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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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그 익숙하고도 낯선 시간에 관한 이야기
· 임경선, 김겨울 추천
·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번역
· 뉴요커, 뉴욕 타임스,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스 등 추천
다양한 글을 써온 영국의 작가 마리나 벤저민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제목처럼 불면증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물론 어떻게 하면 불면증을 없앨 수 있을지 같은 병리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그 반대에 가깝다. 잠들지 못한 숱한 날들이 그를 잠과 불면증에 대한 연구자로 만든 걸까? 문학, 미술, 신화학, 역사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학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잠과 불면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럼에도 가장 특징적인 면을 꼽자면, 고통과 결핍을 빼어난 이야기로 승화시켰다는 점과 그것이 위로와 공감의 목소리로 다가온다는 점일 것이다.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수많은 리뷰가 한목소리로 글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있다.
읽으면 잠이 쏟아진다는 말은 어떤 책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테지만, 이 책만큼은 예외다. 저자가 아름답게 그려낸 밤의 세계는 우리를 편안한 잠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원제는 ‘Insomnia’로 올리비아 랭, 대니 샤피로 등 해외의 유명 에세이스트가 추천했으며, 국내에서는 다방면으로 글을 써온 두 작가 임경선과 김겨울이 추천했다. 독립 출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의 저자 김나연이 번역했다.
작가정보
Marina Benjamin
마리나 벤저민은 글쓰기, 가족 이야기, 회고록 등 다양한 논픽션 분야의 글과 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아왔다. 첫 번째 작품 《세상의 끝에 살다》에서는 죽음에 대한 인류의 강박을 다루었으며, 《로켓의 꿈》은 우주 여행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바빌론 최후의 날들》은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의 할머니가 살아온 삶과 그 시대를 소설화한 가족 이야기로 풀어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중년, 잠시 멈춤》이 있다.
이와 더불어 《이브닝 스탠다드》와 《뉴 스테이츠먼》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영국 유수의 매체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기고해왔으며, 현재 디지털 매거진 《이온》의 선임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잠 못 드는 시간에 찾아오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는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상태를 고통과 불안의 시간임과 동시에 우리 자신과 창의성, 사랑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키는 실존적 경험으로 묘사한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올리비아 랭은 이 책을 두고 “숭고한 언어로 끝을 알 수 없는 밤과 충혈된 눈으로 맞이하는 아침, 이 기이한 결핍의 해부도를 그린다”라고 평했다. 《뉴요커》,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등 다수의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영어통번역학을 복수전공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통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IT 회사에서 컴퓨터 언어를 풀이하고 있다.
단편영화 자막, 장편영화 시나리오, 영화제 카탈로그, 광고, 잡지 등을 번역했고,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를 썼다.
목차
-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사
-
우리의 인생에 뜻밖의 고통이 찾아오는 건 대부분 통제할 수가 없다. 다만 그 문제에 내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만 통제할 수 있다. 저자 마리나 벤저민은 오랜 기간 겪어온 불면증의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제한적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고 장렬하게 실패한다. 대신 불면증의 고통은 그를 성찰하고 사유하는 작가로 만들었다.
