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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세계금융위기, 질서 변환, 중견국 경제외교 | 양장본 Hardcover
한울아카데미 · 2020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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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 세계 질서의 거대한 변환을 가져오다!
미·중 갈등 격화 속 경제외교 해법 찾기
이 책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휩쓸고 간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9년에 기획되었다. 거대한 위기가 역사의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2008년 위기가 초래하는 질서 변환의 큰 흐름을 주체적으로 파악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했다. 편자인 손열 교수는 작년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으로서 학회 차원에서 기획과 재정 지원에 관여하여 국제정치경제 분야 대표 선수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많은 저작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이 위기의 진앙이고 영국 등 유럽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에 영미권의 저작들은 경제위기의 원인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 과제와 전망 등을 다루고 있다. 반면 이 책은 국제정치학적 관심에서 위기가 초래하고 있는 국제적 세력 균형의 변화와 국제제도의 변화, 개별국의 정치경제에 미친 영향 등 국내외 질서 변화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기의 국제정치적 의미와 세계 질서 변동, 그리고 한국의 정책과 대외적 위상에 대한 결과와 함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저자(글) 정재환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목차

  • 서문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 갈래 질서 변환 _ 손열
    1. 서론 | 2.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진화 | 3. 위기의 배경, 원인, 처방 | 4. 위기 이후 질서 변환의 3중주 | 5. 이 책의 구성

    제1장 세계금융위기와 미국의 국제경제전략 _ 김치욱
    1. 문제제기 | 2. 패권쇠퇴론과 지경학 | 3. 미국의 국제경제전략 | 4. 결론

    제2장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의 변화: 중국의 대응 _ 이왕휘
    1. 머리말 | 2. 2000년대: 도광양회와 평화발전 | 3. 2010년대: 유소작위와 인류운명공동체 | 4. 미국에 대한 도전: 보호주의와 탈지구화에 대한 반대 | 5. 맺음말

    제3장 글로벌 위기 이후 일본의 경제정책: 변형적 발전주의 _ 박창건
    1. 들어가는 말 | 2. 변형적 발전주의 | 3. 일본의 경제정책 변화와 현황 | 4. 일본 경제정책의 특징과 전망 | 5. 맺음말

    제4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 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 _ 이승주
    1. 서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성격 | 2.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의 변화 | 3. 한국의 대응: 지구적 가치사슬의 변화에 대한 대응 | 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통상 전략: 변화와 연속성 | 5. 결론

    제5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체제와 한국의 대응 _ 정재환
    1. 서론 | 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제통화체제 | 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대외 통화정책 | 5. 결론

    제6장 한국 중견국 금융외교의 가능성·한계·역할의 모색: 규칙준수자에서 규칙제정자로 _ 이용욱
    1. 서론 | 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다자금융외교 | 3. 한국의 중견국 금융외교: 특징, 가능성, 한계 | 4. 결론

    제7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에너지 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 _ 김연규
    1. 서론 | 2.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국제 에너지 질서 | 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에너지 질서 변화 | 4. 천연가스 혁명 | 5. 미국 셰일 혁명의 나비효과 | 6. 중국의 부상과 에너지 문제 | 7.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 에너지 | 8. 미·중 사이의 중동 에너지 | 9. 한국의 정책 대응 | 10. 결론

    제8장 2008년 이후 한국 경제의 기술 전략: 미·중 기술패권 경쟁 사이에서 _ 김상배
    1. 머리말 | 2. ‘기술’로 보는 세계 질서의 변화 | 3. 한국의 산업/기술 경쟁력의 현황과 전략 | 4. 한국의 표준/플랫폼 경쟁력의 현황과 전략 | 5. 한국의 콘텐츠 산업/서비스 경쟁력의 현황과 전략 | 6. 맺음말

    제9장 신흥 공여국으로서 한국 ODA 정책의 발전과 도전 _ 문경연
    1. 들어가며 | 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ODA 정책 변화 | 3. 최근 주요 공여국의 ODA 정책 변화 | 4. 신흥 공여국으로서 한국 ODA의 발전 | 5. 결어: 한국 ODA 정책의 도전 과제

책 속으로

2008년 위기 담론의 경우, 신자유주의 노선 자체는 여전히 정상으로 인지하되 미시적 차원에서의 정책 실패를 강조하는 보수적 시각과, 신자유주의 자체의 실패 나아가 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는 진보적 시각으로 대별된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가 시장과 기술의 신속한 변화에 정책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고, 두 번째는 위기를 시장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모순의 결과로 보면서 케인스주의적 경제 질서의 부활을 요구하는 구조적 접근이며, 세 번째로 위기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일상적인 모습으로서 권력관계의 근본적 재편 없이는 지속될 성질의 것이라는 급진적 주장이다. _ 20쪽

