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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저자(글)
문학동네 · 2014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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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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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소주를 마시며 삶의 순간순간을 버텨내온 사람들
섬과 바다의 작가 한창훈이 200년 만에 육지인들에게 다시 보내는 자산어보 2탄『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바다가 차려주는 먹을거리 묘사로 독자들의 침샘을 터뜨렸던 작가 한창훈이 돌아왔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면서 그가 책 속에 푸지게 차려낸 것은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이다. 그의 바다에선 여전히 보리멸, 숭어, 참치, 쥐치, 상괭이, 고래 들이 뛰놀고, 어딘가 ‘거시기하게 생긴’ 전복도 요염하게 움찔거린다. 하지만 이번 자산어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는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작가 한창훈이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무수한 물고기와 사람들의 생을 보고 있노라면, 지친 몸에 술이 퍼지듯 인생의 지난함과 쓸쓸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심히 쏟아놓고 가는 인간 앞에 영원히 깊고 푸르게 펼쳐져 있을 바다의 경이에 홀연히 취해버릴지도 모른다. “어찌 함께 안 마시고 배길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다운데.”라는 작가의 말처럼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한창훈

한창훈

저자 한창훈은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태어나면서 바다와 떨어질 수 없는 인생이 시작되었다. 세상은 몇 이랑의 밭과 그것과 비슷한 수의 어선, 그리고 끝없는 바다로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하고 아홉 살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웠다. 전반적으로 기구하여 잘 안 풀릴 거라는 사주팔자대로 살았다. 이런저런 배의 선원과 여기저기 공사현장, 공장을 전전하며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냈고, 그뒤로는 한국작가회의 관련 일을 하고 대학에서 소설창작강의를 하기도 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변방의 삶을 주로 써왔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장편소설 『홍합』 『열여섯의 섬』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꽃의 나라』,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등을 썼으며, 어린이책으로는 『검은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가 있다. 먼바다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대양 항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동료 작가들과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을 타고 ‘부산-두바이’ ‘홍콩-로테르담’ 두 번의 대양 항해를 했고 2013년에는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왔다. 지금도 종종 그 항해를 떠올리며 먼 곳으로 눈길을 주곤 한다. 8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고 쓰고, 이웃과 뒤섞이고, 낚시와 채집을 하며 지내고 있다. 대산창작기금, 한겨레문학상, 제비꽃서민소설상, 허균문학작가상, 요산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 작가의 말 5
    여는 글_ 푸른 물방울 11

    죽음과 마주하여 소주 한 사발―팔경호 이야기 24
    집 49
    이별은 훈련이 안 돼―서쪽 항해기 86
    폭설 속에서―참치 이야기 133
    아름다웠던 순간들 161
    어떤 목걸이―쥐치 204
    고래 226
    북쪽 항해기 1―인천에서 베링 해까지 242
    북쪽 항해기 2―알래스카 놈 항, 축치 해 273
    북쪽 항해기 3―보퍼트 해 312

    닫는 글_ 바다와 나 333

출판사 서평

“내 이 별이 뭔고 했더니 허공에 떠 있는 푸른 물방울이었구만그래.”
이 푸른 물방울 행성의 가여운 종족,
지금 바다로 달려가 소주 마시며 울고 싶은 당신에게 바칩니다.

섬과 바다의 작가 한창훈이
200년 만에 육지인들에게 다시 보내는 자산어보 2탄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당신은 어떤 액체와 가장 친합니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사람 몸의 70% 이상이 수분이니, 그냥, 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야근과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도시인들이라면 고카페인 함량의 커피나 에너지음료라고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거문도의 작가 한창훈이라면 담담하게,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술과 바닷물’.

전작『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바다가 차려주는 먹을거리 묘사로 독자들의 침샘을 터뜨렸던 작가 한창훈이, 『자산어보』의 원저자 정약전이 1814년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써낸 지 꼭 200주년이 되는 2014년, 한창훈의 자산어보 2탄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완성해 돌아왔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면서 그가 책 속에 푸지게 차려낸 것은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이다. 그의 바다에선 여전히 보리멸, 숭어, 참치, 쥐치, 상괭이, 고래 들이 뛰놀고, 어딘가 ‘거시기하게 생긴’ 전복도 요염하게 움찔거린다. 하지만 이번 자산어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는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작가 한창훈이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무수한 물고기와 사람들의 생. 책장을 넘기다보면, 지친 몸에 술이 퍼지듯 인생의 지난함과 쓸쓸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심히 쏟아놓고 가는 인간 앞에 영원히 깊고 푸르게 펼쳐져 있을 바다의 경이에 홀연히 취해버릴지도 모른다.

바다는 나에게 느닷없이 던져진 거대한 세상이다. 나는 그 속에서 내일을 모르는 삶을 매일 살아왔을 뿐이다.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말이란 늘 쉬운 것이고 쉬운 것은 진정성이 없다. 그러니 나에게 바다는 애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익숙한 것이다. 던져졌기 때문에 고스란히 살아갈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사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하고 그에 숙련되어가는 것일 뿐. 노자의 생각을 빌려서 말하자면 ‘단순한 삶을 노련하게 사는 것’.
(…) 이 책은 바다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더군다나 술은 바닷물과 더불어 가장 가깝게 지낸 액체이며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는 오늘도 바닷가에서 술잔을 든다. _‘여는 글―푸른 물방울’에서, 20~21쪽

저는 취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흥취가 솟아났는데도 부드럽고 조심스럽다면
그 사람은 진짜입니다.
그런 사람은 꼭 붙들고 평생 친구로 지내야 합니다.
그런 친구 있나요? 저는 몇 명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함께 안 마실 수 있겠어요. 아름다운데.

한창훈은 꽤 오래전부터 술을 마셔왔다. 십대 후반부터 마시기 시작했으니 꼬박 30년 넘게 장복한 셈이다. 그와 술은, 그와 바다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는 왜 바닷가에 앉아 이토록 오래 술을 마시게 되었을까? 그는 짐짓 이렇게 눙친다.

