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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산문
한창훈 저자(글)
교유서가 · 2015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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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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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풍파를 이겨낸 사내의 글에는 시원한 바다내음이 가득하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는 소설가 한창훈의 글쓰기가 어디에서 출항하여 어디에 닻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한창훈의 작품을 두고 바다와 섬, 항구 사람들의 질펀한 삶의 애환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듯이, 이번 산문집 역시 한창훈 문학의 시원인 거문도와 여수, 부산 등지에서 작가가 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친척들, 그리고 선후배 문인들과의 진하고 짠한 추억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서 작가 한창훈에게 창작이란 곧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글쓰기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창훈은 섬에서 나고 자라 외진 곳을 떠돌며 변방의 말을 먼저 익혔고, 변방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글을 써왔다. 이는 도회의 고독한 심리를 서술하거나 자극적인 상상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모진 현실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때로는 해학적이고 육감적이게, 때로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문체로 밀고 나간 글쓰기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된 《한창훈의 향연》(중앙북스)의 개정판이다. 두 편의 글과 사진을 빼고, ‘나는 왜 쓰는가’라는 주제에 맞춰 작가의 말을 포함하여 일곱 편의 글을 새로 담았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이루어진다. 1부가 주로 고향 사람들과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면, 2부는 친척들, 3부는 함께했던 문인들, 4부는 작가의 염원을 담은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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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한창훈

한창훈

저자 한창훈은 남쪽 바다 먼 섬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얻은 언어와 정서로 20년 넘게 전업작가 짓을 하고 있다. 간혹 실업작가로 착각하곤 한다. 원고 쓰면서 날밤 새운 적 없다. 그러나 마감 펑크는 딱 한 번 냈다. 욕을 잘하고 웃기는 소리도 종종 한다. 그 외는 침묵한다. 사람을 볼 때 51점만 되면 100점 주자,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주어야지 꿀 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이다, 미워할 것은 끝까지 미워하자, 땅은 원래 사람 것이 아니니 죽을 때까지 단 한 평도 소유하지 않는다, 따위를 생활신조로 갖고 있다. 지금도 그 섬에서 살고 있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장편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열여섯의 섬』 『꽃의 나라』, 산문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어린이책 『검은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등을 냈다.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목차

  • 추천의 말_ 그에게서 돌고래 냄새가 난다 _박상륭
    개정판 작가의 말_ 나는 왜 쓰는가

    1부 사람 떠난 빈 곳으로 바람이 분다
    행방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하여
    닻 주었던 자리
    연등천의 여인들
    여수항
    동행의 이유
    걸었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 부산
    가을 운동회가 있던 풍경
    크레용
    이름이란 그렇게 생길 수도 있다
    외진 곳만 골라 다니는 자의 고통
    님 떠난 방에는 사진만 남고
    사람 떠난 빈 곳으로 바람이 분다

    2부 살기 좋은 곳은 스스로 부지런해지는 곳
    선생님, 강물이 뭐예요?
    이사
    야무진 섬 처녀 - 방이 이모
    술과 낚시를 사랑했던 엔지니어 - 방이 이모부
    말수 적은 바다 신사 - 방헌 외숙
    제사로 협박하는 여인 - 외할머니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내 이모가 보면 안 되는 페이지

    3부 궁리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대상
    삶을 궁리하는 방법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들
    그는 지금도 걷고 있다 - 유용주 시인
    술 그렇게 잡수면 죽어요 - 故 이문구 선생
    터진 언 살이 아물기까지 - 송기원 시인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 - 故 박영근 시인
    보매 술에 푹 젖어온 애주가 - 이흔복 시인
    처마 끝 빗물 같은 사람 - 박남준 시인
    그가 그곳에 사는 이유 - 이정록 시인
    오죽하면 시를 - 안현미 시인
    꼼짝없이 술을 마시게 된 이유

    4부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배두령에게 띄우는 편지
    먼 곳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소리
    구멍에 대하여
    해마다 오월은 돌아와
    깊고 푸른 강
    웃음에 대하여
    포장마차 연탄불은 일회용 고향
    물소리를 꿈꾸기에 최적의 장소는 사막
    겨울 바다
    남도 봄소식

    초판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얼마나 인생이 평안하고 즐거우면 타인의 아픔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왜 아침에는 울어서는 안 되는가 말이다. 내가 쓰는 이유는 그들이 애써 알고 싶어하지 않는 당대 이야기로 그런 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_「작가의 말」에서

갈치 받아든 주인아주머니의 환호성은 생생한데 그 여관 자리에는 제과점이 들어서 있다. 이런저런 것을 샀던 슈퍼도 헐리고 단골 중국집은 한식집으로 바뀌었다. 그 자리 가만히 있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나는 긴 시간의 공백이 주는 가벼운 감흥에 젖어 한숨을 내쉬었다. _「닻 주었던 자리」에서

활어회는 우리나라에만 있단다. 서로 믿지를 못해 살아 있는 놈에 칼 대는 것을 봐야 한다나. 하지만 회는 적당한 시간 동안 냉장된 게 가장 맛있다. 죽음의 시간이 주는 맛이다. _「연등천의 여인들」에서

