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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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편자 김석환은 1953년 충북 영동 출생. 명지대 문학박사. 198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6년 '시문학' 천료. 시집 '어느 클라리넷 주자의 오후' 외 3권. 논문 '정지용시의 기호학적 연구' 외 다수.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편자 이은봉은 1953년 충남 공주 출생. 숭실대 문학박사. 1984년 '창작과 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 시집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 '무엇이 너를 키우니',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책바위' 외 다수. 저서 '실사구시의 시학', '화두 또는 호기심' 외 다수.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편자 이승하는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외. 시론집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찾아서',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외.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목차
- 1. 강경호 늙은 색소폰 연주자
2. 강영은 트롬세탁기에 관한 보고서
3. 강회진 명옥헌
4. 강희안 소금의 유혹
5. 고영민 꽃 마중
6. 고형렬 푸른 얼음의 물고기
7. 공광규 은행나무
8. 구석본 식사
9. 김기택 나무
10. 김남조 숭례문
11. 김명리 먼 입술
12. 김백겸 제련소
13. 김사이 오래전 그날
14. 김상미 위대한 양파
15. 김석환 觀魚臺에 올라
16. 김소연 고독에 대한 해석
17. 김승희 모차르트의 엉덩이 2
18. 김영찬 L의 외출
19. 김완하 물소리
20. 김정인 자루의 속성
21. 김종미 질투
22. 김종철 민어회를 씹으며
23. 김지순 물렁물렁 계단
24. 김해자 어진내에 두고 온 나
25. 김후영 비극을 수선하다
26. 나태주 신기루
27. 노향림 춘방다방
28. 류인서 위조화폐
29. 맹문재 벚꽃에 들어앉다
30. 문 숙 양파링
31. 문정희 어머니의 시
32. 박남희 지퍼를 이해하는 법
33. 박미산 대머리 박홍조씨와 화투치기
34. 박선희 아름다운 비명
35. 박완호 백곡 간다
36. 박정원 별똥별
37. 박제천 고주랑 망태랑
38. 박종국 섹스의 색
39. 박현수 슴베라는 말을 배우다
40. 박형준 무덤 사이에서
41. 박홍점 모가리
42. 방민호 스윙
43. 백무산 내가 계절이다
44. 서안나 불타는 문장-백련사 동백림
45. 손순미 냉장고, 냉장고야
46. 손한옥 오해
47. 손현숙 맞서다
48. 손현철 석류(石榴)
49. 송경동 시인이라는 것
50. 신달자 내 앞에 비 내리고
51. 신현정 콧수염
52. 심인숙 진수성찬
53. 양문규 곡우
54. 오세영 울음
55. 오정국 진흙들 -불려 나오지 못한 목소리
55. 오탁번 운수 좋은 날
57. 위상진 쉼표 박물관
58. 유안진 농담, 최소한 셋이라?!
59. 유정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60. 유홍준 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에 관하여
61. 윤석산 陳設
62. 윤정구 隱蘭草 은난초
63. 윤제림 꽃을 심었다
64. 윤향기 To. 잔느 에뷔테른 -당신, 그려도 될까요? From. 모딜리아니
65. 이가림 촛불 소묘 ㆍ 1
66. 이덕규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소리
67. 이명수 두고 온 왕촌
68. 이선영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없다
69. 이성부 시멘트 길
70. 이순주 13월의 개나리꽃
71. 이승하 항하에 와서 울다
72. 이승희 시절, 불빛
73. 이시영 한 동네 사는 여자
74. 이영식 침묵의 재구성
75. 이영혜 네모난 여자
76. 이운룡 말에 대한 백지의 생각
77. 이윤학 퇴촌
78. 이은규 물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은 누가 지울까
79. 이은봉 물고기
80. 이정록 기도
81. 이정섭 해부학 교실
82. 이정주 나무
83. 이종암 무논의 책
84. 이주희 동백꽃
85. 이혜선 새소리 택배
86. 임곤택 플라타너스
87. 임승빈 촛불
88. 임 윤 새떼에 휩쓸리다
89. 장경린 블랙 먼데이 3
90. 장철문 고막이 터지는 때?
