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작가의 말
인간은 누구나 이 우주만큼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복잡했고 내가 만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신비로울 것이다. 하마터면 그 복잡함과 신비로움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청년 시절 나는 함부로 단정 짓고, 비판하고, 화내고, 미워했다. 그러고도 자신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숲의 무뚝뚝한 나무들은 아무것도 단정 짓지 않는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고, 아무도 자신의 뜻대로 왜곡하거나 변형시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숲은 이 낱낱이 복잡한 모든 것들을 한자리에 같이 서 있게 하는 방법을 안다. 이 숲이 누구에게도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은 단 한 번도 문을 닫아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숲의 당당한 무뚝뚝함은 그것 때문이다.
다시 밤이 오고 나는 노트북에 전원을 넣는다. 그리고 습관처럼 숲을 거닌다. 한밤중의 이 고요한 숲을 거닐고 있으면 내가 몹시 외로움을 타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외로움의 힘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열렬히 그리워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게 아마 내가 가진 재능의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재능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이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배웠고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을 향해 멋지게 냉소를 날리는 것이,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바로 문학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안다. 다행이다. 모두 다 이 숲의 덕택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사람을 사랑할 힘이 있다는 것도 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그러니 충분하다. 이 숲을 거닐고, 더 외로워져야겠다.
목차
- 환대에 대하여
아킬레우스의 뒤꿈치
털보네 애완동물 화장장
개들의 도서관
캔맥주를 마시다
푸주
미토
뜨개질하다
개구리가,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이발사 그리고 그의 아내
왼쪽 문
작가의 말_ 숲에 있다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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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을 읽은 후의 감정이 ‘질투’였다면 『설계자들』을 읽은 후엔 ‘경탄’이다. 그 변화는 김언수의 성장을 의미한다기보다 나의 성장을 입증한다. 김언수가 『캐비닛』과 『설계자들』을 쓰는 동안 나도 먹고 놀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나는, 비록 재능에 대해서는 질투나 경쟁심을 느낄지언정, 품격에 대해서는 곧바로 굴복하고 경배하는, 괄목할 만한 인간성의 발전을 이루었다. 인정한다. 우리의 ‘꼬마 언스’ 작가는 어느 틈에 까마득한 거인의 어깨 위에 사뿐히 올라앉고 말았다. 시선의 높이는, 내려다보는 세계의 규모뿐만 아니라 형질과 가치 또한 변화시킨다. 우아하면서도 앙증맞기가 어려운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숭고하기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설계자들』은 이 모순적인 조합을 능란하고 리드미컬하게 이루어낸다. 상쾌한 그늘과 음울한 햇살이 교차하고, 단아한 모략과 추잡한 천진함이 공존하며, 난자된 시체와 달걀 같은 첫사랑이 나란히 간다. 세계는 똑바르게 어긋나 있고, 인물들은 친숙한 외계인들이며, 간결한 지문은 점잖게 킬킬거리고, 툭 던져진 대화는 날 선 유머로 반짝인다. 이렇듯 정연한 혼종의 우주를 김언수는 지극히 격조 있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피 냄새를 맡은 이리처럼 흥분된다.『설계자들』이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될 당시의 열렬한 팬클럽 ‘설거지들’의 일원으로서, 이토록 역동적이고 클래식한 소설의 출현에 고무장갑 낀 손으로 쩍 소리 나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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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킬러처럼 그는 군말을 하지 않는다. 빠르고 서늘하게, 또 서슴없이 읽는 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문장과 이야기를 구사한다. 이런 이야기꾼과 소설을 우리는 기다려왔다. 모두를 사로잡은 『캐비닛』, 또 모두를 사로잡을 『설계자들』을 거치면서 김언수는 달라진, 또 달라질 한국문학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다.
책 속으로
다시 사람을 죽이고 돌아온 날 밤에 래생은 너구리 영감에게 물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까요?”
“아니. 점점 더 적은 사람을 죽이게 되겠지. 하지만 돈은 점점 더 많이 벌게 될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실력이 나아질수록 더 가치 있는 사람들을 죽이게 될 테니까.”
하지만 너구리 영감의 예언이 틀렸다. 암살자들의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암살자들의 값이 떨어짐으로써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값도 떨어진다. 그 말은 좀더 근사한 인간들이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이, 더 쉽게 죽어나간다는 뜻이다. 영웅 아킬레우스를 탄생시키려면 무수한 신화들이 필요하지만 영웅 아킬레우스를 죽이는 데는 얼간이 왕자 파리스 한 명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얼간이 왕자 파리스를 죽이는 데는 얼마가 필요할까? ―187∼188쪽에서
“나는 이 집 곱창을 먹을 때마다 신의 내장에 대해 생각을 해. 인간이 보지도 상상하지도 않는 신의 내장. 높고,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 안에 감춰져 있는 더럽고, 냄새나고, 추악한 것들 말이지. 우아한 것들이 뒤에 감추고 있는 치사한 것들, 아름다운 것들이 뒤에 감추고 있는 추악한 것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 뒤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짓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필연적으로 내장이 있다는 것을 애써 부인하려고 하지.” 미토가 마치 설교를 하듯 말했다.
“이봐, 정신 차려. 이건 그저 돼지 내장이야.” 래생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인간의 장기와 가장 닮은 게 돼지 장기고 신은 자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성경에 씌어 있으니까 결국 이 내장은 신의 내장을 닮았겠지.” ―292∼293쪽에서
출판사 서평
언제나 핵심은 총을 쏜 자가 아니라
총을 쏜 자 뒤에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캐비닛』을 읽은 후의 감정이 ‘질투’였다면 『설계자들』을 읽은 후엔 ‘경탄’이다.