“술, 하면 우선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집안 어른에 대한 추억부터 떠올리잖습니까? 그런 경우 손에 무언가 맛있는 게 들려 있곤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집은 알코올과 친해보지 못한 이들이 대를 이어왔기에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었기에 제가 마시기 시작했죠. 저라도 마셔야 했죠. 술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게 집구석이겠어요? 감옥 아니면 수도원이지.” _ ‘이별은 훈련이 안 돼’중에서, 107쪽

세상이 감옥이나 수도원같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 대체 어떤 삶이 그렇지 않겠느냐만 한창훈이 직접 체험하고 지켜봐온 뱃사람과 섬사람들의 삶은 특히나 팍팍하고 고단했다. 몸 쓰는 일이 많은데다 그 하루가 끝도 없이 되풀이되며, 잠은 부족하고, 체온을 나눌 여인네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죽했으면 한 은퇴한 노항해사가 이렇게 탄식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배를 타는 것은 시간을 돈과 바꾸는 행위였어.”
자,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틸까.

웬걸요. 저도 엔간히 마시고 살았습죠. 버릇처럼 손이 가고 거부당하지도 않고 새삼 덧붙일 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직 붙어산다는 점에서 저와 술은 그쪽분과 부인 같은 관계입니다.
어선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한 곳입니다. 배멀미, 좁아터진 선실, 깨끗한 거라고는 단 한 톨도 없는 주변 환경, 끝없는 일, 거친 선원들. 자, 어떻게 버틸까요.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선장이 지랄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선장 저도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그러다 다시 싸우고 또 소주 마십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안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항구로 돌아옵니다, 소주 마십니다. _ ‘이별은 훈련이 안 돼’중에서, 107~109쪽

이 책에는 이렇게 바다에서 소주를 마시며 삶의 어떤 순간들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나온다.
1959년, 사망 및 실종 849명, 부상 2533명, 총 피해추산액 1678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재해기록을 남긴 태풍 사라호가 들이닥쳤을 때의 일이다. 거문도 주민들이 십시일반 쌈짓돈을 털어 구입한 조합배 ‘팔경호’의 선장과 선원은 항구에서 맥없이 쪼개지거나 가라앉는 다른 배들을 보며,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나 마냥 가만있을 순 없다. 팔경호는 거문도 주민들의 ‘삶의 총화’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복판으로 차라리 배를 몰고 나가기로 한

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이별주로 돌려마신 막소주.
그뿐 아니라 섬에 들어온 사연 많은 화류계 아가씨가 땡볕 아래 개다리소반을 펼쳐놓고 김치 한 보시기와 문어 한 접시를 안주 삼아 ‘니미 씨발’ 정신으로 들이켜는 되들이 소주의 풍경도 있고, 먼바다 항해를 나간 한창훈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가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마시려고 챙겨둔 25도짜리 소주를 상상의 안주와 함께 맛보는 장면도 있다.
이렇듯 때로는 바다 그 자체가 안주가 되어주고 풍경이 되어주므로, 비록 변변한 안주 하나 없는 막소주 한 사발일지라도 한창훈의 술상에선 절로 넘어간다.

또 한잔. 멸치 대가리 열일곱 개째.
기억나진 않지만 이 물방울 행성으로 스며들기 직전 나는 이렇게 사는 조건으로 탄생을 허락받았을지 모른다. 아니면 뺑뺑이를 돌리고 화살을 쏘았는데 박힌 칸에 하필 “안착은 꿈도 꾸지 말 것. 평생 외롭고 고달플 각오를 할 것” 이렇게 쓰여 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스며든 게 아니라 포획당했을 수도 있다. 바닷가에서 볼품없이 홀로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잡혀버린 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은 감옥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곳이다. 술도 마시게 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_「집」 중에서, 73쪽

이 책에 등장하는 대표 주종은 소주요, 안주도 해산물이 대다수이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좀처럼 맛보기 힘들 법한 특별한 술상도 차려진다. 그가 일본에서 참치와 함께 맛본 ‘조빠리 사케’는 ‘한잔 털어넣으면 입안에 폭설이 내리는 듯한’ 맛이라고 한다. 자연 현상에 빗대자면 “파스텔풍의 구름 사이에서 번쩍, 번개가 치는 듯”하고, 사람으로 치면 “다리 까닥거리며 담배 피우고 있다가 이리 쫌 와보시오, 하고는 느닷없이 키스를 해오는” 전라도 여자와 비슷한 맛이라나(「폭설 속에서―참치 이야기」), 또한 고래를 직접 보고 싶다는 바람 속에 떠난 북극 항해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주지 않는 고래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 북극의 유빙을 조각내어 ‘빙하 보드카 칵테일’(「북극 항해기 3―보퍼트 해」)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술집에서는 속이 허전해 보이는 남자가 쥐포 대신 술집 여자의 마른 손가락(?)을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이는 약간은 별난 술자리가 열린다(「어떤 목걸이―쥐치」).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쓸쓸함을 잘 견딘다고 사람들은 여긴다. 사실 잘 견디는 편이다.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견뎌야 할 것이 쓸쓸함이니까. 그러나 견디는 것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은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우리는 시간이 안 간다고 몸살을 떨다가 늙어서는 단 하루 더 못 사는 것을 원망하는 그런 이상한 족속이기는 한데, 하여 지루한 시간이면 나중 죽기 직전 이 시간을 얼마나 아까워할까를 일부러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쓸쓸함을 견디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세상 끝 바닷가의 외로움. _「집」중에서, 61~62쪽

바다는 이렇게 한없이 술을 부르고, 술은 바다를, 삶을 조금 더 견디기 수월하게 한다.
그러나, 그저 견디기 위하여 마셨다, 는 것은 그에게는 가당찮은 핑계일 것이다.
사실 그가 바다를 마주하고서 그토록 많은 술을 마시고, 육지에 나갔다가도 끊임없이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건, 그에게 아름다운 친구들이 너무 많았고, 그 친구들만큼이나 아름다운 바다가 ‘그냥’ 곁에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니, 대체 “어찌 함께 안 마시고” 배길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다운데.”

