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을 가리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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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원의 첫 평론집. 현대문학상 수상작 수록
작가정보
작가의 말
세목 또는 디테일이라고 표현하는 세세한 것들. 나는 그것을 얼룩이라고, 흔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모든 텍스트에는 그것을 가공한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도자기라고 해도 자세히 보면 도공의 손길이 남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창작자들의 꿈은 그것을 아무런 가공의 흔적이 없는 것처럼, 마치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얼룩 위에 덧칠을 해서 보이지 않게 하고, 어떤 이는 일부러 다른 흔적을 만들어 진위를 구별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텍스트는 ‘얼룩을 가리는(隱蔽/隱匿) 손’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읽는 일은 그 얼룩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 읽는 사람은, 언뜻 보면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 기이하거나 괴상한 것들, 일부러 무질서하게 배열된 것들, 덮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진 것들을 찾아 그 얼룩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다가간다. 읽기는 ‘얼룩을 가리는(分別/搜査) 손’에서 시작된다. 손과 손이 무수히 뒤엉키는 과정이 읽는 일이다. 2021년 가을 서희원
목차
- 책머리에
1부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
소설의 얼룩-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도서관의 미친 소설가들
노인을 위한 문학은 아직 젊다
헤테로토피아의 설계자들 혹은 희망적 괴물-오한기와 정지돈의 단편소설에 대하여
'괴물'과 공모한 인간들의 불안-나홍진의 〈추격자〉를 읽는다
2부 한낱의 인간
유랑하는 인간, 세계의 개인-김영하의 『검은 꽃』
근대 세계 체제의 알레고리 혹은 가능성의 비극-강영숙의 『리나』를 읽는다
역사의 폐허를 재현하는 실재의 시선-편혜영과 백가흠의 소설
페스트 시대의 소설-김애란, 윤이형, 강영숙의 소설에 대하여
키치적 구원과 구원 없는 삶
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우연 또는 시적 상상력의 소설-조현론
3부 Dies Irae
분노의 날
폭력의 미래 혹은 문학의 진화
죽음이 말하지 못한 것, 문학이 말하는 것-박성원과 김유진의 소설
비평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향해-서영채, 류보선의 비평에 대하여
‘여성’의 두 얼굴, 메두사와 바우보-김민정론
아마도 아프니까-이제니 시의 실렙시스와 윤리에 대한 시론(試論)
4부 이왕이면 책을 읽는 꿈으로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아마 꿈을 꾸겠지-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우아하고 감상적인 살인의 리듬-김언수의 『설계자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자아-임영태의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In Cold Water-정유정의 『7년의 밤』
싱크홀-정아은의 『잠실동 사람들』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 』
책 속으로
이것은 순서이다. 책 그리고 삶이다. 책 또는 삶이 아니다. 먼저 문학이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삶의 시행착오를 통해 실습을 하고, 좀더 세목을 잘 읽는 능숙한 독자가 되어 책으로 돌아오고, 좀더 삶을 잘 읽는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 지금과는 다른, 더 많은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렵지만 문학을 통해 그렇게 살아본 사람처럼 세상을 읽어내는 것은 가능하다. 문학이 삶을 다채롭고 의미 있게 만든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14~15쪽, _「소설의 얼룩」 에서
프루스트에게 과거는, 의미에 대해 물어오는 누구에게나 비밀스러운 삶의 이야기 한 자락을 들려주는 무료한 노인 같은 대상이 아니다. 과거는 오직 그 심연을 탐색하며 자기초월적인 노력과 정신적 집중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만 스스로의 말을 내어주며, 그것이 현재와 맺고 있는 관계를 알려준다.
123쪽, _「유랑하는 인간, 세계의 개인」 에서
‘묻지 마 살인’에서 묻지 말라고 말하는 주체는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아니다. 그것은 범죄에서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려는 의미 있는 질문을 중단시키는 자본주의의 고함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유출에 따른 피해와 그 개선 방안을 묻는 국민에게, 한국 정부는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와 물난리의 책임을 묻는 시민에게,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니 더이상 묻지 말라고 대답한다. 소설이 의미 있는 것은 그 서사 안에 가치 있는 질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묻지 말라고 하는 곳에서 소설은 더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소설의 숙명이다.
188쪽, _「페스트 시대의 소설」에서
비평가는 작품의 의의(意義)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비평가가 읽어내는 의의는 애초부터 낱말 속에 담겨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의가 낱말들의 개별과 총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텍스트는 셀 수 없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꼼꼼하게 읽는다고 해서 그 의의를 찾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본래 텍스트는 낱말들의 거대한 “침묵”이며 말에 대한 “거역”이다.
461~462쪽, _「비평을 통해, 그리고 인간을 향해」 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이라는 질문은 좁게 보자면 집필 노동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가진 직분의 윤리와 방법에 대한 물음이지만, 그 울림을 확장시키자면 세계를 살아가는 근원적인 이유, 즉 ‘인간다움’에 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408쪽, _「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에서
글쓰기에 대한 의지는 마치 컴퓨터의 커서처럼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 영원한 추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단되는 것이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롤랑 바르트의 표현처럼,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여기에 한마디 말을 첨언하자면, 문학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와는 달리 ‘실패’를 통해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_421쪽,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에서
출판사 서평
제목 ‘얼룩을 가리는 손’은 “세목 또는 디테일이라고 표현하는 세세한 것들” 다시 말해 문학의 다른 모습인 ‘얼룩’과 가공의 흔적이 없는 듯 위장-은폐하는 창작자의 손/얼룩이 품은 흔적을 짚어 분별-조사하는 비평가의 ‘가리는 손’에서 연유했다. ‘얼룩을 가리는 손’은 읽은 것을 쓰는 ‘비평’을 상징하는 말이자, 한 평론가의 문학관을 넉넉히 짐작하게 하는 단 하나의 문장에 다름 아닐 것이다. “손과 손이 무수히 뒤엉키는 과정”(‘책머리에’)에서 또하나의 문학은 탄생한다.
