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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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안적 여행법을 찾는 이들을 위한, 총 일곱 개의 서울 도시 산책의 경로를 제시한다. 경로상의 주요 도시공간들을 담아낸 시원시원한 그림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아, 평소 자주 지나면서도 눈여겨보지 못했던 장소들에 대한 새로운 주목을 이끈다. 공간과 건축, 도시에 대한 탁월한 감식안을 지닌 지은이가 선보이는 인문적 도시 걷기를 통해, 서울의 근현대 생활·문화사를 간접 체험하며 ‘나의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인지’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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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프롤로그_ 도시 걷기의 시작
[제1부] 서울역 동측 : 도심과 남산
[첫 번째 걷기] 붉은 벽돌로 조응한 근대와 현대의 켜
: 서소문동, 정동 일대 | 서학당길
[두 번째 걷기] 시간이 멈춘 동네를 뒤흔든 슬로 라이프의 욕망
: 세종로 서측, 서촌 일대
[세 번째 걷기] 경성의 핫플레이스 너머, 모던 서울의 둔중한 기념비
: 남대문로, 명동 일대 | 청계천, 세운상가
[네 번째 걷기] 일제가 떠난 자리, 남산 아래 주거지의 흥망성쇠
: 동자동, 후암동 | 해방촌
[제2부] 서울역 서측 : 구릉지와 철길
[다섯 번째 걷기] 구릉 위 내려앉은 서울역 뒤 삶의 터전
: 중림동, 충정로 | 아현동, 환일길 | 청파동, 원효로1가
[여섯 번째 걷기] 열차 떠난 자리에 들어선 도시의 새 살과 힘줄
새창고개, 도화동 | 경의선숲길, 와우교 | 신촌연결선 흔적 | 연세대 앞 대학촌
[일곱 번째 걷기] 웅크린 산 아래, 연기 잦아든 문화발전소의 굴뚝
: 와우산, 홍대앞 | 당인리선 흔적, 발전소 앞
에필로그_ 도시 걷기의 마무리
집필에 도움을 준 자료들
책 속으로
도시형 한옥은 이른바 ‘집장사집’으로서, 전통 한옥의 특징을 갖추면서도 도시환경에 맞게 개량되어 당시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날 서촌에 남아 있는 대다수 한옥은 그 당시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서촌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도시형 한옥에 의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오늘날 특별할 것 없는 대다수 집장사집들 역시 언젠가 재평가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89쪽)
낡은 콘크리트 계단을 밟고 ‘김수근의 공중 가로’ 위에 올라와봤다. 세운상가 일대의 험하고 괄괄한 경관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이런 곳에 이런 무지막지한 건물이 들어선 것도 놀라운 일이었고, 이 무지막지한 곳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생각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서울시의 미래다. 다만 소심하게 믿어볼 뿐이다. 미시적으론 좌충우돌,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더라도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127쪽)
해방을 맞이하고 전쟁을 겪고 난 이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존이었다. 계단을 딛고 높이 올라가야 쓰러져가는 판잣집이라도 얻어 지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먹고사는 일이 좀 나아지면서 이번엔 주거환경의 질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계단의 한가운데에는 화단이 조성되고, 나무가 심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면서 계단에는 경사형 승강기가 설치되었다. 이렇듯 녹록하지 않던 시대적 가치에 의해 주물된 108하늘계단 앞에 서면 왠지 숙연한 마음이 든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계단에는 점차 인간적인 가치가 덧씌워지는 듯하다. 앞으로 또 어떠한 가치가 이 계단을 변화시킬지 오래오래 지켜볼 일이다. (151쪽)
해방촌에서 벗어나 녹사평대로에서 다시 해방촌 구릉지를 바라본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 저 거대한 생명체의 주름 하나하나에는 해방촌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마치 레코드판의 소리골처럼 꼼꼼하게 기록, 저장되어 있을 것이리라. 어떤 동네는 도시재생, 그리고 어떤 동네는 대규모 재개발이라는 각기 다른 운명의 길을 걷고 있다. 아마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나의 스케치 중 몇몇은 도통 어느 동네의 풍경을 그린 것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161쪽)
