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그녀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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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보라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우렁찬 울음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자신으로 인해 출산의 고통을 겪는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결코 쉽지만은 않을 이 세상에게 겁을 먹은 것인지 목청껏 울며 새 삶을 알린다. 나 또한 어느 봄날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한 목청을 뽐내며 태어났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 아기는 어느새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슬픈 그녀의 행복, 부자이든 가난하든 젊든 늙든 어떤 경우라도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각기 다른 그들만의 슬픔들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이 있으리라 추측해 본다.
목차
- 005 _ 머릿말
009 _ 끝없는 슬픔
040 _ 마음속에 그려 놓은 나의 이상형
048 _ 예고 없는 아픔
062 _ 만남
079 _ 꿈같은 행복
099 _ 여름날의 이별
123 _ 기다림 끝의 방황
144 _ 잠꼬대
179 _ 철없는 아줌마
188 _ 그리운 만남
216 _ 여름날의 두 번째 이별
245 _ 행복
247 _ 작가 후기
책 속으로
어느 한겨울, 감나무 위에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게 앉아 있는 부엉이를 보면서 난 생각했다.
저 부엉이는 나보다 더 외롭고 슬프지는 않겠지?
몇 시간째 날지도 않는 부엉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독해서? 아니면 인간으로 태어난 내가 행복해 보여서?
난 부엉이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나는 차라리 저 부엉이가 되었으면, 아니 사계절 우뚝 서 있는 소나무가 되었으면, 저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가 되었다면 이렇게 외롭고 슬프지는 않을 텐데.
조용히 슬픔에 잠겨 있던 두 눈엔 눈물이 흘렀다.
나는 할머니가 두 분 계신 것도 싫었지만 어머니도 두 분이라는 사실은 정말 인정하기 싫었다. 아버지께선 첫째 부인을 만나 아들, 딸을 낳으시고 어머니와는 나를 비롯해 8남매를 낳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뭐가 그토록 급하셨을까?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나인데… 아버지와의 추억도 만들지 못했는데 우린 어떻게 살라고, 이 세상이 싫었는지 아버지는 너무도 빨리 우리 곁을 떠나시고야 말았다. 아직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네 살 때의 일이지만 난 그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5월의 어느 날 새벽 5시쯤이었다.
모두 잠들어 고요하기만 했던 시간… 대포소리와 같은 아버지의 비명소리에 가족들은 깜짝 놀라 비명소리가 난 외양간으로 가보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소가 뭔 고집이 났는지 뒷발로 아버지의 배를 차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허리는 반 이상이 굽혀진 채 머리는 땅에 맞닿아 있었다. 그리곤 점점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작아지더니 이내 생명줄을 놓고 마셨다. 이때부터 나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나는 가끔 뒷산에 올라가 푸른 잔디가 깔려 있는 소나무 밑의 그늘진 곳에 앉아 멍하니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바다는 쓸쓸해 보였고 푸른 잔디 옷을 입은 둥그런 묘는 편안해 보였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모르는 묘들을 볼 때면 ‘나도 죽어야지’ 생각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정말 죽고 싶었다.
어느 날, 죽기로 결심하고 저수지 앞에 앉아 한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죽으면 어머니는 어떡하지?
결국은 걱정하다 못 죽고 집으로 향했지만 나의 발걸음은 천근처럼 무거웠다.
나는 집안 환경이 싫었다. 죽도록 미치도록…. 그래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와 푸른 숲 속과 아침이슬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풀잎들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이었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이 다섯 살 된 아들은 남겨두고 딸만 데리고 떠났다.
오빠는 결혼한 후 매일 술에 취해 노을 진 저녁 무렵이면 찾아왔다.
“어무이 있소?”
“왔냐.”
“나 할 말이 있어서 왔어라우.”
“할 말이 뭐냐, 말해 봐라.”
“나한테 준 전답이 너무 적은 것 같소. 좀 더 주시오!”
“더 이상은 못 준다. 네가 장남이라고 서운하지 않도록 충분하게 줬다. 전답 말은 앞으로 꺼내지도 말아라!”
“그게 무슨 말씀이요. 그것 가지고는 양이 안 차라우!”
“느그 동생들은 생각 안 하고 너만 생각하면 쓰것냐?”
“내가 사는 게 힘들고 괴로워서 그라요.”
“정신 좀 차려라.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우리 집은 마을에서 부자로 소문난 과수원집이었다. 땅도 남들보다 많이 갖고 있었다. 오빠는 한마을에 살면서 술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술에 취해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 이럴 때마다 나는 콩닥콩닥 가슴 졸이며 불안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어머니는 매일 한 맺힌 설움의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나는 어머니가 불쌍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고통을 대신해 주고 싶어 어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태양빛이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나는 밭으로 나갔다. 무성한 콩밭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으로 콩잎은 부채춤이라도 추듯 넘실거렸다. 그리고 고구마밭 고랑엔 고구마순 넝쿨이 서로 달리기라도 하듯 짧고 길게 뻗어 갔다. 또 오이와 가지들을 보며 저렇게 작은 것들이 언제 커지나 생각했는데 다음 날 가서 보면 밤새도록 이슬을 먹고 통통하고 기다랗게 커버리곤 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나의 삶도 오이나 가지처럼 훌쩍 세월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고 중얼거리곤 했었다.
