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문학동네시인선 1
최승호 저자(글)
문학동네 · 2020년 10월 05일 (1쇄 2011년 01월 20일)
8.8
10점 중 8.8점
(3개의 리뷰)
(null%의 구매자)
  • 아메바(일반판) 대표 이미지
    아메바(일반판)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아메바(일반판) 사이즈 비교 130x224
    단위 : mm
01 / 02
MD의 선택 소득공제
10% 9,000 10,000
적립/혜택
500P

기본적립

5% 적립 50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50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내일(4/1,화) 도착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낱말이나 이미지를 먹고 자라나는 언어 생명체!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일반판 제1권 『아메바』. 시인이 펴낸 열두 권의 시집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이미 소개되었던 작품을 자신만의 실험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여 제시했다.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최승호 시인은 그동안 쓴 자신의 시들을 ‘문체연습’을 통해 재해석해 변형된 이미지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인용한 작품의 제목과 수록 시집을 따로 정리하여 덧붙였다. 상상력을 넘어선 직관으로 자연의 고요함을 그려내고, 새로운 생명과 죽음의 이미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작품 속에 녹여냈다.
「문학동네시인선」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파격적으로 달리하여,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1차분으로 선정된 최승호 시인은 열린 감각의 소유자로 이번 시리즈의 취지와 맥을 같이하는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했다.

이 책의 총서 (202)

작가정보

저자(글) 최승호

최승호

저자 최승호는 195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 즐거움』『반딧불 보호구역』『그로테스크』『고비』 등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를 강의하고 있다.

목차

  • 시인의 말

    A
    01 그 오징어
    02 해체되기 위하여
    03 나의 두개골
    04 문자
    05 유령들
    06 우리

    M
    07 달빛
    08 쥐
    09 우화
    10 배꼽
    11 전생
    12 횟집
    13 제 머리
    14 붕괴

    O
    15 그믐
    16 밤
    17 그동안
    18 과일바구니
    19 우리는

    E
    20 죽어서
    21 어느 날
    22 팔려가는 쇠고기
    23 언젠가는
    24 침묵
    25 나는 간빙기의 인간
    26 이제는 미라
    27 싸락눈
    28 8미터
    29 북어
    30 대도시
    31 어느 여행객
    32 언젠가 낙타가

    B
    33 피
    34 내가 빚어지기 전
    35 나는 결코 미라가 되지는 않을 것
    36 연중강우량 1mm
    37 갉아먹힌 문자
    38 방황
    39 문법

    O
    40 벽
    41 나비
    42 변기
    43 살
    44 벌어진 손의 상처
    45 첫 몽정
    46 관능

    Z
    47 끈적한 죽음
    48 그 눈
    49 한낮의 골목
    50 등
    51 늙은 말
    52 소금
    53 그러나 어두운 영혼

    O
    54 상표
    55 죽어서는
    56 고무호스
    57 석탄

    A
    58 아직 태어나지 않은 책

책 속으로

우락부락한 우럭 두 마리가
수족관 안에서 격렬하게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곧 죽을 텐데 죽도록 싸우다니!
하긴 멍하게 있다가 멍하니 죽는 꼴도 우습다
-「12 횟집」 중에서

