 '표현'은 회계장부처럼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자가 열리는 거다. 마침내 나오고 싶은 게 나오려고. 물론 모두 다 나올 필요도 없다. 이는 주관적인 기호에 따른 선택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즉, 개인적으로 가장 끌리는 걸 보는 게 우선이다. - page 59
작가의 '의도'가 예술의 '표현'이라는 것.
그래서 작가가 이렇게 '표현'했더라도 상대방이 저렇게 '표현'을 받아들여도 이 역시도 하나의 소통 과정이 되고 예술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굳이 작가의 의도만 파악하면서 작품을 해석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저에겐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본다는 건 '환상'이다. 사람은 이게 불가능하다. 실상 '사실'이라는 느낌 자체가 바로 사람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환영이다. 예를 들어 신을 본 적이 없으니 신의 환영을 만들어내듯이.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이게 사실인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게 사실이란다. 미칠 노릇이다. 문제는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둘 다 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신을 볼 수는 없듯이 마찬가지로 사실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보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명사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이제는 거의 확정적이다. - page 102
이는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선입견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만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의 입맛에만 맞게 환영을 만들어내려는 경향에 대해 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선입견 없는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기.
말은 쉬운 것 같지만 어렵기만 합니다.
예술이 멋진 이유.
예술은 당연하면 안 된다. 새로운 게 나오면 우선 경험하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기 것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다른 것도 충분히 해 보고 돌아와야 한다. 타성에 젖어 안주하지 말고 가끔씩 뻘짓을 해보며 신나하고 딴지를 걸어 보며 재미있어할 줄 알아야 한다. 예술은 실험으로 확장하고 연구로 심화하는 거다. 찌들면 건강하지 않다. 고인 물은 거부해야 제맛이고. - page 169
끊임없이 도전하고 추구하고 확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예술적 관점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관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앞서 저자가 이야기했던 '예술인간'.
예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음미하며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자신의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은 어떨지......
예술을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 예술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예술적 인문학 그리고 통찰'의 심화 편으로 부담스러운 예술을 쉽고 흥미롭게 안내해 주는 도서로 예술이란 이런 것이구나-감을 잡게 해 주었다. 무엇을 표현함에 있어 서͈은 예술에서 특히나 잘 나타난다. 학교에서 접한 단편적인 활동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어렵게 해 주는 요소로 작용하여 점점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굳이 예술적 시각을 키우고 싶은 건 모르기에 알고 싶은 호기심과 예술이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술이라곤 학창 시절 접한 것이 고작이기에 명화를 봐도 왜 유명한지 느낌이 어떤지 알기 어려웠다. 그저 남들이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동, 그 감동을 저자를 통해 느끼는 법을 배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게 의미 있는 도서가 되어 한동안 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꼭 주어가 바뀐듯한 인상을 주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 속 내용은 더욱 좋았기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길 희망한다.
비교적 간단 명료한 대화체로 쓰인 이 책은 읽기에 참 좋다. 저자는 직접 겪은 일화를 통해 독자를 스스럼없이 책 속으로 끌어들이며 예술을 알려준다. 글은 생각을 풀어서 쓰는 것이다 보니 평소 사유를 많이 하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 특히나 인문학과 통찰을 주제로 한 책은 작가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예술적 사유를 해 왔는지 알 수 있었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예술이 주는 부담스러움(?)에 대한 이해와 고민의 시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예술에 대한 상식과 명화를 제대로 보는 법, 그리고 예술에 담긴 인문학과 통찰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에 대해 갓난아기 수준이었던 내게 이제 걸음마를 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도서였으며 예술품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시각 또한 키워주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이 책으로 인해 확장 편 또한 궁금해진다.
예술은 삶이고
생각이며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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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탐험을 즐기는 당신을 위한 아트 인문학
예술을 통한 인문학과 통찰의 세계, 시간을 내어 읽을 가치가 다분한 도서이다. 강추! ^^
예술, 그것은 죽음과 아름다움의 혼인식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아름다운에 대한 경탄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빚어낸 결실이 예술작품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어린 예술가를 키우고 있다. 이미 내로라하는 장인급 예술가라할지라도 그 내면에 원초적인 어린 예술가가 숨쉬고 있는 법이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본원신처럼 말이다. 삶의 핵심이 진선미 삼대 요소라면, 예술은 진선미를 녹아낸 가장 애달픈 결실일 것이다.
창의적인 예술작품은 공방, 미술관, 박물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삶이 예술작품'이라는 달콤한 은유는 그저 장식적인 비유법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행해야만 하는 궁극의 목표에 해당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예술의 신이 구애하는 으뜸 대상이다. 우리가 예술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을 지향하는 모든 이들의 비전이 아닐까 싶다.
미술작가 임상빈은 '예술, 인문, 통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예술을 둘러싼 '인문학적 수다'를 시작한다. 재현, 표현, 전시, 마술적 환영주의 등 예술적 가치와 작품해석에 관한 키워드도 소개하고, 서구 미술사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인간다운 삶의 척도가 예술이라고 항변한다. '예술가'가 프로의 세계, 직업의 세계에 속한 장인이라면, 예술적 양식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은 이들을 별도로 '예술인간'이라고 부르면서, 삶의 예술화, 인문화, 통찰화를 강조한다. 저자의 말대로, 21세기는 예술의 시대이고, 누구나 '예술인간'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예술은 형태, 색조, 질감 등을 중시하기 마련이지만, 미술사조에 따라 악센트가 달라지곤 한다. 가령 서구 고전주의 시대에는 형태를 더 중시했고, 낭만주의 시대에는 색조를 더 중시했다. 그리고 인상주의와 추상 시대에 와서는 질감을 더욱 중시했다. 내가 보기엔 모든 미술사조는 결국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양극으로 삼아 추운동을 하기 마련이다. 도전과 실험으로 무장한 제3의 길도 결국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혼합이나 통섭을 벗어날 순 없다. '다다'와 같은 실험정신이 없는 예술가는 좀비 예술가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도구, 즉 재질, 재료, 기법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미술의 진짜 바탕은 재료, 기법, 재질 실험"이라고 강조한다.
"예술은 당연하면 안 된다. 새로운 게 나오면 우선 경험하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기 것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다른 것도 충분히 해 보고 돌아와야 한다. 타성에 젖어 안주하지 말고 가끔씩 뻘짓을 해보며 신나하고 딴지를 걸어 보며 재미있어할 줄 알아야 한다. 예술은 실험으로 확장하고 연구로 심화하는 거다. 찌들면 건강하지 않다. 고인 물은 거부해야 제맛이고."(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