건축물에도 인격이 있다면 성요셉아파트의 인격은 겸손이겠다. 겸손의 미덕은 평면에서도 발견된다. 남쪽으로 완만하게 굽은 도로의 형상을 따라 아파트도 동일하게 마디를 굽히고 있다. 건물이 땅의 형상을 따르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경사지에 들어서는 요즘 아파트들이 대지를 반듯하게 짓누르고 굽은 도로를 똑바르게 펴낸 땅 위에 거만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나의 의견에 수긍이 갈 것이다. (175쪽)
좁다란 골목길에서 건축물의 온전한 얼굴을 바라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굽은 길 그리고 경사진 길에선 각도를 달리하며 드러나는 건축물의 얼굴을 비교적 쉽게 바라볼 수 있다. 얼굴을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가 더욱 긴밀해지는 것처럼, 건축물의 얼굴, 입면이 잘 보이는 길일수록 걷기가 흥미롭고 공간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서둘러 지나치게 되는 다른 통과 길과 달리 환일길에서 나의 걸음걸이가 진중해짐은 이 때문일 것이다. 도시 속에서 나는 좀 진중하게 걷고 싶다. (193쪽)
4월 흐드러지게 핀 벚꽃 동산을 걷고 있노라면 용산선의 수난과 역경의 기나긴 여정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하다. 도심 한복판에 이토록 아름다운 벚꽃길이 조성될 수 있었던 배경과 과정을 놓고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일제가 강요한 제국주의의 흔적은 비록 좌충우돌할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에 의해 조금씩 바로잡히고 있다. 그래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향연 속에서도, 숲길 옆에 들어선 술집과 카페에서의 한바탕 흥겨운 시간 속에서도, 이 비워져 있는 공간에 담긴 역사를 되짚어봄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소소한 일상조차 거저 얻어진 것은 없으니 말이다. (246쪽)
오늘 다시금 와우교에 올라서니 다리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푸른 숲이 낯설다. 사라진 철길뿐만 아니라, 철길로부터 등을 돌렸던 건물들이 언제 그런 적 있었냐는 듯이 공원을 향해 독특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거리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곳이 이렇게 쾌적한 공간이 될 수 있었고, 이렇게 활기 넘치는 곳이 될 수 있었던가 새삼 놀랍다. 그러고 보면 도시의 빈 공간(void)은 역시 사람으로 채워져야 비로소 찬란하게 빛나게 됨을 다시금 확인한다. (251쪽)
신촌의 도시형 한옥은 하루빨리 철거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자, 금싸라기 땅을 생으로 놀리고 있는 천덕꾸러기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 많던 도시형 한옥들은 대부분 철거되었으며 지금은 극히 일부만이 남아 있다. 도시형 한옥이 비교적 잘 보존된 인사동과 삼청동, 북촌, 서촌, 익선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지난 십수 년간의 유행만 놓고 본다면, 결과적으로 신촌은 지역색이 살아 있는 상권으로 재조명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생각하면, 신촌은 애초부터 비물질적 가치나 여유 따위는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치열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현장으로 계획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58쪽)
와우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해방촌, 아현동과 같은 구릉지에도 수많은 시민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거나, 세운상가나 청계고가도로를 능가하는 또 다른 도시 흉물이 서울 곳곳에 기념비처럼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김 시장의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모든 것들을 깔끔하게 철거하고 또 다른 토건 신화를 이어갔을 수도 있다. 분명히 지금의 서울과는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도시학자와 건축가들에겐 더 많은 숙제가 주어졌을 것이다. (286쪽)
건축가들이 서교365에 대해 논할 때 유독 기억이란 개념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이 낡아빠진 건물군에서 건축의 3요소인 기능, 구조, 미를 모두 제거한 후에도 콘크리트, 철, 유리, 나무의 표면과 틈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무엇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인 에피소드부터 사회, 집단적인 사건과 역사까지, 이 모두를 아우르는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압축될 수 있겠다. 기억은 구상적이고 물질적인 건축물에 시간이란 추상적 관념을 연결시키는 매개체와 같다. 비록 서교365를 살린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정작 살인적인 임대료 때문에 이 건물을 떠나야 했던 또 한 번의 아이러니가 있긴 하지만, 서교365는 그러한 시간까지 물질적인 형상으로 품게 되었다. 과연 이 기억의 집합체는 홍대의 어느 시간까지 품게 될 것인지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다. (297~298쪽)