늙은 부부가 겨울 밤바다 한가운데서 알몸으로 껴안고 상대에게 체온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나는 잠시 그려보았다. 부부의 애정보다도 더 깊은 차원의 그 무엇이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겨울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얼어붙은 남편을 위해 옷을 벗는 그들은 하나가 없으면 남은 하나도 곧바로 소멸해버릴 그런 존재였다.
_「동행의 이유」에서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파도 더욱 높아가고 바람은 사나워진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땅한 게 없다 하더라도 먹을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도 배가 고플 것이다. _「사람 떠난 빈 곳으로 바람이 분다」에서

그러니까 아웃사이더와 언더의 세상에 대해 예방주사 한번 맞아보지 못한 무균의 처녀가 잡균의 사내를 만나버린 것인데 아아, 휘몰아친 그 광풍을 어떻게 다 말한단 말인가. _「그는 지금도 걷고 있다」에서

내가 선생께 배운 것은 글 쓰는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이었다. _「삶을 궁리하는 방법」에서

“친구도 없고 장난감도 변변찮은 시골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신의 상처를 가지고 논다. 무릎이 까지면 자꾸 만져보고 딱지가 앉으면 그 딱지를 뜯어내며 혼자 논다. 시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_「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에서

아비의 구멍을 통해 들어간 반쪽이 나머지 반쪽을 만나 습하고 따뜻한 동굴에서 여물었다가 어미의 구멍을 통해 세상에 나왔고 평생 구멍을 통해 흘리고 먹고 말하고 듣고 풀고 빨고 짜고 쏟고 싸고 끼고 누는 행위를 하다가 마침내 땅에 구멍 하나 파는 것으로 끝나지 아니하더란 말인가. 인생 자체가 구멍에서 시작하여 구멍으로 끝나는 거였다. _「구멍에 대하여」에서

출판사 서평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떠난 것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소설가 한창훈이 글을 쓰는 이유

이 책은 소설가 한창훈의 글쓰기가 어디에서 출항하여 어디에 닻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문집이다. 한창훈의 작품을 두고 바다와 섬, 항구 사람들의 질펀한 삶의 애환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듯이, 이번 산문집 역시 한창훈 문학의 시원인 거문도와 여수, 부산 등지에서 작가가 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친척들, 그리고 선후배 문인들과의 진하고 짠한 추억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장소는 한창훈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더러는 소설을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정서를 나누었던 창작의 원천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만난 모든 이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이자 조연이며, 그런 점에서 그들은 글쓰기의 스승이자 친구인 셈이다.

글쓰기는 기교가 아닌 삶을 궁리하는 방법
이 책에서 작가 한창훈에게 창작이란 곧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글쓰기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창훈은 섬에서 나고 자라 외진 곳을 떠돌며 변방의 말을 먼저 익혔고, 변방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글을 써왔다. 이는 도회의 고독한 심리를 서술하거나 자극적인 상상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모진 현실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때로는 해학적이고 육감적이게, 때로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문체로 밀고 나간 글쓰기임을 보여준다.
정식으로 문학을 배운 적 없는 한창훈이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공장을 다니던 20대 중반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말로 써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때 스승께서 일러준 백석의 「여승」이라는 한 편의 시는 그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글을 쓰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들이 결국은 삶을 궁리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의 글쓰기의 원동력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중심만, 권력만, 웃는 것만, 달콤한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데에서 한창훈의 글쓰기는 출발한다.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의 개정판
이 책은 지난 2009년에 출간된 한창훈의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을 개정한 것이다. 두 편의 글과 사진을 빼고, ‘나는 왜 쓰는가’라는 주제에 맞춰 작가의 말을 포함하여 일곱 편의 글을 새로 담았다. 책의 구성은 총 4부로 이루어진다. 1부가 주로 고향 사람들과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면, 2부는 친척들, 3부는 함께했던 문인들, 4부는 작가의 염원을 담은 글들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35943
발행(출시)일자 2015년 04월 17일
쪽수 324쪽
크기
136 * 202 * 23 mm / 388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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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 제주도 올레 길을 걸으며 파도에 부서지는 포말을 말없이 바라보며 유한한 인생도 어느 순간 스러져 자연으로 순환하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외로움이 더한다.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안선을 따라 걷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은 줄어듦을 알아차리게 된다. 거문도 섬에서 나고 자라 작가를 직업으로 삼아 뱃사람이라면 으레 행할 일련의 일들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이로 바다를 배경으로 질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인심 좋은 작가가 건네는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며 일상의 일을 전하며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이 융해되어 있다.
 

   섬을 여행하다 보면 육지에서 보던 풍광과는 다른 고독이 묻어난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거세게 내리면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독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며 사는 이들이다. 변방의 섬과 겨울 바다의 강요로 배가 묶일 때는 하는 일 없이 술과 더 친해지는 풍경이 되풀이 된다. 갈치 배를 타던 형의 푸념은 어획량보다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나이 들어가면서 험한 뱃일을 계속 할 수 있을는지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니 글을 읽는 동안에도 어부의 헛헛한 마음에 짠해졌다.
 

