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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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320)
작가정보
목차
- 자서
I. 휘어진 호수
글씨들
떡집 여자
빵
다시, 범람하는 방
단층
나는 햇살 속으로 솟구쳤다
말, 무례한
옷걸이들
휘어진 호수
상수리나무에 관한 기록
자전거
종이 울리는 연못
날개
모래지치 꽃
두께
새 떼들
접시 위에 생선 비늘 하나
관절들
개 같은 한낮
물 속의 장례
일요일
II. 투덜거리는 계단
가시연꽃
경전선
정밀한 수사(修辭)
절정
얼룩
힘
녹슨 방
흰 개, 동백, 그리고 돌멩이
껍질
수북한 허공
지독한 사랑
원추리 꽃이 어느 날 성장호르몬을 맞는다면?
맨드라미가 있는 뜰
맨발
투덜거리는 계단
석류
껍데기들
호박잎 속에
무거운, 그녀
낙동강 역
III. 낡은 의자가 있는 방
비릿한 저녁
넙치
글씨들, 달빛과 바람 곁에서
행성들
폭설
풍경과 상처
눈사람
일출
절개지
정오의 사이렌 소리
그 방은 가끔씩 호수처럼 깊어진다
바퀴가 있는 풍경
시인
낡은 의자가 있는 방
막창 굽는 집
내당 4동 미장원
우리들의 성전
젖은 남자
감쪽같이,
작품 해설 - 비릿한 삶의 계단에 찍힌 시간의 지문들
출판사 서평
세계에 대한 오독으로부터의 끊임없는 투쟁 ―그녀, 송종규
1989년 《심상》으로 등단한 시인 송종규의 네 번째 시집 『녹슨 방』이 출간되었다. 송종규의 시는 언어와의 치열한 싸움으로부터 시작한다. 세상은 시인의 의식과 언어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미지로 가득 차 있고, 시인의 유일한 도구인 말은 “계단을 무례하게 뛰어다니”며 대상과의 올곧은 소통에서 비껴 나가 그녀를 괴롭힌다. 그녀는 차라리 “한입 베어 먹힌 말처럼 불안하고 삐딱한 이미지들”로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해 본다. 그럼으로써 “간교한 말들이 삭제된 아주 순수한 간통을” 꿈꾸는 것이다.
과격하게 상충되는 이미지들의 나열은 그녀의 시를 혼란과 함께 오히려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이미지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생경하면서도 강렬하다. 문학평론가 신재기가 지적한 것처럼 “의미의 역할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호나 언어를 거부하고 사물성 그 자체를 지향하”는 그녀의 말하기 방식은 때로는 직설적이고 거칠게 와 닿지만, 다른 비유의 관념을 거치지 않고 도착한 그녀의 언어는 날것의 솔직함과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생의 암호 같은 말들만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우”고 “식후 30분마다” “찢어진 말들을, 분노하는 말들을, 미친 말들을, 흩날리는 말들을 꾸역꾸역 받아 삼키”는 그녀는 무섭도록 아프게 언어와 마주하며 시를 써낸다. 이 방이 “세계에 대한 오독으로 부글거릴”망정 그녀는 외로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부글거림”은 끊임없는 말하기이며, 설령 그것이 왜곡되었다 하더라도 멈추지 않는 그녀만의 존재방식이기 때문이다. 멈출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존재와 실재의 증명들. “살아서 펄럭이는 말들의 입에 쾅쾅 못을, 박는다, 나는 설득당하지 않는다”라고 그녀는 다짐한다.
너는 스페인 풍의 술집과 낡은 유성기, 그리고
네가 아는 모든 세상을 씀바귀 즙처럼 뽀얀 은유로 이야기했고 나는
내 뜰에 침입한 새 떼들을 너의 바다 속으로 풀어놨다
네 바다는 지금 얼마나 고요하고 흉흉하냐
상추가 잎을 피우는 동안, 한 세기가 흘러갔다
너는 아직도 은유를 믿느냐
- <새 떼들> 부분
모든 修辭들이 어둠을 꽉 채운다 밤 한 시가 정밀하고, 자욱해진다
나는 무덤처럼 잠겨져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꽝! 문 닫힌다
-<정밀한 修辭> 부분
그녀의 닫힌, 혹은 범람하는 방
그녀의 부글거리는 방은 “허구로 꽉 차” 있으며 “시간은 고여 있”다. 그녀 스스로 걸어 들어가 “천천히 열쇠를 비틀어 나를 잠근” 닫힌 방이다. 문학평론가 김양헌은 이를 “자폐의 시공간”이라고 일컫는다. 그리하여 그녀의 방은 “언어의 상징체계가 흐려지고, 상상계의 특징처럼 무수한 이미지들이 부유하며 시간 또한 흐르지 않는다.” 현재의 이미지와 분절된 기억의 조합은 비약적인 시간을 따라 흐르며 새로운 시간성을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그 방은 시인만의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부글”거리며 “팽창”하고 “범람”한다. 방의 한쪽 벽면은 결국 세상과 맞닿아 있다. “아무리 두드려도 나는, 세상 밖으로 전송되지 않는다”는 시인의 좌절은 어쩌면 욕망을 전제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인의 방은 세상과 동떨어진 완전한 자폐의 공간이 아니다. 분명 다른 시간성을 띠고 있지만, 세상의 시간을 재료로 한 탓에 방은 미묘한 위치에 서 있다. "터질 듯 팽창”하나 “너무 휑하”게 텅 빈, 모순. 세상을 향해 닫혀 있는 동시에 열려 있는 이 방에서 시인은 자신과 세상 사이의 새로운 존재방식을 만들어낸다.