하얗게 지새우는 밤들 속에서 저자는 ‘의식의 흐름 기법’ 문체로 때로는 한 마리 짐승처럼 통렬히 울부짖고 때로는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면증을 둘러싼 문학, 철학, 사학, 정신분석학적 식견과 불면증이 한 개인에게 유발한 날것 그대로의 쓰라린 감각 사이에서 저자는 불안하게 휘청거리지만 동시에 완전한 각성 상태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보다 더 생생하고 인간적인 고백이 있었을까. -
그 언제보다 취약해지는 시간, 그 누구보다 나약해지는 시간, 불면의 시간이다. 잠들 수 없어 뜬눈으로 지새우는 가혹한 밤이 되면 온갖 단상이 머릿속을 나고 든다. 잠들고자 하는 나와 잠들 수 없는 나는 동일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정의한 삶에 대한 사랑이란 깨어 있는 나에 대한 사랑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분열되고 합쳐지기를 반복하는 지독한 밤의 마음을, 마리아 벤저민은 샅샅이 훑는다. 거기에는 유난히 크게 들리는 모깃소리가 있고, 낮에는 들리지 않는 심장 소리가 있고, 나의 수면일랑 아랑곳하지 않는 동거인이 있고, 이 모두를 괴로워하는 섬 같은 저자가-혹은 내가-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잠들 수 없는 상념이, 의식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희망이 꿈틀대고 있기도 하다. 양쪽 모두를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는 것이 저자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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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일상을 휘젓고 어그러뜨리는 과정을 겪어봤을 것이다. 마리나 벤저민은 숭고한 언어로 끝을 알 수 없는 밤과 충혈된 눈으로 맞이하는 아침, 이 기이한 결핍의 해부도를 그린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시인 앤 카슨의 아름답고 거칠고 뾰족하지만 정확한 언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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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시간, 밤, 장기간 이어진 사랑의 복잡성에 대한 빼어난 명상집이자, 너그러우며 자극적이고 기민하게 깨어 있는 지성의 내면을 탐험하는 한 편의 시와 같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으로 내 내면의 세계는 한층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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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상태에서 발견한 고통과 깨달음을 우아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실존적인 마리나 벤저민의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사라진 잠의 자취를 찾아가는 몽상적인 여정으로, 해박한 지식 위에 쌓아 올린 이 글의 정점은 다름 아닌 그의 아름다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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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벤저민은 잠들 수 없어 깨어 있어야 하는 절망감을 감각적으로 써 내려간다. 의미 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들, 어두운 밤 영롱하게 빛나는 의식들이 아름답게 묘사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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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이면서도 우아한 회고록이다. 이 책은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을 내밀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불면증이 지닌 모순적 잠재력을 칭송한다. 이 책에 따르면 불면증은 단순히 기저질환에 의한 증상이 아니다. 역사, 철학, 예술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건 불면증이야말로 창의성과 사랑을 새롭게 해석하게 해주는 존재론적 경험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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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처럼 널뛰는 불면증 환자의 생각 열차를 따라 전개되는 이 책은 결코 논리적이거나 철저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점이 전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마리나 벤저민의 문장은 압도적인 세련미를 발산한다. 애쓰지 않고도 잠드는 강아지처럼, 자연스럽고 유려하게 흐르는 문장들은 홀로인 시간에 당신의 곁을 지키며 불면증을 견딜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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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벤저민의 지성은 흡사 저인망 어선처럼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모든 지식을 그러모으고 나서야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에 대한 한탄 섞인 기록이기도 하나 불면증의 잠재력과 아름다움에 관한 찬미로도 읽힌다. 문장 하나하나가 강렬한 이미지로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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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벤저민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불면증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는 불면증도 나름의 쓸모가 있어 창의적인 생각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잠을 잘 수 없을 때 우리가 무의식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오디세우스를 위해 옷을 짓는 페넬로페에서부터 현대 여성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까지, 이 책이 여성과 수면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책 속으로
종종 머리맡에서 추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바람이 목덜미를 스쳐 지나가 털이 바짝 서고 피부가 차갑게 식을 때도 있다. 때로는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이 팔등을 쓸고 지나간다. 갑자기 몸 한구석이 움찔거리거나 눈이 껌뻑거리거나 몸이 벌떡 솟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것이 찾아온 것이다. 아마 당신도 무엇인지 알고 있으리라.
_1장
뜬눈으로 보내는 밤, 세상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밤의 세상은 더 좁고 고요하며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보이는 어둠의 결에 조금씩 집중하기 시작한다. 깊은 밤하늘에 드리운 먹구름처럼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둠은 점점 짙어지며 감각을 마비시킨다.
_1장
불면의 삶 속에서 나는 그곳에 있지도, 없지도 않은 망령이 되어 무거운 발을 끌고 이 방 저 방을 무기력하게 돌아다닌다. 한 시간 정도는 책을 읽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며 개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곤 한다. 우리는 소처럼 큰 눈망울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나를 응시하다 이내 잠이 드는 개의 동물적 능력은 감탄스러울 뿐이다. 개는 내 곁에서 몸을 웅크리고 누워 금세 곯아떨어진다.