   바람이 바뀌고 찾아오는 어종에 따라 변하는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이들은 바다의 주기를 시간으로 삼아 움직인다. 작가가 거문도로 들어와 살기까지 생업뿐 아니라 활동 영역을 확장해 생활해 온 터전인 여수, 부산, 서울 등에서 경험한 일은 창작의 질료로 쓰여 행간과 줄글 사이에 녹아 있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에 작가는 이들과 가까이에서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가운데 만난 사람들이 소개된다. 속인의 눈으로는 특별할 게 없는 생활인들이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띠는 독특함으로 살아났다.
 

   자신과 인연을 맺고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은 삶을 관조하며 쓴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가까이 지낸 생활인들부터 문단의 거목들과 교유하고 소통하는 현장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담아 평범함이 변주한 또 다른 삶의 진수를 보여준다. 음식 솜씨가 좋은 방이 이모가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열고 주린 돈벌이보다는 배고픈 이들의 배를 채워줌으로써 가출한 아들이 어디에서든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모정은 선업을 쌓게 하였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진정성은 감동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일깨워주기라도 하는 듯 그 아들은 한식 조리사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개척해보고 싶었다고 말하였다니 부모 의존형인 청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술과 낚시를 좋아하던 방이 이모부와의 소통은 일상 속 의미를 찾아가는 즐김으로 섬 생활에 윤기를 더하였다.
 

   결핍을 견디며 사는 법을 터득한 이들은 필요 이상을 소비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음을 안다. 권력의 중심 ‧ 과잉된 욕망의 도시와는 떨어져 지내지만 더딘 변화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온 항구 주변에 깃들어 사는 이들의 삶은 질박한 사람들의 실재하는 풍경으로 꿈틀거렸다. 끝도 모를 수평선을 말없이 바라보며 침묵을 견디고 거대한 파도와 강풍을 감내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고립할 수 있는 근간이 있어야 섬에서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익명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섬에 왔다가 며칠을 보내다 밀려드는 고독을 달랠 길이 없어 도심으로 회귀하는 이들이 흔하다. 섬으로 들어왔다 섬을 떠나는 사람, 평생 섬을 지키며 사는 사람, 욕망을 찾아 도시로 나갔다가 섬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의 일상성이 갖는 비문학적 삶 하나하나가 문학을 키우는 질료라는 말에 공감하며 경험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욕 안 듣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던 중 예술가를 떠올렸던 작가는 그 중에서도 타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서술하는 소설가를 생각하고는 좋고 감동적인 것을 잘 쓰면 되겠다고 토로했다. 글 쓰는 기교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리하며 시선을 주변인들에게 돌렸는지도 모른다. 가난과 추위가 시인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유용주는 시로써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것을 넘어 상처 입고 살아가는 영혼들을 구원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물질적인 산술적 잣대를 대지 않는 교원대 졸업생을 아내로 맞은 시인의 지난한 삶은 신산함을 넘어선다. 무력감에 젖은 청년에게 ‘관촌 수필’로 살아갈 힘을 줘 힘들 때마다 꺼내어 읽는다는 조문객의 일화는 누군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밖에도 문단에서 교유하며 살아가는 이들과의 인연은 숨겨진 시간 속에 녹아 빛을 발하였다. 여전히 저자는 거문도에서 글을 쓰고 틈틈이 낚시를 하여 회를 떠 술을 곁들이다 충동적인 섬 여행에 동참하는 이들을 반기며 그들의 이야기에 길을 기울이며 지낼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빈 자리에는 바람이 불어 그들의 영혼을 불러내고 침묵 속에 느리게 움직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사는 곳 한 바퀴를 돌며 걸어가는 작가의 뒷모습은 고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 섬사람들의 숙명이 더께처럼 어깨에 내려앉아 있다.
10점 중 10점
<나에게 던지는 질문>
 


미소 짓고,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엄정한 법정에 끌려나오 듯.
과연 내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삽화가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면서
정작 답변은 회피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있으련만.
벗이 저지른 과오 중에
나로 인한 잘못은 없는 걸까?
함께 탄식하고, 충고를 해주는 이들도 있으련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메말라버렸을까?
천년만년 번영을 기약하며
공공의 의무를 강조하는 동안.
단 일 분이면 충분할 순간의 눈물을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다른 이의 소중한 노력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유리컵 따위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법,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
과연 생각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려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집 『끝과 시작』
 


 


남도의 봄소식을 전하며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라는 산문의 마지막 문장을 소리 내어 다시 한 번 읽고 나니 문득 떠오른 시가 있었는데 바로 쉼보르스카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폴란드 태생의 시인이 무슨 생각에서인지는 몰라도 스스로에게 던져 본 질문의 답을 나는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란 산문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작가는 ‘개정판 작가의 말’ 초반부터 이 산문집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첫째는 ‘원고료’ 때문이요, 둘째는 ‘남의 피 빨아먹는, 남을 짓누르고 올라서려는 종자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 이 원칙을 훼손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작가이겠구나, 하는 생각. 인간 DNA 속에 감춰진 악마를, 잔인함을 경계’하고자 함이요, 셋째는 ‘내 주변의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요, 넷째는 ‘사람들이 애써 알고 싶어하지 않는 당대 이야기로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이 왜 쓰는가에 대한 구구절절을 떠드는 것보다 가장 좋은 답이 될 거라며 브레이트의 시 <책 읽는 어느 노동자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놓는다.
 


