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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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14년 만에 내는 시집인데 140년처럼 먼 것 같다.
140년 전에 나는 어느 여름을 살았고
140년 후에는 또 어느 시냇물이나 구름,
혹은 바람 같은 것으로 흐르고 있을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름의 눈사람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들.
가을밤 하늘에 보이지 않는 소 한 마리가
달을 끌고 간다.
2017년 그해 여름
권대웅
목차
- 시인의 말
1부 당신과 내가 살다 간 방
북항(北港)
모과꽃 지는 봄
수목장(樹木葬)
하늘 모퉁이 연못
저녁이 젖은 눈망울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벽화(壁畵) 1
포복(匍匐)
연금술사 1
엄마의 꽃
뭉게구름
여름
바라나시에서의 시
연금술사 2
연금술사 3
설국(雪國)
2부 세상에 봄은 얼마나 왔다 갔을까
모란(牡丹)
달소
생의 정면(正面)
청동거울
당신과 살던 집
적멸보궁(寂滅寶宮)
벽화 2
산소 가는 길
라일락 질 무렵
땅거미가 질 무렵
아득한 한 뼘
2월의 방
기억의 갈피로 햇빛이 지나갈 때
장마 1
하얀 코끼리
3부 어찌 안 아플 수가 있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프라하의 달
장마 2
보문동
화무십일홍
연꽃 피는 밤
처서(處暑) 모기
허공 속 풍경
시간의 갈피
나무와 사랑했어
동피랑의 달
서피랑의 달
휘어진 길 저쪽
비 오는 가을 저녁의 시
나팔꽃
노을
4부 이 세상에 나는 착불로 왔다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호랑나비
이모의 잔치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뿔
집시의 시간
홍시등(燈)
초저녁 별
눈
이유도 없이 못 견디게 그리운 저녁
착불(着拂)
풀잎이 자라는 소리
바람이 거꾸로 부는 날
지금은 지나가는 중
벽화 3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해설|달을 떠오르게 하는 소의 쟁기질
|김경수(문학평론가)
책 속으로
마당 한구석. 윤기 나고 탄력 있는 피부로 자라던 옥잠화 넓은 잎사귀 속에서 쪽찐 머리에 꽂은 옥비녀 같은 꽃이 피었다. 어느 집 규수였을까. 옥잠화 몸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 그윽하여 아침마다 모두머리 단장하고 있는 꽃방. 두근거리며 훔쳐보던 그녀의 흰 뒷목.
지난겨울 담장 아래 눈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어올라와 물끄러미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다 깜짝 놀라 커튼을 쳤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볼이 두툼한 여자 같았다.
아침마다 나팔꽃이 목청껏 외치는 소리들.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꾀어내듯 휙휙 휘파람을 불며 허공으로 뻗어가던 넝쿨들, 낭창낭창하던 것들.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없어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칠 년 만에 땅 속에서 나와 7일만 살면서 오직 사랑을 찾기 위해 울던 매미. 당신은 그토록 간절하던 당신을 만났는가.
등줄기에 후줄근하게 땀이 흘렀다. 나도 녹아가고 있었다. 여름의 눈사람처럼 있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백일홍을 심었는데 백일홍도 그만 져버리고 말았다.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화무십일홍」전문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시인선 097 권대웅 시집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가 출간되었습니다.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근 30년 동안 시인은 단 두 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었지요. 첫 시집『당나귀의 꿈』이 1993년에, 두번째 시집『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가 2003년에 출간되었으니 각각 10년의 터울이다가 이번 세번째 시집에서는 그 연년을 좀더 늘렸다지요. 14년 만이라지요. “14년 만에 내는 시집인데 140년처럼 먼 것 같다”라고 시인이 자서에서 쓴 것처럼 그 세월이 참 아득하게도 읽힌다지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여름의 눈사람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것들.”, 이 문장을 힌트로 삼자니 제목이 아주 잘 보인다지요. 그러니까 왜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라고 했는지 듣는 순간 시집 속 시 전편이 한 궤에 꿰뚫어진다지요. 나도, 그 누구도 다 사는 계절 여름, 그리고 가는 계절 여름.
그 여름의 끝자락에 이 시집을 붙잡으니 ‘조금 쓸쓸했던’ 누군가의 ‘생의 한때’를 더듬고 또 짐작도 해보게 됩니다. 그 누군가는 나 아니면 당신, 우리 모두를 향해 떠는 나침반의 바늘이기에 흔들리는 그 끝을 유심히도 아니 볼 수가 없겠다지요. 권대웅 시인의 이번 시집이 그래서 뭘 말하고 있는 건데? 하고 물으면 예컨대 이 구절부터 튀어나갑니다.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살다 간 방”이요.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와 대구가 되는 듯한 이 말이요. 그렇다면 바로들 이해가 되실까요. 한때 한 교집합 속에 묶여 있던 당신과 나, 서로를 등지고 그 밖으로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으나 세월이 한참 흐르고 멀찍이서 다시 보니 커다란 합집합 속에 섞여 있음으로 공존함을 인정하게 된 당신과 나.