_1장
잠을 이룰 수 없게 되면 잠과 사랑에 빠진다. 어쩌면 결핍의 정도와 그에 돌아오는 사랑의 크기는 반비례 관계일지도 모른다. 나는 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잠도 나를 사랑해줄까?
_1장
누군가와 침대를 함께 쓴다는 것은 몸짓과 공간이라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_1장
불면증에 사로잡히면 나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몸을 뒤척이며 느끼는 육체적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나 뿌리가 뽑힌 식물이 느낄 법한 존재론적 불안감도 아닌 것이, 불면증은 감정뿐 아니라 온도의 문제도 되기 때문이다.
_1장
희망과 공포를 짓고, 진실을 꾸며내고, 타래를 돌리는 일. 이는 여성의 영역이었다. 기억과 망각 역시 그러하다. 불안도 여자의 일이다. 내게 근심하는 법을 알려준 것은 어머니였다.
_2장
불면증과 사랑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 둘 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부재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에 걸리면 망각, 즉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수면을 통해 누리는 의식으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게 되며 그 갈망 속에서 우리는 물질세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재차 확인한다.
_2장
불면증 환자들의 집합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집단이지만 대부분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염병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사람의 신체가 호흡이나 소화, 호르몬 생성과 같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역학자들이 그린 세계 질병 지도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산불처럼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_2장
불면증에 걸리면 나라는 섬은 밤이라는 바다 위로 떠오르고, 침대는 견고한 뗏목이 되며, 어둠은 섬의 해변에서 찰싹인다.
_2장
여성은 위처럼 불공평한 교환 과정이라는 문화에 관해 남성보다 이해도가 높다. 여성은 자신의 신체나 노동을 자본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성은 삶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담보 잡힌 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 사랑이 침몰하고,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며, 끝내 자아실현을 할 수 없게 되는 리스크.
_2장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짜릿한 케미를 일으키는 로맨스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하지만 로맨스라는 화학식에 시간이라는 요인을 더한 뒤 변수를 재정렬해야 한다. 매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과제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아무리 견고한 유대감을 형성했던 커플이라고 해도 관계의 결은 밋밋해질 수 있다. 서로의 공통분모 속에 깊이 뿌리 내린 그런 관계라고 해도. 두 세계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관계라고 해도.
_3장
굳이 입 아프게 수면 보조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진 않겠다. 불면증과 나의 관계는 역사가 길다.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라 설렘, 당혹감, 지루함을 거쳐 다시 설렘을 느끼는 사랑의 모든 단계를 거쳐왔다. 마치 달이 차올랐다 지는 것처럼. 불면증은 내게서 평화를 앗아간 도둑이고 악마의 숭배자다. 각성 상태에 취해 잠들 수 없을 때마다 나는 나를 악마로부터 구원해줄 수면 보조제를 찾아 나섰고 다양한 조합으로 테스트해봤다. 대부분은 잠시 효과를 보이며 나를 희망으로 부풀게 했다 이내 납작하게 찌부러뜨렸다.
_3장
불면증에 대해 글을 쓰고 있으니 내가 불면증 전문가라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수면 문제에 관한 조언을 건넨다. 대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내가 들어본 적 없는 불면증 관련 팁은 없는 데다 먹어보지 않은 약이 없고 시도해보지 않은 수면 유도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불면증의 수학적 측면이다. 모든 불면증 환자는 자신의 결함에서 비롯된 자기 연민의 기록으로 머릿속에 수면 장부를 만들어두고 불면증이 앗아간 수면 시간과 실제로 잠들었던 시간을 끊임없이 셈해 장부에 기록해둔다. 결국 우리 같은 불면증 환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집합명사는 적분일지도 모른다.
_3장
잠은 우리가 복종할 때 비로소 찾아온다. 잠은 애써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혹하듯 손짓해야만 한다. 이를 깨달은 워즈워스는 읊조린다. “오라.”
_3장
잠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사면초가 신세다.
_3장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잠이 미동조차 없는, 완벽한 정지 상태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잠들어도 몸은 완벽하게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침실 천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잠든 모습을 녹화한다면 다음 날 아침, 한밤의 댄스 공연을 펼쳤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침대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몸을 뒤집었다 구르고, 발을 차며 코를 골거나 코를 먹기도 하고, 자위하고 꿈을 꾸는 일련의 안무. 잠이 든 우리는 아름답지도, 정적이지도 않다.