그러고 보니 이 시 또한 질문이다. 시인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소설가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어느 노동자 역시 자신에게 혹은 그 누군가에게 질문을 내뱉는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질문이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삶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이 산문은 바로 소설가 한창훈의 생생한 활어같은 삶의 이력서이자 자신의 터전인 섬과 바다, 이웃,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애틋한 기록물이다.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의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주제로, 바로 ‘어떻게 쓸 것인가.’ 혹은 ‘무엇을 쓸 것인가.’이다. 이런 류의 책에서는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은 좀체 볼 수가 없다. 아마도 글을 쓰고자 한다면 이미 스스로가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소설과 시를 읽어왔지만 과연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소설이나 시에 잘 담아내고 있는 작가를 나는 별로 만나본 기억이 없다. 책을 읽어도 감동이나 깨달음이 적어 한동안은 내가 공감능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른 독자인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창훈 작가의 글을 만나고 나니, 내가 어떤 글에 감응하는지 어떤 작가를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시안(詩眼)이라는 말은 이정록 시인에게 처음 들었다. 그리고 시안은 한시에 어울리는 단어로 우리말에서는 문안(文眼)이 맞다고 그가 덧붙였을 때 나는 공안(空眼)을 생각했다. 글 속에서 하나 떠, 읽는 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허공에 떠서 나를 바라보는 눈으로 여긴 것이다.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하고 금지시키는 눈,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며 살았다.’(p.107)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p.108)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p.108)
 


‘상황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언어. 견디는 자세가 아픔을 더 크게 보여주듯이,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는 자의 얼굴이 좌중의 웃음을 유발하듯이, 언어는 냉정하게 정돈된 거라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내가 선생께 배운 것은 글을 쓰는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이었다.’(p.164)
 


‘결핍’과 ‘상처’를 창작의 질료로 삼는 것,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이 두 가지의 창작 질료에 매료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결핍과 상처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겪어본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될까. 몸소 겪지는 못했다면 결핍과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곁에 오래 같이 있어본 작가는 과연 몇이나 될까. 체화된 결핍과 상처. 내가 원하는 글이란 그런 것이었고, 내가 아는 한 한창훈이라는 작가는 바로 그런 작가이다. 그리고 산문에서 소개하는 지인들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그들 역시 결핍과 상처를 몸소 겪어왔고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패류를 8톤 트럭에 옮겨 싣는 일, 포장마차, 선원, 이삿짐센터 직원, 바닷가 현장 일, 공장일, 귀걸이 노점상, 현장 잡부 등등. 한창훈의 삶의 이력서에는 이렇듯 직접 몸을 쓰는 직업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가 거쳐 간 곳들만을 써내려가도 이력서 한 장은 쉬이 채울 수 있다. 작가는 말한다. 고향이든 아니든, 살기 좋은 곳은 스스로 부지런해지는 곳이라고..이런 이력서의 끝에 자신의 고향인 거문도(섬은 고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곳이라고 작가는 말한다)에서 살며 소설을 쓰는 지금의 작가 한창훈이 있는 것이다.
 


한창훈 작가는 안현미 시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시인의 성공은 세상의 실패를 증명하는 척도이다. 좋은 세상에는 아픈 시인이 있을 리 없으니까.’(p.262)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설가의 사명은 세상의 아픔을 대변하는 통로여야 한다. 좋은 소설은 세상의 결핍과 상처가 온전하게 느껴지니까. 누군가의 결핍과 상처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변할 여지가 있으니까.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몇 명쯤 있다는 건 독자에겐 크나큰 축복이다. 그 작가가 동시대의 작가라면 더더욱... 친구의 말처럼 사람과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작가를 만나는 건 쉽지 않기에 더더욱...
10점 중 7.5점
‘소설이든 삶이든 궁리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대상이 아니던가.’ (165쪽)
 
 꾸밈없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배웠다. 배운 대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과 감정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글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연습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셀 수 없는 날들의 노력이 쌓여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으니 작가의 삶이란 정말 대단하다. 어느 시절에는 소설가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짐작했다. 이제는 그것이 부단한 쓰기의 결과라는 걸 믿는다. 한창훈은 그런 사람일 것이다. 삶을 쓰는 소설가. 때문에 소설과 산문은 다르지 않았다. 한창훈이라는 고유한 무늬가 문장 속에 있었다.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는 글쓰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삶에 대한 책이다. 그가 사랑하는 바다, 섬,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표현이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과 하나 되어 살아온 삶으로 고독과 결핍을 아는 사람이기에 말이다. 그 안에 글이 소설이 있고 문학이 포함될 뿐이다.
 