그러나, 그럼에도,
영원히 깊고 푸르게 출렁거려야 할 바다이기에


그가『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문학동네 카페에 한창 연재하던 중인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그는 연재를 중단하고, 바다로 나갔다. 다시 돌아와 두번째 자산어보를 완성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창훈의 자산어보 집필을 잠시 멈추게 한 것도 세월호 사건이었지만, 끝내 완성하게 한 것 또한 그것이었다. 훼손당한 바다, 죽음의 무덤이 되어버린 바다. 그 참혹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묻고 또 물었다. 우리가 정말 미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억해야 할 것은 또 무엇인가.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바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바다에서는 여전히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
바다는 어미와 같아서 그에 기대 살아가는 생명을 먹고살게 해주지만, 또한 고달프게 하고 울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의 말마따나 그것이 바다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그렇게 아름다운 아이들을 수장시켜버린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이가 갈렸습니다. 연재를 멈추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을 집단으로 죽여버린 대한민국. 제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게, 그 무능하고 책임 없는 사람들의 안정된 생활과 품위 유지를 위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바다가 무참하게 훼손당해버렸다는 게,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미워해야 할 것과 미워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목숨과 바다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바다는 인류가 태어나기 오래전부터 스스로 있어왔습니다. 장마와 폭우가 하늘의 실수가 아니듯 바다 또한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깊고 푸르게 출렁거려야 할 곳입니다.
때문에 저는 뒤늦게라도 이 이야기를 마쳐야 했습니다.

304명의 이름, 그리고 바다에서 스러져간 이들 앞에 묵념하며
-작가의 말, 6~7쪽

한창훈은 이 책의 서두에서 바다를 ‘신의 눈물방울’이라 표현했다. 세상이랍시고 인간이랍시고 “꾸려놓기는 했는데 버겁기도 하고, 막상 그래놓고 보니 울컥하기도 해서, 다른 도리가 없었어, 도리질 치다가 글썽, 한 방울 흘러내린 것”. ‘신의 눈물방울’ 앞에서 앉아서 그는 이 푸른 물방울 행성에서 가엽게 우는 사람들과 누군가를 울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당신은 어떤가. 혹시 비씨카드나 돈의 얼굴을 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상상해본 적 없으신가.
(…) 각각의 사람은 어떤 동물을 닮기 마련인데 모기의 속성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 많다. 타인의 곤란을 이용해 돈을 빨아들이는 이들. 그들과 내가 같은 인류라는 것을 생각하다보면 나는 휘어진 못대가리처럼 슬퍼진다. _「집」, 74~78쪽

당신은 어떤가.
스스로 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남을 울게 하는 사람인가.
바다를 닮은 사람인가 아니면 빈 술병이나마 닮은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모기를 닮은 사람인가.
어쩌면 작가는 결국 사람들에게 이것을 물어보고 싶어서, 책 속에 그리도 많은 술상을 차려놓고 또 그리도 깊은 바다를 군데군데 심어놓고 당신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25531
발행(출시)일자 2014년 08월 14일
쪽수 352쪽
크기
145 * 210 * 20 mm / 589 g
총권수 1권

Klover 리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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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중 7.5점
'진짜 바다를 느끼지 못할거면 바다에 오지말라'고 일갈하던 바다의 작가, 섬의 작가 한창훈의 바다이야기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9년에는 지독한 태풍 '사라호'가 전국을 할퀴고 지나갔다. 얼마나 지독하였는지 몸소
'사라호'를 겪었던 엄마는 지금도 선풍기 바람을 멀리할 정도이다.
그 '사라호'를 정면에서 맞았을 거문도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팔경호'이야기가 있단다.
당시에는 정기 여객선도 없던 시절, 거문도 주민들은 육지를 오가기 위해 십시일반 출자하여 '팔경호'를 진수했다.
'사라호'가 우리나라를 강타할 무렵은 하필이면 추석명절인지라 그동안 모아둔 어물을 육지로 가져가고 대신 쌀과
과일, 육고기 등속을 사가지고 오기 위해 출항을 한다.
선원 열 명은 섬의 반년간의 수확을 싣고 태풍이 올라온다는 사실에 어두운 얼굴로 바다로 나섰던 것이다.
섬의 끄트머리인 녹산등대를 벗어나자 엄청난 파도가 몰려왔고 천신만고 끝에 고흥 녹동항까지 갔다.
급하게 시장을 보고 다시 배를 돌려 거문도로 향하던 팔경호는 배를 버리고 청산도로 들어갈 것인지 배를 지키기 위해
거문도로 향해야할지 선택을 하게 된다. 누군들 목숨이 안 아까울까.
하지만 섬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팔경호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은 깡술을 들이키고 태풍과 맞장을 뜨기로 한다.
태풍이 무지막지하게 섬을 할퀴고 간 후 주민들은 당연히 팔경호가 바다속으로 가라앉았을거라고 낙담을 한다.
과연 그 팔경호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섬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일단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안주가 좋고 맘먹고 돌자고 보면 고작 하루면 끝나는 우물같은
섬에 갇혀있다보니 유일한 낙이 술뿐이다. 밥상을 받는 횟수 못지 않게 술상을 받았을 술 좋아하는 작가의 섬살이는 얼핏 달력에
그려진 풍경화처럼 고즈넉해 보인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섬안에도 무수한 인생의 이야기가 지천이다.
섬살이가 지긋지긋해서 떠나버린 여자들이 많다보니 홀아비가 지천인 것도 술과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다 중년 남자들의 싸우는 소리를 듣던 중 욕이란 욕은 죄다 섭렵을 하다 마지막 나온 한마디에 상대는
KO패! "좆까지 마 씨발놈아, 각시도 없는 새끼가." 아 얼마나 가슴쓰린 욕이란 말인가.
내 일찌기 싸움에서 먼저 피를 본 놈이 지는 거란 소리는 들었지만 각시 없는 놈이 진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작가 또한 이 '지는 그룹'에 속해있으니 어떤 싸움이든 휘말려 들어봐야 승부는 뻔한 일이 아닌가. 오호 통재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못지 않은 섬과 바다의 풍요한 자산을 소개했던 전작인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에 비해 술상은 조금 빈약해 보인다.
2005년 컨테이선 하이웨이호를 탄 여행기와 2013년 쇄빙연구선 아라곤호의 탑승기가 이채롭다.
섬에서 자란 사람이라 그런가 유독 바다에 대한 갈망이 남다르다. 가도 가도 물뿐인 바다라 지구가 아닌 '수구'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어마어마한 바다에 서면, 그것도 장장 한 달 이상이라면 바다는 더 이상 동경이 아닌 고독의 대명사가 되지 않을까.




