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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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굴드, 몰리, 좀머, 페터, 이안 등 이들 사이에는 코케인에 함께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간간이 대화가 이어지지만 대개는 그것에 피로를 느끼고 더 자주 각자의 내면에 골몰해 있다. 그러나 굴드와 좀머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이 반복될 때, 아무렇게나 내뱉는 헛소리에 드문드문 진심을 섞어 말할 때,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갈 때, 그들은 그들 간에 희미한 연대의 움직임이 피어오르는 걸 느끼게 되는데…….
목차
- 코케인 _009
해설│황현산(불문학자, 문학평론가)
우연의 경전 _149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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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것이 되지 않으려는, 그래서 ‘느껴지지 않는’ 소설가의 문체가 무위無爲의 주인공들을 공기와 햇빛처럼 감싸서 그들 하나하나를 댄디로 만든다. 그들에게는 자연을 넘어서는 어떤 무기질의 강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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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보다는 내면에, 사건보다는 문장에, 대사보다는 침묵에 더 힘을 기울인 소설이었다. 그 세목들의 완성도가 모두 높았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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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 대한 서정적 묘사가 압도적이며 그 묘사를 가로지르는 성찰의 깊이 또한 웅숭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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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가장자리만을 서성거리는 잠재의식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서사 끝까지 최소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그가 쌓아왔던 관념들이 역설적으로 치유와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작동하는 순간의 문장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완벽해 보였다.
책 속으로
어떤 단어들은 제 몸속에 이미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쓰고 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음미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들, 그 자체가 의미를 생성하고 소통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 새초롬히, 라는 말을 들으면 눈썹을 내리깐 채 딴청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이지러진, 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그믐달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16쪽)
몰리는 이상하고, 우연으로 엮인 인연은 이상하고, 우연인 채로 놔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훼손시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일생에 한 번쯤, 떠올리면 꿈같은 일들이 있어도 좋을 거라고.(49쪽)
아무튼 저는요, 미래를 잘살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쪼개고 할애하고 단축한다는 것 자체가 지독하게 품위 없는 짓처럼 여겨져요.(72쪽)
몰리는 자신으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너무도 많은 우리들인가. 너무도 많은 우리들이 우리 자신들에게 둘러싸여서 길을 찾지 못하고 길을 버리고 길을 묻고 없는 길로 가게 만드는 것인가.(112쪽)
사소한, 어쩌면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둘 사이에, 최소한 굴드에게만이라도, 연대를 만들었다는 것을 굴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울하다는 고백에 운동과 햇빛 처방을 내리는 사람들과는 절대 맺을 수 없는 연대였다.(125쪽)
출판사 서평
문학동네작가상 최종심 후보작,
진연주 첫 장편소설 『코케인』 이례적으로 출간되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등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가들을 발굴하며 한국소설의 지형을 넓혀가고 있는 문학동네작가상의 스무번째 수상작은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 저마다의 날카로운 감식안이 맞부딪치는 자리이므로 흔쾌히 수상작이 결정되는 일은 드물지만, 이 점을 감안해도 올해의 심사는 유독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이 지닌 밀도와 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터, 그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심에 오르게 된 작품이 바로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진연주의 『코케인』이었다. 『코케인』은 비록 수상작으로 결정되지는 못했으나 이 매력적인 작품을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판단에 의해 출간하게 되었다.
진연주는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을 당시 “결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심사위원 류보선 우찬제 이순원 이인성 이혜경)라는 평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대학을 졸업하고 15년이 훌쩍 지나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진연주는 한 인터뷰에서 “내면이 텅 비어가고 타인과의 접촉이 희박해져가는 사람에게 갑자기 방이 커나가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등단작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때로부터 7년, 내면이 텅 비어가고 타인과의 접촉이 희박해져가는 사람들이 어느 날 우연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이 침잠해들어가게 될까, 그들 사이에 어떤 부딪침이 일어나게 될까.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이 점점 협소해져가는 지금, 진연주는 오래된, 그러나 결코 녹록지 않은 이 질문을 들고, ‘코케인’이라는 카페 앞에 서 있다.
“불이 켜지는 것처럼 탁, 탁.
한 인간의 삶에서 느닷없이 펼쳐지는 우연의 순간들”
『코케인』은 ‘코케인’이라는 카페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풍경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굴드, 몰리, 좀머, 페터, 이안 등 이들 사이에는 코케인에 함께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간간이 대화가 이어지지만 대개는 그것에 피로를 느끼고 더 자주 각자의 내면에 골몰해 있다. 작가 굴드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말로 옮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써지지 않는 문장을 계속 붙들고 있고, 몰리는 실패뿐인 그녀의 연애사를 곱씹으며, 좀머는 “미래를 잘살기 위해 현재의 시간을 쪼개고 할애하고 단축한다는 것 자체가 지독하게 품위 없는 짓”처럼 여겨진다며 노동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각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과 슬픔의 몫은 각자만의 것으로 둔 채,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만났다 우연히 헤어질 뿐이다.
하지만 『코케인』에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지닌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굴드와 좀머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이 반복될 때, 아무렇게나 내뱉는 헛소리에 드문드문 진심을 섞어 말할 때, 사소한 대화들이 쌓여갈 때, 그들은 그들 간에 희미한 연대의 움직임이 피어오르는 걸 느끼게 된다. 요컨대 인물들의 단단한 자의식과 고독은 최소한의 연대가 시작되기 위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언어를 잃는 순간 사랑을
지속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죽음의 이유는 어쩌면 뻔했다. 더이상 삶이 그다음 삶을 이어갈 언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우리를 떠나는 언어 때문에, 떠나서 찾아오지 않는 언어 때문에 삶을 이어갈수록 불가피하게 삶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어를 잃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언어를 잃는 순간 사랑을 지속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_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 사이에 작가 굴드의 소설관이 놓여 있다. 굴드는 언어의 틀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달아나는 것들을 끊임없이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것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어떤 풍경이나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데에 실패했을 때 굴드는 일순간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굴드에게 있어 글쓰기란, 정체가 불분명한, 그래서 희미한 것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선명하게 만드는 일인 것이다. 대상에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 그것에 언어를 부여하는 일, 그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굴드의 이 독백을 진연주의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면, 진연주에게 있어 『코케인』은 계속해서 달아나는 세계를 가장 정확한 언어로 포착해내려는 어떤 안간힘의 결과일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는 순간의 질감,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의 생동감, 몰리와 남자가 산골에서 사슴과 마주할 때의 침묵 등 인상적이고 선명한 장면과 밀도 높고 섬세한 문장은 진연주의 이러한 소설관에 힘입은 것이 아닐까. 감각과 이미지와 우연만으로도 전혀 다른 결의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코케인』은 가장 또렷한 언어로 증명해 보인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38074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06일 |
쪽수 | 164쪽 |
크기 |
133 * 200
mm
/ 24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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