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말의 꽃심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오는 날 장감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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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에서는 전라도 사람들이 '-잉'하고 말의 끝을 늘이는 버릇은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겠다는 음흉한 생각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의 공감을 구하는 맛깔스러운 표현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등 우리가 흔히 오해하게 되는 전라도만의 언어를 풀이해주고 있다. 나아가 전라도 사투리의 꽃심을 일개워준다.
제2부에서는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에 비추어 당시의 전라도만의 풍습을 되살리고 있다. 아이들 간의 유대감을 세워줬던 놀이문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3부에서는 저자가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만났던 전라도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과의 만남을 생생하게 옮겨놓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온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의 눈물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문학작품 속에 나타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살펴보고 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을 다룬다.
'꽃심'이란, 소설가 최명희가 자신의 소설 <혼불>에서 만들어낸 말입니다. '꽃의 심', '꽃의 마음', '꽃의 힘', 즉 꽃처럼 낳고 싶고 맺고 싶은 간절한 생명력의 표현입니다.
작가정보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오는 날 장감장감
내 이름은 까막니, 이녁 이름은 야문니 / 햇장은 쌈빡히도 날내나는 벱이여 /
한 개새끼도 아롱다롱이라고 / 월락강상에 무툼벙허니 /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오는 날 장감장감 /
깽끼발톱 짜개진 것까장은 타기드랑게 / 춘향의 가는 허리를 담쑥 안고 "나상을 벗어라잉-" /
찝어까 / 비개여, 베개여, 벼개여? / 아이고 이쁘네, 인자 피박 준비히야지 / 왜 차꼬 찔벅거맀싸 /
지랄허고 자빠졌네 / 양손에 행주 들고 방그작작 웃는 양은 아리금살 꾀꼴네라 /
아까막새 그 새가 고닥새여? / 짬-짬허다 / 저것 솔찬히 아고똥허네 /
하이고, 이놈아 엔간히 좀 납떠 / 겨울밤의 군입종, 싱건지 한 사발과 무수 한 조각
제2부 '여시코빼기' 콧잔등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꾀복쟁이 친구들 / '여시코빼기' 콧잔등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
개바지, 털신 한 커리의 망우리 전사들 / 살아생전에 올기심니 멫번이나 헐지 몰르겄네 /
으멍헌 괴앵이 부뚜막으 모냐 올라간당게 / 게으른 농부 정초부터 서댄다고 /
아나, 니가 시에미 돈 따먹고 잘살겄다 / 단자 왔소잉 / 옴맘마, 멜짱허던 하늘에 먼 비다냐? /
그렇게 동네마독 쪼매썩 달부게 짓등만 / 옆으로 먹고 옆으로 나오는 것은? /
배는 짓도 안 허고 깡다리보톰 장만허냐
제3부 이 고약헌 놈의 시상, 징그라, 아주 징그랍당게
어매가 똥 뀌먼 내 배가 아프당가 / 너는 당최 거시기가 없는 사람이다 / 에비이, 만치지 말어 /
파리허고 포리가 어트게 달분지도 몰르는 것이 / 이 고약헌 놈의 시상, 징그라, 아주 징그랍당게 /
그때 갈리고, 지금은 뭣을 허는가 몰르겄고만 / 젤로 나중 안보톰 표결 부치겄슴다 /
연애 한번 허고 잪은 생각이 멕힌당게 / 왜 퇴끼가 자발맞은 인생이 되았냐 허먼 /
참새가 크다고 알 낳는 것이간디 / 설마 나 때리기사 헐라디야 내가 그리도 어산디 /
파요파요 보고 잪어요 임의 화용을 보고 잪어요 / 써내기 타고 컨산내리지기로 갯것 간다고 /
쌩끔에는 큰어리장불허고 쌩끼밋장불이 있는디
제4부 가슴마독 저마다의 꽃심이 있으니
나 원 재수 읎으면 송사리헌티 좆 물린다더니 / 머덜라고 보냈냐, 이년아! /
만석이 승불퉁 앓는 소리 / 똥 누는 놈 주잕히고 노는 애기 찝어까고 /
어따매! 그놈의 어른 염치없는 소리 허고 있네 /
숫나구, 암나구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허는 것인개빈디요? /
데숙이에 서캐 실은 예편네라두 하나 있으면 / 고까짓 것 엎어지면 코 달 년의 디 /
서방이 안 돌아부아주닝게 오두가 나서 그러지 / 때까치맹이로 땍땍, 무시 뽑디끼 쑥쑥 /
가슴마독 저마다의 꽃심이 있으니
출판사 서평
“전 말입니다, 전라도 사람들, ‘그래요잉’ 하는 소리 들으면 짜증부터 나요.”
누구나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옛날부터 심했다. 가령 위에서처럼, 전라도 사람들은 말끝을 길게 늘이면서 쉽게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지역에 발붙이고 살아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한마디 말로 그 지역을 정의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타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은 언어이다. ‘말’이야말로 한 개인의, 한 지역의, 한 국가의 문화를 표현해주는 동시에 그 자체로 문화가 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라도 말의 ‘꽃심’
이 책은 전라도 출신 국어학자 김규남이 전라도 사투리를 중심으로 전라도 사람들만의 정서와 문화를 풀이해놓은 것이다. 방언학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론서도, 단지 사투리를 재미있게 모아놓기만 한 에세이도 아니다. 저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부딪히며 만났던 사투리들을 전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육성을 통해 들려주는가 하면, 단어 형성과정과 용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론적으로 엄정하면서도 전라도 사투리들이 생생히 살아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게 되는 전라도만의 표현들을 풀이해주고 있다. 예컨대 앞에서 나왔던, 전라도 사람들의 ‘-잉’ 하고 말끝을 늘이는 버릇은 속내를 내비치지 않겠다는 ‘으멍한(음흉한)’ 속셈이 아니라 단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맛깔스런 표현일 뿐이다. ‘꾀복쟁이’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옷 할딱 벗고 함께 뛰놀았던 친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죽마고우’나 ‘소꿉친구’라는 단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전라도만의 표현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는 전라도 사람들도 알고 보면 눈 오는 날은 ‘싸박싸박’ 걷고 비 오는 날은 ‘장감장감’ 걸어가며 무슨 일이든 ‘서나서나’ 할 줄 아는 여유 넘치는 사람들이다.
2부는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비추어 그 시절 전라도의 풍습을 되살리고 있다. 1에서 6까지 적어놓은 분판에 삿짝(주사위)을 던져 말을 움직이는 ‘상육치기’는 지금의 고스톱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품위 있는 놀이였다. 대보름 밤, 이웃집 아이들과 ‘망우리(쥐불놀이)’를 돌리며 놀던 그 옛 추억들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지금 아이들의 모습과 비할 바가 아니다.
3부는 저자가 직접 녹음기를 들고 오지를 다니며 방언조사에서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 들과의 만남을 살아 있는 사투리로 옮겨놓았다. 이대흠의 산문집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가 촌부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면, 여기에는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쳐온 눈가 짓무른 할머니들의 눈물이 느껴진다.
4부는 문학작품들 속에 나타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살펴보았다. 전라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판소리 ‘춘향가’와 ‘흥보가’는 물론, 이문구의 『관촌수필』, 정양 시인의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최명희의 『혼불』,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나타나는 구성진 전라도 말들이 모였다. 특히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꽃심’이라는 표현은 최명희가 『혼불』에서 만들어낸 말로,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즉 꽃처럼 낳고 싶고 맺고 싶어하는 간절한 생명력의 표현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03836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9월 03일 |
쪽수 | 285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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