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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인류가 하늘을 날면서 공습은 시작되었다
요시다 도시히로 저자(글) · 김해경 , 안해룡 번역
휴머니스트 · 2008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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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이제는 바라보아야 할 진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격차에 주목한 『공습』. 공습을 가하는 조종사와 공습을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공간적 거리·격차, 적을 비인간적인 존재로밖에 볼 수 없는 가해자와 아픔이나 마음의 상처를 알릴 길이 없는 피해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격차, 나아가 정치경제적 거리·격차와 과학기술적 거리·격차까지 피해자가 흘린 피와 고통에 대한 무감각, 무관심을 불러오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저자는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공습이 가지는 인간 파괴의 논리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즉, 가해자 입장의 경제적인 논리 구성과 합리화를 피해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를 철저히 대상화하고 비인간화시키는 가해자들을 통렬히 규탄하며, 현장 취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습의 피해자가 타자가 아니라 '우리'이고, 타자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책은 공습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일관되게 존재하는 공습의 본질과 희생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부각시킨다. 공습은 20세기에 들어와 본격화되었다. 고로 이 책이 고발하는 것은 곧 20세기의 야만과 폭력인 것이다. 저자는 이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성찰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작가정보

(吉田敏浩)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1957년 오이타 현 우스키 시 출생. 1977년부터 미얀마, 태국,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아시아의 다양한 민족을 취재했다. 1985년 3월부터 88년 10월까지 미얀마 북부의 카친 주와 샨 주에서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카친 족과 함께 종군하면서 장기 취재했으며, 이를 기록한 《숲의 회랑(森の回廊)》으로 1996년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주로 현대 일본 사회의 삶과 죽음의 모습을 취재하고 있다. 한편 다시금 전쟁 국가로 변해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현장 취재를 통해 철저히 고발하고 있다.

번역 김해경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 소속의 저널리스트. 관심 분야는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이며, 주로 일본의 TV와 잡지에 기사를 싣고 있다. 〈한국 저널리스트가 본 북한〉(2005, TV아사히), 〈조국을 바라보며-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소녀의 여름〉(2006, NHK), 〈동북아시아 교류를 어떻게 넓힐까〉(2007, NHK 라디오) 등을 발표했다. 현재는 마이니치 신문사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의 ‘반도를 읽는다’ 코너에 한반도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번역 안해룡

다큐멘터리스트, 사진가, 저널리스트, 편집자, 사진 큐레이터. 직함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동북아를 넘나들며 일본과 중국, 러시아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역사를 취재해왔다. 최근에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와 이를 둘러싼 재일(在日) 커뮤니티에 대해 집중 취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재일조선인 위안부 송신도의 투쟁〉, 〈침묵의 외침〉 등이 있다. 《북녘의 일상풍경》, 《분단의 경계를 허무는 두 자이니치의 망향가》 등의 사진집을 편집했고, 역서로는《미디어 리터러시》(안미라 공역)가 있다.

목차

  • 한국어판 서문

    1. 공습이 가져온 죽음과 고통에 관하여
    아버지의 셔츠를 물들인 피
    유혈은 전쟁의 본질
    찢어질 듯한 전율의 공습 체험
    지상과 상공의 절대적 거리감
    피의 충격이 가져온 두려움
    알리 사크반의 가슴에 새겨진 아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압도적인 거리감
    민간인 피해자의 참상을 모르는 미국 국민
    일본인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의 간접적인 가해자
    아쓰기 기지의 활주로는 이라크로 통한다
    이라크 공습 피해의 실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미군 ‘오폭’의 진상
    신뢰할 수 없는 ‘핀 포인트 폭격’
    ‘정밀유도폭탄’의 사용은 실질적인 무차별 폭격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안고 피해자와 만나다
    아픔에 열린 감수성
    문제를 오도하는 ‘어쩔 수 없는 희생’론

