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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거리 헤매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집

버지니아 울프 저자(글) · 이미애 번역
민음사 · 2019년 12월 06일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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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이후, 이 방을 채워 가는 일에 관하여
혹은 우리의 인생을 우리로부터 따돌리기 위하여 방 바깥을 헤매는 일에 관하여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시적이고 미묘하며 감각적이고 외설적인 새 단어뿐 아니라 열정들의 새로운 서열이다. -「질병에 관하여」에서

20세기를 ‘옛날'로 부르는 데 어느 누구도 스스럼을 느끼지 않는 지금, ‘오늘날'이라는 낱말과 함께 근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빈번히 소환되는 이름,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넓은 강당에서 연설하던 그와 『등대로』에 가감없이 그려진 가정의 끈적한 그림자 속 딸 사이에는 몇 개의 연결고리가 빠져 있을까. 이 순간도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를 가장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하고 가장 사적인 자리에서 묵독하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평생 천착해 파고든 ‘자기'라는 주제가, 결국 우리 여성의, 우리 인간의 유의미한 케이스스터디인 까닭일 터다. 2019년의 마지막 달, 민음사 쏜살문고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내밀한 기록을 가려 뽑은 산문집과 회고록을 소개한다. 겉으로 드러내도 손상되지 않는 내밀함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리는 드러나기도 가려지기도 한다. 여기 문들과 창문들이 대칭적으로 쭉 늘어선 거리들이 아득하게 이어진다. 저기 가로등 아래 섬처럼 떠도는 흐릿한 빛 사이로 남자들과 여자들이 환히 모습을 드러내며 재빨리 지나간다. 가난하고 초라한 행색임에도 그들은 어떤 비현실적 표정,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들이 인생을 따돌렸기에 인생이 먹잇감에 속아 빼앗기고 계속 더듬거리는 듯이. -「런던 거리 헤매기」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인생의 주인이 나라고 믿는 이들에게, 인생의 먹잇감 역시 나라고 얘기한다. 가끔은 인생의 눈을 피하고 인생을 따돌려도 된다고, 그렇게 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기를 바란다는 듯.

여러분은 지금껏 오로지 남성들만 소유했던 집에서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큰 노고와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임대료를 낼 수 있게 되었지요. 여러분은 연간 500파운드를 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시작일 뿐입니다. 그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아직 휑하니 비어 있습니다. 그곳에 가구를 비치하고, 장식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가구를 비치하고 어떻게 장식할까요? 누구와 공유하고, 어떤 조건에서 공유하게 될까요? -「여성의 직업」에서

울프의 「자기만의 방」 선언 이후, “~만의 방" “~만의 것이 아닌 방"과 같은(닮았으나 닮지 않은) 논의가 나올 때마다 문득 매우 좁은 삶의 반경과, 나와 타인, 개인과 사회의 접촉에 대해 돌이키게 된다. 때로는 우리 삶을 그가 와서 봐 줬으면 싶다. 특유의 관찰력으로 무언가를 포착하고, 거기 관한 견해를 들려주고, 기꺼이 거절당할 수 있는 의견을 제안하는 울프와 ‘함께하고' 싶다. 이런 가정법의 희망을 떠올린 적 있는 이라면 「여성의 직업」이라는 말-글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휑하니 빈 ‘자기만의 방’을 채우고 공유하는 일을 자랑스레 당신에게 맡기는 그의 목소리는 분명 여운 이상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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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버지니아 울프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번역 이미애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고, 옮긴 책으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등대로』,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등이 있다.

목차

  • 런던 거리 헤매기
    충실한 벗에 관하여
    하워스, 1904년 11월
    거리의 악사
    안달루시아의 여관
    웃음의 가치
    한밤의 산책
    서재에서의 시간
    질병에 관하여
    백작의 조카딸
    공습 중 평화를 생각하며
    위인들의 집
    집안의 철학자 레슬리 스티븐: 딸의 회상
    런던내기의 초상
    로저 프라이 추모 전시회
    여성의 직업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7429613
발행(출시)일자 2019년 12월 06일
쪽수 140쪽
크기
115 * 190 * 14 mm / 141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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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읽어보진 못 하여 구매했어요! 설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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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이후로 두번째 읽어보는 울프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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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네요 ~ 혼자 읽고 사색하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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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았어요 잘 읽어볼께요 빠른 배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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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기 전인데 기대돼요
10점 중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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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오래됐어도 지금 같이 사는 동시대인이 쓴 듯한
10점 중 10점
/공감돼요
버지니아 울프의 사상 전반의 핵심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좋은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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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산문 중 짧은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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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완벽한 품위와 침착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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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종종
어스름에 잠긴 초원을 따라 소떼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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