출판사 서평

● 문학동네시인선 론칭을 기념하며

‘문학동네시인선’이 새롭게 출발한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쳤다. 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시집의 형태가 파격적이다.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오늘날의 시는 과거와 달리 행이 길어졌고 행과 연의 구분이 없는 산문시의 비중도 커졌다. 이것이 일시적인 양상이 아니라 현대시의 역사철학적 조건과 밀접한 것이라면, 차라리 그 필연성을 인정하고 잠재돼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 ‘문학동네시인선’의 취지다. 단형 서정시 형태에 최적화돼 있는 기존 판형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혔다.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을 높인 시집을 제공하고, 시인들에게 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지 현대시의 산문성과 서사성에 대한 배려만은 아니다. 고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는 시에도 더 많은 모험의 가능성이 주어질 것이다. 최승호 시인의 시집 『아메바』의 경우처럼, 한 페이지를 네 개의 공간으로 분할해서 한 편의 시를 네 편으로 변주하는 실험도 이 경우에 가능해진다. 그저 빈 공간일 뿐이었던 상하좌우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도 기대해볼 만하다. 말라르메의 <주사위 던지기>처럼 여백이 그 자체로 시의 한 부분인 형이상학적 형태시가 시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사진과 그림을 문자 텍스트와 결합하는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진다. 요컨대 읽는 시에서 보는 시로의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제 시 쓰기와 시 읽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의 시집을 1차분으로 내놓는다. 독자들에게 비교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문학동네시인선’은 기존 판형으로 제작되는 ‘일반판’과 혁신 판형으로 제작되는 ‘특별판’으로 동시에 출간된다.

● 시인의 말

얼마 전 나사(NASA)는 비소(As)를 먹고 생존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를 발표했다. 비소를 먹고 사는 놈이 있다니! 나는 그 놈도 한 영물(靈物)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텅 빈 채 죽은 것처럼 보이는 허공이야말로 크고 작은 모든 영물들의 어머니로서, 수도 없이 많은 영물들을 낳고 그들의 진화와 생멸을 주도해온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독자들에게 좀 생경할 수도 있는 이번 시집은 그동안 쓴 나의 시들을 되비치어보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일종의 문체연습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소를 먹고 사는 그림자 생명체가 있듯이, 낱말이나 이미지를 먹고 자라나는 언어 생명체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을 아메바(amoeba)라고 불러본다.

2010년 겨울
최승호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54613781
발행(출시)일자 2020년 10월 05일 (1쇄 2011년 01월 20일)
쪽수 152쪽
크기
130 * 224 * 20 mm / 208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문학동네시인선