단순히 ‘사랑’만을 주제로 하는 시집이 아님을 아시겠지요. ‘삶’이라는 큰 틀 속에 우리들 존재의 ‘있고 없음’을 주제로 하는 시집임을 아시겠지요. 그 말로 다하기 불가할 만큼 커다란 사유들을 사소하고 평범하며 작디작은 이야기로 꽃씨 뿌리듯 흘려둔 시집임을 아시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시인의 배려 속 4부로 나뉘어 담긴 총 62편의 시는 어느 하나 막히는 대목 없이 잘도 읽힙니다. 오히려 너무 술술 읽혀서 시 한 편을 읽어내는 그 속도를 제어하느라 몇 번이고 호흡을 다시 다지거나 책장 끄트머리를 접었다 펴는 일을 행하게 됩니다. 묘한 것은 그런 쾌속이 다음 시로 넘어갈라치면 의뭉스럽게도 일단 시동을 끄고 본다는 사실입니다. 한 편의 시 안에서 전속력으로 미친 질주를 행했는데 다음 시로 넘어가려니 천길만길 낭떠러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참 쉽게 읽히는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더뎌지는 이유를 생각해봅니다. 새긴다는 건 그런 거겠지요. 나도 모르게 느려지는 손놀림 같은 거, 발바닥에 본드를 바른 것도 아닌데 쉽사리 잘 안 떼어지는 두 발 같은 거. 시인은 연신 묻습니다. "그때 내가 살았던 것일까 지금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러게요. 우린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 시의 읽힘 또한 인생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남녀의 ‘만남과 이별’이라 할 우리의 ‘생과 사’란 것이 이렇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구나, 시의 해석 이전에 시의 읽음 그 자체만으로도 경험할 수 있겠구나, 다시금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여 이 시집은 소리를 크게 내어 읽어보십사 강권하기도 하는 바입니다. 쓸쓸한 아름다움이 어떤 뉘앙스인지 읽는 즉시 온몸으로 증명해보일 수 있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특징이랄까요, 이 시집에 유독 많은 것이 ‘물음’입니다. ‘울음’의 대목일 것 같은데 ‘물음’이 주저앉은 자리 꽤나 많습니다. 어쩌면 이 시집은 ‘물음’의 시로 지어진 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포복(匍匐)」은 시 전체가 물음의 행으로 이루어진바, “시냇물은 내 신발을 신고 얼마나 멀리 갔을까”(「뭉게구름」), “세상에 봄은 얼마나 왔다 갔을까”(「2월의 방」), “미움에도 연민이 있는 것일까”(「삶을 문득이라 불렀다」) 등등 시 곳곳에서 물음의 대목만 밑줄쳐본다 해도 셀 수 없을 텐데요, 저는 이 ‘물음’의 힘에 주목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물음을 던지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라지요. 몰라서 물을 때와 알면서도 물을 때. 어쩌면 이 시집은 후자의 경우만 같습니다. 뭔가 생 전체를 뜨겁게 살아낸 자가, 세상을 좀 알겠는데 싶은 자가, 그럼에도 입을 꾹 다문 채 낮에는 하염없이 하늘 속 구름이나 쫓고 밤에는 검은 하늘 속 달을 올려다보는 일로 그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의 답도 거기에서 찾는 듯한 풍경을 우리는 구경하는 데서 배움과 감동을 동시에 얻는 듯합니다.
이 시집은 아무리 훑어봐도 어떤 강요도 앙탈도 분노도 욕망도, 하여간에 없는 게 참 많습니다. 저라면 시뻘건 피로 물들였을 이야기를 오히려 맑은 물로 씻어내고 있는 듯한 흐름, 그 흘려보냄만 있습니다. 굳이 ‘여름’이라 콕 집어서 한 계절을 붙들어 앉혔지만 이 자리에 봄이 와도 가을이 와도 겨울이 와도 무방할 것이란 걸 쓰는 시인이나 읽는 우리나 모르지 않을 것을 압니다. 세상 그 누구도 영원히 존재할 이는 없으니까요. 있다 없고 살다 갈 뿐일 테니까요.
“사랑도 너무 추우면/ 아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라는 구절이 시집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입에서 맴돕니다. 같은 시 안에서의 이런 몇 구절이 동시에 내 안에서 번집니다.
나무에 피어나는 꽃을 문득이라 불렀다
그 곁을 지나가는 바람을 정처 없이라 불렀다
떠나가고 돌아오며 존재하는 것들을
다시 이름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
홀연 흰 목련이 피고
화들짝 개나리들이 핀다
이 세상이 너무 오래되었나보다
당신이 기억나려다가 사라진다
(……)
내가 이 세상에 왔음을 와락이라고 불렀다
(……)
이생은 찰나라고 부르는가
먼 구름 아래 서성이는 빗방울처럼
지금 나는 어느 과거의 길거리를 떠돌며
또다시 바뀐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을 문득이라 불렀다」에서
머잖아 우리는 “씨풀씨풀” 내리는 눈을 맞을 것입니다. 시집 속에서 삶의 의미 같은 걸 때론 발견하게도 하거니와 권대웅 시인의 말 가운데 이런 대목에서 무릎을 쳐보기도 합니다. “인생이라는 게 다 길바닥이야”(「눈」)란 진리를 거창한 말씀이 아니라 망치 같은 연설이 아니라 어떠한 읊조림으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받기도 하는 시집.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화무십일홍」)처럼 문득 둘러보았을 때 무엇이 보이시는지. 그 보임을 묻고 또 묻는 일로부터 이 시집은 시작되고 마무리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46628 | ||
---|---|---|---|
발행(출시)일자 | 2017년 08월 25일 | ||
쪽수 | 104쪽 | ||
크기 |
130 * 225
* 10
mm
/ 13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동네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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