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같은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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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초/중/고 추천도서 > 아침독서 초등학생 추천도서 > 2018년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18년 2월 2주 선정
어른들이 높이 쌓아 올린 편견의 벽, 그 벽에 갇혀 세상을 좁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반대편에서 소외되어 차별받는 아이들이 공존하는 세상. 어긋난 두 모습 모두가 우리의 현실임을 작가는 부정하지 않는다.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보다, 물질주의와 서열주의로 이루어진 어른들의 가치관을 빠르게 흡수할수록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여섯 편의 이야기 속에는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대치되기보다, 너와 나를 가르는 편견의 세계에 들어가 힘을 갖춘 아이들과 그 세계에 들어가지 못한 외로운 아이들이 서로 갈등한다. 작가는 아이들의 현실 세계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면서, 그런 세계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고 혼자된 아이들이 살아가는 ‘외로움’이라는 세상을 성공적으로 그려 낸다.
작가정보
광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2009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고 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제3회 정채봉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장편동화 『늦게 피는 꽃』, 『엄마 딸 하정연이야』, 『얄미운 내 꼬리』, 『형이 되는 시합』, 동화집 『껌 좀 떼지 뭐』, 『가출 같은 외출』 등이 있다.
그림/만화 김미화
목차
-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
[쑥ː]
그날, 우리는
가출 같은 외출
망월동 삼거리
날 좀 내버려 둬
작가의 말
책 속으로
6학년 들어 처음으로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고 들어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오금을 톡톡 건드렸다.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돌아보니, 5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던 민영이었다. 드러내 놓고 괴롭히지는 않지만 실수인 척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반 전체를 휘젓는 아이. 내가 찍힌 건가, 쟤를 이길 수 있을까, 가슴이 철렁하면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냉정한 척 침을 삼키고 민영이에게 향했다. 민영이가 애들이랑 이야기하는 걸 들었던 게 떠올랐다.
“너, 바비 인형 좋아하지?”
“어. 난 옷 사는 게 취민데.”
뜨거운 물 한 바가지에 살얼음이 풀린 것처럼 민영이 목소리가 변했다. 나도 자신이 생겨 한껏 부풀렸다.
“옷 한 벌 선물해 줄게.”
“너도 바비 마니아였구나!”
민영이는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람처럼 왜 주는지, 그런 건 묻지도 않았다. 나는 다음 날 인터넷에서 주문한 분홍색 드레스 한 벌을 가져다줬다. 그 뒤로 민영이는 급식실에서 자기 오른쪽 자리를 내줬다. 쉬는 시간이나 청소 시간에도 불러 같이 수다를 떨었다. 민영이와 같이 있으면 청소를 안 해도 책상 위에서 발을 달랑거려도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다. 더 신기한 건 민영이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와 손동작이 커졌다는 거다. 가끔 민영이가 원하는 물건을 사 주거나, 돈을 주면서 내 존재를 확인시켜 주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끝이었다. -14~15쪽
“틀린 문제 다시 풀어 와. 그리고 참, 요즘 학교에서 돈 뺏기는 일이 있다던데, 우리 반에는 그런 사람 없지……?”
가슴이 철렁했다. 몇 마디 선생님 말이 더 이어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현이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간 칠판 앞에서 있었던 일보다 더 큰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려고 한 일이 아니었는데.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이었다.
“순간의 실수가 뒤늦은 후회를 불러온다. 항상 조심하자. 알았지?”
힘주어 마무리하는 선생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난 돈을 뺏은 적은 없어. 받은 것도 없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말았다. -39~40쪽
“결국 애 엄마가 바람난 거지. 그 집안은 끝장이고.”
5학년 선생님들이 모두 모인 데서 우리 담임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다른 선생님들은 당황해하며 이야기를 끝내자는 눈치였지만 담임 선생님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러면서 내 등까지 토닥였다.
“그래도 잘 살 수 있지? 엄마 없는 애들이 한둘이야? 선생님을 아빠라 생각하고 어려운 일 있을 때 찾아와. 알았지?”
솔직하게 말한 내 자신이 한심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함께 날 위해 주는 척하는 선생님도 미웠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자 빈방에서 몸을 돌돌 말고 공벌레가 되어 웅크리고 있었다. 가끔 전화벨이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혹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화기를 들었는데 뭘 미납했으니 언제까지 내라는 안내였다. 그 뒤로는 일절 전화를 안 받았다.