서울화력발전소의 역사는 앞서 둘러봤던 동네들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 일제강점기 처음 들어선 발전소는 해방 후 우리 손에 넘어왔다. 개발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일제가 지정해준 위치에 별다른 고민 없이 발전소를 확장하였고 이내 새로운 시대의 서울에는 적합하지 못한 장소였음을 깨달았다. 2000년대 들어서 서울시는 발전소 처리에 대해 고민했다. 재개발 방식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하였다. 어쨌거나 발전소는 서울시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서울화력발전소에 새롭게 씌워질 다른 역사의 한 켜가 발전소 주변 동네, 나아가 서울시의 오래된 미래를 제시할 하나의 이정표가 되길 말이다. (311쪽)
도처에 흥미롭고 주위를 끄는 것들이 너무 많은 오늘날, 도시 그리고 동네의 역사에 도통 관심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무작정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비교적 가볍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걷기 덕분에 장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길 것이고, 그러한 애정은 장소의 역사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이렇게 장소의 역사를 알게 됨으로써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며, 다시 그러한 경험은 개인의 심상지리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320~321쪽)
출판사 서평
드로잉으로 다시 만나는 서울,
도시 걷기로 즐기는 서울 인문 여행
코로나19로 정지되다시피 했던 세상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타지로의 여행은 조심스럽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동과 모임이 여전히 쉽지 않은 이런 ‘위드 코로나’ 환경에서, 그간 묵묵히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던 도시공간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여기, 차근차근 주변을 걸으며 거리 곳곳에 새겨진 도시의 무늬를 재발견해낸 드로잉 에세이가 있다.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은 뚜벅뚜벅 서울을 걸으며 목격한 도시의 시간과 공간들을 풍성한 글과 그림으로 선보인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도심과 그 주변 거리들에 서린 근현대 삶과 문화의 흔적들을 한 켜 한 켜 꺼내 보임으로써 도시공간의 인문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시원시원한 그림들을 통해 공간의 미감을 새삼 만끽하는 가운데, 경로 곳곳에 적층된 시·공간의 정체성을 하나하나 짚어 나아가는 ‘서울 인문 산책+드로잉 에세이’이다.
서울의 삶과 시간이 오롯이 쌓인 곳,
서울역 동서남북의 도심과 골목을 산책하다
지은이 이종욱은 산업시설 건축설계를 수행하는 건축사다. 그는 직업인으로서의 활동과 별개로, 10년 가까이 서울 곳곳을 직접 답사하고 스케치하며 도시·건축·공간에 대한 기록과 반추와 해석을 이어왔다.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도시의 익숙한 공간들, 그래서 평소 관심 갖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곳들. 그 속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던 도시의 시간들을, 지은이는 예리한 눈길로 살피고 다감한 손길로 보듬는다. 그렇게 도시의 무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시간의 흔적들을 새로이 발견하는 순간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책은 총 일곱 개로 구성된 서울 도시 산책의 경로를 제시한다. 걷기의 시작점은 오랜 세월 서울의 관문이자 상징이었던 서울역이다. 서울역 동편, 숭례문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와 그 주변부, 그리고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경로를 1부로 편성했다. 이어 서울역 서편의 널따란 구릉지 일원과 옛 경의선 및 그 지선들의 흔적을 따르는 세 개의 경로를 2부로 묶었다. 행정구역으로 보자면 1부의 경로들은 서울 중구·종로구·용산구 일부, 2부의 경로들은 중구·용산구·마포구·서대문구 일부에 해당한다.