 ‘반쯤 가라앉아 가는 배.
 돌에 눌린 배추씨앗처럼, 익사 직전의 상태에서 언어의 싹을 틔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창작하는 이들과 닮았다. 노질을 하고 있는 이상 언젠가는 바닷가에 닿을 것이고 그러는 사이 배는 낡아진다. 결핍과 상처를 창작의 질료로 삼으라는 말은 맨 처음 누가 했을까.’ (106쪽)
 
 파도를 이불 삼은 선원, 건설현장 잡부, 수산물 가공 현장, 살아온 삶의 이력이 말해주듯 한창훈의 문장엔 생명력이 넘친다. 어쩌면 노동을 동반한 생명력이 한창훈 문장의 시원인지도 모른다. 바다와 섬은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아버지를 누군가의 남편을 데려가 버린 바다, 하루가 다르게 얼굴을 바꾸는 바다에서 삶을 퍼올렸다. 그것은 생활이자 소설이다. 그래서 한창훈이 쓰는 소설은 언제나 바다를 품었고 소설 속 인물들은 고단하고 외롭다.
 
 ‘상황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언어. 견디는 자세가 아픔을 더 크게 보여주듯이, 이를 악물로 웃음을 참는 자의 얼굴이 좌중의 웃음을 유발하듯이, 언어는 냉정하게 정돈된 거라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164쪽)
 
 아는 것을 쓰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을 쓰는 것은 다르다. 한창훈이 쓰는 글은 전자이다. 제대로 문학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건 세상과 부대끼며 살아온 그의 치열한 삶이 있어 가능했다. 신춘문예 등단 영예가 아니라 당선 상금에 눈을 돌렸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설 쓰기와 좋은 글과 감동을 주는 글에 대해 고민할 때 만난 백석의 시 여승이 그에게 답을 주었듯 삶을 쓰는 그의 글이 나를 감격하게 만든다. 인간 한창훈도 다르지 않다. 가족과 지인, 문단의 동료에 대한 글에서 그들을 격하게 아끼고 있다는 게 보인다. 시인 안현미를 위한 만세는 마치 행복을 부르는 주문과도 같다.
 
 ‘안현미처럼 사는 인생, 만세다. ‘만세’는 압박과 불편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노래하는 단어이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는 더 잘 될 거라고 예측할 때도 슨다. 뭐 당장 그렇게 안 돼도 상관없다. 만세를 또 부르면 되니까. 자꾸 만세 부르다 보면 얼마 있지 않아 그녀의 웃음소리가 정말로 행복하게 들리게 될 것이다.’ (262쪽)
 
 한창훈과 바다는 자석처럼 서로를 당기는 한 몸이다. 문장에서 파도 소리가 나는 건 착각이 아니다. 바다향 짙은 그의 소설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그나저나 거문도의 11월 바다는 무슨 빛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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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그닥 어렵지는 않지만 왜 하는지도 모르는 채 꾸역꾸역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만 해도 그렇다. 어떤 대가가 주어지는 일도 아니고, 가령 내가 쓴 어떤 글을 읽었던 누군가가 감동하여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얘기도 들려오지 않는데 나는 지치지도 않고 몇 년째 블로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과연 인내심이 특출한 사람이었던가? 천만에 말씀이다. 나는 그렇게 강한 인내심의 소유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딱히 기억할 만한 중요한 것을 기록하는 건 아니다. 읽었던 책의 좋았던 문장을 가려내어 언뜻 떠오른 내 생각과 함께 기록하는 게 고작이고, 이따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시답잖은 내 과거를 들춰내는 게 전부이다. 더러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얼마를 줄 터이니 서포터즈가 되어달라는 쪽지가 오기도 하지만 소심한 나는 '혹시 이러다 사기를 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서 단 한 번도 가타부타 대응한 적이 없다.
 
소설가 한창훈의 산문집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다가 문득 궁금했었다. 나는 왜 쓰는지. 작가는 원고료 때문에 쓴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짧은 질문은 긴 대답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또는 '왜 쓰는가'하는 질문은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어서 대답하기 부끄럽고 쪽팔리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독자가 제목에서 기대하는 그런 게 아니다. 예컨대 작가의 창작론이나, 작가론 등 어떻게 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시시콜콜 말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 한창훈이 걸어온 삶의 단면, 그가 태어난 거문도와 여수와 광주와 부산, 대전을 거치며 만났던 사람들, 소설가로 등단하여 교류했던 문인들, 그가 읽었거나 썼던 책에 대하여 작가는 진솔하게 쓰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왜 사는가?' 묻는 독자들에 대한 그의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상금이 없었다면 신춘문예 응모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응모가 끝나면 후배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나는 계속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 겨울철엔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웠다. 내가 택한 곳은 지방 신문사였다. 응모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었고 머지않아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담담했다.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들, 짐작하지 못했던 것들이 돌발적으로 엄습해오는 미래만 무거웠다." (p.173)
 
