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속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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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얀은 이 책에서 인간관계부터 경제행위, 위안과 치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해결사’로 군림하는 심리학의 은밀한 진실을 밝힌다.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한 ‘불안’과 ‘성공 욕구’를 어떻게 교묘하게 이용하는지를 심리학 전문 잡지 편집장다운 명쾌한 분석력과 유려한 필치를 통해 낱낱이 파헤친다.
가령, 지난 100년간 세상을 조종해 온 IQ와 EQ 테스트, MBTI 검사, 모차르트 효과 등의 ‘심리 상품’들이 어떻게 우리를 ‘유혹’하고 ‘배신’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심리전문가들이 어떻게 가벼운 문제를 정신질환으로 몰아 ‘장사’를 하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통계, 각종 마케팅 사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드러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스티브 아얀
저자 스티브 아얀(Steve Ayan)은 독일 뒤셀도르프대학교와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 영국 리딩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문학번역학을 전공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연구했다. 독일 유명 출판사 로볼트, S. 피셔, 아우프바우 등에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독일의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심리학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마라
PART 1 우리가 미치기를 권하는 사회
1 심리산업의 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 착각하는 뇌,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
3 피로사회에서 탈진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4 상처와 두려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다
5 진짜 심리전문가와 돌팔이 구별법
PART 2 심리학이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이 되기까지
6 심리학은 어떻게 우리를 속이는가
7 통계라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심리학자들
8 지금 당장 알아야 할 ‘심리학의 오류’
9 심리학계에 떠도는 매력적인 은어들
PART 3 심리학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10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
11 심리테스트와 점성술의 공통점
12 심리학에게 연애를 묻다
13 심리학자의 육아 코칭, 믿어도 될까?
에필로그 일정한 규칙대로 살면 삶이 수월해진다
감사의 말
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 속으로
강연이 끝나갈 즈음에는 심신의 긴장을 푸는 연습으로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강연회가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때였다. 유타가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자신을 찾는 일은 험난한 길이에요. 응원할게요. 힘내세요.”
그 순간 나는 유타가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을 절대 찾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비단 유타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자신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매우 많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사는 동안 이런 거대한 질문과 마주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달음으로써 타인을 만족시키는 삶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길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심리 강연이나 상담 혹은 책을 통해 적절한 조언을 얻어, 자아실현을 하고 갈등 상황을 해결해서 삶을 더욱 잘 꾸려 나가려 애쓴다.
“나쁜 습관을 버리자!” “스스로에게 더 이상 화내지 말자!” “옳다고 느끼는 것을 믿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자!” 같은 유혹적인 구호를 외치면서 말이다. -본문 11~12쪽
남성이 섹스에 대한 상상을 자주 하는 것이 ‘성욕 과잉’ 상태라는 주장에 반대할 여지가 있을까? 실제로 ‘성욕 과잉’은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개정판에 추가될 예정이다. 여성이 자신의 외모에 끊임없이 신경 쓰는 것은 신체 인지도가 왜곡되었다는 징후일까? 이따금 갑작스럽게 참았던 화를 터뜨리는 소극적인 아이는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봐야 할까? 누군가가 사망한 지 2개월이 넘었는데도 그 일로 계속 슬퍼한다면 병일까? -본문 80쪽
데익스테르후이스의 실험팀은 이케아의 출구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구매했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는 몇 주 후 설문에 응했던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취해 구매의 만족도를 물었다. 이때 구매를 할까 말까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했던 사람은 충동구매를 한 사람보다 만족도 면에서 낮은 점수를 주었다. 즉 물건을 살 때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당신이 자동차를 새로 사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고려할 요소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가격부터 실내 설비, 엔진 성능, 고장에 관한 통계 자료, 내부 공간, 브랜드 이미지, 외장, 주차장 사정까지….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릴 경우, 일반적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결정했을 때보다 더 크게 실망하게 된다.
데익스테르후이스는 오랫동안 골똘히 생각하는 일은 역효과를 내며, 특히 상황이 복잡할 때는 더욱 그렇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본문 53쪽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에서는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의 수가 확연히 증가했다. 가장 많이 진단되는 병은 우울증과 공포장애, 중독장애와 정신신체증(뚜렷한 신체적 원인이 없는 통증이나 피로)이다. 독일 최대의의료보험회사인 바르머 GEK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낸 사람의 수는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거의 80퍼센트나 증가했다.
독일 기술자의료보험조합에 등록된 3400만 명의 가입자 중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낸 사람의 수는 2010년 한 해만 해도 14퍼센트나 증가했으며 2011년에는 6명 중 1명이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냈다.