    2. 공습의 역사, 폭력과 야만의 20세기
    판화에 새겨진 공습의 참상
    기구를 사용한 첫 폭격
    제1차 세계대전에 투입된 비행선
    항공병기의 주역, 비행기의 등장
    1911년 최초의 비행기 공습
    식민지 지배를 위한 폭격과 민간인 살상
    폭격기의 대형화와 사상자의 급증
    전략 폭격 정당화론의 탄생과 도시 폭격의 시작
    식민지 제압을 위해 구사된 ‘에어 파워’
    ‘임페리얼 폴리싱’은 대영제국 재정난의 결과
    열강이 전개한 게릴라와 민간인 소탕작전
    전술 폭격, 전략 폭격, ‘탄압 폭격’
    로버트 카파가 촬영한 ‘공습 아래의 사람들’
    게르니카에 표현된 공습 피해의 본질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적대 국민의 사기를 좌절시키는 ‘지역 폭격’
    영국과 독일의 대규모 보복 공습
    미군의 무차별 소이탄 투하-도쿄 대공습
    죽음의 불길에 휩싸인 사람들
    공습의 정점 원폭 투하
    피폭자의 질문 어린 눈
    끝나지 않은 공습의 고통-‘내부 피폭’, ‘내부 공습’

    3. 피폭, 상처, 그리고 성찰의 가능성
    원폭 피해를 입은 조선인 노동자
    한국으로 돌아온 피폭자의 가혹한 삶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폭’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
    일본을 넘어선 피폭
    일본군의 항공 여명기
    일본군의 첫 공습-칭다오 공격
    타이완 통치를 위한 위협 비행
    ‘약간의 사상자가 나왔다’-죄악감의 결핍
    경찰 항공반의 ‘번지 위협 비행’
    식민지 열강의 야욕과 오만
    우서 사건의 탄압에 사용된 폭격
    시베리아 출병에 투입된 항공부대
    조선 독립 무장 세력에 맞선 간도 출병
    만주사변과 상하이사변 당시 도시에 대한 무차별 폭격
    ‘오늘도 난징 대공습’-중일 전쟁으로 확대된 도시 폭격
    어느 정도의 민간인 희생은 어쩔 수 없다
    대량 살상과 사회 기반 붕괴를 노린 충칭 폭격
    유럽과 미국의 미디어가 보도한 중국의 참상
    폭격기의 조종사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항공 일본 전람회’에 몰려든 사람들과 군용기 헌납운동
    일본군의 충칭 폭격이 발단이 된 미군의 일본 초토화작전

    4. 진화하는 공습, 우주의 무기화
    미소 냉전과 핵 전략의 상승효과
    한국 전쟁에서 미군의 전략 폭격
    맥아더와 김일성
    확대되는 폭탄 투하량
    대륙간탄도탄(ICBM)의 등장-끝없는 미소의 군비 확장 경쟁
    제2차 세계대전 후 ‘탄압 폭격’을 강화한 영국과 프랑스
    제3세계에 침투한 ‘에어 파워’
    베트남 전쟁의 ‘북폭’
    프리 파이어 존
    미군의 폭탄 실험장이 된 베트남
    전후에도 계속되는 고엽제의 ‘내부 공습’
    미국의 정밀유도폭탄 개발 논리
    걸프 전쟁-미디어 조작의 이면에 감추어진 민간인 피해
    신형 폭탄 실험장
    유전자도 파괴하는 열화우라늄탄
    우주로 뻗은 군비 확장
    이라크 전쟁의 복선 ‘비행금지구역 설정’
    NATO군의 유고 공습을 ‘인도적 개입’이라 할 수 있을까?
    ‘우주의 군사화’에서 ‘우주의 무기화’로