책에 소개한 작가의 일과는 단순했다. '새벽 기상,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하기, 담배 피우면서 그냥 있기, 원고 쓰기, 낚거나 뜯어온 것으로 국 끓여 밥 먹기, 책 읽기, 산책이나 생계형 낚시하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있기'(p.109) 소설가보다는 어부를 직업으로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말한다. 책에서 그가 밝힌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아시바를 매고 고기를 낚던 그의 손에서 짙푸른 감동을 길어올릴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에둘러 말하지 않아도 그가 쓴 소설은 그가 속했던 삶의 현장에 대한 정밀한 기사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체크인 해버리는 게 요즘 풍토이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마디 내뱉어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의 모국어 기피, 근친 혐오, 그 배경 속에서 쓰고 있다." (p.108)
 
​책에서 작가는 유용주 시인, 고 이문구 선생, 송기원 시인, 고 박영근 시인, 이흔복 시인, 박남준 시인, 이정록 시인, 안현미 시인 등 작가와 교류가 있었던 문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그들 중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버들치 시인으로 소개되었던 박남준 시인과 안현미 시인에 대한 소개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그의 넋두리와도 같은 이 책을 끝내 다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삶의 변방으로 밀려났던 한 사람이 결국 소설가로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작은 깨달음들, 그것을 나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내 일인 양 아팠다.
 
"상상보다 앞서 나간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없다면, 그런 모습이 없다면 자본의 확대재생산 속도를 늦춰줄, 도시와 비도시의 균형을 맞춰줄, 사람이란 그렇게 독하고 모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쓰기 시작했다. 섬의 딸들이 어떤 식으로 위기를 넘겼는지, 어떤 형식으로 지리적 천형과 운명의 굴레를 이겨냈는지, 숨은 마음과 유쾌한 말을 적어나갔다. 죽음과 삶이 한 쾌에 엮여 있는 것. 울음과 웃음이 한 장소 같은 시간대에 뒤범벅되는 것. 자신이 떠나는 자리에 웃음소리 돋아났다면 그 인생도 괜찮은 인생 아니겠는가." (p.294)
 
비가 예보되어 있는 오늘,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고 한여름인 양 무덥다.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보며 불기운에 데인 양 아프지 않은 사람은 농부가 되지 못한다.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망망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부가 되지 못한다. 결국 소설을 쓰는 작가는 세상의 모든 삶을 아파해야 한다. 소설가의 숙명은 아파하는 모든 인생에 경배하는 일이다. 어쩌면 직접 세상을 사는 본인보다 지켜보는 소설가가 더 아파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독자는 소설을 통해 한줌 위로를 받는다.
10점 중 7.5점
책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서평을 통해 특이한 경력의 소설가이고 최근 계속해서 글을 쓰신다는 이야기를 들어 관심이 있게되어 소설가 한창훈 님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설가에게서 직접 듣는 작가론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의 헤밍웨이라는 소개문구도 본 적이 있어 제법 기대를 하였는데 책 내용에는 작가론이라 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ㅣ만 책을 읽는 과정 중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는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쓴다.

정말로 그 주변에 있었던 모든 일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분을 만나게 되면 그 분 자신만큼 저도 그분에 대해 잘 알기때문에 반가운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아마 <꼼짝없이 술마시게 된 이유>에서 한창훈 님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술집에 데려간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진지한 글 위주로 읽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낄낄거리거나 피식하면 웃게는 경험이 정말 오랜만인데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행방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하여>를 보며 후반부의 반전과 유머에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한창훈 작가와 닮은 꼴이라고 할 만한 유용주 시인에 대한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문인들의 생활을 엿보는 간접체험을 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 유머스러운 글 속에서 단어 하나나 글 한 문장으로 인생의 행복과 아픔을 표현하는 문학의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글을 보면 누군 왕년에 문학청년아니었던 사람 있습니까? 하면서 함께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적은 글이아 사람살아가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글이 몇몇 있는데 <닻 주었던 자리>, <야무진 섬 처녀>, <제사로 협박하는 여인>,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책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분들의 서평을 통해 특이한 경력의 소설가이고 최근 계속해서 글을 쓰신다는 이야기를 들어 관심이 있게되어 소설가 한창훈 님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설가에게서 직접 듣는 작가론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국의 헤밍웨이라는 소개문구도 본 적이 있어 제법 기대를 하였는데 책 내용에는 작가론이라 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ㅣ만 책을 읽는 과정 중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는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쓴다.

