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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장편소설 | 양장본 Hardcover
오테사 모시페그 저자(글) · 민은영 번역
문학동네 · 2020년 03월 20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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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펜/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단숨의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의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유산을 물려받고, 좋은 학벌과 아름다운 외모등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세상을 향한 냉소이고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일상과 관계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촘촘하게 일상의 루틴을 계획하여, 1년간 동면에 들어가는 계획에 착수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그녀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의 ‘동면 계획’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 수거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모든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돌리고, 재산세도 일 년 치를 선납했다. 눈을 뜨면 음식을 먹고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다. 일 년간 원하는 만큼 자고 나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삶은 꿈이 되리라고, 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에게 “정신과 육체의 감옥을 탈출하고픈 소망” 때문에 괴롭고 불면에 시달린다고 말하자, 닥터 터틀은 그게 “별로 드문 일은 아니”라며 선뜻 다양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면서 보건당국와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팁까지 알려준다. 과연 ‘돈 걱정, 사람 걱정 없이 일 년간 푹 자고 일어난다’는 이 부럽고도 환상적인 계획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주어진 부를 그대로 누리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의 허들이 꽤나 낮아질 테지만 주인공 ‘나’의 정신은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끊임없이 떠오르는 온갖 기억, 모든 사람에 대한 혐오와 모든 일에 대한 허무로 매일같이 고통의 정점을 찍는다. “풍자적 냉소를 구사하는 모시페그가 부럽다”고 한 로런 그로프(『운명과 분노』 저자)의 말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설적이고 냉담한 유머를 쏟아내며 삶에 따르는 환멸과 허무에 대해 태연하게 정곡을 찌른다.

작가정보

저자(글) 오테사 모시페그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바너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바이스〉 〈파리 리뷰〉 〈그랜타〉 〈뉴요커〉 등에 단편소설을 게재했다. 2014년 중편소설 「맥글루McGlue」로 펜스 모던상과 빌리버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5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아일린』으로 놀라운 장편 데뷔작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6년 펜/헤밍웨이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7년 소설집 『별세계를 그리워하며Homesick for Another World』로 스토리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8년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가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가디언〉과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되면서 개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십 년 주기로 발표되는 〈그랜타〉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2017)에 선정되는 등 오늘날 영미 문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번역 민은영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 『곰』, 아모스 오즈 『친구 사이』, 파울로 코엘료 『불륜』,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차일드 인 타임』, 존 치버 『존 치버의 편지』, 폴 하딩 『에논』, 세라 윈먼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 등이 있다.

목차

  • 하나 | 둘 | 셋 | 넷 | 다섯 | 여섯 | 일곱 | 여덟 |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내가 자살을 하려 했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자살과 정반대였다. 나의 동면은 자기보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생명을 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18p)

“넌 줄리 델피의 팔에 군살이 있어서 행복하니?” 내가 물었다. “아니.”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하진 않을래. 흡족함에 더 가깝겠지.” (22p)

“엄마와 예전처럼 대화할 수 없어. 정말 슬퍼. 버림받은 느낌이야. 정말, 정말 외로워.” “우린 모두 외로워, 리바.” 나는 말했다. 그건 진실이었다. 그녀도, 나도 외로웠다.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25p)

동면에 들겠다는 내 결심이 어느 한 사건의 결과라고 특정할 순 없다. 처음에는 생각과 판단을 막아줄 진정제를 원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끊임없는 공세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뇌가 주변 세상을 비난하는 짓을 조금 덜 하면 삶이 더 참을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1p)

더커트는 전복적이고 불경하고 충격적인 미술을 추구했지만 실제로는 진부한 반문화적 쓰레기이자 ‘돈 들인 펑크’로서, 관람객에게 주는 감흥이라고는 길모퉁이에 있는 콤데가르송 매장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사게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54p)