Klover 리뷰 (3)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7.5점
약간 재미있는 시집인데. 최승호 시인의 발표된 기존 작품들에 도달하기 전의 어떤 망설임 내지는 다른 줄기를 보여주는 시집 내지는 시 직전의 어떤 것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의 시어가 편하게 읽히는 시어가 아닌데, 이 다른 줄기에서는 더 불편하거나 또는 불편하지 않거나로(더 불편한 것이 확실히 더 많지만) 시어의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음악에 비유한다면 소나타가 아니라 변주곡을 듣는 느낌? 갠적인 취향으로는 변주곡을 좋아하는지라 잘 읽은 것은 사실.
10점 중 10점
≪얼음의 책의 저자를 찾아서≫   이 시를 읽으면서 맨 처음 드는 의문이 도입부의 ‘문자에 스미는 그의 피’ 중 [그]가 누구냐는 것입니다. [그]는 04-1연의 3행에 있는 ‘얼음의 책의 저자’라는 걸 문맥상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얼음의 책]과 그 책의 [저자]를 찾는 일이 이 시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우선 시인이 화두로 제시한 [문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하루도 [문자]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문자는 진화하여 공간을 오고갑니다. 전파를 타고서 우주를 다녀와도 육성보다 빠르게 상대에게 전달됩니다. 그렇게 엄청난 세상의 변화에는 과거라는 시간과 공간이 있고, 그 과거에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땀과 피와 고통이 고스란히 녹았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과거를 「얼음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이라고 현재화합니다. 이른바 ‘시간과 공간의 병치(倂置, Juxtaposition of Time & space)’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를 나란히 겹쳐 놓는다는 개념입니다. 이 시는 시종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공간에서 움직입니다. 문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그들이 살아있는 현재와 흔적 없이 사라질 미래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얼음의 책」일까요? 마지막 연(04-3)의 ‘여울이 책이라면’ 정말 재미있는 착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그렇다면 물결이 정말 넘기는 페이지마냥 움직이고 있고, 그 물비늘 이는 페이지에서 온갖 고기떼를 만날 수 있고,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물고기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유의 극치라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시인은 이 좋은 [여울의 책]을 포기하고 [얼음의 책]을 선택했습니다. 여울과 얼음은 상대적 개념인데, 여울이 살아 움직이는 물이라면 얼음은 동결되어 움직이지 않는 물이기 때문입니다. 여울이 생동하는 느낌이라면 얼음은 정체된 싸늘한 느낌이죠? 그런데 시인은 생동하는 아름다운 책의 세상을 꿈꾸면서도 얼음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일단 의문부호 하나 찍어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얼음의 책]의 저자를 찾으면 자동적으로 알게 될 테니까요.   04-1연에서 얼음의 책의 저자를 밝혀 놓고 있습니다. 그는 「빙산 속의 허연 유령처럼 밖을 내다보는 희미한 얼굴」이라고 말이지요. 근데 그게 누구냐가 문제겠지요? 뭐 혐의가 가는 분이 계신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꼭 귀신같기도 하고, 간첩 같기도 하고……. 다시 다음 연(04-2)으로 가볼게요. 머리가 나빠서 그러니 이해를 해 주십시오. 「…… 그때 얼음의 책의 저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물이 되어 이리저리 흘러다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허공을 둥둥 떠다니다 다시 떨어져 세상의 지붕들을 두드리고 대지의 뿌리들을 적시면서 더 낮은 곳으로 스며들지 모른다. 아니면 하늘에서 내려온 다이아몬드처럼 거미줄에 매달려 반짝 거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시구를 읽다보면 바로 시간의 병치를 느끼게 됩니다. 미래와 현재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어디에 있는 걸까?’는 분명히 현재형입니다. 현재형으로 쓰였지만 미래의 정해지지 않은 사실. 그런데 그게 형체가 없거나 현재에는 가장 귀중한 것이지만 문자가 붕괴된 뒤에는 거미줄과도 같은 다이아몬드처럼 허무한 것들. 하여 결국 「얼음의 책」은 얼음처럼 냉랭한 인간세상을 말함이고, 그 책의 저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인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적어도 시인이 느끼는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군상(群像)이 그런 모습으로 비친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시인의 눈을 염세(厭世)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04-3연에서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이른바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바꿀 수 있는 해법 말입니다. 시인은 아마 분홍빛을 무척 좋아하는 듯합니다. 포근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그 색감을 자주 접하게 되니까요. [내 두개골]에서도 나왔지 않습니까? 필자가 유추해보건대, 시인은 희망을 바로 [분홍색]에서 찾는 듯합니다. 그 분홍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는 독자들의 몫이겠지요. 일반적으로 분홍빛이 사랑을 말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나요? 바로 [사랑]을 통해 얼음을 녹이고 여울물이 흐르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척박한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 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디스토피아가 유토피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음의 책]이 [여울의 책]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낭송을 해 보십시오. 이 시를. 그리고 마지막 연을 말이지요.   여울이 책이라면 넘기는 페이지마다 물결. 우리는 물비늘 일렁거리는 페이지에서 은어나 연어 혹은 피라미떼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넘실거리는 페이지 밖으로 뛰어오르는 분홍돌고래들을 만난다고 쓸까