고래를 보고 싶어 북극의 바다를 향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만남은 무산되었던 듯..심지어 월급없는 간호사와 연구원 보조로
활약(?)했다는 탑승기가 재미있다.

당원과 소금과 미원 범벅의 쥐치맛에 익숙한 여자에게 날 쥐치의 참맛을 이야기하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어떤 목걸이-쥐치'는
작가만의 색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다. 사내들에게 술을 따르며 살아가는 여자의 아픈 추억과 싱거운 쥐치맛에 어우러지는 풍경이
쓸쓸하다. 섬이란 워낙 절대고독을 마주해야 하는 곳이라 그런가 그의 글들은 늘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과거의 행적역시 남다르기도 하고. 그가 가졌던 다양한 직업들은 그가 작가로 살아가는데 밑천이 되지 않았을까싶다.

올 한해 유독 바다로 달려가 소주 마시며 울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바다가 무슨 죄라고...인간들은 바다에게 탄식을 토하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은근히 바다로, 섬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그의 글로
바다의 갈증을 달래도 좋겠다. 허리도 부실한 작가가 온몸으로 닻을 올리는 장면이 보고 싶다면 섬으로 가자.
흰머리를 휘날리며 섬을 서성이는 그를 알아보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테니.
10점 중 7.5점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야 작가의 전작,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뭐 몰랐었기도 했지만 연작 소설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순서대로 읽을 이유도 없고, 그리고 밥도 좋지만 물론 술!도 좋으니 뭘 먼저 읽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는 작가의 말이 어찌나 괜찮은지 책을 읽기도 전에 '감'이 좋았다고나 할까.  '자산어보'는 원래 정약전이 흑산도 바다에 사는 어족을 연구하여 펴낸 저서이다. 정약전이 실제로 흑산도로 귀양가 있던 시절에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것임으로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또한 저자가 실제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으로 적어낸 진짜 바다 이야기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래서 작가에게는 경험이란 것이 이래저래 많아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저자가 풀어내는 썰이 태어나서부터 바다에 살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목 탓인지, 이 책에는 술에 관한 저자의 명 문장들이 꽤 많다. 또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술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도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 어딘가 술병을 찾아 두리번 거렸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이백의 월하독작이라도 되뇌었을 터이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술을 마셔왔다. 혼자 마시는 술의 미덕은 돈이 별로 들지 않는데다 조용하고, 그리고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곧바로 잠들기도 용이하다.." (p73-74)
 
"사람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바라 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당신은 어떤가. 혹시 비씨카드나 돈의 얼굴을 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본 적 없으신가" (p77)
 
"저는 취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흥취가 솟아났는데도 부드럽고 조심스럽다면 그 사람은 진짜입니다. 그런 사람은 꼭 붙들고 평생 친구로 지내야 합니다. 그런 친구 있나요? 저는 몇 명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함께 안마실 수 있겠어요, 아름다운데," (p110)
 
"와인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는 센 강 또는 페르 라셰즈 묘지의 까마귀떼를 배경으로 해야하고 앱솔루트는 안개 속에서 마개를 비틀어야 한다. 칭기즈칸 보드카는 광할한 초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이다. 거리와 시간이 사라지는 곳에 술이 스며든다. 하늘보다 넓은 땅이 그 술의 파트너이다. 베트남 증류 소주는 주름 가득찬, 그것을 팔고 있는 늙은 아주머니의 삶과 그 나라의 역사와 만나야 맛을 낸다. 친구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가보면, 조니워커 블랙이나 발렌타인 17년산을 꺼내기도 하는데, 나는 온 몸을 던져 개봉을 저지한다. 그런 술은 잔칫상에 정말 안어울린다. 쓸데없이 과하게 취하게만 만들어버린다. 마실 때가 따로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무언가 딱히 할 일도 없고, 허공이 가라앉고, 탁상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뚜렷하게 들리는 날 마시는 것이다" (P139)
 
   반면, '어보'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나처럼 생선 이야기가 잔뜩 나올 것이라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뭐야 이게..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지글지글 익어가는 생선이야기는 없어도 그의 느닷없는 항해 이야기와 바다를 대하는 예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좀 생뚱맞은 19금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이 책이 어떤 내용이냐 묻는다면 아마도 죽을 때 바다의 얼굴을 닮고 싶은, 뼈속까지 바다 사람인 한창훈 작가의 인생항해일지라고 할 것이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배가 한 척 생긴다면 당신은 어떤 항해를 하겠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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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기도 전에 운송과정인지 아닌지 책이 찌그러저 왔네요. 포장부터 주의해야 할 듯...
리뷰 썸네일
10점 중 10점
날 것들이 살아 숨 쉬는 바다의 모습을 한창훈 작가보다 실감 나게
보여주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작가의 고향이자 현 거주지인 거문도에서 그가 겪었던 바다 사람
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이 겹쳐지는 묘한 감정이 들게 한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바닷가 마을의 구성원들,
그가 만났던 어린 시절의 동네 사람들과의 추억이 생생하다 못해
아찔하게 펼쳐진다.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닌가요?
북극해의 고래와 북극곰을 보기 위해 탐사선에 동행한 작가는,
몇 개월간의 지루한 항해 기간 동안 그가 배 안에서 할 수 있었던
소소한 일부터 북극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엄한 자연의 모습도
우리에게 전해준다.
멋진 사진과 글로 보는 북극해의 자연은 신비로움을 넘어 지구의
모습 같지 않고 다른 은하계의 풍경처럼 보인다.  그런 풍경을
사진이 아닌 맨눈으로 보았다면 못 본 고래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
접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방에는 이 책 구입 시 받았던 북국해 물이 담긴 조그만
유리병이 놓여있다. 
책을 읽은 후에 바라보는 바닷물은 조금 더 다른 느낌을 전한다.
10점 중 10점