피 냄새를 맡은 이리처럼 흥분된다. _(소설가 권여선)
숙련된 킬러처럼 그는 군말을 하지 않는다. 빠르고 서늘하게, 또 서슴없이 읽는 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문장과 이야기를 구사한다. 이런 이야기꾼과 소설을 우리는 기다려왔다. _(소설가 박민규)
『캐비닛』의 작가 김언수가 돌아왔다.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그를 두고 “괴물”이라 했고, 소설가 전경린은 “낯선 조짐”이라 했던바 강렬한 세계관과 함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실함을 놓치지 않았다는 찬사를 들었던 바로 그 김언수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을 들고 우리들을 찾아왔다. 『설계자들』로다.
그나저나 설계, 설계자라니. 영어로 풀자면 ‘The Plotters’다.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간단히 말하자면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받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게끔 전체적인 구성을 짜는 사람이 설계자다. 그리고 다시 이 설계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암살자다. 소설은 설계자와 암살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하나씩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물론 복잡다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의 구조는 기본이다.
그래서 묻노니, 이 소설은 다분히 우리들 인생사의 투시도가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 설계자인 동시에 그 계획을 실현시키는 킬러이며 또한 그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칼을 쥔 자라고 믿었지만 그 칼에 맞아 죽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내민 건 손이라고 믿었지만 그 손에 누군가가 맞아 죽는 것 또한 인생이니 말이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말하지 않고 그저 끊임없이 무엇일까 보여주는 데서 해답을 찾아보라는 이 불친절한 소설의 힘! 결코 밝을 수 없는 그 어두움이 주제라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들 인생사에 한껏 몰입하게 되는 데는 무엇보다 읽기의 힘이 큰 연유가 될 것이다. 우리들을 소설로부터 눈 못 떼게 하는 힘, 그 재미. 시적인 단문으로 속속들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데 있어 작가의 탁월한 재주는 잘 다듬어진 칼날처럼 아름다운 빛을 낸다. 그래서일까, 그 많은 캐릭터 중 미운 사람 하나 없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 하나 없으며, 어느 순간 그 모두를 껴안고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이는 에너지 넘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구성한 플롯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작가가 이 긴 장편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장악하고 있던 완력이 세심하면서도 힘에 넘쳤기에 가능할 것이다.
이토록 재미나는 소설과 이토록 재미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귀함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소설에 있어 귀하다고 느낄 땐 귀하다고 말해줌과 동시에 꼼꼼하게 읽어주는 것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김언수의 재등장은 한국 장편소설계에 즐거운 침범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즐겁게 읽어주시라!
▶ 줄거리
역사를 뒤흔든 암살 사건 뒤에는 항상 설계자들이 있다. 설계자들은 권력의 배후에서 움직이는 고도의 지적 능력자들이다. 그들의 설계가 자객들에게 떨어지고, 자객들은 설계를 실행한다. 일제시대 이래, ‘개들의 도서관’은 가장 강력한 암살 청부 집단이었다. 도서관에는 20만 권의 장서가 가득하지만, 아무도 책을 읽지 않고 죽음을 설계하는 장소라 하여 ‘개들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래생(來生)은 고아 출신으로, 도서관장인 너구리 영감의 양자다. 래생에게 암살자가 되는 것 이외의 선택은 있었던 적이 없다.
민주화와 함께, 도서관은 설계와 암살의 중심부에서 밀려난다. 대신 기업형의 보안 회사로 성공리에 탈바꿈한 한자의 회사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른다. 한자는 도서관 출신으로, 유학파 경영인이다. 래생이 전직 장군의 암살 설계를 변동하면서, 한자의 회사와 너구리 영감의 도서관은 충돌하기 시작하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빚어진다. 이미 래생은 아버지 같았던 훈련관 아저씨와, 설계 대상을 살려줬다가 설계 명단에 오른 추를 한자에게 잃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정안마저 한자와 한자의 암살자인 ‘이발사’에게 살해당하자, 래생은 도서관과 별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설계로 아버지를 잃은 여주인공 미토는 천재 소녀로, 오랜 시간을 들여 설계자의 조수가 된다. 미토가 래생에게 설계의 세계를 전복할 계획을 세워 접근해오면서 엄청난 사건들이 꼬리를 잇는다.
‘설거지들’의 탄생
『설계자들』은 문학동네 카페 연재 사상 초유의 인기를 끌었다. 네 달의 연재 기간 동안 오후 3시면 어김없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코너가 들끓었다. 열혈팬들은 스스로를 ‘설거지들’이라 부르며, 작품 패러디나 배역 캐스팅 놀이 등으로 작가 못지않은 창조력을 보여줬다. 근본적으로는 작가가 소설을 장악하고 힘 있게 휘두르는 데 매료당해서겠지만, 인터액티브한 글쓰기라 할 만큼 작가가 독자들과 호흡을 나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기 발랄한 댓글을 달며 호응을 한 독자를 단역으로 등장시키거나, ‘설거지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시를 남기는 등 연재 내내 엄청난 활기가 넘쳤다. 그 활기를 모두 단행본에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며, 동시에 단행본 출간 이후 설거지들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12128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8월 20일 |
쪽수 | 422쪽 |
크기 |
148 * 210
* 30
mm
/ 51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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