91. 장현숙 선장
92. 전건호 변압기
93. 전 숙 주름
94. 전윤호 법흥사 발전소
95. 정끝별 세 권의 미래
96. 정우영 눈눈눈
97. 정유화 맨손의 노래
98. 정준영 백설기와 라일락
99. 정진규 삶은 감자 세 알
100. 조기조 유산
101. 조오현 여행
102. 조은길 고래
103. 조정권 벚꽃하품
104. 주종환 2009, 10, 8일 날씨 흐림
105. 차승호 코 빠뜨리는 이야기
106. 차주일 돈키호테의 배수진
107. 최금녀 무생물도 봄을 기다린다
108. 최금진 집에 못 들어가는 사람
109. 최동호 반구대 향유고래 사랑 노래
110. 최두석 그 놋숟가락
111. 최문자 저체온증
112. 최진화 밀랍인형들이 사는 거리
113. 표성배 1000일
114. 하종오 저지레의 가족사
115. 한영옥 遊覽
116. 한우진 완결(?缺)
117. 허의행 첫사랑
118. 허홍구 이준희
119. 홍일표 거울의 식성
출판사 서평
2010 오늘의 시를 말하다
2009년 한국시의 지형도는 위태로웠다. 이 한 해에 창간된 문예지만 해도 10종 가까이 되었다. 따라서 그에 따라 발표되는 시 또한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시단의 이러한 외적 풍요로움이 질적 향상을 가져왔는가는 한번 돌아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문예지에 실린 작품이라고 하여 다 좋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방에서 발간되는 문예지, 역사가 짧은 문예지, 대수롭지 않게 봤던 문예지에서도 좋은 시를 발견하는 기쁨을 얻는 기회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별된 작품들 중에는 무명 시인의 작품도 있다. 문예지를 폭 넓게 보려고 애를 썼고, 시인의 이름이 주는 무게에 좌우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시인 지망생들의 지표가 될 만한 시’와 함께 시인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는 기분을 가지면서 친절한 해설자의 역할을 다하는 해설도 함께 실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6407432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3월 02일 |
쪽수 | 304쪽 |
크기 |
112 * 152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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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김석환 이은봉 이승하 맹문재 편이라고 적혀 있길래 이 네 사람의 시만을 모아 출간한 책인 줄 잠시 착각했다. 알고 보니 2009년 수백 권의 문예지에 발표된 많은 시들 중 119편의 시를 네 사람이 선정했다는 말이었다. 이전에 다른 책을 통해 읽은 시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들이 처음 읽는 시라서 신선했다.(그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는 뜻도 되지만)
아무래도 한 시인의 시가 아니다보니, 시인들이 나름대로 엄선해 놓은 시편들이라 보니 옮겨적어 두고 싶은 시들이 꽤 있었다. 공감되는 시도 여러 편 있었고, 재미있진 않았지만 정끝별 시인의 '세 권의 미래' 처럼 이렇게도 시를 쓰는구나 독특하다 여긴 시도 있었다. 세 권의 책 때문에 놓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세 번이라니...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흔히 하는 말처럼 쓸 게 없다라는 말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말인지, 그만큼 글쓰는 사람의 무능력을 대변하는 말이 없겠구나 싶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시도 많았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이여, 지금은 꽃이 미어져나오는 때
너와 나의 것이
막무가내로 삐져나오는구나
네 가슴이 소란으로 터지고
내가 겨울 건너온 가지처럼 피폐할 때
내가 믿지 않은 것이 비집고 나와서
잊혀진 지뢰처럼 터지는구나
이 폭발을 위하여
너와 내가 걸레쪽처럼 찌들어서
사냥개와 오소리처럼 물어뜯었구나
지금 피어나서
사라지는 수수백천만의 불꽃처럼
화염처럼
스러지고 또 피어나는구나
이 소란을 위하여
너와 내가
장다리처럼 말라 보트라지고 뿌리가 짓물렀구나
사랑이여,
지금은 검은 생강나무 가지에서
노란 꽃무리가
눌러 쟁인 울화처럼
열꽃처럼 터지는 때
마른 껍질 밑으로 물을 끌어올린
산버들 가지에서
새 새끼 주둥이 같은 잎사귀들이 삐져나와서
고막이 터지는 때
- 장철문, 고막이 터지는 때, 『작가세계』(2009. 여름)
어둠의 망망대해에 포장마차 한 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기울어진 수평으로 절룩거리며
거센 물살을 헤치고 있다
배 안에는 한때 원양어선을 타고
참치 떼를 쫓아 바다를 누볐을 선장이
펄떡거리는 오징어를 건져 올려
마구 뿜어댄 먹물 같은 어둠을
하얗게 닦아내고 있다
어깨엔 소금기 밴 땀의 흔적
지우지도 못하고 자꾸 무릎이 꺾이는지
등을 보이며 안장 있다가 일어서곤 했다
이따금 그물을 던지기 위해
팽팽한 불빛으로 지평선처럼 물러나 있는
밤의 언저리를 서성거렸으나
바람만 날을 세우며 지나갔다
목이 타는지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고는
향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새벽의 검푸른 파도가 덮쳐오는
골목을 향해 키를 돌리고
낯익은 뱃길을 따라 천천히 언덕으로 오르며
그 끝에는 양철대문이 등대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 장현숙, 선장, 『다층』(2009.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