‘얼룩’은 대상과 시선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흔적이다. 얼룩은 세목이 놓인 자리로 시선을 이끄는 진실의 이정표이며 어떤 경우 세목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은 대상 또는 대상을 통과해 바라보도록 되어 있는 이상적인 응시를 방해하고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다. 얼룩은 자신이 믿는 것을 보고자 하는 맹목적인 시선과 대상의 유착된 관계에 약간의 틈을 내며, 자동화된 사유를 일시 정지시킨다. 상징적 질서 속에서 얼룩은 빠르게 제거되어야 할 더러운 잉여나 불필요한 세부에 불과하지만 종종 그것은 보이지 않는 실재에 대해, 감추어진 삶의 진실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해준다.
_「소설의 얼룩」 에서 (16쪽)
“책 그리고 삶이다. 책 또는 삶이 아니다.”
읽고, 쓰고, 사는 길목에서 발견한 삶의 세목들
“책 그리고 삶이다. 책 또는 삶이 아니다. 먼저 문학이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삶의 시행착오를 통해 실습을 하고, 좀더 세목을 잘 읽는 능숙한 독자가 되어 책으로 돌아오고, 좀더 삶을 잘 읽는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소설의 얼룩」)는 서희원의 문장은 『얼룩을 가리는 손』 전체를 관통한다. 이 각별하고도 의미심장한 문장의 영향 아래, 한 평론가의 고유한 비평세계가 축성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보자.
1부,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에서는 김애란, 최제훈, 김희선, 정지돈, 오한기의 소설을 통해 읽기와 쓰기의 의미, 책과 삶의 관계성, 나아가 서희원의 문학적 인장이라고 볼 수 있을 ‘얼룩-세목’의 의미를 도출해내 한국 소설의 ‘지금’을 조망한다. 특히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노인을 위한 문학은 아직 젊다」에서는 세목이 세계로 확장하는 경이로운 순간과 젊음과 노화가 뒤섞이는 기이한 변증의 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부, ‘한낱의 인간’은 세계 속의 한 개인을 파고드는 동시에 역사·사회와 상호작용하는 문학 속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조명한다. 김영하의 『검은 꽃』 의 에네켄 농장 속 인물들, 강영숙의 『리나』 속 국경을 넘나드는 ‘리나’, 편혜영, 백가흠, 윤이형, 김이설 등의 소설을 통해 상상을 압도하는 재난과 실재의 스펙터클을 분석하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흔 역시 낱낱이 들추어낸다.
3부, ‘Dies Irae’(라틴어로 ‘분노의 날’)는 “20세기가 이데올로기적 ‘폭력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탈정치적 폭력으로 과도하게 충만한 시대”(「폭력의 미래 혹은 문학의 진화」)임을 최진영, 박성원, 김유진의 소설을 통해 고찰한다. 문학작품 속 분노, 광기, 폭력, 죽음은 비판되어야 할 부정성의 한 양상이 아니라 문학에 부여된 운명이자 때로는 문학적 선택이라는 사실이 자못 새롭다.
4부, ‘이왕이면 책을 읽는 꿈으로’는 최제훈, 김언수, 정유정의 단행본에 바싹 다가서서 읽어낸 ‘클로즈 리딩’의 결과물로 풍성하다. 텍스트의 정면과 배면을 넘나들며 작가와 작품의 본질에 성큼 다가서는 솜씨를 부족함 없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어떤 이에게는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의미 없는 것들의 나열이며, 언어의 낭비로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진 소설 속 무수한 단어와 문장들이 우연처럼 만나 축적되는 상상력의 거대한 흐름은, 창작과 독서와 사유의 과정을 통해 운명처럼 조우하는 개인들의 만남은, 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가능성의 우주이다. 조현의 눈에 빛나는 별이 순정만화에서 가져온 캔디의 것이면 어떻고, 루카치의 것이면 어떤가. 경도와 위도에 따라 볼 수 있는 별이 다르듯이,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별이 존재한다. 하나의 영혼이 다른 영혼에 덧대어지고, 애틋한 연민과 이해심, 시적 상상력이 우연한 마주침을 끌어안는다. 이렇게 우주는 조금씩 사랑스러워진다.
_「누구에게는 모든 것인 우연 또는 시적 상상력의 소설」 에서 (233쪽)
서희원은 이 이채로운 여정의 끝을 “문학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역사와는 달리 ‘실패’를 통해 삶을 말하고 있기 때문”(「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이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이는 또다른 ‘읽기’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문장이자, 정확하게 앞서 말한 ‘책 그리고 삶’의 순서를 지시하는 문장으로 다시금 이어진다. 우리는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며, 그리할 때 비로소 “지금과는 다른, 더 많은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렵지만 문학을 통해 그렇게 살아본 사람처럼 세상을 읽어내는 것은 가능”(「소설의 얼룩」)하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83104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0월 29일 | ||
쪽수 | 424쪽 | ||
크기 |
154 * 225
* 25
mm
/ 61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동네 평론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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