정말로 그 주변에 있었던 모든 일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분을 만나게 되면 그 분 자신만큼 저도 그분에 대해 잘 알기때문에 반가운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아마 <꼼짝없이 술마시게 된 이유>에서 한창훈 님을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술집에 데려간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진지한 글 위주로 읽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낄낄거리거나 피식하면 웃게는 경험이 정말 오랜만인데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행방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하여>를 보며 후반부의 반전과 유머에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한창훈 작가와 닮은 꼴이라고 할 만한 유용주 시인에 대한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문인들의 생활을 엿보는 간접체험을 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 유머스러운 글 속에서 단어 하나나 글 한 문장으로 인생의 행복과 아픔을 표현하는 문학의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글을 보면 누군 왕년에 문학청년아니었던 사람 있습니까? 하면서 함께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적은 글이아 사람살아가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글이 몇몇 있는데 <닻 주었던 자리>, <야무진 섬 처녀>, <제사로 협박하는 여인>, <귀신은 있을까, 없을까> 등. 주로 자각 주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작가가 발견한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나 감동스런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글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저희 아이의 장래 희망이 작가이기 때문에 작가의 삶은 어떠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쓰는 지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점은 몇년 후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스스로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우선적으로 제가 느끼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일단 소재에 관계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가지게 되는 느낌과 감동을 잊어버리지 말고 글로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자신 주위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글을 쓴 작가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도 들은 생각이기도 하지만 결국 글도 계속 써야 솜씨도 늘어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해질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10점 중 10점
글쓰기란 권투와 같다. 헤밍웨이의 말이다. 복서가 권투를 하는 이유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가 정말 닮아있을까?  일단 권투나 글쓰기나 모두 평범한 삶, 평균적인 삶과는 일단 거리가 있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도 엉덩이가 진짜 무거운 작가는 멧집이 좋은 권투선수를 닮은 것도 같다. 왠지 '큰바위' 같은 묵직한 포스가 뿜어져 나올 것 같다. 물론 복싱 만화 <더 파이팅>의 주인공 잇보에서 세심한 글쟁이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 또 있다. 작가가 텅 빈 여백에 한자한자 써내려갈 때마다 마치 펜에 자신의 피를 찍어 써내려가는 듯한 포스는 복서가 경기를 코앞에 두고 체중감량을 위해 전신의 수분을 죄다 빼는데 들이는 혹독한 수행을 빼닮았다. 몇 개월에 걸쳐 장편의 글을 써보았거나 급속하게 체중감량에 도전해 본 이들이라면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기본적으로 극도의 인내력과 근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매 집필 때마다 매 대회 때마다, 그걸 성스런 의식을 치루듯 행하는 작가와 복서의 모습에서 거룩함마저 느껴진다. 
작가 한창훈은 외모에서 풍기는 스타일과 바다를 탐닉하는 바다 사나이라는 점에서 헤밍웨이와 가장 닮은 국내작가로 알려져 있다. 박상륭은 "이미지의 물고기들을 사냥하는 돌고래"로 그를 묘사한다. 그러면 한창훈의 글쓰기는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한 문체와 닮았을까? 감수성 면에서는 한창훈의 글이 헤밍웨이의 무미건조한 문체보다 더 감각적이다. 이를테면「사람 떠난 빈 곳으로 바람이 분다」는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 좋은 그런 글이다. 내 경우에 중학생 시절에 가장 감수성이 뛰어나고 관념성도 해맑았는데 이 글이 바로 그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갯바위다. 섬마을이 세상의 축도라면 그것의 축도는 갯바위다. 갈라진 틈에 거북손과 삿갓조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좁다, 좁다, 하면서도 한귀퉁이에 바짝 붙어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렇다. 그것을 배경으로 떠난 자와 남은 자가 있다. 섬에서는 상징 아닌 게 없다."(103쪽)
 
글쓰기란 요리와 같다. 요리가 한정된 재료를 이용해 맛난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면 글쓰기는 한정된 언어를 사용해 멋진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글쓰기가 요리라는 생각은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는 한창훈의 문학 정신이랑 통하는 구석이 있다. 문학이라는 요리를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비문학적인 재료를 독창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글은 맛난 요리와 같다.
 
이 책『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교유서가, 2015)는 2009년에 출간된 저자의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을 개정 증보한 것이다. 저자의 스타일을 가장 압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산문집이다. 저자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거문도와 여수, 부산 등지에서 체험한 일과 만난 사람들이 소개된다. 누군가의 눈에는 별볼일없는 그저그런 무명배우에 지나지 않은 이를 굳이 찾아가 오히려 기구한 소설의 주인공보다 더 생동감이 넘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들의 한많은 삶을 담은 노래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시인 장석주는 "문장은 그것을 쓴 사람이 살아온 방식들, 내면에 쌓인 지식의 질과 양, 기운과 아우라를 다 반영한다."고 했다. 여러분 모두 이 산문집에서 '돌고래'의 기운을 느껴보길 바란다. 
10점 중 10점
한창훈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소설집『나는 여기가 좋다』에 수록된 단편소설「올 라인 네코」를 읽고부터 였습니다. 그 이후 한창훈 작가의 매력에 빠져 이전 소설들을 찾아보곤 했지요. '올 라인 네코'는 배가 출항할 때 선장이 닻이나 밧줄 같은 것들을 모두 벗겨내라고 지시하는 소리입니다. 이 소설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인데, 삶의 애환을 닮고 있습니다. 한창훈이 쓴 소설의 대부분은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산문들도 대개 그렇습니다. 소설집을 보면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본다>, <가던 새 본다>, <홍합> 등 제목만 봐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을 알 수 있고, 산문집을 보면, 특히 최근에 큰 인기를 끈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등 역시 바다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글 쓰기를 배운 적도 없는 한 작가가, 어찌하여 이렇게 바다 이야기를 실감나고 진솔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한창훈 작가의 글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섬과 바다, 그리고 바닷사람들과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몸소 깨닫고 품은 생각들이 아니면 절대 쓸 수 없었을 그의 글들. 책에는 작가가 예전에 고흥, 거금도, 여수항, 여수 앞바다, 부산 등 바다와 섬에서 체험했던 이야기들이 잔뜩 실려있습니다. 또한 섬처녀 방이 이모, 방이 이모의 오빠, 외할머니, 친 이모 등 바다 사람들의 이야기 또는 그들과의 인연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번 산문 역시 한창훈 작가 특유의 느낌대로 다소 거친 문체이나, 곱씹어 읽어보면 그 무뚝뚝함 속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거친 성격의 바닷사람에게서 온 것일 것이고, 그 따뜻함 역시 그들에게서 온 것일 것입니다. 한창훈 작가의 글을 읽으면 참으로 바다와 섬과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을 읽는 독자 역시, 책장을 덮고 나면 바다내음이 날 테고, 바다로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참 감사합니다. 왠지 한창훈 작가의 소설들을 첫 작품부터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내려가고 싶어집니다.