이 같은 정신질환 증가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는 이 질문에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답을 제시했다. 병을 앓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의사가 정신질환으로 진단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정신질환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아닌지는 진단을 내린 의료계 사람만이 진위를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본문 82~83쪽
출판사 서평
심리학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을까?
내부 고발자가 밝힌 심리산업의 ‘은밀한 진실’
『심리학에 속지 마라』는 심리학자이자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활약 중인 스티브 아얀이 현대의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하는 심리학의 실체를 밝힌 최초의 ‘내부 고발서’다.
이 책에서는 ‘내 안의 문제’에 몰두하는 행동이 왜 나쁜지,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연애에서부터 결혼, 육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는 심리전문가들이 ‘가벼운 트러블’을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몰아 ‘심리학 장사’를 하는지를 다양한 심리 실험과 통계, 심리학을 이용한 각종 마케팅 사례와 심리산업 언저리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잘 짜인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 준다.
2012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로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아마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 책은,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실험과 암투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재미와 함께 지금껏 우리가 철석같이 옳다고 믿었던 IQ 테스트나 MBTI 검사, 모차르트 효과 등의 ‘심리 상품’들이 어떻게 우리를 철저히 ‘배신’해 왔는지 그간의 믿음을 산산이 부수는 놀라운 정보를 제공한다.
[출판사 리뷰]
미치기를 권하는 사회,
“당신은 아직도 정상입니까?”
“늘 지쳐 있고, 전혀 의욕이 없어요. 우울증일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인정받은 적이 별로 없어서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요.”
한창 절정에 다다른 심리 강연회 현장에서는 드디어 ‘걱정’, ‘고민’ 같은 단어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마음 치유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강연을 숨소리마저 죽인 채 귀 기울여 듣다가 하나, 둘 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심리학자이자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스티브 아얀은 어느 심리전문가의 강연회장을 찾았다가 마치 종교 부흥회와도 같은 관객들의 분위기에 큰 충격을 받는다. 자기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서슴없이 내어놓고 심리학의 처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스티브 아얀은 자신 또한 심리학자이지만 심리학을 ‘맹신’하는 사회에, 그리고 인간관계부터 경제행위, 위안과 치유까지 모두 도맡고 나선 심리전문가들의 ‘행태’에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심리학 전문 잡지 편집장다운 명쾌한 분석력과 유려한 필치로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속 ‘불안’과 ‘성공 욕구’를 어떻게 교묘하게 이용하는지 낱낱이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심리학에 속지 마라』이다.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 자란
심리학의 완벽한 ‘배신’
10년, 20년 전만 해도 정신병은 터부시되었다. 눈에 보이는 어떤 신체적 질병도 없는데 우울증이나 히스테리, 광기에 시달리며 약해져 가는 정신병자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징후를 보이는 이들과 가까이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공포, 중독, 강박, 우울증, 섭식장애, 번아웃 등 자신에게 ‘심리 장애’가 있다고 밝히는 사람들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미쳐도 괜찮다’고 관용하는 사회와 그로 인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심리상담 수요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심리산업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저자는 “요즘에는 초등학생조차 스스로 정상인지를 의심한다고 한다. 주체 못할 정도로 활발한 아이에게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갓 성인이 된 사람에게는 자립하지 못한 과잉보호의 희생자라는 딱지가 붙으며, 수백만 명에 이르는 직장인은 자신이 번아웃증후군(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 일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의욕을 잃는 증상)에 걸렸다고 믿는다.”며 일갈한다.
심리학이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이 되기까지,
거짓말을 팔아 온 심리전문가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가 코치, 상담가, 민간요법 전문가로 등록되어 있으며 그중에는 부업으로 상담을 병행하는 사람도 많다. 그뿐 아니라 시민 학교, 연수 기관, 평가 기관, 결혼정보회사, 기업컨설팅에 소속되어 있는 심리전문가까지 모두 합하면 심리산업 종사자는 엄청나게 많을뿐더러 여전히 증가 추세다. 바야흐로 ‘심리학 천국’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검사를 통해 전 국민의 상태와 지능, 성격이 재단되고, 심리학자의 섣부른 판단으로 완성된 학설에 따라 전 세계인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귀에 꽂고 사는 황당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러한 심리 검사와 학설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IQ(지능지수)와 EQ(감성지수)의 진실
모든 사람에겐 자신이 똑똑하다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욕구는 ‘똑똑함의 척도’로 통용되는 IQ검사 결과로 인해 만족되기도 하고, 오히려 열등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IQ검사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전 국민의 5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그렇다. IQ검사는 규정상 국가별로 평균이 100이 나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IQ가 100이 넘기를 바라지만, 국민의 반은 어쩔 수 없이 두 자릿수 IQ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런데 똑똑함을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놓치지 않은 심리산업은 EQ를 비롯한 특수 지능 ‘상품’을 내놓으며 이렇게 현혹한다. “논리력이나 어휘력이 부족해도 괜찮아. 어쨌든 다른 분야에서라도 똑똑하다고 인정받으면 되잖아?” -본문 213~217쪽
▶모차르트 효과의 전말
20여 년 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좋아진다.”며 전 세계를 휩쓸었던 ‘모차르트 효과’를 기억하는가? 레코드 가게의 태교 코너는 물론, 지하철역에서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울려 퍼졌었다. 하지만 최근 이 모차르트 효과가 완벽한 사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그 촌극의 시작은 이렇다.