물론 미국 패권의 토대가 여전히 공고한지, 또 그 반대편에서 중국의 성장이 지속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쟁은 아직까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금융위기 이래 미국의 대외정책이 기존 예외주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국제적 리더십과 그 물질적 기반이 쇠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트럼프 현상은 미국 패권 쇠퇴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인 셈이다. 지경학 전략은 바로 이러한 국제정치경제적 흐름에서 유행처럼 되돌아왔고,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_ 44쪽

만약 ‘호랑이 두 마리가 하나의 산자락에서 함께 살 수 없다[一山不容二虎]’는 논리가 미국과 중국에서 득세할 경우 세계 질서는 신냉전(또는 냉전 2.0)에 접어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중국 블럭 및 미국 블럭으로 양분되어, 한국과 같이 안미경중을 해온 국가들의 경우에는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국력 격차 및 무역 구조(한국은 양국 모두에 대해 흑자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양자 차원에서 직접적 대응하기보다는 다자 차원에서 국제기구를 활용해야 한다. _ 99쪽

아베노믹스는 수치상으로는 호황이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저온호황’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명목성장률 3%, 실질성장률 2% 달성에는 실패했다. … 여기에 도쿄의 반도체 재료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이후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내 일본 기업이 매출 감소에 직면하게 되었고, 한일 교역 감소와 금융시장 변동으로 인해 불안전성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그럼에도 엔저 기조, 주가 상승, 고용지표의 개선 등으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던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에 의해 성장 동력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_ 125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 질서는 초불확실성 속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불확실성의 골이 깊었던 만큼, 보호주의의 유혹은 컸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은 어쩌면 초불확실성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초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을 행사할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21세기는 미국의 것도, 중국의 것도, 아시아의 것도, 어느 누구의 것도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세계 무역 성장률의 정체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_ 174쪽

국제통화체제의 경로 의존성과 더불어 달러를 대체할 만한 대안적 세계통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달러의 지위가 유지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유로화와 위안화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러의 지위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유로화는 달러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화폐이다. … 하지만 유로화는 달러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율성을 확보한 유로 지역을 형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유로 지역을 넘어서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가 달러를 대신할 만한 국제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유로 지역에 한정된 유통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로 지역의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유로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 지역의 위기가 발생하자 “달러의 세계적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유로화 자체의 생존”이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다. _ 191~192쪽

국제금융질서가 왜 제한적으로밖에 개혁될 수 없었는가에 대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세계경제의 구조적 권력을 가진 미국의 선택인데, 미국이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기존 시스템이 가진 최소한의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중국의 선택이다. 중국이 개혁 담론을 활발하게 펼쳤지만 새로운 금융질서가 내포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국 미국이 주도한 최소한의 개혁에 편승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유로위기가 불러온 대안의 부재이다. 유럽은 2009년 유로위기 이전까지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통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주체였으나 유로위기의 시작과 함께 그 대안적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했다. _ 215쪽

미국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운송로 보호 연합체인 호르무즈 다국적 연대를 결성하고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연합체는 사실상 중국과 이란의 운송로를 차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참여는 하되 특정 국가의 운송로를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_ 299쪽

한국의 ICT 인프라의 사이버 안보 취약성도 문제이다. 한국은 사이버 공격에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Deloitte)가 2016년 2월 발표한 「아태지역 국가보안 전망 보고서」(2014년 조사 기준)에 의하면 아태 지역 18개국 중에서 5개국이 특히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데 그중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사이버 리스크 점수는 척도 기준점수인 1000점 중에 884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평가보다 약 2.7배 증가한 점수로, 한국이 초고속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기반 구축 정도에 비해 보안 측면의 대응 능력 및 관련 인프라 수준은 상대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_ 331~332쪽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한국의 ODA 증액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공여국의 ODA 정책은 국익과 긴밀히 연계되는 특징이 있는 가운데, 경제 및 안보적 국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국식 헤게모니 확산과 패권 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일대일로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국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워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_ 385쪽

출판사 서평

G2 시대, 한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다
질서 교란의 주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경제외교 해법은 무엇인가?