10점 중 10점
≪[마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나의 두개골」≫   1. 두개골에 대하여   사람의 두개골(Skull)은 두개골 안에 들어 있는 뇌실질을 보호하기 위한 견고한 골(骨)조직으로 총 15종 23개의 뼈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손해사정인]이 되기 위해서는 ‘외상의학’을 공부해야 했는데, 그 과목을 공부하다보니 특별히 재미가 있어서 저는 [인체 해부학]을 통째로 공부를 했습니다. 물론 실습은 빼고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인체의 구조와 해부학적 부위별 명칭, 생리적 기능 등은 대체로 기억하고 있으므로 어떤 내용을 인용한 것은 아닙니다. 인체의 머리 조직은 두피 → 피하조직 → 모상건막 → 모상건막하결체조직 → 두개외막 → 두개골 → 경막 → 지주막 → 유막 → 뇌실질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개골이 실질적인 두뇌의 각종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체의 뼈 중 밀도가 가장 단단한 물질로 뇌실질을 보호하기 때문에 두뇌가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시인이 왜 시제를 [나의 두개골]로 정하였을까? 두개골 중 하악골(턱뼈)은 특히 가장 견고하고, 그래서 매장된 유골 중 가장 늦게 썩지만, 두개골 자체가 메모리 기능이나 CPU 기능을 하는 건 아니지요. 하드디스크나 메모리 반도체의 외장일 뿐이지요. 문제는 두개골 안인데, 인간의 사고와 명령과 저장 기능이 밀집되어 있는 뇌실질에 거센 불길이 느껴지는 밤. 거기에 싱싱함이 붙었으니 잠이 올 리가 만무할 것입니다.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잠 오지 않는 밤을 도입부에서 아주 [치열하게] 전개한 것으로 보아 무척 기대가 되는 詩라는 느낌이 듭니다.   2. 기억으로의 시간 여행   많은 시들을 접하다보면 [기억의 원리]라는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기억은 곧 기록이고 기록들은 뇌실질 내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뇌실질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조직들이 감싸고 있지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두개골일 것입니다. 두개골 다음에 위치한 경막(硬膜, dura mater)이 또한 무척 중요합니다. 실제 두개골 골절은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경막의 상하 출혈이나 혈종이 예후가 가장 불량하더군요. 단순 출혈이나 혈종의 경우에는 뇌실질보다도 더욱 위험합니다. 이유는 각종 뇌실질로 연결되는 림프가 가득 차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뇌의 구조를 열거하는 이유는 시인이 쓴 시의 03-1연이 마치 두개골의 외피와 봉합으로 이뤄진 창문을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뇌실질의 기억공간에 촉수가 닿습니다. 자극을 주는 건 외부적 요인도 있겠지만 역시 뇌 안에 작용하는 심리적 원인이 더욱 클 것입니다. 그 자극은 좋든 싫든 어떤 기억에 의해서 자극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기억을 깨운 원인(遠因)은 외부에 있겠지만, 근인(近因) 심리적인 것이겠지요. 그런 원리에 의해서 창문을 열고 기억이 나옵니다. 기억이 실체를 드러내지요. 오월의 장미넝쿨이 담을 타고 만개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흐드러진 모습으로, 마치 빨간 물감이 흘러내리듯 말이지요. 그런데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03-2연에 [지네들의 동굴]이 나옵니다. 제가 뱀이나 지네 같은 기다란 종류의 동물을 싫어해서인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동물들이 생태계 여부를 떠나 파괴적인 동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꼭 그리스신화의 [크로노스]와 같다는 연상을 하게 되지요. 자식들을 낳는 대로 잡아먹는 파괴적인 괴물 크로노스. 즉 파괴적이었던 지난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과거는 있게 마련이지요. 그렇지 않나요? 저는 사실 많거든요. 죄가 많이 쌓인 인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요. 범종(梵鐘)은 절에서 울리는 종으로 범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다보면 번뇌가 물러난다고 합니다. 아마 범종소리는 자비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자비심이(분홍색 메아리)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까요? 03-2연에서는 이런 자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은 모래알 한 안 한 알을 모아 놓은 듯 부풀지요. 도마뱀의 눈동자에 금갈색 태양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런 어휘들이 시간 여행의 수사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만나는 기억과, 기억 속에 잠재해 있는 상처들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기억은 실크로드까지 올라갑니다. 실크로드는 왜 상처냐고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3. [상처]에 관하여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에서 접하는 상처는 대부분 외상보다는 내상을 다루게 됩니다. 그래서 [상처를 입다]하면 누구나 [마음의 상처]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처]라는 말이 사라지고 [트라우마(trauma)]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였습니다. 트라우마는 원래 외상(外傷)을 말하던 것이었습니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가 스트레스 증후군을 연구하여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지요. 