금방 소문이 퍼졌는지 마트나 문구점에서까지 나를 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다. 이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알 수 있는 거다. 돌아서면 뒤통수가 따가웠다. 자연스럽게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103~104쪽
출판사 서평
“뭘 줄 때만 친구니? 좋은 집 살아야만 친구야?”
“그런 게 어딨냐? 계약이라는 게 있는데.”
“맨날 가게 지키느라 놀지도 못 하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거짓말이 툭 튀어나오게 만들고, 친구를 슬슬 피하게 하고,
느닷없이 주먹을 날리게 만드는 말, 말, 말!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은 내세울 것 없는 가정환경 속에서도 자신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는 마음씨 고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또래 사회로 진입하며 또 다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가족이란 존재가 숨기고 싶거나 부끄럽거나 무거운 짐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엄마 아빠의 어긋난 관계로 주눅 들어 자신의 환경을 숨기려고만 하는 영주(「진짜는 나쁘지 않았다」), 동생을 위해 돈을 모으려 했던 일이 점점 꼬여만 가는 상진이(「쑥ː」), 식당과 민박을 겸하고 있는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버젓한 외출 한번 해 본 적 없지만 윽박지르는 말만 들을 뿐인 주령이(「가출 같은 외출」), 엄마 없는 아이라는 편견에 대항해 잔뜩 위악을 부리는 채민이(「날 좀 내버려 둬」). 돈으로 힘 있는 친구의 마음을 사야 하고, 우정이 아닌 ‘계약’을 운운하며, 가난을 대놓고 무시하는 폭력적인 말들에 모두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외부의 편견이 호명한 자신의 정체성에 아이들은 마음 한구석이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먹구름이 한 차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사건이 되었을 때, 영주는 “뭘 줄 때만 친구니? 좋은 집 살아야만 친구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상진이는 길에서 얼핏 본 친구를 피해 숨어들고, 주령이는 가출 같은 외출을 결심하고, 채민이는 친구를 때리고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거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함께해서 더 상처받고, 더욱 외로워진다는 걸 일찌감치 경험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야기의 끝에서 마음속에 먹구름이 끼었을 때만이 그 어두워진 마음을 소나기처럼 쏟아 놓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진실된 정체성을 마주하게 되는 성장의 비결을 맛보게 된다는 걸 깨닫는다. 비록 외부의 상황은 변함없을지라도 말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현재진행형으로 담아 낸 기억의 문학
특별히 이 동화집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단편동화가 2편이나 실려 있다. 「그날, 우리는」은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초등학생 정우가 보고 겪은 하루의 상황을 그리고 있고, 「망월동 삼거리」는 1980년 이후의 세대를 주인공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작품이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듯 혹은 평가하듯 늘어놓지 않는다.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고, 누구도 쉽게 설명해 주지 못하는 그 사건에 대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해 못하면 못하는 대로, 느끼는 만큼 생각하고, 기억하고, 판단해 보고자 하는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 놓았다. 또한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이제는 역사가 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지나가 버린 일이 아니라, 지금 가까운 이웃에게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임을 기억하도록 이끌고 있다.
[주요 내용]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 - 영주는 두 집 살림을 하는 아빠와 그 사실이 부끄러워 집 안에 숨어 있기만 하는 엄마라는 가정환경을 숨기고 친구들에게 자신을 둘러대다 지쳐 간다.
「쑥ː」 - 상진이는 돈이 필요해 친구의 숙제를 대신 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돈은 받지 못한 채 점점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된다.
「그날, 우리는」 - 아직 세상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의 눈으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당시를 바라보는 역사 동화이다.
「가출 같은 외출」 -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는 집안에서 눈치만 늘어 부모님의 가게 일을 도우며 좋아하는 일 하나 마음 놓고 해 본 적 없는 주령이는 착한 딸 행세는 그만두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려고 가출 같은 외출을 감행한다.
「망월동 삼거리」 -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역사 속의 일로 여기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우리 이웃 중에 여전히 그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에서 도망가고 싶은 아이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9858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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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18년 02월 15일 | ||
쪽수 | 120쪽 | ||
크기 |
141 * 213
* 12
mm
/ 254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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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미래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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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제품안전인증 |
KC마크는 이 제품이 공통 안전기준에 적합하였음을 의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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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중량 | 141 * 213 * 12 mm / 254 g |
제조자 (수입자) | 푸른책들 |
A/S책임자&연락처 | 푸른책들 / 02-581-0334~5 |
취급방법 및 주의사항 | 책 모서리가 날카로우니 던지거나 떨어뜨리지 마세요. |
제조일자 | 2018.0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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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 | 이미지 참조 | ||
재질 | 이미지 참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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