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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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14)
작가정보
저자(글)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파리 7대학에서 수학했다. 지은 책으로 『은유, 그 형식과 의미작용』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천재의 역사 2』, 『카산드라』, 『카르멘』, 『모데라토 칸타빌레』, 『죽음에 이르는 병』, 『발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상상』, 『모프라』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목차
- 서문 /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메리메의 소설에서 메이야크와 알레비의 대본으로 : 같은 점과 다른 점 /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카르멘은 과연 신화인가? / 피에르 브뤼넬
마담 카르멘 / 자크 샤보
개와 늑대 사이 / 베니토 펠레그린
'삶의 열정과 죽음의 충동' : 에스카미요와 돈 호세 사이의 카르멘 /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황소의 노래 또는 장르의 유동성 / 데이비스 월스
'사연이 많은 여인', 여인들의 사연 /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카르멘의 남성적 특징 / 카린 사포르타
디오뉘소스와 카르멘 : 광포한 에로스 / 미셀 마페솔리
디오뉘소스적 영감 / 엘리자베스 라부 랄로
역자의 말 / 참고 문헌
기본정보
ISBN | 9788957070291 | ||
---|---|---|---|
발행(출시)일자 | 2004년 07월 05일 | ||
쪽수 | 212쪽 | ||
크기 |
153 * 216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피귀르 미틱 총서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Carmen/Rallo, Elisabeth Ravou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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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카르멘의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는 도발적이다. 교태가 깃든 멜로디, 강렬한 가사.
그녀가 좋아하게 되면 그는 조심해야 한다. 카르멘의 사랑은 위험하고 또 허망하다.
카르멘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깊은 산속 어느 담배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다. 그녀는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바람기가 많아 한다스 정도의 애인을 거느리고 있지만 호세에게 말하듯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사랑은 마치 바람처럼 남자들 사이를 옮겨다닌다. 그런 카르멘이 우울하고 정직한 병사 돈 호세에게 꽃을 날려 이마를 맞힌다. 마탄의 사수가 쏜 사랑의 총알을 맞은듯 호세는 카르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간다. 그녀의 매혹, 그녀의 자유로움. 하지만 호세는 그녀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고 카르멘은 또다시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사랑하게 된다. 질투에 불타는 호세는 결국 카르멘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음과도, 심연과도 같은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감기고 호세는 자수하여 감옥에 갇힌다.
카르멘은 여러 문화적 코드로 해석되어진다. 팜프파탈의 이미지로, 바람둥이 요부 창녀의 이미지로, 자유의 상징으로, 여성판 돈주앙으로. 이 책은 카르멘이라는, 하나의 작품에서 탄생한 여자가 소설 밖으로 빠져나와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을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하여 수많은 문화코드로 재해석된 것을, 여러 논문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 해석은 다양하고 깊어 1800년대 소설가 메리메에 의해 창조된 이 여자가 신화의 반열에 올랐다는 느낌을 준다.
카르멘은 여성이지만 남성이고, 그녀의 말대로 '단 한번도 굴복한 적 없는' 자유이다. 바람과 같이 가볍고 시간은 그녀에게는 조금도 머물지 못한다. 그녀는 그야말로 새처럼 세상을 날아다니는 것이다. 남편도 없고 정해진 애인도 없고 이남자 저남자를 내키는 대로 전전하면서 월경기간에는 그를 뜻하는 붉은 꽃을 머리에 꽂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매혹적인 미인에게는 항상 남자들이 따라다닌다. 그들은 합창한다. '한번만 나를 사랑해주오, 카르멘. 단 한번만' 그들은 알고 있다. 그녀의 사랑은 결코 머무는 무엇이 아니라는 것을.
돈 호세는 남성이지만 여성적이다. 그는 규율에 얽매여있고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군인인 그는 어느날 광장에서 카르멘을 만나고 카르멘은 어설피 서있는 제복차림의 그를 꼬여내 자유로운 산속 밀수업자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그녀는 그의 규율을 부숨으로서 질서로 유지되는 사회에 저항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카르멘을 가부장적 질서속에 얽매고 만다. 사실 그녀의 사랑은 땅에 매인 사랑이 아니다. 하늘을 누비는 사랑, 자유로운 여신인 것이다. 한 남자의 수호는 그녀에게 필요가 없다. 그녀는 이 지상의 어떤 남자보다 강한 여자다. 아무곳에도 머물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책임도 없고 굴복하지 않는 그녀의 심장이 이끄는대로 정처없이 떠도는 '집시'다. 결국 그녀가 호세에게 으르렁거리며 던진 말처럼 '개와 늑대는 공존하지 못한다'.
결국 머물기를 거절한 그녀의 자유는 호세의 단검아래 붉은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그녀가 처음에 예언한 대로 호세는 그녀에게 죽음을 가져다줄 남자였다. 죽음과도 같이 검은 눈동자가 호세를 지켜보고 그는 자수라는 길을 선택함으로서 규율의 세계, 어머니가 지배하는 세계로 돌아간다. 한편 카르멘은 죽음을 통해 영원한 승리, 자유를 쟁취하게 된다. 그녀가 죽는 순간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황소를 죽인다. 그녀의 붉은 피, 황소의 붉은 피. 그녀는 짐승화되고 남성화되고 그 이후에 무형화된다. 무형화된 자유의 상징. 호세는 단검을 쥐고 묻는다.'마지막으로 묻겠어. 내게 돌아올테야?' 그녀는 죽음을 예감하면서 전율로 몸을 떤다. 용감한 검은 눈은 반짝이고 그녀는 도리질치며 격렬히 저항한다. '싫어!싫어!싫단 말야! 나는 당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카르멘은 단 한번도 굴복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녀는 분노한 남자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굴복하지 않은 그녀의 자유로움은 바람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책속의 한구절이 유난히 눈을 끌었다.'카르멘은 자유롭게 태어나 자유롭게 살다가 자유롭게 죽을 거여요' 그녀를 예속하고 속박하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곳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자유로웠다. 돈 주앙이나 카사노바처럼 '정복'한 애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어리석음조차 그녀에게는 없다. 그녀에게는 스쳐지나가면 그뿐, 마음이 떠나면 그뿐이다. '정복'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사랑'인 것이다. 따라서 기록도 없다. 그녀는 자유 자체이기 때문에 머물거나 기억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녀는 못된 여자다. 사람의 마음을 희롱하고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지지 않는다. 책임과 의무를 등에 가득 지고 느린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들은 질시의 눈으로 그녀를 요부, 창녀, 악녀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미칠듯한 매혹이지 않는가. 누구의 손에도 잡히지 않고 바람처럼 가볍고 피처럼 뜨겁고 솔직한 사랑. 그녀는 사랑의 원형, 가공되지 않은 원시의 자유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녀를 책속에서 불러내 미칠듯이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단 한번만 단 한번만 나를 사랑해주오, 카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