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사진의 역사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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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한국전쟁 사진들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탐구다. 대부분의 사진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사진부대의 사진병들이 찍은 것이다. 이 책에서 활용한 사진들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서 조사 수집한 것이다. 이 사진들의 뒷장에는 누가 언제 무엇을 찍었는가에 관한 정보 등 사진의 생산 및 유통, 관리 정보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사진들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고, 한국전쟁기 미군 사진부대의 활동과 사진병들의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내러티브에 따라 스틸사진들을 배치하고 묶은 한국전쟁 사진집의 시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와 ‘그들’(적)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그동안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미국 사진병의 시각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작가정보
저자 정근식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및 통일평화연구원장
『(탈)냉전과 한국의 민주주의』(편저), 『식민지 유산, 국가형성, 한국 민주주의』 I · II(편저), 『포위된 평화, 굴절된 전쟁기억』(공저) 외 다수
목차
- 머리말
1장 사진과 전쟁기억
1 주기적으로 되살아나는 전쟁기억의 현재 ·1
2 전쟁사진과 기억의 정치 ·3
3 한국전쟁 사진과 전쟁사진가 ·6
4 사진 자료의 출처와 연구 방법 ·11
제2장 미 육군통신대 사진부대와 사진병의 활동
1 GHQ-FEC 사진부와 71통신대 A중대 사진대의 조직 ·20
2 전쟁사진 활동과 군 전쟁사진가의 시각 ·28
1) 턴불 병장 ·29
2) 행콕 일병과 댄젤 상병 ·36
3) 윈즐로 중위 ·44
3 167통신사진중대의 조직과 활동 ·51
I 주제+사진이야기 ① 정훈국 사진대의 활동과 시각 ·67
제3장 전쟁 초기 미군 사진병의 시각과 시선
1 우리: 오합지졸과 용맹함의 대비 ·73
1) 참전과 전진(1950년 7월 초·중순) ·73
2) ‘작전상 파괴’와 ‘기나긴 후퇴’: 미군의 지연전(7월 말) ·89
3) 일진일퇴의 총력전: 낙동강 방어전선(8월) ·98
4) 전쟁 스펙터클의 절정과 승리의 기록: 인천상륙과 서울수복(9월 말~10월) ·111
2 적: 잔악한 ‘전범’과 ‘전쟁포로’ ·123
1) 적의 잔학행위와 전쟁범죄 ·123
2) 전쟁포로 ·140
3 민간인: 국민과 비국민의 경계에서 ·148
1) 민간인과 포로 ·148
2) ‘자유피란민’과 ‘불순분자’ ·154
3) 애국자와 ‘부역자(附逆者)’ ·161
I 주제+사진이야기 ② 38선과 분단의 재현 ·166
제4장 시각화된 구원, 사각화된 파괴·학살
1 시각: 반공인도주의의 구원과 재건 신화의 재현 ·181
1)‘성공적인’ 서울 소개 ·182
2) 구호와 보건위생, 그리고 재건 ·190
2 사각: 아군의 파괴와 학살 ·206
1) ‘무차별 대량폭격’과 민간 피해 ·206
2) 민간인 학살: 보도연맹원, 정치범, 부역혐의자 학살 ·213
I 주제+사진이야기 ③ 총보다 많은 카메라 ·232
제5장 한국전쟁 사진의 집성과 시각의 변화
1 ‘우리가 본’ 한국전쟁 ·245
2 ‘그들이 본’ 한국전쟁 ·256
1) 미군 사진병의 시각 ·256
2) 외국의 민간 전쟁사진가의 시각 ·261
3) 중국의 시각 ·268
4) 북한의 시각 ·274
3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는가 ·276
나오며 ·281
참고문헌/ 찾아보기/ Abstract
책 속으로
한국전쟁 사진에서 활동한 전쟁사진가들은 사진병과 민간 보도사진가들로 구분되는데, 특히 전자의 중심 피사체는 아군의 활동이다. 미군이나 한국군, 기타 유엔군의 장군, 장교, 사병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예컨대 작전회의, 전투, 휴식, 식사, 훈장수여 등의 상황을 인물 중심으로 클로즈업한다. 물론 피사체가 인물이 아닌 사물인 경우도 많다. 기지 내 건물, 전력 · 통신 · 교통 · 항만시설, 무기체계, 수송과 보급, 다양한 작전의 결과 등을 포착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예외적이지만, 피사체가 적군인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사진은 주로 적의 파괴행위, 특히 잔학행위의 결과들을 클로즈업한다. 미군 사진부대는 이러한 사진들을 많이 찍었고, 이에 대한 정보 및 내용 캡션을 상세히 달았다. 그러나 아군의 잔학행위 결과들은 미군의 전쟁사진에서 누락되어 있다. 예컨대 한국 군경에 의한 정치범 · 보도연맹원 · 부역자 학살이나 미군에 의한 대민(간지역) 폭격과 기총소사 등 유엔군의 잔학행위들은 사각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각 또한 사회적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된 대상이 있고, 또한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작전상, 또는 전략적으로 유통을 금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진이 검열로 지워지고, 배포가 금지되는 것은 사회적 차원의 사각이 존재함을 보여 준다. (72~73쪽)