    5. ‘어쩔 수 없는 희생’론을 해체한다
    공습의 역사 저변에 있는 것
    공습이 전쟁을 일찍 끝낼 수 있다?
    공습 정당화론의 배경-제1차 세계대전의 막대한 사상자 문제
    자국 병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공습의 비용 대비 효과
    적국 국민의 목숨은 ‘소모품’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한술 더 뜨는 미국의 공습 정당화론
    ‘부수적 피해’라는 이름의 계산된 살인
    ‘승리를 확실히 하고, 우리의 병사를 지킨다’-부시 정권의 속내
    세계를 전율시킨 미국의 교만과 독선적 정의감
    ‘해방과 자유’를 가져오는 공습은 있을 수 없다
    ‘네시서리 코스트’의 진의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강요된 희생’이다
    헤이그 평화회의의 ‘기한을 한정한’ 공습 금지 선언
    빠져나갈 구멍투성이인 ‘헤이그 항공전 규칙안’
    식민지에 대한 지배국의 차별의식과 무관심
    이름뿐인 ‘무차별 폭격 금지’ 원칙
    무차별 폭격을 재차 금지한 제네바 제조약 제1 추가의정서
    국제 인도법의 해석은 공습하는 측에 달려 있다

    6. 타자의 고통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가족의 시간을 단절하는 것
    끊어진 생명의 순환 고리
    피해자의 고통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
    미얀마 산골 마을과 일본군의 불발탄-역사에 파묻힌 것
    타자를 향한 시선의 문제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다
    죽은 정부군 병사와의 심리적 거리
    당신은……-3인칭에서 2인칭의 세계관으로

    후기
    역자 후기
    본문의 주

책 속으로

요시다 도시히로의 《공습》은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공습이 가지는 인간 파괴의 논리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가해자 입장의 경제적인 논리 구성과 합리화를 피해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공습의 공포. 그는 가해자들은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를 철저하게 대상화하면서 비인간화시키고 있음을 통렬히 규탄하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에 다가서지 않고 가해자 자신들의 피해, 그리고 자신들의 슬픔과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가해자의 논리를 철저하게 까부수고 있다.
요시다는 공습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정교하며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공습의 합리화 논리를 반박한다. 그의 논점은 철저한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공습의 피해자가 타자가 아니라 ‘우리’이고, 타자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과 고통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있다.
요시다의 문제 제기는 직접적인 가해와 피해의 당사자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의 집 위로 굉음을 내며 비행하는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공습의 당사자임을 인식시키면서 일본과 일본인이 공습의 간접적인 가해자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주한 미군의 원활한 타국으로의 파병을 용인한 한국과 한국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군 공습의 간접적인 가해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의 논리는 피해자의 논리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우리도 ‘가해자’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이제 군사적 한미동맹을 재정의하려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327~328쪽)

출판사 서평

1. 공습, 이제는 바라보아야 할 진실 - 이 책의 개요

공습, 空襲, air raid. 어떻게 표현해도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개념이다. 오히려 전투기나 미사일을 떠올리는 것이 빠를지 모른다. 지금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공습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무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가해국의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요시다 도시히로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거리·격차에 주목한다. 공습을 가하는 조종사와 공습을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공간적 거리·격차, 적을 비인간적인 존재로밖에 볼 수 없는 가해자와 아픔이나 마음의 상처를 알릴 길이 없는 피해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격차, 나아가 정치경제적 거리·격차와 과학기술적 거리·격차까지 피해자가 흘린 피와 고통에 대한 무감각, 무관심을 불러오는 이유들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또한 공습의 역사를 살펴보며 일관되게 존재하는 공습의 본질과 희생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20세기의 야만과 폭력을 드러내고 개인과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성찰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공습의 역사에서 언급되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지금의 이라크전쟁을 돌이켜보면 공습은 우리에게도 경험으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떨어지는 폭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안목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요시다 도시히로의 《공습》은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공습이 가지는 인간 파괴의 논리를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가해자 입장의 경제적인 논리 구성과 합리화를 피해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공습의 공포. 그는 가해자들은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를 철저하게 대상화하면서 비인간화시키고 있음을 통렬히 규탄하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에 다가서지 않고 가해자 자신들의 피해, 그리고 자신들의 슬픔과 고통만을 이야기하는 가해자의 논리를 철저하게 까부수고 있다.
요시다는 공습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정교하며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공습의 합리화 논리를 반박한다. 그의 논점은 철저한 현장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공습의 피해자가 타자가 아니라 ‘우리’이고, 타자의 아픔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과 고통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있다.
요시다의 문제 제기는 직접적인 가해와 피해의 당사자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의 집 위로 굉음을 내며 비행하는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공습의 당사자임을 인식시키면서 일본과 일본인이 공습의 간접적인 가해자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고 주한 미군의 원활한 타국으로의 파병을 용인한 한국과 한국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군 공습의 간접적인 가해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의 논리는 피해자의 논리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우리도 ‘가해자’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이제 군사적 한미동맹을 재정의하려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327~328쪽)