내 인생의 배경은 대부분 바다였다. 섬에서 태어나 자랐고 선원 노릇을 했으며 다시 고향 거문도에 내려와 산 지 8년째이다. 해발 1미터인 바닷가 집에서는 5년 되었다. 이곳에서 낚시를 가고 수영과 스노클링을 한다. 그물질도 하고 간혹 다이빙도 한다. 먼바다가 궁금해 인도양과 대서양, 북극해 항해도 했다. - '여는 글' 중에서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
 
작가 한창훈은 1963년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출생했다.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십 전에는 기구할 거라는 사주팔자가 대략 들어맞는 삶을 살았던 그는 음악실 디제이, 트럭 운전사, 커피숍 주방장, 이런저런 배의 선원, 건설 현장 막노동꾼, 포장마차 사장 따위의 이력을 얻은 다음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손암 정약전(1760~1816년)이 1814년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써낸지 올해가 꼭 200주년이 되는 해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순 없잖아요?" 라고 반문하는 한 작가는 바다가 차려주는 '술상'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써내려갔다.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멘토였던 손암 선생은 귀양살이 중 흑산도 인근의 물고기를 관찰하고 이를 제대로 먹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기술했다. 작가 또한 고향인 거문도 인근에서 살면서 물고기들을 관찰했다.
 

 
바다는 작가에게 느닷없이 던져진 거대한 세상이다. 그는 그 속에서 내일을 모르는 삶을 매일 살아왔을 뿐이다. 바다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말이란 늘 쉬운 것이고 쉬운 것은 진정성이 없다. 그러니 그에게 바다는 애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익숙한 것이다. 던져졌기 때문에 고스란히 살아갈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사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하고 그에 숙련되어가는 것일 뿐. 노자의 생각을 빌려서 말하자면 '단순한 삶을 노련하게 사는 것'. 
 
이 책은 바다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다. 술은 바닷물과 더불어 가장 가깝게 지낸 액체이며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작가는 오늘도 바닷가에서 술잔을 든다. 십대 후반부터 시작했으니 꼬박 30년 넘게 장복한 셈이다. 그래서 술은 바다만큼이나 작가에게 잘 어울린다.
  
"술, 하면 우선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집안 어른에 대한 추억부터 떠올리잖습니까? 그런 경우 손에 무언가 맛있는 게 들려 있곤 하니까요. 하지만 우리집은 알코올과 친해보지 못한 이들이 대를 이어왔기에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었기에 제가 마시기 시작했죠. 저라도 마셔야 했죠. 술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그게 집구석이겠어요? 감옥 아니면 수도원이지" - 한창훈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아무 것도 없는 것과 마주앉아 한잔하면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읽는다. "추어: 6월 초에 연안에 나타나서 서리 내릴 때 물러간다. 밝은 빛을 좋아한다" 빛을 좋아하는 것들은 겁이 많고 착하다. 그래서 그러겠지만 살아 있을 때 보면 정말 작고 예쁘다.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옛사람들이 행어行魚라고도 불렀다. 그리고 죽음으로써 이렇게 정지해있는 것들. 제각각 대가리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생의 마지막 표정을 이 애들처럼 적나라하게 가지고 있는 것도 없다.
 
작가는 해수욕장 주변에 위치한 소위 '귀신나오는 집'인 하얀 집에 살고 있다. 먼저 살던 후배가 밤에 여자 귀신에게 능욕을 당했다는 그 집이다. 하지만 재수가 없어 그런지 그는 이 여자 귀신을 만나지 못했단다. 아무튼 '각시 없는 새끼'인 그는 밤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홀로 살기 때문에 쓸쓸함을 잘 견딘다고 사람들은 여긴다. 잘 견디는 편이다.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견뎌야 할 것이 쓸쓸함이니까. 하지만 견디는 것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제 적금이라도 들어서 갑식이 엄마라도 하나 살까 싶어"
 
또 한잔. 멸치 대가리 열일곱 개째. 기억나진 않지만 이 물방울 행성으로 스며들기 직전 그는 이렇게 사는 조건으로 탄생을 허락받았을지 모른다. 아니면 뺑뺑이를 돌리고 화살을 쏘았는데 박힌 칸에 하필 '안착은 꿈도 꾸지 말 것. 평생 외롭고 고달플 각오를 할 것' 이렇게 쓰여 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스며든 게 아니라 포획당했을 수도 있다. 바닷가에서 볼품없이 홀로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잡혀버린 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은 감옥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곳이다. 술도 마시게 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술병 두 개가 다 비었다. 스무 개 정도의 멸치 대가리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 각시도 없는 새끼가 깊이 잠드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예전에 찾아오던 염소, 고양이, 개들도 이젠 본 지가 오래다. 그는 눕는다. 해수욕장에서 밤 파도 소리가 들린다. 술을 마시면 역시 덜 쓸쓸하다.      

세상이 마치 감옥이나 수도원처럼 느껴질 때, 사람들은 술을 마시게 된다. 작가가 직접 체험하고 지켜봐온 뱃사람과 섬사람들의 삶은 특히나 몸 쓰는 일이 많은데다 그 하루가 끝도 없이 되풀이되며, 잠은 부족하고, 체온을 나눌 여인네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선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험한 곳이다. 배멀미, 좁아터진 선실, 깨끗한 거라고는 단 한 톨도 없는 주변 환경, 끝없는 일, 거친 선원들. 자, 어떻게 버틸까?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힘듭니다, 소주 마십니다. 일이 남았는데 잠 쏟아집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선장이 지랄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선장 저도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그러다 다시 싸우고 또 소주 마십니다. 여자 생각 간절합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잘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고기가 안 잡힙니다, 소주 마십니다. 항구로 돌아옵니다, 소주 마십니다. 
 
"그곳에서는 술이 가진 기본 영역, 그러니까 관계 형성과 에로티시즘을
넘어선 물리적인 치료약으로 쓰인다"
 

소설가 한창훈(거문도 해변에서) 
 
 
다양한 물고기가 등장한다. 멸치에게 수심 수백 미터 아래는 두려운 곳이며 넙치에게는 수면이 낯설다. 그래서 멸치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헤엄을 치며 광어는 압력 때문에 납작해진다. 무늬발게에게는 돌멩이 너머가 낯선 세상이며 사람 말을 알아듣는 따개비가 있다 해도 바다의 크기에 대해 설명해주기란 불가능하다.
 