9월 9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 트루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승인되었다.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제7함대가 투입되었고, 상륙 부대는 미 해병 1사단, 7사단, 한국군 17연대와 해병대였다. 총 260척의 함정이 동원되었다. 9월 15일 새벽 해병 5연대 3대대가 월미도(녹색해안)에 상륙했고, 늦은 오후 5연대와 1연대가 각각 인천 전면 방파제인 적색해안과 인천 남쪽 긴 방파제가 있는 청색해안에 상륙했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은 최대의 상륙작전이었던 만큼 수많은 사진병과 민간의 전쟁사진가들이 작전에 참여했다. 미 공군, 해군, 해병, 육군의 사진병들이 전부 사진 활동에 참여한 최초의 작전이었다. 그런 만큼 인천상륙작전의 사진은 전쟁 스펙터클의 백미라 할 수 있다. (111쪽)
전쟁사진에서 군 못지않게 등장하는 피사체가 바로 민간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미군 사진병의 시선은 민간인과 포로, ‘자유피란민’과 ‘불순분자’, 애국자와 ‘부역자(附逆者)’의 사이에서 상당히 혼란스러워한다. 민간인과 전쟁포로 사이의 혼동은 앞서 전쟁포로로서의 적의 재현에서 잠시 살펴본 바 있다. 이는 사실 전시의 적과 잘 구별되지 않는 민간인에 대한 시선의 문제이다. 왜 이런 혼동이 발생할까? 미군의 인종주의적 시선에서 볼 때 남한과 북한 사람 모두 검은 눈의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민간인 피란민에 대한 인식과 이에 기반한 정책이었다. 즉 미군은 전쟁 초기 민간인을 민간 복장을 한 적으로 의심했고, 민간인 이동제한 정책의 일환에서 발포 · 사살하는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148~149쪽)
‘부역(附逆)’이란 역도(逆徒)에게 협력한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행위를 말한다(이임하, 2011: 143). 그렇다면 38선 이남이 유엔군에 의해 ‘수복’된 상황에서 부역자란 누구인가? 문제는 어떤 행위가 역도에게 협력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도강파’는, 피신한 자와 지하운동을 한 자를 제외하고, 피란 갈 의사가 있었으나 사정상 가지 못한 사람과 피란 갈 의도가 없어서 그대로 남아 있던 사람들 모두 부역자로 간주했다. 이후 ‘주동적’(적극적)이냐 ‘피동적’(소극적)이냐에 따라 부역처벌을 달리하겠다는 방침을 형식적으로 세우기는 했지만, 소극적 또는 비자발적이었다는 판정을 받더라도 부역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사태를 예감해서였을까? 한국군과 유엔군이 입성하는 지역에는 모든 주민이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환영했다. 이들은 실제로 적으로부터의 해방을 환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치 부역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려 비자발적이었다는 판정을 받더라도 부역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사태를 예감해서였을까? 한국군과 유엔군이 입성하는 지역에는 모든 주민이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환영했다. 이들은 실제로 적으로부터의 해방을 환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치 부역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려는 듯이 열렬히 환영했다. (161~162쪽)
출판사 서평
한국전쟁 사진과 우리의 전쟁기억, 그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접근
이 책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통일학연구총서 30번째 결과물로서 한국전쟁의 사진자료, 특히 한국전쟁 참전 미군사진부대의 사진기록들을 중심으로 한 조사연구와 역사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기억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변화되었으며 국내외적 정치 환경이 그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한국전쟁의 스틸사진과 사진집의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주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소장된 자료로서 저자들이 현지에서 수집, 조사한 것이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전쟁기억과 사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2장에서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육군통신대 사진부대의 조직과 사진활동을 기록했다. 3장에서 한국전쟁 초기 미군 사진병의 아군, 적군, 민간인에 대한 시선을 그들의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4장에서는 미군이 촬영한 한국전쟁 사진에서 재현되는 두 가지 측면, 즉 ‘우리’에 대한 원조와 재건의 시각과 파괴와 학살이라는 사각(死角)을 분석했다. 마지막 5장에서 그동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에서 출간된 다양한 한국전쟁 사진집의 시각을 분석하고 어떠한 변화가 발생했는지 다루고 있다.