2. 공습의 역사, 폭력과 야만의 20세기 - 이 책의 주요 내용 1

예로부터 인간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1783년 프랑스에서 그 꿈이 이루어졌다. 몽골피에 형제가 기구를 띄우는데 성공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사람을 태운 기구가 하늘을 날았다. 유럽 각국은 그 순간부터 기구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기구와 비행선에 이어 항공병기의 주역 비행기가 등장했다. 1911년 이탈리아가 비행기를 이용한 최초의 공습을 감행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비행에 성공한 때가 1903년이니, 10년도 되지 않아 비행기는 이미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는 일종의 ‘공습 실험장’이었다. 지배국과 식민지 사이의 기술 격차는 일방적 폭력이었다.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폭격기가 대형화되고 사상자는 급증했다. 1차 세계대전은 국가 총력전이었고, 이는 전쟁과 공업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의미했다. 적국에 대한 공습은 전투부대를 향하는 것을 넘어, 후방에서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주요 시설들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민간인들에게 표적을 돌리고 있었다. 이런 ‘전략폭격’과 식민지에 대한 일방적 ‘탄압폭격’은 이중나선을 그리는 것처럼 서로 영향을 주며 공습의 역사를 진전시켰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마무리한 원폭 투하로 공습은 정점에 이르렀다. 순간을 넘어 세대로 이어지는 공습의 피해가 끝나지 않은 고통과 공포를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난 한 세기동안 ‘더 빠르게, 더 멀리서, 더 강력하게’를 고민했고 거침없이 실행에 옮겼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격차는 더욱 커졌고,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스스로를 제3자로 의식하며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 폭력과 야만의 20세기를 성찰하고 공존의 21세기를 기대해 볼 여지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공습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가해자들의 논리를 하나씩 짚어가며 철저하게 파헤친다.

