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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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이용포는 1966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1990년 ‘문학과 비평’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단편동화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로 제3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느티는 아프다』, 『이휘소, 못다 핀 천재 물리학자』, 『버드나무를 찾아서』,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등이 있다.
목차
-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수제비
지은이의 말
책 읽는 가족 여러분에게
출판사 서평
♣ 뭐? 할머니가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라고?
# 1. 햇살 좋은 주말, 파고다 공원. 한창 연둣빛으로 싱싱함을 뽐내는 나무 아래에서 조금의 틈도 없이 빽빽이 모여 있는 무채색의 노인들. 삼삼오오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기도 하고, 혹은 아무 할 일 없이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봄 햇살을 쬐고 있는 노인들. 그들은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일까?
# 2. 햇살 좋은 주말, 모 방송국 음악 프로 녹화장.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태진아. 노란색 스카프를 흔들며 <아줌마> 노래를 따라 부르고, 목청껏 ‘태진아 오빠’를 외치며 열광하는 50여 명의 노인들. 그들은 왜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장면(#1)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익숙한 장면이다. ‘노인’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런데 두 번째 장면(#2)은 약간 낯설다. 연예인을 따라 다니며 열광하는 노인들이라니…….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두 장면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노인들의 실제 모습이다.
이미 우리 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평균 수명도 약 80세 정도로 예전보다 엄청나게 늘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도, 자식들 다 키워 독립시키고도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노인들 앞에 기다리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존재 의미도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 의미 없이 보내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노인들도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노인들, 주유소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이제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기에 이용포 작가의 동화집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푸른책들, 2007)이 더욱 반갑다. 이 동화집에는 모두 5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외롭게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묵묵히 남편과 자식들 뒤치다꺼리만 하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 자식들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홀대하자 할머니와 함께 한강에 뛰어들려는 할아버지 등 다섯 편 모두 노인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노인들의 구차하고 어두운 면만을 드러낸 동화들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용포 작가의 동화들을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노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임을, 우리와 동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다.
♣ 주요 내용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 -다섯 살배기 환이는 버럭 할배의 틀니를 악어라며 무서워한다. 환이의 형 ‘나’는 휴지를 버리거나 욕하거나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 대는 버럭 할배를 싫어한다. 그러다 사실은 버럭 할배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동화는 틀니를 악어로 착각하는 아이의 상상력도 재미있지만 독거노인인 버럭 할배의 쓸쓸함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그 동안 남편과 자식들, 심지어 손녀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할머니가 컴퓨터, 사교댄스, 운전,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태진아 팬클럽 회장까지 한다. ‘나’와 할아버지는 갑자기 변한 할머니가 못마땅하다. 그러다 할머니와 함께 고아원에 가게 되고, 할머니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 버림받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동화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던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찾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자식들을 키운 할머니는 처지가 비슷한 꽃집 할아버지를 만나 외로움을 달래다 재혼을 결심한게 된다. 그러나 식구들은 할머니의 재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동화는 노인의 연애담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통해 노인도 사랑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보여 주고 있다.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첫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이 셋이나 딸린 두 번째 남편을 만나 살아온 할머니는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남편을 뒷바라지했지만 치매에 걸리게 된다. 자식들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홀대한다. 이 동화는 치매에 걸려 자식들에게 짐이 되자, 한강에 뛰어들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수제비」 -장성한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시골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는 늘 자식들과 손자 손녀의 전화를 기다린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는 늘 전화벨이 울리는 환청에 시달린다. 그러다 비오는 날, 남편과 자식들이 좋아하던 수제비를 한 솥 가득 끓인다. 이 동화는 할머니의 외로움이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한다.
♣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동화집!
이용포 작가는 청소년 장편소설 『느티는 아프다』(푸른책들, 2006)에서 도시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탁월하게 그려 냈는데, 이번 동화집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에서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소중한 지혜를 낡았다는 이유로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무시한다. 심지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퇴물 취급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되고 있다. 쓸모 없는 물건을 구석에 숨겨 놓듯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른 척한다. 그런데 이용포 작가는 우리가 구석에 꼭꼭 숨겨 놓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을 들추어 낸다. 그리고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동화집은 참으로 좋은 점이 많다. 입말을 맛깔스럽게 잘 살리고 있다든지, 아이들의 재미있는 상상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동화집에는 가족의 정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이 동화집을 읽으면서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7981092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5월 20일 | ||
쪽수 | 135쪽 | ||
크기 |
173 * 225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책읽는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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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를 다룬 동화다. 앞으로 이런 동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평균 수명이 더욱 늘어가니 때문에 노년의 삶은 더 길어지는데 그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대비는 요즈음 국가 차원에서도 상당히 애쓰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문제는 노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 같은 사회적인 경로사상에서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노인들의 마음에 대해 잘 알려주는 글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이 책에는 ‘버럭 할배 입 속에 악어가 산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수제비’, 이렇게 5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버럭 할배 입 속에 악어가 산다’는 혼자 사는 할아버지의 쓸쓸함을 그린 동화다. 할아버지의 동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에 참견을 하는 것으로 쓸쓸함을 이겨낸다. 그걸 모르고 동네 아이들은 그 할아버지를 버럭 할배가 부른다. 버럭 할배는 우연히 사귄 동네 꼬마를 집으로 초대하고는, 그 꼬마 손님이 집에 놀러 올 생각에 너무나 행복해 한다.