아, 잠이여. 잠 말고는 그 무엇도 내게 그런 쾌락을, 그런 자유를, 의식이 깨어 있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느끼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상상할 능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기면증 환자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원하지 않을 때 잠에 빠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수면증에 가까웠다. 수면 애호가. 나는 언제나 잠을 사랑했다. (65p)

방안에서 리바의 고통이 느껴졌다. 어머니를 잃은 젊은 여자만이 느끼는 슬픔이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화가 나고 아련하지만 이상하게 희망에 찬 느낌. 그것을 나는 알아보았다. (169p)

이따금 버림받은 느낌에 두려워지고 마음속에서 “엄마가 필요해” 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그걸 꺼내 읽으며 그녀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다시 떠올렸다. 유용했다. 거절당한 경험이야말로 망상을 없애는 유일한 해독제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190p)

인생이 영원히 이런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구나, 나는 생각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236p)

나는 아버지처럼 암에 산 채로 잡아먹히며 조용히 수동적으로 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어머니는 자기 방식대로 해냈다. 그 때문에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어머니는 배짱이 있었다. 적어도 자기 손으로 문제를 처리했다. (250p)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그 내막을 네가 다 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295p)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기분이 들었고 감정도 살아났다. 좋은 일이다. 이제 이건 내 삶이다. (350p)

출판사 서평

마거릿 애트우드 ㆍ 조이스 캐럴 오츠 ㆍ 김하나 추천!

◆ 2018 올해의 책 ◆
아마존 · 뉴욕 타임스 · 타임 · 워싱턴 포스트 · 가디언 · NPR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허핑턴 포스트 · 커커스 리뷰 · GQ · 바이스 · 버슬
일 년간 잠을 자기로 결심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고,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처음에는 사람이든 일이든,
뭐든 상관하고 싶지 않아서 약이 필요했다.
그후로는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약물중독 같은 거 아니야.” 나는 방어적으로 말했다.
“잠시 쉬고 있는 거야. 지금은 내 휴식과 이완의 해거든.”

김하나(작가) 좋아할 만한 주인공은 누구나 좋아한다. 오테사 모시페그의 독보적인 재능은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어둡고 뒤틀린 면을 다 알고 나서도 그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만드는 데 있다. 읽는 이의 세계를 더 넓히는 건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반쯤 몽롱한 상태로, 자주 큭큭대며
읽었다. 깨어 있거나 잠든 채로 우리는 낙하하곤 한다. 벨벳 같은 암흑을 향해, 또는 가차없는 땅바닥을 향해.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삶이라는 고통에 내동댕이쳐질 때 눈을 감느냐 뜨느냐의 문제다. 나는 이 책이 삶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고 믿는다. 잠이 아니라.

마거릿 애트우드 비호감 여자 주인공 가문에 탄생한 신랄하고 웃기고 어두운 새 식구.

조이스 캐럴 오츠 소름 돋게 냉정한 문장으로 숙성시킨 세련된 블랙코미디와 예리한 풍자,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와 영화 〈레퀴엠〉의 삐딱한 만남이 극강의 강렬함을 선사한다.

뉴욕 타임스 지독히도 염세적인 냉담함으로 글을 쓰지만 모시페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늘 진정으로 즐겁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의 배경은 이십 년 전이지만 현재의 일처럼 다가온다. 동면이라는 발상이 매력적이다.

뉴요커 모시페그는 살아 있는 게 끔찍할 때 살아 있다는 문제를 다루는 가장 흥미로운 현대 미국 작가다. 존재의 소외라는 주제에 이상하고도 순수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가디언 모시페그의 지칠 줄 모르는 무자비함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코믹의 외피를 입고 있으며 실제로도 코믹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기다고만은 할 수 없고, 그럼에도 웃음이 터진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모시페그의 글은 은연중에 두려움에 들게 하는 힘이 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 부드럽게 가슴을 찌르는 문장들이 그렇다. 따라서 이 작품을 그 어떤 것과 비교하는 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보스턴 글로브 가슴 찡하고, 섬세하고, 성숙하다. 감히 말하건대, 이 재능 넘치는 작가가 지금까지 써온 작품 중 가장 진솔하다.