 
10점 중 10점


 
 
삶의 과정에서 떨어진 글쓰기의 파편들 -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_ 스토리매니악 

왜 글을 쓸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사회학적으로 풀면 다양한 대답이 나오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도 다르고 글쓰기에서 얻는 것도 다를 테니, 꼭 집어 말하는 것도 우습다.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보다,누군가가 쓴 글을 찾아 읽고, 그 글에서 글쓴이가 왜 글을 쓰는지 찾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전문가가 아닌 만큼, 작가의 글쓰기 이유를 명확히 찾아내거나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여러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집착하는 주제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기준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과정이 참 즐겁다고나 할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같다. 솔직히 '한창훈' 이라는 작가를 잘 모른다. 그러나, 책의 제목을 보고 그의 글쓰기가 궁금해졌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까, 왜 글을 쓰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아무리 제목이 저렇다 해도, 작가가 내가 왜 쓰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겁니다 하고 정의 내려줄 리 없다. 책을 받자마자 쓰윽 훑어보니, 이 책은 '한창훈' 이라는 작가의 글쓰기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 실린 산문들은 작가의 삶과 맞닿아 있다. 작가 살아 오면서 거친 삶의 과정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감정들을 옮겨 놓았다. 구성은 크게 어린 시절, 친척들, 함께했던 문인들, 작가의 염원을 담은 글들로 나눌 수 있다고 하는데, 약간의 어긋남은 있어 보이지만 무리는 없다. 그 내용들을 살펴 보면 작가가 어떤 이야기들을 가슴에 담았고, 이를 어찌 글로 써냈을까 하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만났던 사람들, 거쳐온 삶의 순간들, 담아둔 감정들, 이 모든 것이 이야기 한 편 한 편 안에 농밀하게 녹아 있다.
 
작가의 글쓰기는, 삶과 부대끼다 떨어진 작은 파편들 같다. 그 파편들을 모으고 애정 어리게 관찰하면, 이렇게 매력적인 글이 탄생하는구나 싶다. 작가의 산문은 기름기가 없다. 덧대어진 기교도, 일부러 붙여놓은 매력도 없다. 언뜻 앙상해 보이지만,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고 홀로 설 수 있는 굳건함이 보인다. 슬렁슬렁 말을 던지는 것 같지만, 그 말이 모이니 탄탄한 탄성을 갖는다. 이것이 작가가 걸어 온 글쓰기의 여정에서 생긴 내공이구나 생각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홀딱 빠져 읽었다. 작가의 어린 시절 태어난 섬과 여수에 대한 이야기들, 친척들에 대한 여러 단상들, 함께했던 문인들에 대한 절절한 회상들,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참 매력적인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었다. 화려한 이야기도 아니고 삶의 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참 좋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가장 원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도망 가고 싶던,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던 삶에 대해, 작가는 어떻게 부딪혔는가를 보는 것, 바로 그 부분을 말이다. 
 
산문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된 책이다. 특히 '한창훈' 이라는 작가의 글맛을 보게 된 것이 즐겁다. 나도 작가처럼 힘을 빼고 툭툭 던지는, 그러나 그 문장에 탄력 가득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 그러려면 삶을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하나 둘 옮겨와 이야기해 보고 싶지만, 찾아 읽는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진 않다. 산문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 보고 싶다.
10점 중 10점





<나에게 던지는 질문>
 
미소 짓고,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엄정한 법정에 끌려나오 듯.
과연 내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삽화가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면서
정작 답변은 회피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있으련만.
벗이 저지른 과오 중에
나로 인한 잘못은 없는 걸까?
함께 탄식하고, 충고를 해주는 이들도 있으련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메말라버렸을까?
천년만년 번영을 기약하며
공공의 의무를 강조하는 동안.
단 일 분이면 충분할 순간의 눈물을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다른 이의 소중한 노력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유리컵 따위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법,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
과연 생각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려나?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집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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