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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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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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떠났다가 또 다른 일상의 반복에 갇힌 남자
초현실주의적 수법으로 일상의 의미와 자유에 대해 심도 깊게 파고든 수작
아베 코보의 대표작『모래의 여자』는 1962년에 출간되어 그에게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1964년 영어로 번역된 데 이어 프랑스어, 체코어, 핀란드어, 덴마크어, 러시아어 등 이미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작품은 한 남자의 실종 사건이 근간이 된다. 주인공은 잿빛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모래땅으로 곤충 채집을 나선다. 그가 찾아간 해안가 모래 언덕에는 기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부서져가는 벌집처럼 거의 20미터나 될 정도로 깊게 파인 모래 구덩이들 속에 집이 세워져 있다.
남자는 마을 사람들의 계략으로 여자 혼자 사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되고,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이 파묻혀 버리지 않도록, 마치 쉬지 않고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매일매일 삽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어이없어 하는 그에게 여자는 자기 혼자서는 그곳 생활을 견디기가 벅차다고 해명한다. 한 집이 붕괴되면 사구에 자리잡은 마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모래 퍼내는 것쯤 훈련만 받으면 원숭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자기에게도 좀더 그럴 듯한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냐고 절규하며,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는 남자. 치밀한 계획 하에 구멍에서 빠져나오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돌려보내진 후 여자가 남자를 위로하는 장면에 삽입된 작가의 목소리, 〈서로 상처를 핥아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라는 부분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어내고 있는 독자들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그런데 작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탈출을 기도하는 남자를 위협하는 수단이었던, 그들이 배급해 주어야만 얻을 수 있었던 물을 모래 속에서 끌어올리는 유수 장치를 우연히 발명하게 된 이후, 남자는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탈출을 뒤로 미룬다. 마을 사람 누군가에게 유수 장치에 대해 말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이 갑작스러운 결말 앞에서 독자는 멈칫거리게 되고, 일상의 존재 근거에 대해 다각도로 되묻게 된다.
이 책의 총서 (470)
작가정보
저자 아베 코보의 본명은 아베 기미후사. 1924년 도쿄에서 출생하였으나 태어난 이듬해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만주에서 살았다. 의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였으나 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의사의 길을 단념하였다. 1947년 아방가르드에 눈을 뜨고 '세기의 모임'을 결성하였다. 이 무렵 쉬르레알리슴에 관심을 갖게 되고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열성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다. 1951년 「빨간 누에고치」로 제2회 '전후문학상'과 「벽-S. 카르마 씨의 범죄」로 제25회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하였으며 '50년대 일본의 풍토 속에서 당연히 출현하지 않으면 안 될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1962년 『모래의 여자』를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하였다. 1973년 연극 모임 '아베 코보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다수의 자작 희곡을 연출하면서 극작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1993년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역자 김난주는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츠마여자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서로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가족 스케치』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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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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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는 모래 구덩이에 갇힌 주인공이 끊임없기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꼼꼼하게 추적하며 그 속에서의 일상을 극도로 실감 나게 묘사한다. 이렇게 기이한 플록에 사실감을 더해 소설 내부의 긴장감을 미묘하게 증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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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는 갖가지 독특한 재주를 지닌 문학의 마술사다.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인간이 처한 운명을 소름 끼치도록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출판사 서평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시간은 뱀의 화살처럼, 깊은 주름을 그리며 몇 겹으로 접혀 있었다.”