어머니는 종일 밭일을 하시고 해질 무렵이면 집에 들어오셨다. 땀과 흙으로 얼룩진 옷을 벗을 때면 긴 한숨소리가 저절로 배어 나오셨다.
그때 마당에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또 술에 만취된 오빠였다.
“느그덜 다 나와! 내가 오늘 다 때려죽여 버릴 테니깐!”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또 뭐 때문에 이러냐!”
“나 돈이 필요해서 그러니 우선 소 팔아서 돈 좀 주시오!”
<이하 생략>
- 본
출판사 서평
‘꿈’이라는 단어와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일 좋아하는 말입니다. 꿈은 가슴을 설레게 하고 삶을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꿈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망을 품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아이들을 볼 때면 꿈이 무엇이냐고 습관처럼 물어보곤 합니다.
꿈은 꿈 나름이겠지만 이루기까지는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외롭고 고독합니다. 때론 피눈물도 흘려야 합니다.
꿈은 이 모든 것을 참고 이겨내야 열매가 맺힙니다.
작가는 저의 어릴 적부터 꿈이었으나 당장 먹고사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딱 마흔이 되던 새해 첫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뭐했지? 아직까지 작가의 꿈도 못 이루고….’
허탈감과 허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실이 『슬픈 그녀의 행복』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슬픈 그녀의 행복』을 보시게 된 독자 여러분!
마음속에 품은 모든 꿈들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59593606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6월 10일 |
쪽수 | 247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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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ㅋㅋ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쓰고 나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또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다. 솔직히 자신의 글을 세상에 알린다는 것은 세상 앞에 벌거벗는 것처럼 두려운 일이다. 작가의 대부분이 자신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다. 얼마 전 읽은 트루먼 커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읽으면서도 트루먼 커포티의 생이 그대로 녹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작품 역시 자신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네 삶의 시절들이 왜 그리 관계의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그 때문에 받은 상처들은 너무나 깊이 패여 흉터로 남아 지울 수도 없는 지경이다. 그 흉터들이 지금 우리 마음 깊이 자리 잡아 시대 때도 없이 튀어나와 우리를 긁고 가고 있다. 어떻게든 이 흉터를 현대의 탁월한 성형술로 흔적도 없이 지워내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물리적 성형술로는 지울 수 없는 것이기에 너도 나도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김보라 작가의 용기, 마음의 성형으로 새 살을 돋게 하는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비단 이런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 간의, 형제 간의, 사제 간의 풀지 못한 상처들을 풀어내야 할 것이다. 의사에게 병명을 말하고 진단을 받아야 병을 고치듯 우리의 빨.파.노 삼색이 뿌려져 검은 색이 되듯 암울한 이야기들을 풀어내야 할 것이다. 김보라 작가는 바로 이런 용기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우리네 소시민들이 겪는 생활 깊숙한 이야기라 공감이 간다. 재벌들의 이야기도, 특별한 자들의 선망의 스토리도 아닌 그야말로 아줌마, 아저씨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공감이 간다. 옆집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보통 가정에서 선남선녀들이 이런 아픔들을 겪고 사는구나 수 있었다. 그 아픔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풀어내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 풀래야 절대로 풀수 없을 것같은 일들을 풀어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래 진실이다. 그래 정직이다. 그래 글로, 말로 푸는 것이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억으로 묻고 사는 것이다. 흑백 사진이 사진첩에 빛바랜채로 눌려 있듯이 그저 그런 이야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희미한 기억을 꺼내 사실화 하고 다시 실제화 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로의 아픈 시간여행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여행을 6.25의 전쟁의 상흔으로, 6-70년대의 지독히도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 추억이 사실로 기억되는 순간 추잡이 된다. 그럴 때 추억은 고통이 된다. 그땐 참 가난했었지 하면서 지금의 풍요를 누리며 상대적 행복을 누리듯이 그렇게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잘 하고 있다. 잘 할 수 있다.
사실 주인공 남녀가 왜 용기를 내서 고모나, 부모들의 반대를 이겨내지 못했을까 읽는 내내 답답했었다. 그러나 어찌 사람 사는 일들이 그렇게 단칼에 잘려지던가. 이런 고민과 갈등은 누구나 길든 짧든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공감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갈등의 표현이 지금의 나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선택인 것 같다. 그러나 더 깊고 아픈 사랑은 후회인 것 같다. 만약 주인공이 결단과 용기로 남자 주인공을 선택했더라면 이런 글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후회하니 아름다워지는 것인가 보다. 후회하는 사랑은 아름답게 간직하고, 현실의 삶은 살아내는 의지력으로 이겨내야 할 것 같다. 더 깊은 고뇌와 사랑에 근본에 대한 사색이 아쉽기는 하지만 진솔한 감정 표현과 용기 있는 글의 표현이 이 작품을 작품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