그의 연구에 의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정신과적 질환이 발표되었고, 배상의학에서는 일종의 [환지통] [환상지] [보상성 증후군] 등의 소견을 보이는 환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를 통칭하여 트라우마 환자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그 트라우마가 갑자기 내상(內傷)의 고고한 의미가 되어버렸습니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고 언어마저 좋은 내 것 버리고 트라우마를 꼭 써야 하는지 저는 늘 의문입니다. (트라우마나 정신과적 질환 얘기는 그만합니다. 짧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문제이므로) 제가 [기억]과 [상처]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 태생적 이유가 바로 [정체성(Identity)]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프루이트]는 기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한밤중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떠오르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것입니다.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 비로소 하나하나 기억세포를 조작하게 되지요. 거기에서 확보되는 기억이 곧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은 [인간이 확보한 자기동일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聖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인간의 영혼은 [시간의 끔찍한 파괴성]을 접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곧 <상기(想起)의 힘>이라지요? 그렇다면 [기억]과 [상처]는 꽤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셈이군요. 상기(想起)는 곧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냄==을 말하므로 기억의 원리에 포함되는 개념이고, 그 기억에는 바로 ‘끔찍한 파괴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4. 시간을 찾아서   실크로드는 중원의 문명이 극도로 확대되었던 춘추전국시대 이래로 중앙아시아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교역로를 말합니다. 그 시작점을 통상 타클라마칸사막의 주변에 산재한 오아시스로 봅니다. 결국 시인의 기억. 즉 시간여행은 이천오백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입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사람이나 짐승이나 할 것 없이 유골 중에서 가장 오래 썩지 않는 개체가 두개골입니다. 낙타의 두개골 이만 여 점이라면 인간의 주검 또한 숱하리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현재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조상과 문명은 숱한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것이 본(本) 시의 시인이 잠 못 이루는 밤에 떠올린 시상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상처만 있고 치유가 없다면 그걸 염세라고밖에는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마셸 프루스트]의 이 소설을 한 번에 읽지를 못했습니다. 띄엄띄엄 몇 년에 걸쳐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함도 있지만, 한창 독서를 하던 고교시절의 세계문학전집에 이 책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군대시절에 외막을 나오면 대부분 도서관 등에서 보냈는데, 도서관 등등을 전전하며 읽다보니 한꺼번에 와락 읽을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잔상은 상당히 오래 유지가 되더군요. 제1편 스완네 집 쪽으로, 제2편,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프루스트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남겼는지. 이 한 편의 소설로 그는 삶을 마감했지만, 그를 추억하는 버지니아 울프는 “프루스트는 최후의 위대한 모험가다. 이 소설 이후에 무엇을 더 쓸 수 있겠는가?…….”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방법으로 <회상(回想)>을 제시합니다. 즉, 기억이 상기(想起)라면 상기로 인해 받은 상처는 회상(回想)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상>은 무엇이며 기억이나 상기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국어사전적 정의로는 비슷한 말로 쓰입니다. 하지만 철학적 용어로는 상당히 다른 개념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프루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회상은 ‘무의지적 기억(無意志的 記憶 mmoir involontairer)’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는 많은 논문과 철학서적 등이 나와 있더군요. 즉, 회상은 언제나 현재의 감각과 과거의 어떤 기억이 ‘우연한’ 사건의 일치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일례로 <스완네 집 쪽으로>에 나오는 ‘마들렌 에피소드’가 있는데, 불가피하게 생략합니다. 회상은 기억의 반복입니다. 그 반복되는 기억 속에서 사고(思考)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결코 잃어버린 시간은 찾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확대되는 思考. 그것을 통하여 비로소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잠 안 오는 밤에 떠오른 수많은 기억들. 그 안에 담긴 상처들. 그 역사의 흔적들을 단지 떠올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결코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실크로드에서 수천 년 전에 죽은 낙타 두개골 이만여 점을 전시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단지 상기하기 위하여? 절대로 그건 아닐 것입니다. 회상(回想)을 통하여 그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함이기 때문이겠죠? 그렇지 않나요?....????

문장수집 (0)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이 책의 첫 기록을 남겨주세요.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이벤트
  • [sam] 교보문고 북앤플러스알파 요금제
  • [sam] 12주년 이벤트
01 / 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