거주형 물고기, 유목형 물고기가 있다. 벵에돔이나 조피볼락 같은 거주형 물고기는 농경민처럼 영역권을 만들어 저 스스로 거기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회유하는 유목형 물고기, 참돔이나 갈치, 대구 같은 것들도 고작 몇백 킬로미터를 왔다갔다한다. 제 고향 찾아오는 연어의 노력이 기특하지만 성공하는 애들은 극소수다.
 
고래는 그 모든 것을 가볍게 무시한다. 허공을 호흡하고 수천 미터 수면 아래에서 침묵하며 꼬리 몇 번 흔드는 것으로 가볍게 적도를 넘어버린다. 고등어가 헤엄칠 때 목표는 조금 뒤에 도착할 곳이다. 먹이가 있을 만한 곳. 그러나 고래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천 킬로미터 바깥이다. 동서남북 방위를 깨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기들끼리 말도 주고받는다. 오대양을 돌아다니는 화물선처럼 완벽한 이동이자 항해. 그래서 고래의 몸은 바닥과 땅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비밀공간 같은 곳이다.
 

 
 

빛깔은 칠흑색이고 비늘이 없다. 길이는 백여 자, 혹은 2~3백여 자인 놈도 있다. 옥편에 의하면 고래는 물고기의 왕이라고 했다. <고금주古今注>에는 큰 고래는 길이가 천 장에 달하고 작은 놈은 수십 장이라고 했다. 암놈은 예라 하는데 큰 놈은 길이가 천 발에 달하며 눈은 명월주와 같다고 했다. 고기를 쪄서 기름을 내면 10여 독을 얻을 수 있으며 눈은 잔杯을 만들고 수염은 자尺를 만들며 등뼈는 잘라 절구를 만들 수 있다. - <자산어보> 중에서
 
 
술 마시는 곳에 어디 마른멸치 같은 안주 뿐이랴. 음담패설이 등장해야 술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작가는 책에 '갑식이 엄마'를 이야기한다. '갑식이 엄마'란 다름아니라 성인용 인형 이다. 워낙 국제적인 인형이라(?) 각 나라에 맞는 환희의 신음 소리를 낸단다. 배꼽을 잡게 한다.
 
일본~ "아노, 좆도마때, 조또마때"
스페인~ "야르르, 야르르..."
미국~ "오예, 퍽미, 오이예"
한국~ "오매, 갑식이 즈가부지, 오매, 갑식이 즈가부지"
 


 
안놀섬, 고문리가 있는 고도古島 옆 자그마한 바위섬이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작가는 또래 이이들과 함께 노 젖는 거룻배인 뎀마를 타고 이곳으로 낚시를 갔다. 동무 하나가 "저기 좀 봐"하면서 손가락질 했다. 큰 바위들이 양쪽에 포진하고 있는 자그마한 몽돌밭이었다. 맑은 눈을 가져서인지 아이들 눈에는 이런 장면이 유난히 잘 들어온다.
 
마을 술집의 작부들이 깔깔대며 놀고 있었다. 위만 벗은 여자, 아래까지 다 벗은 여자, 위아래 다 입은 여자 등 열댓 명이 뒤섞여 있었다. 서로 물을 끼얹고 안 벗은 여자에게 달려들어 억지로 무장해제를 시키고 있었다. 작부 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젖통이 원시적으로 출렁이고 아랫도리 털 단 여자가 쫓아가 거기를 꼬집고 잡아서 비튼다. 이들 중 한 명이 우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비명소리와 함께 모두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머리만 내민다.
 
아이들임을 알아채고서 보이는 반응을 보소. 몇몇은 빨리 돌아가라는 손짓을 하는데, 또다른 몇몇은 미래의 손님이라며 영업을 한다. 출렁이는 젖통을 보여주며 다가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빳빳해졌다. 비록 어릴지언정 남자는 남자다. 생판 모르는 여자들이 홀랑 벗고 보여줄 것 다 보여주는데,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할 거다.
 
 


 "원체 논바닥에 들앉아서 게 좀 벅벅 닦구 가. 암만 더워두 슬 때는 문 닫구 쓰야 개운헌디, 나오기 전버텀 찐덕거리니 워디 쉰내 나서 허겄더라"
젓가락 끝에서만 헤엄치는 멸치 서너 마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떠다밀며 국물만 뒤적이던 서방이 덜미를 조이며 말했다.
"논물이 들어가두 상관 않구?"
아내를 고개를 저리 조아리며 볼때기로 웃었다.
"날이 가물면 사람도 가무니께 거기루 물 대면 더 좋지"
- 이문구, <우리 동네 김씨>중에서               
 
그렇다,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 몸에 물 묻히기 쉽지 않았다. 반면에 화류계 여인들은 자주 씻었다. 씻어내고 씻어내면서 새롭게 탄생하는 게 그녀들이었다. 섬은 집이 좁다. 그러니 목욕탕도 당연히 좁다. 여인네들이 많으면 한집에 열 명도 넘는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보다 더 엄격한 서열이 있다. 막내 여자는 아예 목욕탕 순번에 들 수도 없다. 그러면 마당에서 씻는다. 17살 때 작가가 나신裸身의 여자를 보려고 이집 골목을 수차례 돌았다는 표현에 씩 웃음이 지어졌다. 남자란 참.
 
당신에게 바다는?
 