_3장
찰스 시믹도 그 자리에 함께해 같이 농담을 나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곳에서 나는 그가 말한 불면증 환자들의 연회를 마주했다. 이 연회가 그렇게 매력적인 모임은 아니다. 우리는 연회장이 아닌 병원 회의실에 모여 앉아 있으며, 무대를 장악할 만한 달변가 하나 없고, 방석이 깔린 파란색 강의실 의자에 앉아 다디단 음료수와 싸구려 과자에 만족한다. 이곳은, 서로를 딱히 신뢰할 수 없는 상태에서 느슨한 동료애를 형성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좀비들이 모인 곳이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서로에게 으르렁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친절한 공간이다.
_4장
현대사회가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수면 제한이다. 한도 끝도 없이 쉬게 만드는 휴식 치료와 반대되는 치료법으로, 쉬는 시간을 제한하는 수면 스케줄로 수면에 대한 갈증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러면 얼마나 수면을 제한해야 할까?
_5장
불면증이 찾아오면 나의 뇌는 쓸모없는 생각 곱씹기 모드가 되어 허우적대기 일쑤다. 짤막한 노래 가사가 광고에서 들어봄직한 문장과 뒤섞여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생각은 다시 과거의 욕구(아니면 욕망)나 인터넷에서 본 것, 누군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로 튀면서 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예측 불가하고 무용한)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이야기 타래를 이어간다. 휴식에 이보다 해로운 일도 없지만 나는 생각을 멈출 재간이 없다. 마치 뇌에 수건을 씌운 다음 무의미하게 넘쳐나는 생각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물고문을 하는 것 같다.
_5장
불면증 환자의 제멋대로인 생활 리듬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장면은 이렇다. 무도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지쳐 쓰러져 미동도 없거나 집으로 돌아갔는데, 깃이 넓고 촌스러운 의상을 입은 불면증 환자가 홀로 무대에 남아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그루브를 타고 있다. 당신은 그날 장사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불면증 환자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면서 온몸을 튕겨댄다. 당신은 점점 더 지쳐간다. 눈은 풀리고 몸은 천근만근이라 자는 것 말고는 더 바라는 게 없지만 이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이제 막 흥이 오른 엉망진창 손님을! (우스꽝스러운 차림에 지독한 고집쟁이 그리고 미치광이 같은 눈빛을 한) 박자감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저 불면증 환자를! 유감스럽지만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갱년기가 찾아오면서 생활 리듬은 물론이거니와 호르몬이며 수면 패턴 등 리듬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모두 사라진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_5장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만 우리가 함께 뜬눈으로 새운 밤, 개는 분명 내 마음을 이해했으리라. 낮에는 나를 외부로 쏟아내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밤이면 누군가의 관심을 오롯이 받고만 싶어 한다는 것쯤은 동물적 직감으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_5장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따로 있다. 급발진하는 불면증을 잠재우는 방법은, 밤이면 돌고 도는 생각을 종이 위에 옮겨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정돈된 단어로 고쳐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쓴다.
_5장
글쓰기는 나에게 나침반이자 닻이다.
_5장
글쓰기는 내가 나를 초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희귀한 의식이기도 하다. 수면도 당연히 그런 경험 중 하나다. 문예창작 수업에서 흔히 말하듯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이탈한다.’ 누군가에게 명상이 그런 의식이라면 내겐 글쓰기가 있다. 내 글쓰기가 궁극적으로 신경증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면, 수면의 기술을 가까스로 다시 깨우친 순간 내 창의성의 샘은 말라붙을까?