NPR 기이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모시페그는 심술과 도발을 매력으로, 음침함을 뜻밖의 따뜻함으로 만들 줄 안다.

뉴욕 포스트 그저 약동하며 광적으로 재미있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발칙하고도 속 깊은 걸작이다.
인간의 ‘동면’이라는 환상의 소재를 현실화한 자비 없는 블랙코미디
오테사 모시페그, 『아일린』에 이은 두번째 장편소설

독보적인 개성을 발산하며 영미 문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오테사 모시페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휴식과 이완의 해』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 년간 동면에 들기로 계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차갑고 신랄한 블랙코미디로 그려내 십여 개 이상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에 호명되었고,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호평을 받았다.
현실에서 만난다면 도저히 좋아하기 힘든 인물의 이야기를 집요하고 거침없이 써 보이며 절묘하게도 공감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작가 모시페그. 소년원에서 비서로 일하며 자기혐오로 똘똘 뭉친 24세 여성의 젊은 날을 그린 첫 장편소설 『아일린』에 이어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서는 사망한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아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을 버는 26세 뉴요커 여성의 염세와 절망어린 나날이 펼쳐진다.

동면에 들겠다는 내 결심이 어느 한 사건의 결과라고 특정할 순 없다. 처음에는 생각과 판단을 막아줄 진정제를 원했을 뿐인데, 왜냐하면 그 끊임없는 공세가 모든 사람과 사건을 싫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뇌가 주변 세상을 비난하는 짓을 조금 덜 하면 삶이 더 참을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31p)

“가끔 내면이 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싫어요.” (33p)

주어진 부를 그대로 누리고 살아간다면 세상살이의 허들이 꽤나 낮아질 테지만 주인공 ‘나’의 정신은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상처, 끊임없이 떠오르는 온갖 기억, 모든 사람에 대한 혐오와 모든 일에 대한 허무로 매일같이 고통의 정점을 찍는다. “풍자적 냉소를 구사하는 모시페그가 부럽다”고 한 로런 그로프(『운명과 분노』 저자)의 말처럼,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직설적이고 냉담한 유머를 쏟아내며 삶에 따르는 환멸과 허무에 대해 태연하게 정곡을 찌른다.

“고통만이 성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잠이 효과가 있었다.”
환멸 나는 현실에서 시선을 거두고 잠으로 도피한다는 아늑한 환상

주인공의 ‘동면 계획’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 수거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모든 공과금은 자동납부로 돌리고, 재산세도 일 년 치를 선납했다. 눈을 뜨면 음식을 먹고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며 하루에 두세 시간만 깨어 있다. 일 년간 원하는 만큼 자고 나면 새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과거의 삶은 꿈이 되리라고, 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축적될 희열과 평정의 힘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에게 “정신과 육체의 감옥을 탈출하고픈 소망” 때문에 괴롭고 불면에 시달린다고 말하자, 닥터 터틀은 그게 “별로 드문 일은 아니”라며 선뜻 다양한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면서 보건당국와 보험회사를 상대하는 팁까지 알려준다. 과연 ‘돈 걱정, 사람 걱정 없이 일 년간 푹 자고 일어난다’는 이 부럽고도 환상적인 계획은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뉴욕시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것이 잠의 멋진 점이었다. (14p)

낮이나 밤이나 내내 잤고 중간에 두세 시간 정도만 깨어 있었다. 참 좋구나,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정말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잠이 생산적인 일이라고 느껴졌고, 무언가 정리되고 있었다.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난 괜찮아질 것이다. 다시 새로워지고 다시 태어날 것이다. (71p)