3. ‘어쩔 수 없는 희생’은 ‘강요된 희생’이다 - 이 책의 주요 내용 2

1차 세계대전을 피로 물들인 공습 가해자들의 논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국가 총력전에 있어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승리를 위해서는 적의 부대뿐만 아니라 적국의 도시나 산업시설, 교통기관 등도 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공업생산력을 파괴하고 노동력의 담당자인 적국민도 살상하여 공포를 느끼게 하면서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논리를 따르면 당연히 엄청난 민간인 사상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논리를 제시한다. ‘폭격으로 적국의 공업생산력을 파괴하고, 적의 국민을 살상하고, 공포를 조장하고, 사기를 저하시키면 적국은 전쟁을 계속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이것은 적국에게 조기 항복을 강요하기 위한 것과 연관된다. 결과적으로 전쟁을 조기에 끝내면 전쟁의 희생자는 적어진다. 그래서 과거 육군에 의한 지상 전력 중심의 전쟁보다도 유혈이 감소하기 때문에 보다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논리를 관통하는 전제는 자국 병사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국 국민의 생명을 완전히 소모품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수적 피해’, ‘오폭’,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 수사를 사용한다. 예기치 못한 피해가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다시 말해 의도하지 않은 피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수적 피해와 오폭의 발생은 필연적인 ‘계산된 피해’이며 ‘계산된 살인’이다. 그들 스스로 ‘목표나 상황 다음으로 인명에 대한 배려는 두 번째가 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수사들은 자기가 피해자의 입장에 선다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다. 철저하게 가해자의 시점과 편의에 의해 사용된 단어들이다. 가해자는 주체(능동적 존재)에 서고, 피해자는 객체(수동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결국 전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자유와 해방을 이루겠다는 가해자들의 논리는, 주체로서의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갈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할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거스르는 모순임을 알 수 있다. ‘국제인도법’, ‘무차별 폭격 금지 원칙’, 국제적 무력 분쟁의 희생자 보호를 위한 ‘제네바 제조약 제1 추가의정서’ 같은 국제적 약속 또한 정치적 우위에 있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해석되어 이름만 남아 있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으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어떻게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서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4. 타자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 이 책의 주요 내용 3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순간으로 꼽히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일본인, 식민지 사람들, 피지배 국민, 교전 상태의 적국 국민 등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얽혀 있었다. 이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전쟁을 반복했던 역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역사가 원폭 투하와 관계되어 있다.
일본이 경험한 공습 가해자로서의 역사 역시 식민지에 대한 일방적 폭격과 무차별 폭격, 전략 폭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주요 교전국이던 중국에 대한 무차별 공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7년 뒤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도쿄대공습과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와 인과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무자비한 공습에 대해 미국은 ‘눈에는 눈’이라는 대일 전략을 세웠고, 이에 기초해 일본에 대한 공습이 정점에 이르렀다.
이처럼 일본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했다. 공습 체험자는 자신이 겪었던 피해의 상처와 아픔을 통해 타국 공습 피해자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릴 수 있다. 중국에서 일본이 행한 공습도 중국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공습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도 중국에서 일본이 행한 공습과 일본에서 미국이 행한 공습이 가져온 참화의 내용을 알면 나라나 민족, 종교의 차이를 넘어 공습 피해자의 아픔과 슬픔의 공통성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기억한다. 이를 떠올리는 것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공습의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간격을 다소나마 줄이려는 노력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여러 내전에서의 개인적 체험을 넘어서 일본인으로서의 자각을 통한 성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알린 일본인으로서 타자의 아픔에 대한 질문을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타자의 고통에 대한 열린 감수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3인칭에 놓았던 공습의 피해자들을 ‘그’가 아닌 2인칭의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할 때, 공습의 문제는 나와 우리의 문제로 메아리쳐 다가올 것이다.

공습 피해자 가족의 시간에 대해 내 나름대로 배려를 하며 생각을 하더라도 그들과 내 가족 사이에는 역시 도저히 메우기 힘든 격차, 넘어서기 힘든 격차가 존재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은 너무나도 멀다. 그곳에서는 많은 피가 흐르고 있지만 이곳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수난, 고난의 유무. 그들이 딱딱하고 날카로운 금속 파편에 몸이 찢겨나가고 있을 때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들의 몸이 꼬이고 비틀어져 아파하고, 고통받고, 슬퍼하고 있을 때 나는 밥을 먹고 있었다. 이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나는 내전 중이던 미얀마 북부 카친 주와 샨 주를 방문했을 때 자치권을 위해 싸우는 소수민족 게릴라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사상자를 목격한 적이 있다. 그날 저녁 음식을 먹지 못하지도 않았고, 좀처럼 잠을 잘 수는 없었지만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죽은 본인이나 유족, 즉 당사자와 제삼자인 타인, 즉 비당사자의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당시 같은 땅에 있었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더라도 역시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나는 실감했다. 당사자의 아픔을 상상하거나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거나 내 몸 가까이 끌어당겨 헤아려보는 것이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왜 자신에게도 힘든 공습 피해자의 아픔에 대해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왜 무관심으로 외면할 수 없는 것일까?
우선 하나는 집 상공을 오늘도 미군의 항공모함 함재기가 날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공습을 하고 돌아온 이 제트기는 아쓰기 기지를 거점으로 훈련 비행을 반복하고 있다. 기종이 일부 바뀌기는 했지만 이라크에서 공습을 하고 돌아온 조종사가 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전쟁을 위해 다시 실력을 연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는 멀다. 가본 적도 없는 나라이지만 이렇게 매일 미군기가 머리 위를 날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습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제트기가 폭음으로 요동치면서 알리 사크반의 가족과 같은 이라크의 여러 가정에 죽음과 출혈, 그리고 공포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제트기가 주일 미군 기지에서 출격한 후 돌아와 일본의 하늘을 날고 있다는 현실을,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에서(304~306쪽)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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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8622468
발행(출시)일자 2008년 06월 05일
쪽수 335쪽
크기
148 * 210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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