전쟁사진은 서로 적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된 것이므로 어느 한쪽의 시각만을 보여 주기 때문에 다양한 자료들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저자는 탈냉전이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중국이나 북한에 소장된 사진들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현실을 지적하고, 향후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생 발전하는 미래를 위해 한국 사회 내부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넣고 서로의 전쟁기억 재생산장치들을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전쟁의 기억과 이미지를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후속연구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책속으로 추가 *
여기에서 우리는 주로 미국의 ‘시각’이 반영된 미군 사진병이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기 때문에 미국의 ‘사각’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사각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시각의 사진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대체로 한국전쟁에서 적대적 관계에 있던 중국과 북한의 시각이 미국의 사각에 대응하며, 이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그들’이라는 시각 차원에서 중국에서 출간된 한국전쟁 사진집의 시각을 다루었다. 중국 해방군화보사가 집성한 이 사진들은 중국인민지원군 군속사진가들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당안관이나 군관계 사진 아카이브(Archive)가 거의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중국군 사진대의 조직, 성원, 임무, 활동 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혀 없는 실정에서 중국의 한국전쟁 사진과 시각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에는 커다란 제약이 있다. 같은 이유로 북한이 찍은 한국전쟁 사진들도 다루지 못했으며,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다만 이 책에서 다룬 미군 포로들이 평양 시가지를 행진하는 모습과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북한 측 선전대 사진가가 찍은 것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미군이 북한 지역을 점령해 가면서 노획한 (북한군이 생산한) 사진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공산계열의 언론, 특히 동유럽 공산국가에서 발행되는 신문 · 잡지에 실린 한국전쟁 사진들 가운데에는 북한과 중국의 군속사진가들이 찍은 사진들이 다수 발견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그들의 시각 분석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의 전쟁사진 아카이브가 개방되어야 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것이다. (281쪽)
기본정보
ISBN | 9788952118134 |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5월 30일 | ||
쪽수 | 316쪽 | ||
크기 |
153 * 225
* 22
mm
/ 70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서울대학교통일학연구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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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사진의 역사사회학: 미군 사진부대의 활동을 중심으로』(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6)은 한국전쟁의 장면을 담고 있는 전쟁사진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전쟁의 기억들을 해부한다. 공동 저자인 정근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냉전 체제와 전쟁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과 이것들이 공명하는 방식에 주목해왔던 연구자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연구 자료로 전쟁사진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저자는 사진, 특히 전쟁사진이라는 매체가 이를 찍은 주체의 목적과 의도를 반영하며, 따라서 전체 상황 중에서 특정 부분만 선택하여 보여주는, 즉 조작된 시각과 사각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진들은 전쟁을 겪거나 지켜본 사람들이 특정한 시각 속에서 전쟁기억을 떠올리고 재구성하도록 만드는데, 한국전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우리 현대사를 추동시키는 거대한 힘이었던 ‘한국전쟁’은 있는 그대로의 실제라기보다는 사진의 현상된(즉 변형된) 이미지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를 주지하며 책에 수록된 246장에 달하는 풍부한 사진자료와 그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사진들이 사람들의 인식에 끼친 영향을 파악하게 되며 한편으로는 한국전쟁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획득하게 된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진과 전쟁기억」은 한국전쟁의 사진을 분석하기에 앞서 사진 매체가 전쟁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책은 자료 접근성의 한계로 주로 미군이 찍은 사진을 다룬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장 「미 육군통신대 사진부대와 사진병의 활동」은 미군부대 내 사진부대와 여기에 소속된 사진병들의 활동을 소개하며 동시에 이들의 사진을 제시하고 분석한다. 3장 「전쟁 초기 미군 사진병의 시각과 시선」과 4장 「시각화된 구원, 사각화된 파괴·학살」은 각각 유엔군의 서울수복 전후의 사진들을 살펴본다. 이처럼 시간대를 나누어 전쟁사진을 분석한 것은 서울수복 이후 강화된 검열로 인해 전쟁 초기와 이후 사진들에 담긴 시선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3장은 ‘우리’, ‘적’, ‘민간인’별로 이들을 향하는 미군 사진병들의 시각을, 4장은 검열로 인해 균질적인 시각을 보여주게 된 사진들과 그 뒷면에 놓인 사각을 전쟁의 흐름에 따라 짚어간다. 마지막으로 5장 「한국전쟁 사진의 집성과 시각의 변화」은 앞서 소개된 사진들의 미군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미군 사진병, 외국 민간 전쟁사진가, 중국, 북한의 차례로 각자의 시선에서 집성한 한국전쟁 사진집을 소개하며 한국전쟁에 관여한 주체들의 시선을 종합하고, 시간에 따른 이들 시각의 변화를 살펴본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전쟁사진 연구에서 제기되는 도전적 과제로 “전쟁사진이 평화를 증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가?”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하여 전쟁사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꼽는다. 대부분의 전쟁사진에 담겨있는 온갖 전투 장면들은 정치적인 집합기억을 이끌어내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기억전쟁”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동시에 “인간성과 평화가 구체적인 대상으로, 또는 가상적 염원으로 재현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전쟁사진에 담겨 있는 이러한 이중적 메시지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할까? 전쟁에서 70년 정도 멀어진 지금에야 우리는 보다 객관적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볼 준비가 된 것 같다. 책에 담긴 전쟁사진들과 사진이 찍힌 맥락을 살펴보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