1959년 추석을 이틀 앞둔 날, 거문도에서 배 한 척이 육지로 출항했다. 배의 이름은 팔경호. 당시엔 여객선이 없던 시절이라 개인 선박에 의존했다. 그래서 불편한 주민들이 십시일반 출자해 조합을 만들고 마련했던 배다. 당시 태풍 사라호는 거문도를 참혹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섬 주민들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던 팔경호의 뱃사람들은 모두 생환했다. 오십 년이 넘게 지난 그 이야기는 지금도 이곳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바다는 이들의 숙명이다. 작가 한창훈도 이 지구를 푸른 물방울 행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바다 친화적이다.
10점 중 5점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은 육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다 저 멀리 수평선에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은 상념에 빠져있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인 표지다. 누군가는 자연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이 거대한 물방울 행성에 작은 존재로써 울적함을 달래기 위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몇 일전 바라본 바다의 낙조는 명멸해가는 아름다움의 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안경을 쓴데다 물에서 헤엄치는데 서툰 내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워터파크에서도 물에 깊이 빠져들면 정신이 없다. 바다에 대한 기억은 그저 이동수단이나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낚시를 잠시 즐긴 것밖에는 없다. 실제로 바닷사람들의 생활을 겪어보거나 이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지는 텔리비전을 통해서 볼 뿐이었다.

제목을 보아하니 바다와 술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실제로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부가 많은데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한다. 고단한 삶을 술로 달래고 이겨내며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 바로 술이라는 것이다. 밥상이 아닌 술상을 더 많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친 그들이 생활이 다듬어지지 않은 말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그 표현들을 날 것으로 받아들이기엔 거북하기도 하다. 적나라한 성적인 은유들이 난무하고 그 표현들이 물 흐르듯 당연하게 흘러나오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었다. 아마 난 바다만 계속 바라만보면서 생활해야 한다면 외롭고 쓸쓸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듯 싶다. 수평선보다 지평선이 더 안정적인 이유는 흔들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가 고독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쓰이는 까닭은 밤낮의 변화 외에는 그저 말없이 똑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상에서 바라볼 때는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는데 술을 잘 마시지 않은 나로써는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작가가 느끼고 만났던 모든 순간들은 우리를 대신해 그들과 같이 울어주고 외로움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이 푸른 물방울 행성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10점 중 7.5점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제중 하나인 장약전이 편찬한 한국 역사상 최고(最高)의 어류도감으로
바다에 생존하는 155종의 생물들을 맛과 그 효능까지 알차게 기록한 기록물이기도 하며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선조들의 미래를 내다
보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라는 제목과 걸맞는 내용의 글들이 있으려나 싶어 살펴본 한창훈의 작품은
바닷내음 그득한 풍광을 맛보게 되고, 맛 또한 심심치 않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쓸쓸함을 잘 견딘다고 사람들은 여긴다. 사실 잘견디는 편이다.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견뎌야 할것이 쓸쓸함이니까.
그러나 견디는 것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것의 차이는 매우크다.
(....)
 
거문도에서 태어나 바다와 선원 생활을 오랜기간 했던 저자의 항해 이야기와 자산어보 속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 늘 그와 함께하는 소주가  어우러져 한편의 독립영화를 보는듯함을 자아낸다.
왠지 고독하고 쓸쓸한 삶의 또다른 단면을 돌아다 볼 수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항해와 인간의 삶이 닮아 있어 그런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거친 바다는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의 땅과 같은 의미로 해석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유적
표현이지 않는가 말이다.
결국 거친 파도를 싸워 이겨내고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를 맞이했을때야 인간의 삶은 살아있음을 
온전히 향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가 독자에게 말하는 '배가 한 척 생긴다면 어떤 항해를 하겠는가?'에 대한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걸까?
그야말로 인생의 항해를 하고 있는 '나'란 배는 지금 어디쯤에 어떻게 가고 있는것인지, 새로운 출발을
해야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폭풍우가 몰려오기 전단계인지 ....
모두가 삶의 항해에선 자신이 선장이고 선원이며 배이다.
어떤 항해가 될것인지  모두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가 허공에 떠있는 푸른 물방울
속을 유유히 건널 수 있 이유가 될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것 같다.
10점 중 7.5점


 
 
바다가 고향인 작가 한창훈 선생님의 바다와 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뭔가 애잔하면서도 소주한잔의 끝맛처럼 쌉싸름한 맛이 나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능글스러우면서도 바다와 소주를 사랑하는 그다움이 느껴져서 친근하다. 사실 나도 바다를 앞에 둔 작은 마을이 고향이라서 그의 글에서 향수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 한권의 책에서 짭쪼롬한 바다내음이 나서 좋았음이다.
 
안상학 시인은 바다한가운데에서 지구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허공에 떠있는 푸른 물방울' 이 표현에 한창훈 선생님은 감탄한다. 이렇게 멋있게 지구를 표현해 낼수 있다니. 나도 그의 표현에 얼마나 멋있다고 소리쳐 댔던지. '푸른 물방울' 우리는 그 푸른 물방울 속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허공속에서 푸른 물방울은 정말 하찮게 작은 것인데,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고민에 힘겨워하고 상처를 입고 살아가고 있는것인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닐 일이다.
 
먼 바다가 너무도 궁금해 인도양, 대서양, 북극해를 항해한 저자 한창훈 선생님의 바다와 돌고래와, 선상위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어렷을 적 고향인 바다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읊조린다. 그 이야기에는 항상 바다가 들어 있었고 술도 빠질수 없었으며, 여자가 안주로 올려진다. 선생님의 평생에 글들은 모두 이 세가지중 한 가지는 꼭 들어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니까.
 
바다는 나의 삶 속에서 현재는 멀게 있지만 어렷을 적에 항상 함께있던 것들이었다. 바다와 파도소리. 그리고 어판장. 머리에 똬리를 올리고 고무다라이를 얹으며 걸어가는 아줌마들. 짭짤한 내음. 한창훈 선생님처럼 바다를 고향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그곳의 향수들.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기억들이고 아픔이고 되돌아보면 행복 또는 슬픔이 존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 행복한 일들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불처럼 뜨거운 것들을 안고 가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바다와 술과 여자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바다 이야기. 오랜만에 바다를 생각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고, 그 짠 내음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다음 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쓸쓸함을 잘 견딘다고 사람들은 여긴다. 사실 잘 견디는 편이다. 살면서 가장 오랫동안 견뎌야 할 것이 쓸쓸함이니까. 그러나 견디는 것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우리는 시간이 안 간다고 몸살을 떨다가 늙어서는 단 하루 더 못 사는 것을 원망하는 그런 이상한 족속이기는 한데, 하여 지루한 시간이면 나중 죽기 직전 이 시간을 얼마나 아까워할까를 일부러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쓸쓸함을 견디기가 용이하지는 않다. (p.61)
 