2008년 9월 미국의 심장 월스트리트가 무너지면서 지구촌을 거세게 뒤흔든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위기는 유로존(Eurozone) 위기로 연결되어 2012년까지 이어졌다. 위기의 폭과 깊이, 후속 여파 측면에서 1930년 대공황과 비견되는 이 사태는 세계경제 나아가 세계 질서의 역사에서 가히 변환의 순간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미·중 전략 경쟁에 요동치고 있다. 강대국 경쟁에 따른 “부정적” 안보·경제 넥서스(negative security-economic nexus) 혹은 “무역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trade)”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 발생에서 보듯이 질서 교란의 주역은 미국과 중국이다. 양국의 사례를 보면 문제는 강대국의 보호주의 자체보다는 영향력·권력의 남용, 무역 수단의 기회주의적 활용에 있다. 미국의 TPP 탈퇴와 WTO 분쟁조정기구 무력화, ‘국가 안보’ 남용 사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서 보듯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되는 경우 주변국에 일방주의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과연 강대국의 기존 약속·협정이 지켜질 것인지, 규칙과 규범이 지속적으로 도전받지 않을지, 이런 과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질서 장악을 둘러싼 향후 규범 경쟁은 양 대국 간 경쟁인 동시에 중견국에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한국이 철 지난 신자유주의와 소박한 복지국가 모델을 넘어 주변화 된, 억압된 목소리를 포용하고 자본주의식 통치와 민주적 정치의 균형을 이루는 신모델을 제시하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국제사회의 규칙 제정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문과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 김치욱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제경제 전략을 지경학(geoeconomics) 시각에서 분석하고 한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자국 패권의 상대적 쇠락이 가속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국제적 리더십의 유지라는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역정책, 금융·통화정책, 투자정책 등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지경학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대응에 관해 이왕휘는 제2장에서 세계금융위기가 중국의 대외 전략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성장률이 저하했던 반면, 중국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양국이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 대립하는 신냉전이나 양국 사이의 상호 의존이 약화되는 탈동조화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3장에서 박창건은 글로벌 위기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특징과 동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향한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을 위한 일본의 경제 전략이 어떠한 형태로 나아갈지를 전망한다. 일본 정부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에 아베노믹스가 추구했던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 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통합하고 여기에 사회보장 대책을 추가하는 경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경제정책이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끈 ‘경제 발전’에서 ‘경제 민주화’를 제시한 ‘변형적 발전주의’ 모델로 변경되었음을 방증한다.

제4장은 무역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승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에서 시작된 위기였으나 세계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던 세계 무역의 정체를 초래했고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시화 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질서의 결정적 변곡점이었음을 지적한다. 문제는 초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을 행사할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보호주의의 강화는 미·중 무역 전쟁이 증명하듯이 다자주의의 위기가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인 동시에 미래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정재환(제5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체제의 성격과 한국의 대외 통화정책을 살펴본다. 글로벌 유동성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중요한 조치를 수행했다. 첫째는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야기된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통화스왑(currency swaps)을 체결한 것이다. 둘째는 글로벌 유동성의 확대에 따라 대외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이어 제6장에서 이용욱은 한국의 금융외교를 중견국 외교의 틀을 통해 분석하고 평가하여 한국 금융외교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금융외교는 금융위기와 맞물려 발전을 거듭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 중견국 외교의 유형적 특징은 역할 중심의 가교외교로 국가 간의 정책 조율을 통한 합의 도출에 목표를 두었다. 이용욱은 한국 금융외교의 G20 서울 정상회의 사례와 한국의 동아시아 금융협력 사례의 검토를 통해 한국의 역할 중심적 가교외교가 다자금융외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일구어내는 조건을 제시한다.

제7장에서 김연규는 위기 이후 미·중 전략 경쟁이 에너지 이슈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20세기 미국 에너지 패권의 3대 요소[아시아 제조업 기지와 걸프(Gulf) 에너지 기지의 결합, 달러석유결제체제(petrodollar), 미국 해군 물류운송로 통제]에 대한 중국의 최근 도전(러시아-중국 연대, 중동-중국 연대, 운송로 우회, 페트로 위안화 구축)에서 살펴본다. 트럼프 정부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인도·아세안(ASEAN) 지역의 미래 가스 거래의 달러블록화 계획으로 중국의 도전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지적하는 동시에 기존 중동 의존 탈피를 위해 러시아 자원을 두고 한·중·일 3국의 에너지 지역협력체 구상을 끌어내려는 동북아 에너지 협력 구상이 21세기에 새롭게 신북방·신남방 전략과 통합적으로 정비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제8장에서 김상배는 위기 이후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를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을 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강대국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규정한다. 이 글은 기술 분야 세계 질서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2008년 이후 한국 경제의 기술 전략을 살펴보았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기술 경쟁, 표준 경쟁, 매력 경쟁 등의 세 차원에서 벌어지는 미·중 글로벌 패권 경쟁이다.

제9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국제사회 및 한국의 지난 20년에 걸친 국제개발협력 변천사를 고찰한다. 문경연은 미국, 영국, 중국의 개발협력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ODA와 국익의 연계 경향을 확인한다. 특히 주요 공여국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공여국의 원조 정책이 기존의 이타적·인도적 목적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국익과 밀접히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요 공여국 원조 정책에서 보수화 현상은 2021~2025년을 목표로 하는 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또 다른 정책적 고려 사항이 될 것임을 강조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46072497
발행(출시)일자 2020년 09월 10일
쪽수 392쪽
크기
161 * 231 * 27 mm / 71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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