_5장
문화사학자 엘뤼네드 서머스브렘너의 말대로 “우리는 잠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대가로 잠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출판사 서평
가까이 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지고 노력하면 할수록 달아나는 것. ‘잠’이다. 생각에서 떨쳐내야 이룰 수 있는데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 애쓸수록 끝 모를 ‘부재의 고통’만이 남는다. 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태. ‘불면증’이다. 습관성 불면 또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잠이 개인의 내밀한 활동의 영역이듯, 더군다나 불면증은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창백한 안색, 퀭한 눈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천근만근의 몸, 메말라가는 마음은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는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기 쉽지 않다.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 넓고 깊게 다뤄지지 못한 건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수면 부족을 비롯한 잠과 관련한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것은 굳이 통계를 빌리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불면증은 ‘현대인의 질병’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국의 작가 마리나 벤저민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은 제목처럼 불면증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물론 어떻게 하면 불면 증세를 없앨 수 있을지 같은 병리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그 반대에 가깝다. 잠들지 못한 숱한 밤이 그를 잠과 불면증에 대한 연구자로 만든 걸까? 에디터로 활동하며 글쓰기, 회고록, 가족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발표해온 저자는 불면증에 대해 가장 사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뜬눈으로 보내는 밤, 세상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 홀로 깨어 있는 것 같은 밤에 써 내려간
가장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모든 고민은 무언가의 결핍과 그로 인한 고통에서 시작된다. 잠도 마찬가지다. 결핍과 고통이 애초에 없다면 좋겠지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임경선 작가의 말대로 “우리의 인생에 뜻밖의 고통이 찾아오는 건 대부분 통제할 수가 없”지만 “그 문제에 내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만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결핍과 고통은 그 문제에 대한 사유, 나아가 나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핍을 벌이자 축복이라고 말하는 건 지나치게 철없는 일일까. 어쨌든 마리나 벤저민은 잠의 결핍과 불면의 고통에서 시작된 고민을 치열한 사유로 이어갔고, 자신의 불면증을 재료 삼아 책으로 빚어냈다. 그리고 이역만리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이에게 기꺼이 ‘불면의 동지’가 되기를 자처하며 공감과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저자는 솔직하고 내밀한 고백과 잠과 불면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는다. 마치, 책에도 등장하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셰에라자드처럼. 이야기의 행로는 문학, 미술, 그리스·로마 신화, 역사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는다. 르네 마그리트에서 시작해 자크 라캉과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거쳐 《로빈슨 크루소》와 칼 마르크스를 지나 샤를로트 베라트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이 펼쳐진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마리나 벤저민의 ‘의식의 흐름’ 안에서 하나가 된다. 200쪽 정도의 작은 책이 자신의 고통을 처절하게 읊는 회고록이었다가, 동거인과 거쳐온 사랑의 역사를 숨겨놓은 서랍 속 일기였다가, 숨겨져 있던 정보와 지식으로 가득한 비밀의 도서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 옮긴이도 말했듯이 불면증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룬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만사 걱정이 없이 늘 순수함을 유지한 아버지와 걱정거리를 달고 산 어머니를 비교함으로써, 순진무구함이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그러하다. 또한 낮에 짠 수의를 밤이면 다시 풀어 실타래를 감은 페넬로페의 행위를 재해석하고, 여성이 행하는 노동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나의 쓸모와 자격을 의심하는 밤,
이보다 더 큰 위안이 어디 있겠는가”(옮긴이의 말)
슬픔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저자의 고백,
아름다움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면…
내용의 독창성도 독창성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감각적이고 유려한 저자의 필치다. 실제로 수많은 리뷰가 공통적으로 글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있다. 이야기의 새로움과 더불어 글에 담긴 개성과 문학성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 출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의 저자 김나연이 번역을 맡았는데, 저자 특유의 스타일을 한껏 살렸다.
읽으면 잠이 쏟아진다는 얘기는 어떤 책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테지만, 이 책만큼은 예외다. 최고의 칭찬이다. 저자가 아름답게 그려낸 밤의 세계는 우리를 편안한 잠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원제는 ‘Insomnia’로 해외에서는 〈뉴요커〉,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등 다수 매체와 올리비아 랭, 대니 샤피로 등 유명 에세이스트가 추천했다. 국내에서는 다방면으로 글을 써온 두 작가 임경선와 김겨울이 추천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47548168 ( 8947548162 )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02일 | ||
쪽수 | 208쪽 | ||
크기 |
129 * 190
* 22
mm
/ 38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Insomnia/Marina Benjami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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