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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문답

천지와 인물에 대한 일탈적 우화 | 양장본 Hardcover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18
홍대용 저자(글) · 문중양 번역
아카넷 · 2019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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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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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의 일탈적이고 파격적인 주장을 담은 의산문답,
당대의 시공간적 맥락에 맞는 독해법을 제시하다
일반적으로 『의산문답』은 홍대용이 실옹(實翁)과 허자(虛子)라는 두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고, 이들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과학 사상을 전개하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의 원리뿐만 아니라 천체와 기상 현상, 인류 역사의 탄생 등 천문, 역법, 산술, 지질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다양한 이론이 전개된다. 특히 홍대용이 땅이 원형(구형)임을 주장하고 무한우주에서의 다세계설을 펼치는 사색의 근대성은 큰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의 차원에서 ‘사람과 사물은 균등하다’는 인물균(人物均)과 ‘중화와 이적은 같다’는 ‘화이일야(華夷一也)’를 주장한 내용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상식으로 볼 때 일탈적이고 파격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이 책의 역해자 문중양 교수에 따르면 『의산문답』은 당대의 시공간의 맥락을 살펴서 읽어야 한다. 가령 홍대용의 후배 이규경은 홍대용의 다세계설을 우언으로서 호사가들의 좋은 이야깃거리였다고 일축했다.

“정인보 이래 대부분의 근대 연구자들은 『의산문답』에서 지구 중심의 편협하고 유한한 우주를 넘어선 무한우주에서의 다세계설을 펼치는 사색의 근대성을 보았다. 그러나 홍대용의 후배 이규경은 홍대용의 다세계설을 우언으로서 호사가들의 좋은 이야깃거리였다고 일축했다. 그 거리가 너무나 멀다. 『의산문답』의 이야기를 우화로 보면 특권 지배 세력으로서 여유 있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던 홍대용이 펼친 과격한 논의들을 이해할 수 있다. 원굉도가 『장자』의 우화를 흉내 내어 더 황당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처럼 조선 유학자 홍대용도 『의산문답』에서 유학자로서의 영역을 넘나드는 지적 유희를 펼쳤다고 볼 수는 없을까.”(<해제> 에서)

실제로 『의산문답』의 편찬과 출간내력을 살펴보면 1930년대 이전 조선시대에 『의산문답』은 널리 유통되지 않았고 홍대용과 교류가 있는 노론계 학인들 중심으로 소수에게만 필사본으로만 회람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의산문답』은 정인보와 같은 일제 식민지기 조선학운동을 펼치던 국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 과학의 부재’를 통탄하며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해 과학적 지식을 창출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조선학운동가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보였다. 정인보가 ‘실학적 지식’을 규정하면서 과학을 중심에 두었던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의산문답』은 홍대용의 사상과 지식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정인보는 『의산문답』의 핵심 내용을 지구설과 지동설, 그리고 ‘역외춘추론’으로 알려진 탈화이론적 세계관으로 요약했다. 그러나 역해자가 보기에 정인보와 같은 1930년대 ‘실학’ 연구 선구자들의 『의산문답』 읽기는 우리가 갖고 있던 근대성의 필터를 거친 것으로서 역사적 맥락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역해자는 “오래전에 쓰인 텍스트를 읽을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이 독자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적 위치에서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독자가 가진 근대 학문의 필터를 지우고 텍스트가 쓰인 오래전 당대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그럴 때 텍스트의 저자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당시 조선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놀라운 통찰력이 담겨 있고, 전통 유교의 성리학과 근대적인 서양과학 사이에 서 있는 홍대용 자신의 두 가지 면모를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팁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홍대용

(洪大容, 1731~ 1783) - 조선후기 영조·정조대에 활동했던 조선의 대표적인 사대부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노론 낙론계 학인을 이끌었던 김원행의 석실서원에서 공부하던 모범적인 성리학자였던 홍대용은 성장하면서 혼천의와 자명종을 제작하는 등 과학연구에 매진하는 일탈적 지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생일대 최고의 경험이었던 북경 여행을 글로 담은 「간정동회우록」과 「연기」는 북학파 학인 등 조선의 개방적 유학자들을 감동시켰다. 최신의 수리천문학 이론을 정리한 『주해수용』과 지구·지동설을 비롯해 상대적 우주론과 ‘중화와 오랑캐는 같다’는 파격적 주장을 담은 『의산문답』은 그를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만들었다. 40대 중반 9개월 동안 서연에서 세손이었던 정조를 가르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계산통계학과에서 이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에서 역사학으로서 과학사를 공부했다. ‘조선후기의 수리학(水利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우주론을 중심으로 서구과학과 조선과학의 만남 양상과 성취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요즘에는 19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과학활동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지만 세종대 과학의 성취와 역사성을 중심으로 여말선초 시기로 연구가 옮겨가고 있다. 대표 저서로 『조선후기 水利學과 水利담론』, 『우리역사 과학기행』(2006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선정한 ‘올해의 책’), 『조선후기 과학사상사: 서구 우주론과 조선 천지관의 만남』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 해제 천지와 인물에 대한 ‘일탈적’ 우화 11