서울역 동측 원도심, 그리고 남산 자락
: 정동, 서촌, 명동, 을지로, 후암동, 해방촌
1부의 걷기 경로들은 시간성에 중점을 두고 선정했다. 일제강점기의 도심 재편, 해방 후 1990년대까지의 개발 시대, 2000년대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상을 선연히 보여주는 경로들이다. 첫 번째 경로인 정동과 서학당길에서는 100여 년 전 정동 일대에 들어선 ‘붉은 벽돌’ 건축물들의 형성 배경에 이어, 1970~80년대 서학당길에 연달아 들어선 한국 현대건축 거장들의 ‘붉은 벽돌’ 건축물의 시대적 의의를 살핀다. 두 번째 경로인 세종로 서측 및 서촌 일대에서는 도심 안쪽 낙후 상업지와 조용하던 서민 주거지가 2000년대 이후, 시대의 새로운 욕망에 의해 어떻게 이지러졌는지 톺아본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경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도시 구조와 조직이 현대 서울의 가로 형성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 번째 경로 초입의 명동 일대에서는 일제의 오리엔탈리즘이 서린 근대건축물을 만나보고, 개발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청계천과 을지로, 세운상가에서는 1960~70년대는 물론 2000년대 이후에도 반복된 섣부른 개발의 몽상을 꼬집는다. 네 번째 경로인 후암동과 해방촌 일대에서는 이 지역에 일제의 신사(神社)와 문화주택지가 들어선 뒤 형성된 공간적 특색을 살핀다. 아울러 해방 후 남산 자락을 타고 오른 서민 주거지의 생명력과, 근래 이곳 역시 피하지 못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를 짚어본다.
서울역 서측 구릉지, 그리고 옛 경의선 흔적
: 중림·아현·청파동, 경의선숲길, 신촌, 홍대앞
2부의 경로들은 구릉이라는 지형적 특색, 그리고 도시 구조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철도라는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서울역 서측으로 나서면 시작되는 이 경로들에도 일제강점기와 개발 시대, 2000년대 이후라는 시간성이 흔적 혹은 상처로 새겨져 있다. 다섯 번째 경로는 중림동과 미근동, 충정로에서 목격되는 한국 아파트 역사의 산증인들을 살피며 시작한다. 이어 아현동 환일길과 서계·청파동에서는 구릉지를 타고 오른 저층 서민 주거지와 그곳을 포위해가는 고층 재개발지구의 대비에 주목하고, 원효로로 향하는 길목에선 일제강점기 이후 이 지역 가로 구조의 흥미로운 변화상을 소개한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경로는 철로 흔적을 따라 이어진다. 먼저 여섯 번째 경로는 경의선숲길을 따른다. 도화동과 공덕동 일대에서 1960~80년대 ‘근대화’와 ‘개발’ 시대의 유산들을 차례로 만난 뒤, 경의선숲길 대흥·신수동 구간에서는 옛 경의선(용산선)의 수난사를 훑는다. 그리고 옛 신촌연결선이 만들어놓은 창천동 서측 가로 풍경과 신촌 일대 도시 구조의 특색을 살핀다. 마지막 일곱 번째 경로는 와우산을 거쳐 ‘홍대앞’ 권역을 밟는다. 옛 당인리선과 ‘홍대앞’ 현상이 함께 빚어낸 이곳 특유의 가로 특징을 확인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이 일대의 변질 혹은 변모에서 서울 도시공간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기대를 아울러 엿본다.
나의 도시가 궁금하다면? 일단 걸어보라!
지은이는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서울 걷기를 매듭짓는다. 서울살이를 막 시작한 20대 초반, 그는 철거된 당산철교를 우회하느라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넜다. 그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절두산 순교성지, 그 우측에 길게 자리한 발전소, 그리고 차량들이 꼬리를 무는 강변북로의 광경은, 새내기 건축학도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도시의 인상적인 이미지였다. 우리도 물론 자기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갖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매일 발 딛고 있음에도 ‘나의 도시’를 제대로 경험하고 관찰하려 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조언한다. “무작정 걸어보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걷기 덕분에 장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길 것이고, 그러한 애정은 장소의 역사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장소의 역사를 알게 됨으로써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도시와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식안은, 그곳을 향해 성큼 내민 첫 한 걸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이 선보이는 인문적 도시 걷기를 통해, ‘나의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인지’ 알아가는 재미를 맛보길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88958078791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1월 25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67 * 230
* 27
mm
/ 67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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