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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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23)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득
지은이 이영득
솔이네 할머니처럼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릴 때부터 풀과 꽃과 나무가 좋아서 들여다보고 찾아다니고 공부했는데, 어느새 숲 해설가이자 들꽃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숲에서 어린이들을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린이 책을 쓰는 일도 하게 되었고요. 2001년에는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도 하고 어린이문화대상 신인상도 받았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풀꽃 친구야 안녕?》과 《주머니 속 풀꽃 도감》이 있습니다.
그린이 김동수
솔이처럼 도시에서 나고 자라,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2001년에 한국출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어린이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2002년에는 처음 쓰고 그린 그림책 《감기 걸린 날》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펴낸 책으로는 그림책 《천하무적 고무동력기》와 《으랏차차 탄생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림/만화 김동수
목차
- 내 감자가 생겼어요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
말 잘 듣는 호박
꼬꼬꼬, 닭이 아파요
출판사 서평
아이 마음에 가만히 움트는 시골 생각
《할머니 집에서》는 도시 아이 솔이의 시골 나들이를 아기자기하고 발랄하게 그린 책입니다. 솔이의 꾸밈없는 시선을 따라 한적한 시골을 거닐다 보면, 재미있는 볼거리, 놀 거리를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감자를 포기째 뽑았더니 고구마처럼 자줏빛이 도는 감자가 주렁주렁 딸려 나옵니다. 흙이 포슬포슬 올라오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두더지 한 마리가 땅속에서 머리를 쏙 내밉니다. 시골 아이 상구가 솔이에게 건네는 선물은 또 어떻습니까. 어떤 날은 망개 열매로 만든 목걸이를 아무도 모르게 마루에 놓고 가더니만, 또 어떤 날은 금방 낳은 달걀 한 알을 솔이에게 내밉니다. ‘경상도 머스마’ 아니랄까 봐 예고도 없이 불쑥, 무뚝뚝한 말과 함께요.
하지만 솔이의 시골 나들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즐겁고 신났던 건 아니었습니다. 솔이도 여느 도시 아이와 다름없어서 아빠 엄마가 시골에 가자고 할 때마다 살래살래 고개부터 젓곤 했던 거지요. 솔이에게 시골은 마루에 서면 산만 보이는 곳, 같이 놀 동무 하나 없어서 하루 종일 심심한 곳일 뿐이었습니다. 할머니 뒷집에 사는 상구랑도 처음엔 영 마음이 안 맞았습니다. 어쩌다 마주치기만 하면 바보처럼 숨어 버리는 상구가 솔이 눈에는 영락없는 ‘촌뜨기’에 불과했던 거지요.
할머니를 볼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내키는 게 하나도 없는 시골 나들이. 하지만 솔이는 주말마다 아빠 엄마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감자며 들깨며 호박 같은 작물들을 할머니 혼자 가꾸고 거두는 게 여간 힘에 부치는 일이 아니거든요.
이야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솔이는, 할머니가 애써 가꾼 감자를 홱 내던지는가 하면, 어리숙한 상구를 “촌뜨기!”라고 놀려 댑니다. 하지만 솔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골의 일상과 사람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재미있고 신기한 것들을 보고 듣는 사이에, 호적수이던 상구랑 다투기도 하고 산과 들을 쏘다니기도 하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마음으로 시골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솔이가 변해 가는 과정은 <내 감자가 생겼어요>, <또글또글 망개 목걸이>, <말 잘 듣는 호박>, <꼬꼬꼬, 닭이 아파요>, 이 네 편의 에피소드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은근히,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마음으로 그려 낸 우리 농촌, 소리 없이 아이 마음에 다가서는 농촌 이야기
작은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작가 이영득은 우리네 농촌이며 산과 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풀꽃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그가 이번엔 초등학교 입학 무렵 아이들에게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농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보면, 저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가 커지기 십상입니다. 말하는 사람이야 감격스러울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귀를 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만저만 고역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영득은 놀라우리만큼 완벽하게 자기 목소리를 낮춥니다. 천진난만한 꼬마 아이 솔이 뒤에 숨어서 아이 눈에 비친 농촌 이야기, 아이 마음에 새겨진 농촌의 빛깔을 어린 독자들 앞에 선물 꾸러미처럼 풀어 놓습니다.