    1부 헛된 공부였음을 인정하다
    1. 세상을 등지고 의무여산에 은거할 뜻을 품다 25
    2. 지난 공부의 헛됨을 반성하고 가르침을 청하다 33
    3. 사람이 사물과 다른 이치에 대해 묻고 논하다 46

    2부 우주의 새로운 원리를 살펴보다
    4. 기(氣)에서 우주가 생성되다 63
    5. 땅은 구형이다 72
    6. 지구의 메커니즘 우주의 무상하와 지면 위의 상하의 형세 80
    7. 지구의 모두가 정계(正界) 93
    8. 지전이 어떻게 가능한가 99
    9. 서양의 지동설 부정에 대하여 106
    10. 티코 모델에서 무중심의 우주 모델로의 전환 112
    11. 고리 모양의 수 많은 은하계를 상상하다 또 다른 세계의 공간 118
    12. 소옹의 원회운세설을 부정하다 122
    13. 다른 세계를 유력(遊歷)하고픈 허자의 욕망을 질타하다 126
    14. 지구는 왜 자전만 하나 무겁고 둔하기 때문이다 137

    3부 천체와 기상 현상을 살펴보다
    15. 고전적 천문관을 비판하고 분야설을 수정하다 143
    16. 달 가운데 명암의 형상을 묻다 152
    17. 하늘의 구조와 별들의 운행에 대하여 157
    18. 요사한 별과 오행성의 밝기에 대하여 162
    19. 일식과 재이론에 대하여 166
    20. 기상 현상 1 바람·구름·비·눈·서리·우박·천둥·번개·무지개·무리 171
    21. 기상 현상 2 청몽기차에 대하여 181
    22. 기상 현상 3 지구설과 햇빛의 경사각에 의한 기후의 차이 186
    23. 음양오행설과 인물의 근원으로서 태양 불의 역할 191

    4부 땅에 대하여 논하다
    24. 북고남저의 지세 203
    25. 낮과 밤의 지역 간 장단에 대하여 206
    26. 바다와 조석에 대하여 209
    27. 지각 변동에 대하여 산 위의 조개껍질과 곤과 우의 치수 사업 216
    28. 땅은 활물(活物)이다 221
    29. 음택풍수와 적절한 장례법 225
    30. 음택풍수와 동기감응에 대하여 235

    5부 인류 역사를 새로 쓰다
    31. 천지 생성 이후 인류 사회의 탄생 243
    32. 중화 문명의 부침의 역사 252
    33. 중화와 이적은 같다 267
    참고문헌 273
    찾아보기 279

책 속으로

* 홍대용의 실제 연행 경험과는 달리 허자는 큰 기대를 걸고 간 북경에서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다. 결국 허자는 속세에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통감하고, 세속을 떠나 은둔하리라 맘먹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허자가 탄식하며 내던진 말이 흥미롭다. 주공이 쇠하고, 철인이 사라졌으며, 내가 배운 유학이 틀린 것이란 말이냐며 탄식한 것이다. 주공이 쇠했음은 중화의 문명이 이 세상에서 없어졌음이다. 철인이 사라졌음은 공자와 맹자, 주자와 같은 위대한 학자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화의 문명이 사라지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학자가 없어졌으니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들 알아줄 리가 만무할 것이다. 탄식의 화살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으로까지 향한다. 2000년을 이어온 유학 지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30년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남은 생은 어떡할 것인가. 허자가 향한 곳은 ‘의무여산’이다.(31쪽)


* 허자가 말했다. “옛사람들은 ‘천원지방(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이라 했는데 지금 선생께서 땅의 형체가 둥글다 하니, 왜 그렇습니까?”
실옹이 말했다. 심하도다, 사람을 깨우쳐주기가 어렵구나. 모든 만물이 모양(形)을 둥글게 형성하지 모나게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땅은 어떻겠는가.
달이 해를 가려 일식이 일어나는데, 그 식의 형체가 반드시 둥그니(이로 보아) 달의 형체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땅이 해를 가려 월식이 일어나는데, 그 식의 형체가 또한 둥그니 땅의 형체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월식이라는 것은 땅의 거울이다. 월식을 보고도 땅이 원형임을 모르면 이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지 아니한가?
옛날 증자의 설에 의하면 “천원지방이라면 네 귀퉁이가 서로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이다. 무릇 ‘하늘이 둥글고 땅이 모나다’는 것은 (각각) 그 덕을 말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대는 고인이 기록해 전한 말을 믿고 그러는 것이겠지만 현재 눈앞에서 실증한 경우와 어찌 같겠는가.(73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7336380
발행(출시)일자 2019년 07월 30일
쪽수 288쪽
크기
162 * 222 * 29 mm / 638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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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의 천지와 인물에 대한 지적 모험의 욕망과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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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힙니다. 시점에 따라 책이 따르게 읽힙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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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물이 척박하다 하여 사냥과 고기잡이를 남벌하면서 새와 짐승, 물고기가 타고난 수명을 다하지 못하게 되었다.
의산문답
지난 공부의 헛됨을 반성하고 가르침을 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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