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애송시 10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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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 담긴 애송시 100편을 선정하기 위해 현역 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할 것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가는 서정주 시인이었다.
시와 시평과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하며 젊은 영상 세대들까지 끌어들인 이 시집은, 김소월에서 기형도까지 한국 현대시 100년의 정수를 담고 있다. 각 시인의 작품을 먼저 소개하고, 해당 작품에 대한 정끝별과 문태준의 깊이와 재미를 아우르는 해설을 제시하였다. 또한 연재 당시에도 실렸던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와 잠산의 감각적인 그림을 각 권에 25~30점씩 수록하였다. (제2권)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저자 문태준은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가 있다. 제17회 동서문학상, 제4회 노작문학상, 제3회 유심작품상, 제5회 미당문학상, 제21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에 의해 ‘올해의 가장 좋은 시와 시인’으로 뽑히기도 했으며,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만화 잠산
목차
- 풀- 김수영
즐거운 편지- 황동규
동천- 서정주
묵화- 김종삼
사슴- 노천명
저녁눈- 박용래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님의 침묵- 한용운
삽- 정진규
푸른 곰팡이-산책시1- 이문재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산정묘지1- 조정권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소- 김기택
어떤 적막- 정현종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긍정적인 밥- 함민복
박꽃- 신대철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너와집 한 채- 김명인
어디로?- 최하림
서시- 윤동주
봄- 이성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나그네- 박목월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수묵 정원9-번짐- 장석남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눈물- 김현승
섬진강1- 김용택
의자- 이정록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방심- 손택수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절벽- 이상
조국- 정완영
일찍이 나는- 최승자
갈대 등본- 신용목
해바라기의 비명-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서시- 이시영
낙화- 이형기
추일서정- 김광균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비망록- 김경미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출판사 서평
시시지락(詩詩之樂)을 꿈꾸며 시의 부활을 노래하다
1908년에 발표된 육당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효시로 한국 현대시가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조선일보에서는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라는 타이틀로 1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연재하였고, 시 연재의 새 바람을 일으키며 문단과 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전국의 시 애호가들 사이에 신문 스크랩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며,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시를 퍼 나르는 ‘사이버 스크랩족(族)’들도 생겨났다. 이를 책으로 엮어 달라는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마침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베스트 시 100편’이 아닌 ‘애송시 100편’인 만큼 문학사적 의미를 따지기보다는 입에 착착 붙는 시들이 많다. 해설자들이 개인적인 취향으로 시를 고른 것이 아니라 100명의 시인들이 시를 추천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가 소개됐다. 김소월, 한용운부터 김수영, 기형도를 거쳐 안현미, 김경주 같은 젊은 시인들의 시가 나란히 소개된 것이 참신하다. 여기에 정끝별·문태준 시인의 깊이와 재미를 아우르는 맛깔스러운 해설과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잠산의 감각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시의 감동을 더했다.
해설자들은 연재할 시들의 정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맞춤법조차 확립되지 않았을 때 쓰인 시들이 다수였고, 개정판을 낼 때 시인 스스로 작품을 고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투리 처리 문제도 늘 고민거리였다. 고민 끝에, 시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현행 맞춤법 규정을 따랐으나, 단, 어감이 현저하게 달라질 경우를 고려하여 고어, 사투리, 뉘앙스가 있는 것들은 그대로 두었다.
해설을 맡은 정끝별 시인은 “전통적인 애송시와 함께 최근 발표된 시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풍성함과 신선한 느낌을 함께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으며, 문태준 시인은 “예전에는 시집이 서점에서 독자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시를 소개할 다양한 무대와 장치를 고안해서 시가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며 시단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는 “신문에서 시를 연재하며 이렇게 많은 시인을 참여시킨 전례가 없다. 기획에서부터 시인들과 국민이 동참하도록 해 시 연재를 국민적 축제로 격상시켰다.”라고 평가했으며,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일러스트에 주목하며 “젊은 영상 세대들까지 끌어들인 멋진 발상이다. 함께 소개된 일러스트는 시라는 장르가 원래 그림이나 노래와 함께 하나로 향유되던 예술이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주었고, 디지털 시대에 시와 다른 장르의 성공적인 합일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송시 100편 어떻게 골랐나
100편의 시를 선정하기 위해 현역 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을 의뢰했다. 그 결과 156명의 시인이 쓴 작품 429편이 1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현대시 100년이 이룬 다양한 성과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다수 추천작 순으로 시를 선정하는 대신 2회 이상 추천을 받은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했고, 시인마다 1편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재 대상 시를 골랐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다. 이 밖에 한용운 「님의 침묵」,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소월 「진달래꽃」, 김춘수 「꽃」, 윤동주 「서시」, 서정주 「동천」, 신경림 「농무」, 정지용 「향수」, 박목월 「나그네」가 ‘추천 횟수 베스트 10’에 포함됐다. 작가별로는 서정주 시인이 62회 추천을 받아 이 부문 수위를 기록했으며, 김수영 시인은 58회로 2위에 올랐다.
기본정보
ISBN | 9788937426438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6월 05일 |
쪽수 | 223쪽 |
크기 |
130 * 224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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