1998년, 캘리포니아대학교에 소속된 심리학자 프랜시스 라우셔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미 쥐의 뱃속에서부터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었던 새끼 쥐가 그렇지 않았던 쥐보다 더 빨리 미로를 빠져나왔다며 모차르트 음악이 IQ를 상승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쥐의 청각기관이 성숙하는 데는 사람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후에 밝혀졌다. 즉 태아 상태의 새끼 쥐는 아예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굳이 모차르트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을 들려주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본문 125~128쪽
▶네덜란드판 황우석? 디더리크 A. 스타펠 사건
“잘생긴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의 기회도 더 잘 잡는다.” “육식을 하는 사람이 채식만 하는 사람보다 더 반사회적이고 이기적이 된다.”와 같은 학계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도 끄는 흥미로운 논문들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심리사회학자 스타펠 교수의 논문 중 상당수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네덜란드가 충격에 빠졌다.
조작된 실험 중 하나는 “지저분한 환경일수록 인종 편견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는데, 스타펠은 악의적으로 환경미화원들이 데모를 벌이는 곳에서 행인에게 무슬림이나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거나, 대중은 망가진 자전거 옆에서 소수집단에 더욱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자극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 실험 결과를 부풀리거나 과도한 일반화를 취했다. 훗날 그는 “연구자와 학자로서 더 좋은 성적과 더 나은 논문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잘못을 저질렀다.”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본문 150~151쪽
“이제 심리학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심리학 천국’에서 탈진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홍수처럼 쏟아지는 심리학 정보의 ‘축복’ 속에서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졌을까? 아니, 행복해질 수는 있을까?
저자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짓부터 당장 그만두라!”고 당부한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찾고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파헤칠수록 “삶은 지뢰밭이 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생각하고, 최고의 결과를 얻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우리를 엉뚱한 길로 인도한다. 고민과 고통으로 점철된 가시밭길로 말이다. 심리학자 롤프 데겐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지만 실제로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사실 심리학자들은 타인처럼 자신을 외부에서 관찰하고 이런 낯선 자아를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론을 성급히 만들어 낼 뿐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를 멈추고 편안하게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을 느끼는 일이다. 때로는 이렇게 자신을 망각하는 것이 더 편하게 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회를 세운 것이 1908년, 이제 겨우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심리학은 어느덧 현대인의 마음을 손안에 쥐고 흔드는 거대한 ‘괴물 산업’이 되었다. 이제 종교를 신봉하듯 심리학에 의지하는 것이 완전히 쓸모없는 일이라는 사실에 눈뜰 차례다. 이 책과 함께 심리산업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음미하면서 심리학이 세운 근거 없는 신화에 놀라움을 느껴 보라.
더 이상은, “심리학에 속지 마라!”
- 책속으로 추가 -
치료를 빌미로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장애를 만들어 내는 악습을 ‘병을 파는 행위(Disease Mongering)’라고 하는데 이미 오래전에 심리치료 분야에도 퍼졌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짜 질환인 시시 신드롬(Sissi Syndrome)의 특징은 자의식이 약하고 불안감에 사로잡혀 격렬한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시시 신드롬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1998년, 제약회사 스미스클라인 비첨(오늘날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선보인 광고에서였다. 이 광고는 젊은 여성에게서 특히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한 감정의 ‘문제’를 강조했다. 당시 광고를 맡았던 홍보 대행사 베도프레스는 교묘한 선전 문구를 사용해 전문가들조차 잘 알지 못했던 시시 신드롬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광고를 위탁한 제약회사의 새로운 항울제가 높은 매상을 올릴 기회를 열었다. -본문 92쪽
네덜란드 출신의 심리학자 애드 베르흐스마는 심리학책을 읽은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습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자기 암시와 정신 감화의 효과를 실험했다. 애드가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였다.