표제가 된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은 노년에 뒤늦게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하고 사는 할머니에 대한 얘기다. 집에서 살림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억눌려 살던 할머니는 뒤늦게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을 하고서는 가수 태진아의 팬클럽 회장이 된다. 식구들은 이런 할머니의 변화가 못마땅하지만 나중에는 할머니가 좋은 일을 하심을 알게 되고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는 할머니의 재혼 문제를 다루고 있고,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는 전처소생의 아들이 자신을 엄마로 인정해 주지 않아 한이 맺혀 치매에 걸린 할머니 이야기이다. ‘수제비’는 자식들을 다 떠나보내고 전화라도 오기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을 보여주는 동화다.
모두 다 현재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느끼는 마음들일 것이다. 나도 곧 이렇게 될 텐데, 누구라도 이런 시기를 거쳐야 할 텐데, 우리가 너무나 그분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 어른인 나도 헤아리지 못하고 사는 어르신들의 마음인데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야 어떻겠는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글이라도 읽어서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옛날처럼 대가족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었다면 가까이서 보고 들어서라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지금 같은 사회에서는 이렇게 책이 아니면 알 수가 없는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꼭 읽어보길 권한다.
느티는 아프다를 읽고 이용표 작가를 알게 되었었다.
인간냄새 물씬 나는 작품을 즐겨하는 나는 이런 감동적인 내용이 좋다.
여러 단편적인 내용들이 소외된 노인들의 삶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외로이 살기에 화만 내는 버럭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어버이달을 맞이하여 그런지 내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 다 남의 이야기 같지만 않다.
아이의 눈에서 보는 할아버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화만 버럭 버럭 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마음의 버럭 할배이다.
동생 환이의 눈에는 할아버지의 틀니가 악어처럼 보인다. 길에 넘어져 우는 동생을 데려와 약을 발라주는 할배의 모습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할배와는 다르다.
아이가 그리워, 사람이 그리워 할아버지는 화만 냈던 게 아니었을까?
순종적이기만 하던 할머니의 색다른 변신은 손녀인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여자라기보다는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무조건 가슴을 내리 쓸며 참고 살아왔던 할머니가 막내를 결혼시키고는 이혼하신다기에 극구 만류하다 결론지어졌다.
이혼대신에 할머니가 남은 생애동안 하시고 싶은 건 다 하며 살겠다고 말이다.
태진아 팬 클럽의 회장이 되어 귀걸이도 차고 빨간색 립스틱도 칠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교 댄스에 인라인 수강과 운전까지 하신다.
할머니의 반란에 당황하는 할아버지와 나는 고아원 봉사를 하는 모습의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손녀가 선물한 싸구려 귀걸이를 (너무 야하다시며 손사래를 치던 그 귀걸이를) 하신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한 싸구려 귀걸이를 한 할머니가 자꾸 안쓰럽기만 하다.
한평생을 자신의 희생으로만 인내해왔던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치매 걸린 할머니를 뒷바라지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또한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지금 세대에 얼마나 치매 노인들의 비율이 높아지는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낳은 자식도 싫다고 떠나는 판에 남의 새끼를 키우느라 가슴이 무너져 내리던 심정을 누가 알까 싶다. 못된 짓만 일삼고 끝내 어머니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던 둘째 아들은 자신이 선물한 촌스런 분홍 빛나는 스카프를 아직도 기억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바탕 울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거다. 그런 자식의 모습에 또한 내심 흐뭇해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과연 자식사랑이란 부모의 끝없는 내리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외로운 노인의 모습은 이제 전화가 울리는 환청으로까지 들린다.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조차 자주 하지 않는 내게 책의 내용은 날 눈물짓게 만든다.
자식이 뭔지 다른 것도 해드리는 게 없는데 그깟 전화하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전화도 자주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비가 오는 날씨에 자식들을 위해 수제비를 한 솥 끓여놓는 외로운 할머니가 꼭 우리 어머니 같이 느껴진다. 말로는 매번 오지 말라지만 얼마나 자식이 오는 걸 기다리고 계실런지... 지금 바로 어머니, 잘 계신지 전화부터 걸어야겠다.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에 실린 이용포 작가의 단편동화 5편은 모두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잠깐! 혹시 나처럼 노인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동화가 인자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노인과 고분고분하고 착한 어린이, 또는 착하지 않았다가 착해지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바른생활 이야기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비정형화된 방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매우 끌린다!
