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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성향

중국인의 사유방식
프랑수아 줄리앙 저자(글) · 박희영 번역
한울아카데미 · 2009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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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글]

줄리앙 철학의 특징은 중국적 사유와 서구적 사유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서로 다른 입장, 즉 푸코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이지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과 세계에 대한 제3의 새로운 철학적 사유와 설명 방식을 탐구하는 데 있다. 줄리앙의 이러한 특징은 그가 중국에 대한 이론적 연구 외에도, 문화 혁명기 말기의 가장 극심한 혼란기(마오쩌둥 사망 전후의 1975~1977년)에 중국인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응해 나아가는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도한 체험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중국인의 사유 구조 자체를 천착하고 있는 이 작품 『사물의 성향』은 그의 이러한 사상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프랑수아 줄리앙

FranÇois Jullien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고 베이징대학과 상하이대학에서 중국학을 연구한 뒤, 극동 지역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프랑스의 ‘중국학 연구회’ 회장과 ‘국제 철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파리제7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물의 성향』을 비롯하여 『운행과 창조』, 『역경』, 『양생술』 등 30여 권의 저서 외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루쉰), 「글읽기 또는 투사: 왕부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등 다수의 역서와 논문이 있다

번역 박희영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서양 고대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파리 제4(소르본)대학에서 「플라톤의 존재 개념에 대한 정의」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공군 제2사관학교와 경남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플라톤 철학과 그 영향』이 있고, 역서로는 플라톤의 『향연』, 장 피에르 베르낭의 『그리스인들의 신화와 사유』가 있다. 논문으로는 「그리스 철학에서의 To on, einai, ousia의 의미」, 「도시국가(Polis)의 형성과 진리(Aletheia) 개념의 형성」, 「메소포타미아의 大地母 여신 신화의 변천에 나타난 철학적 세계관과 종교관」 외에 다수가 있다.

목차

  • 옮긴이 서문: 새로운 사유 방식을 찾아
    서문

    1부 전략적 사유
    1. 배열에서 발생하는 잠재력: 병법에서
    2. 정치에서 결정적 요인인 지위
    결론Ⅰ 조작의 논리

    2부 역동적 사유
    3. 형상의 도약, 장르의 효과
    4. 풍경화를 통해 나타나는 생명선
    5. 효율적 배열의 범주들
    6. 역동성은 연속적이다
    결론Ⅱ 용의 모티브

    3부 효율적 사유
    7. 역사에서 상황과 경향
    8. 실재 속에서 작용 중인 성향
    결론Ⅲ 순응주의와 효과

    주와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중국적 사유가 그토록 순응주의적이라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적 사유가 ‘세계’에 대해 거리를 두고자 하지 않고, 실재를 문제 삼지 않으며, 실재의 목적에 대해서조차 경이감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적 사유는 실재를 불합리로부터 구하기 위해, 그리고 실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어떠한 신화―우리는 가장 무모한 자가 가장 강한 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계의 수수께끼를 공상적 통로를 통해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신화를 고안해내는 대신에, 중국적 사유는 행위의 수준에서 세계의 배열에 내재해 있는 기능을 기호를 통해 표현하고 구현하는 것을 임무로 삼는 제례祭禮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재는 답을 찾아야 할 물음으로서 우리를 부추기지 않으며,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 주어진다. 그것은 우리가 해독해내야만 할 신비가 아니라, 그 것의 진행 속에서 우리가 설명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의미’는 자아-주체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세계에 대해 투사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사물의 성향으로부터―신앙의 행위를 요구하지 않은 채―흘러나온다. ―본문 337쪽


이 작품은 주로 특정 주제의 관점에서 양자의 차이점만을 드러내는 단순 비교에 한정되어 있는 기존의 동·서양의 철학 내지 문명에 대한 비교 연구들과 달리, 일반적 관점에서 동·서양인의 사유 방식(Mentalite) 자체의 차이점을 밝히되 그 차이점이 왜 발생하였는지 그 기원을 고찰하고 있다.
제1부는 전략적 사유가 병법이나 정치에 관한 중국인의 사유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든지 간에 오직 승리라는 결과를 획득하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러한 사유는 대규모 국가들 간의 전쟁들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의 정치적·역사적 조건 속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략적 사유가 이러한 조건 속에서 발생한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만, 우리는 중국인들이 왜 절대군주제만을 유일한 정치 형태로 생각했고, 더 나아가 정치철학적 사유는 왜 그러한 절대 군주의 통치술에만 관심을 가졌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제2부는 중국인들의 이러한 전략적 사유가 왜 병법이나 정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모든 일상적 사유 및 활동들에도 적용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전쟁이라는 혼란의 와중 속에서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터득하는 데서 발생된 전략적 사유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사물 속에서 사물의 성향과 흐름을 직관하는 역동적 사유를 발달시키도록 만들었다. 전략적 사유와 역동적 사유의 이러한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만, 우리는 역동적 사유가 서예에서 초서체 속에 담긴 붓놀림의 氣를, 풍경화에서 산맥을 타고 흐르는 산의 정기를, 풍수지리설에서 명당 속에서 흐르고 있는 땅의 상서로운 기운을 왜 그렇게 중시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제3부는 이러한 전략적·역동적 사유들이 사물을 이해하고 세계를 설명하는 데 어떻게 효율성 중시의 사유와 철학을 창출하게 되는지를 밝힌다. 효율적 사유는 사물의 고정화된 불변의 모습보다는 역동적으로 운동하는 변화의 모습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 불변의 모습을 고정화시키는 데 적합한 언어보다는 변화의 모습을 직관함에 적합한 비유 내지 상징을 중시하게 된다. 모든 현상의 원인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말(Logos)로써 설명하고 각 명제들의 진위를 검증하는 서양의 증명 사상이 사물을 학문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설명하는 방법을 개척하였다면, 역사와 현실 속에서 사물의 성향 자체를 직관하려는 중국인의 역동적 사유는 삶에 대한 체험의 차원에서 실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나라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성공의 근저에는 한국인이 중국인들처럼 효율성과 결과를 가장 중시하는 전략적 사유와 역동적 사유를 해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유는 다른 한편으로 원칙과 과정을 중시하는 사유를 등한시함으로써, 성숙된 시민 의식에 기초한 합리적 사회를 구축하는 데는 방해가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압축적 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아직도 자기중심주의에 근거한 인치주의의 덧에 얽매여 법치주의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조화시키기보다는 극단적 대립으로 이끄는 심각한 갈등과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한국인이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의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의 원인을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성숙된 시민 의식에 기초한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46051393
발행(출시)일자 2009년 07월 01일
쪽수 378쪽
크기
153 * 224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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