화물선에는 윙브리지라는 곳이 있다. 브리지 옆으로 돌출되어 있는 곳으로 구경하기 좋은 장소이다. 두 사람은 날마다 윙브리지에서 몇 시간이고 바다를 보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동안 쌓인 고난과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퇴적되어 있던 것들을 증발시켜 보내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대상을 제대로 정했다고 나는 공연히 흐뭇했다.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본다." 니체의 말이다. (p.98)
 
노자 <도덕경>에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가 나온다. '자연은 자애롭지 않아서 만물을 추구처럼 다룬다'는 뜻. 추구는 짚으로 만든 강아지이다. 공평으로 보기도 하고 무심, 무위로도 보고 냉정으로 보기도 한다. 다 맞다. 하지만 자애롭지 않다는 말은 더 맞다. 바다에 시달릴 때 이 말이 종종 떠오른다. 풍랑이 불어오면 새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숫제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절대 찾을 수가 없다. 풍랑이 지나가면 다시 나와 울어댄다. 우리가 저 새와 같다. (p.343)
 
10점 중 5점
 
작가 한창훈이 자신의 온몸으로 겪어온 바다의 기억과
7살때부터 시작했다는 '생계형 낚시'40년 노하우를 역어 완성한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바다를 배경으로 한 '변방의 삶'을 살아오고 써왔다는 작가 한창훈~
그만의 철학이 물씬 묻어나는 산문집이었다.
 
'내 이 별이 뭔고 했더니 허공에 떠 있는 푸른 물방울이었구만 그래'
이 푸른 물방울 행성의 가여운 종족..
지금 바다로 달려가 소주 마시며 울고 싶은 당신...
그가  던지는 진한 바다의 노래와 짠내나는 삶의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참으로 많은 곳을 여행해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고
온갖 일들을 겪으며 그속에서도 자신의 말과 시상을 길어올리는 그는 천상 글을 쓰는 사람인듯 하다.
그의 항해 이야기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해 평균 두번 정도 바다에 간단다...
애인과 헤어지고,
시험에 실패하고,
사업에 망하고,
아니면 그저 놀러....
 
그는 버림받은 것들이 모두 스며있는 곳이 바다라고 말한다.
저 밑 바닷속에는 사람들의 숱한 사연들이 떠다닐 것이라고...
왠지 짠하면서도 슬프고 그러면서도 바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진솔한 바다 이야기...
평생을 바다와 함께 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10점 중 7.5점
책을 읽으면서 술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것이 참 오랜만이다. 술에 약한 체질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고, 많이 먹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책 속 몇 곳은 읽으면서 당장 술을 부어놓고 마시고 싶게 만들었다. 아마도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이었다면 소주를 꺼내어놓고 조금씩 홀짝이면서 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느 순간 취해서 책을 내팽개치고 졸았겠지만. 제목대로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으로 남겨진 것은 술이다. 그리고 그가 배를 타고 돌아본 여행과 바다 이야기다.
 
한창훈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실제 그의 책을 온전하게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편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장편은 없다. 장편 몇 권을 사놓았지만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 낯익은 이름 때문에 선택했지만 그냥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의 글이 주는 재미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의 글을 좋아하던 누군가의 평이 생각났는데 이제 왜 그랬는지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자산어보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인이 보는 지구는 우리와 다르다. 시인은 지구를 허공에 떠 있는 푸른 물방울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비유다. 이 비유는 자주 등장한다. 작가의 비유가 아니다. 바다 위를 향해하는 배 위에서 그는 푸른 물방울을 말하고, 한 잔 술을 마시면서도 말한다. 단순히 비유만으로 이 책이 나에게 다가온 것은 아니다. 술에 대한 갈증만도 아니다. 바로 작가의 삶과 경험이 격렬한 표현 없이 자연스레 드러나면서 조용히 가슴 한 곳에 내려앉는다. 그가 강렬하게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문장은 감정의 파도를 더 높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지만 이 담담한 글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조그만 감정의 파도는 어느새 가슴 전체를 적시고 있다.
 
상선을 타고 홍콩에서 로테르담까지 간 항해기도 좋지만 고래를 보기 위해 탄 북해 향 조사선의 글은 더 좋다. 간결한 문장은 현실을 보여주고, 일상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몇 가지 이야기는 이 여행의 소소한 이벤트가 된다. 담담하게 있었던 일만 적어나가는 작가의 글을 보면 너무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나는 그 건조함과 간결함이 좋다. 그래서 작은 이벤트만 생겨도 반갑다. 흥겹다. 나도 한 번 이런 배를 타고 싶어진다. 물론 실제 이 배를 탄다면 글로 표현된 것 이상의 것을 견디면서 힘들게 보내야 할 것이다. 내리면 또 다른 감정이 생기겠지만.
 
그의 다양한 이력 중 배를 탄 것과 현재 거문도에 거주한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런 이력은 그의 삶을 심난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글의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작가가 된 현재는 더욱 그렇다. 이 책 곳곳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그의 과거사는 비교적 평탄했던 나의 삶과 비교된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삶을 어렵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조금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을 뿐이다. 수십 일을 배 위에서만 생활한다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그 배 위에서 일을 한다면 그의 말처럼 술로 힘겨움을 이겨내야 하는 힘든 현실이 먼저 다가올 것이다. 연약한 책상물림의 환상이란.
 
자산어보란 이름이 제목에 들어있지만 실제 자산어보의 내용은 거의 없다. 몇 개 나오지만 그 흔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어쩌면 술과 바다와 물고기들이 이 책에 자산어보란 이름을 붙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흑산도 연해에 유배된 정약전이 바다를 보면서 좋은 어보를 쓴 것처럼 그도 어쩌면 그 기억에서 비롯한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술 한 잔과 멸치 한 마리는 조용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술을 마시게 싶게 만들고, 귀신과 집 이야기 등은 스산한 느낌을 주지만 이성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이 책은 감상과 이성을 조용히 흔들면서 나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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