처음의 두 편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와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 특히 그렇다. 이야기는 버럭할배와 팬클럽 회장님을 초등학생 저-중학년쯤 되었을 주인공의 시각으로 서술되었는데, 이 녀석들의 말폼새가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다(속마음이야 어땠든지). 주인없는 화분을 챙겨가고, 동네 아이들에게 버럭버럭 잔소리를 하는 버럭할배가 싫다는 것을 아이는 감추지 않는다. 1층에 사는 할배를 3598층 쯤으로 이사시키고 싶다고 하고, 컵 속에 들어있는 할배의 틀니를 보고 '아싸! 딸 걸렸어!'라고 쾌재를 부른다. 또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 된 할머니를 보고 손녀는 주책이라고 창피해하고, 할머니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목록을 댈 때마다 속으로 비꼬며 딴지를 건다. 물론 아이들은 자기가 몰랐던 버럭할배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달라진다는(아마 달라졌을 것이다) 결론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솔직한 보통의 아이들이어서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 읽는 어른이 그렇게 느낄 정도이니 아이들이라면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지 않겠는가.
나머지 세 편은 앞에서만큼 비정형화된 방식을 보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노인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다 솔직하게 다소 파격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반듯한(?) 동화와는 차별화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가 '지은이의 말'에서 밝혔던, 노인은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재미' 위에 얹어 놓은 셈.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은 동화이다.
요즘 청소년들 팬클럽이 점점 세력화 되고 그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잔하요.
그런데 웬 태진아? 했지요.
책을 읽다보니 5편의 단편 모두가 노인 이야기네요.
평생을 조용히 참고만 살다가 나이 들어 자기 목소리 내며 살려는 할머니와
뒤늦게 맘에 맞는 남자 친구를 만난 할머니, 버럭 소릴 질러대지만 사실 맘속엔 사랑이
넘치는 할아버지, 객지로 나간 자식을 그리워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사실 그대로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아이 셋 달린 남자와 재혼해 살며 갖은 고생 다 했지만
치매에 걸리자 키워준 자식들에게 구박 받는 할머니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미련스럽게 진달래색 보자기를 둘러쓰고 다닌 이유가
말썽쟁이 둘째 아들이 언젠가 선물한 스카프 색깔과 같아서 그렇다는
대목에선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어요.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날 키워주신 건 할머니 였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해보지 못했네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노인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엄마도 할머니가 된다는 말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해 봐야 겠어요.
그리고 노인들의 문제를 다룬 동화들이 모여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이 나왔네요. 이 동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묵직한 무게와 가숨뭉클한 감동에 있는 것 같아요. 늙고 추하고 퇴물이 되어버린 노인들의 마른 논바닥 같은 일상들을 어쩜 이리 싱싱한 겉절이처럼 맛나게 버무려 놓았을까요?
표제작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은 옥경이라는 할머니가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평생을 참고살다가 노년에 태진아 팬클럽 회장이 되어 활력을 찾아가는 내용이에요. 노년은 시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네요. 팬클럽 회장이 되고 고아원 봉사도 열심히 하고 남편과 해묵은 갈등도 해소하게되는 귀여운 옥경 할머니이야기가 웃음 뒤에 찡한 감동을 주네요.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 라는 동화는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할머니와 가난한 꽃집 할머니가 화초를 사랑하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연애담이에요. 늙어서 주책이라구요. 참 아름답고 애절하네요. 구안와사에 걸린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착한 꽃집할아버지! 한 평생 희생만 한 할머니에게 주책이라며 외면하는 가족들이 참 이기적이네요.
수제비는 참 슬픈 이야기에요. 비 오는 날 수제비를 한 솥이나 끓여대는 할머니, 울리지도 않은 전화의 환청에 시달리는 치매걸린 독거 할머니의 슬픈 독백이 장대비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네요. 먹을 사람도 없는데 그 한 솥의 수제비는 누가 다 먹을까요?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도 슬픈 노인들의 청사진이에요. 처녀의 몸으로 자식이 딸린 자신에게 시집와서 희생만 하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두고 먼저 가면 친부모가 아닌 할머니를 자식들이 푸대접 할까봐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참 슬프게 그리고 참 재미있게 그려낸 작가의 마음이 참 아름답네요. 이용포 작가는 항상 소외되고 외로운 것들에게 많은 연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이 책을 읽고 어른들은 부모님에게,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노인이 된다는 게 쭈글쭈글 추한 모습이 아니라 그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