일본의 카프카, 아베 코보
아베 코보는 《뉴욕타임스》선정 세계 10대 문제 작가 중에 속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가이다. 그와 동세대인 전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미시마 유키오, 오오카 쇼헤이 등을 들 수 있다. 그들은 일상사에서 소재를 찾는 일본의 전통적인 사소설 작가들과는 차별성을 띠며, 인간의 존재 양식을 근본적으로 묻는 관념적 성향과 새로운 방법론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아베 코보는 초현실주의적인 수법으로 인간 소외, 정체성 상실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들을 남겼으며, 현대 일본 문학의 국제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수상 소감에서 〈만약 오오카 쇼헤이와 아베 코보가 살아 있었다면 이 상은 그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전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미시마 유키오, 오에 겐자부로, 아베 코보를 들면서 그중에서 아베 코보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는, 모래 안과 밖의 세계
아베 코보는 자신의 수필집 『사막의 사상(思想)』에서 “사막에는, 또는 사막적인 것에는 늘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일본에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거의 사막과도 같은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적 보고 자란 풍경을 그리는 노스탤지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으나, 내 기억으로는 그렇게 사막적인 풍토에 에워싸여 있으면서도 사막을 동경했던 것 같다. 하늘이 암갈색으로 물들고 흙먼지가 풀풀 일어 숨이 막힐 것 같은 날, 바짝 마른 눈두덩 속으로 닦아도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모래가 파고든다. 그 짜증스러운 기분의 이면에는 불쾌감이 아니라 일종의 들뜬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한 사막적인 것에 대한 동경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일 년 내내 매달려 있기만을 강요하는 현실의 답답함과는 다른, 끊임없이 유동하는 모래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모래땅으로 떠나게 되고, 마지막에는 “모래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을 터득하게 된다. 모래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 그것은 모래 구덩이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가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주인공이 터득하게 되는 세계관으로 상징화된다.
물을 발견하게 된 이후 그는 “여전히 구멍 속에 있음에는 변함이 없는데, 마치 높은 탑 위에 올라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모래 구덩이 밖에 있는, 자신의 직장 동료들에 대해서 “질투하는 마음 없이, 윤곽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과자틀 같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탁월한 소설
끊임없이 유동하는 모래 구덩이 속에 세워진 집. 그 설정 자체는 너무도 허구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사막과도 같은 만주에서 살았던 자신의 경험과 치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모래 속 인물들을 생생하게,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작품에 대하여 〈시정과 서스펜스에 찬 도입부, 여러 차례에 걸친 스릴 넘치는 탈출 장면, 그리고 모래처럼 간결하고 무미건조하고 갑작스러운 결말. 이 모두가 아베 코보의 극작가로서의 재능과 소설가로서의 재능의 행복한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현실에 대해 풍토적인 공포감을 조성한 것은 오로지 작가가 꾸며낸 것이지만, 그 허구는 면면히 흐르는 예리한 감각의 지속에 의해 보장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는 탁월한 소설〉이라고 극찬하였다. 한편 모래 구덩이에 빠진 주인공의 불안감과 허무감이 전후 일본의 시대적 감각에 호소하는 바가 있어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1963년 요미우리 문학상, 1968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1964년 히로시 테시가하라에 의해 영화화되어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 및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37460555 |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11월 10일 | ||
쪽수 | 242쪽 | ||
크기 |
132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세계문학전집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砂の女/安部公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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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래 구덩이 속에 세워진 집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독특함과 ‘시지프 신화’를 연상시키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철학적 사고 때문에, 아끼는 책으로 남게 했다.
모래 암석 파편의 집합체. 때로 자철광, 주석, 그리고 간혹 사금을 포함하고 있다. 직경 1/16~2mm.
- 모래의 여자, p. 17
······ 덧붙여, 암석 파편 중에서 유체에 의해 가장 멀리 이동 될 수 있는 크기의 입자,
… 모래가 암석의 파편이었구나!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덕분에 모래 공부 좀 했다.
그래서, 모래가 고체면서도 유체 역학적인 성질을 다분히 갖고 있다는 점에 아주 흥미를 느끼고 있습 니다……….
"아니, 내가 모래를 예로 든 것은………… 결국 세계는 모래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모래는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그 본질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까………… 모래가 유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유동 자체가 모래라는 ...……… 그러니까 뭐라고 말은 잘 못 하겠지만 ………….“
- 모래의 여자, p. 95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실감나는 묘사 때문에 나도 모르게 허리 춤에서 모래를 털어내고 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드디어 탈출의 희망을 발견한다. 그러다 탈출의 기회를 얻었는데도 망설인다. 그는 그곳에서 벗어나려………….. 오늘이 아니면 아마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