주인공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한줌씩 입에 털어넣는 온갖 약물의 반은 실제이고 반은 작가가 지어낸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약물 부작용과 숙면을 방해하는 해프닝들로 동면 계획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주인공은 불지옥인 ‘인페르노’를 연상시키는 가상 약물 ‘인페르미테롤’을 만나 사흘에 한 번씩 깨어나며 마침내 순조로운 수면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말갛게 깨어난 주인공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이 눈을 뜬 날은 2001년 6월 1일, 그리고 세 달 후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한다. 살고 싶어서 잠의 한 해를 보낸 뒤 눈을 뜨고 직시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의 광경 앞에서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늑했던 도피의 여정 끝에 나타난 것이 무엇이든, 결국은 온전히 깬 채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 그다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엄연한 진리를 깨닫지 않았을까. 그게 비록 죽음일지라도.

외면하거나 직시하거나 부유하거나 아니면 미치거나 죽어가거나
삶의 활력이 사그라져갈 때 저마다가 존재와 일상을 붙드는 광경들

주인공이 동면을 결심하기까지 그녀에게는 정서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엄마는 술과 약에 취해 살다가 죽었고, 존경받는 교수인 아빠는 그런 엄마 옆에서 존재감 없이 무채색으로 살다가 암으로 죽었다. 각자 자신의 문제에 사로잡혀 자식에게 사랑을 주지 못한 부모였다. 주인공의 유일한 친구 ‘리바’는 폭식하고 구토하는 일상을 반복하며 가짜 명품으로 치장하고 뉴욕의 주류사회에 끼고자 한다. 늘 술에 절어 지내면서 예쁘고 부유한 주인공에게 숭배와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쏟아낸다. 신경안정제 처방을 남발하고 신비주의 사상에까지 경도된 정신과 의사 닥터 터틀, 겉모습은 훤칠한 금융인이지만 연애관계에서는 불쾌하고 일방적인 성행위만 요구하는 전 남자친구 ‘트레버’도 정상적 범주에 드는 인물은 아니다. 주인공 역시 염세와 허무에 빠져 세상과 타인에게 자신의 곁을 내주지 않는다.

“지옥행 기차를 기다리는 것 같네” 하고 속삭였다. “피곤해 죽겠어.” 지옥은 어머니가 구사하는 은유에 등장하는 유일한 목적지였다. (178p)

리바는 화를 내거나 열의를 불태우기도 하고 우울함이나 환희를 느끼기도 했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를 거부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빈 서판이 되었다. 언젠가 트레버는 내가 불감증 같다고 했고 나는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아. 냉정한 년이 될 거야. 얼음 여왕이 될 거라고. (249p)

작가는 인물들의 뒤틀리고 병적인 면모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그 비호감적인 모습에 처음에는 거리감이 들지만, 사실적이고 냉담한 혹은 유머러스한 묘사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절로 웃음이 나거나 어떤 서늘함에 엄습당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시선에는 기괴하고 한심해 보일지라도 저 인물들은 술이든 허영이든 그 무엇에든 정신을 의지해 자기 일상을 이끌어나간다. 출근하고 운동하고 자기다움을 고집하고 다가온 죽음의 길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광경들은 주인공이 둘러친 잠의 장막 틈새로 기어코 파고들어가 숙면을 방해한다. 이 잠의 여정 끝에서 우리 앞에도 하나의 질문이 놓인다. 나와 타인, 자아와 바깥세상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무너지려 할 때 나는 용기를 내서 눈을 뜰 것인가, 아니면 눈을 감을 것인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71033
발행(출시)일자 2020년 03월 20일
쪽수 360쪽
크기
137 * 195 * 25 mm / 449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My Year of Rest and Relaxation/Ottessa Moshfe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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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듯 하면서 소재가 식상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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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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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휴식과 이완의 해를 보내는 느낌을 주는몰입감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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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테사모시페그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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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돼요
아일린에 이어 오테사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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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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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예요
재밌어서 후루룩 읽었네요
10점 중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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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인공처럼 해보고 싶어서 궁금해져 샀는데, 예상보다 우울하고 엔딩도 애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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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자기통치의 권한을 포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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