일단 독자들은 책이 스스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읽었는데 최소한 무엇 한 가지라도 건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즉 긍정의 비율이 높은 것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개중에는 책이 “눈을 뜨게 해 주었다.”라거나 “깊이 생각하는 데 자극이 되었다.”라는 등 애매하게 대답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심리학책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질문의 가정부터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본문 39쪽
기본정보
ISBN | 9788960513716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2월 07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48 * 210
mm
/ 43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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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제대로 내용을 소화하지도 못한 채 내가 나를 진단했다. 나는 어쨌거나 강박증에 편집증에 자폐적인 성향에 우울증도 있는 듯했고, 분노 조절 능력도 부족하고 아직 어린 시절의 나와 화해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정말로 문제가 많은 인간이었다. 하긴 그러니 일도, 아이 키우기도, 인간관계도 이 모양이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좀 더 행복해지거나 평온해지긴 개뿔!
내가 참 문제 많은 인간인 것까지는 괜찮았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보다야 백 번 낫지 않나. 나를 잘 알고 자아를 성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 상태를 잘 알고 다독이다 보면 상처를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느낌 아시지 않나.
그렇게 일이 년,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유형 검사부터 비싼 돈 내고 시간 써가며 하는 유명짜한 검사도 했으며, 상담도 받은 적 있다. 참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쨌거나 내가 쥔 건 ‘나는 왜 이런 인간일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푸념하며 친구와 먹고 마신 술값 밥값 찻값 카드청구서.
그 전보다 병아리 오줌만큼도 더 행복하거나 평온해지지 않았고, 더 나은 인간이 된 것 같지도 않았다. 혹시 나 좀 더 불행한 거야? 이거 뭐 이래!
이제 더 이상 나는 너무 깊이 나를 분석하고 내 마음을 알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래봐야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마음만 괴롭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내 안의 상처가 깊다고 해도, 그 상처 위에 이미 딱지가 앉았는데 굳이 그 딱지까지 떼 가며 파낼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때 괴롭던 연애니 인간관계도 지금은 좀 정리되었고 일도 고만고만하니 할 만하다. 나는 하나도 더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의식하고 인식할수록 더욱더 신경 쓰이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날 있지 않나. 이상하게 불편한 옷을 입으면 그 옷이 더욱 신경 쓰이고, 코디를 잘못했나 싶으면 하루 종일 딴 사람이 나를 보는 것 같고… 그런 것처럼 내가 일상의 내 문제를 의식하면 할수록 더욱 그 문제 커지는 것.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얼굴 생김이 다르듯,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생김도 성격도 다르니까 자꾸 들여다봐야 ‘나는 역시 좀 이상해!’ ‘나는 마음 상태가 불안해!’ 하며 나를 볶아댄다는 거 알아버렸다.
이제 볶는 건 오로지 멸치볶음, 나를 들들 볶는 건 그만하고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여전히 ‘심리’엔 관심이 많다. 심리학책도 꽤 읽는 편이고. 뭐 그 정도는 괜찮다. 다른 이의 문제를 통해 가끔 나를 비춰보기도 하니까.
이 책도 그런 내 오랜 취미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비슷하다. 그래서 반가웠다. 물론 저자가 심리학, 문학번역학, 과학저널리즘을 전공한(뭔 공부를 이리 많이 했어!) 심리학자이며 전문가이니 근거도 훨씬 풍부하고 사례도 많고 당연히 ‘권위’도 있지만... 어쨌든 심리학 주변의 ‘심리산업’(이 책에서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에 굳이 휘둘릴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심리학자이면서 심리학잡지 편집장이 너무 그렇게 ‘심리학’에 이용당하지 말라니 더욱 설득력 있달까.
그런 기분이었다.
어, 내 생각이 맞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네. 전문가도 그러네.
참 반가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이거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심리를 파악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본래 심리는 그런 목적으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쾰른의 정신과 의사인 만프레드 뤼츠의 말이란다.
“자아 성찰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일이 좋지 않은 이유는 결국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볼 뿐이라는 역설적인 효과 때문이다.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더욱 만나기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안정 역시 추구할수록 오히려 그 때문에 항상 새로운 걱정거리와 고뇌를 떠안을 뿐”이란다. 이건 저자의 말이다.
혹시 예전의 나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한다면 이제 자신을 덜 괴롭힐 테니 좋을 테고,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심리산업’ 컬렉션에 신상 하나 추가한 것일 테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심리학과 철학을 잘 구분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히 교양을 쌓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나 목차에 나온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철학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