솔이의 시골 나들이는 할머니를 만난다는 기대감과 시골에 대한 서먹서먹한 감정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시골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가 제법 크지만, 솔이가 할머니와 함께 밭일을 하고 시골 아이 상구와 어울리는 사이에 조금씩 거리가 좁혀집니다. 그 과정을 노골적이거나 교훈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 속에 은근하게 깔아 놓고 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장점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 농촌은 생태 정보의 장도 아니고, 꼭 지켜 내야 할 우리 것도 아닙니다.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곳,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솔이네 할머니 집이 있습니다. 대부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시골에서도 재미있는 볼거리, 놀 거리를 만날 수 있노라고, 솔이 할머니며 상구며 감자며 호박 같은 건강한 친구들이 시골에 있노라고 말하는 책이 《할머니 집에서》입니다.
그림 일기장에서 가져온 듯한 천진난만한 그림
《할머니 집에서》는 아이가 직접 그린 것 같은 천진난만한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연필과 색연필을 재료로 선택한 것하며, 손에 힘을 잔뜩 줘 봐야 자꾸만 빼뚤빼뚤해지는 아이 그림을 똑 닮은 것하며, 언뜻 보기엔 정말 아이 솜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그림체만 그런 게 아니라 거기 담긴 마음조차 헤실헤실 웃음을 베어 문 개구쟁이 어린 아이의 마음, 딱 그것입니다. 감나무 뒤에 숨은 상구를 놀래 주려고 살금살금 까치발을 들고 가는 솔이 모습에 “기다려라. 히히히.” 말풍선을 단 거며, 상구네 닭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유아용 교재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 연결하기’로 한눈에 들어오게 처리한 것 들이 좋은 예입니다.
김동수는 《감기 걸린 날》로 데뷔할 때부터, 아이 마음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아이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 낸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보기 드물게 동심이 살아 있는 작가라는 말이 되겠지요.
이번 《할머니 집에서》 역시 김동수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단숨에 쓱싹쓱싹 그려 버린 것 같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결코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김동수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동식물의 생태적인 특징이며 밭둑이나 닭장 모습 들을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솔이처럼 도시에서 나고 자란 터라 농촌을 제대로 알 리 없는 그는 정확한 묘사를 위해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보는 사람이야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자주감자는 줄기에서도 자줏빛이 돈다는 것, 식물마다 어긋나기, 돌려나기, 마주나기 하는 식으로 잎차례가 다르다는 것 들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희미한 기억 속의 농촌, 포스트-포스트 이촌향도 세대의 농촌 이야기
솔이네 가족은 부모와 한 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도시 핵가족입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가정을 이룬 솔이 아빠는 ‘이촌향도 도시민’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솔이 아빠 정도 되는 나이의 성인들조차 농촌에 대한 뚜렷한 기억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이미 그 부모 세대, 또는 그 부모의 부모 세대부터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물밀 듯이 몰려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터에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은 어떻겠고요. 어쩌면 이 책은 우리 농촌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나마 간직한 마지막 세대, 농촌과 이어진 가늘디가는 끈이나마 놓아 버리지 않은 마지막 아이들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우리 농촌을 잊지 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이 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속에는 우리 농촌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행간마다 배어 있습니다. 그 마음을 읽어 내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부모들의 몫이겠지요.
기본정보
ISBN | 9788943306120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9월 16일 (1쇄 2006년 08월 21일) | ||
쪽수 | 56쪽 | ||
크기 |
157 * 232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보림어린이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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