그 방은 침묵 속에 쌓여 있고 그 방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그 방은 너무 휑하고 그 방에는 너무 가벼운 내가 있을 뿐인데 그 방은, 꽉 차 있다
그 방은 혼돈으로 꽉 차 있고 그 방은, 가혹하거나 간절한 말들이 터질 듯 팽창해 있다
그 방에는 수많은 말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고, 우울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걸려 있고
그 방의 혼돈 속에 있을 때
나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 방에 있는 동안 나는
안전하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지독한 사랑> 부분
그의 방에는 밤 열두 시가, 지친 얼굴로 밤 열두 시를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에, 튀밥처럼 가벼운 시간의 부스러기들이 그의 방을 세웠다 아주 명쾌하게, 미래는 죽었다, 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때때로 물방울처럼 쉽게 마르거나 수초처럼 젖는다
소반이나 첨탑 위 또는 허구로 꽉 찬 그의 방에, 시간은 고여 있다 그는 어디로든 흐르지 않는다 그 방의 정물들은 가끔씩 호수처럼 깊어진다
- <그 방은 가끔씩 호수처럼 깊어진다> 부분
“어둠과 밝음, 신생과 소멸의 비릿한 비늘들” ―삶에 대한 애정 어린 혐오와 포용의 시선
그녀의 “안전한” 방 너머의 세상은 물씬 풍겨오는 아련한 슬픔과 함께 “갖가지 무늬의 꽃과 모래톱들 그리고, 빽빽한 분홍빛 루머들”이 삶의 비극적 환희로 떠오른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삶의 비린내”를 풍기는 “저 컴컴한 것들이 삶이”며, 또한 “비린 생선 대가리와 함께 아스팔트 위에 흥건하”게 펼쳐진 것, 그것이 바로 삶인 까닭에 “죽음의 일부를 데리고 다니”며 “천 번쯤 목이 메이고 나서 마흔을 넘”긴 그녀는 “더러움 또한 삶의 일부라면” “못 먹을 게 뭐가 있”느냐 노래한다. 시인은 이제 비릿한 삶과 함께 생의 처절한 비극까지도 끌어안을 준비가 된 것이다.
“연민도 없이, 열쇠 구멍 속으로 질주하는 시퍼런 시간”을 거쳐 그녀가 도달한 곳은 “격렬함이나 분노가 스쳐 지나간 듯” 분명하게 “내 몸에서도 녹이 스”는 세상 속의 시간이며, 그 시간 속에서 “죽음의 일부”와 함께 녹이 슬어버린 시인은 기꺼이 삶의 비린내를 껴안는다. “찰나가 삶을 지탱”하고 “오르고 내려오려는 안간힘이 한 생애를 떠메고 간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하나의 모순으로서 존재하는 그녀의 방처럼, 삶에 대한 혐오와 애정이란 모순을 반복함으로써 시인은 삶의 비극성을 미화하기 보다는 그것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채 겸허하게 끌어안는 방식을 택한다. 문학평론가 김양헌의 말처럼 “방을 나와 비릿한 삶의 계단에 새긴 선명한 시간의 지문들”, 그 어떤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시간이 이룬 겹겹의 구릉들
구릉 아래는 다시 벼랑, 짐승의 아가리,
모래로 꽉 찬 시계
시계를 중심으로 초승달 같은 호수가 숨어 있고
수면을 경계로 대칭을 이룬 갖가지 무늬의 꽃과 모래톱들
그리고, 빽빽한 분홍빛 루머들
[…]
다만, 한 생애를 끌고 가는 갖가지 얼룩과 냄새들
모래로 꽉 찬, 시계가 걸려 있는
텅 빈, 뜰
- <맨드라미가 있는 뜰> 부분
목숨의 냄새란 이렇게 비릿한 것일까 비누로 손을 씻으며
내가 말했다 아니,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은 듯하다
- <껍데기들> 부분
허방 같은 삶도
몸을 거치지 않고 완성될 수 없다면
이 비린, 시린, 몇 고비
비켜갈 수 없지
광주리에 담긴 저 환하고
둥근 말들
- <호박잎 속에> 부분
검은 비닐봉지에서 튕겨 나온 삶이
비린 생선 대가리와 함께 아스팔트 위에 흥건하다
- <비릿한 저녁> 부분
더러움 또한 삶의 일부라면
모래와 티끌, 먹다 남은 김치 국물, 썩은 고등어 대가리
그 여자의 무례한 혓바닥, 죽은 남자의 머리털
못 먹을 게 뭐가 있어
난 아마 낙타를 낳을 거야
난 아마 절룩거리는 거위를 낳을 거야
난 아마 이글거리는 해처럼 붉은 꽃을 낳을 거야
- <우리들의 聖殿> 부분
기본정보
ISBN | 9788937407451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6월 12일 |
쪽수 | 113쪽 |
크기 |
124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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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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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규의 제4시집『녹슨 방』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사진과 약력을 보고서야 시인이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왜 남성일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믿었을까?
2
간혹 커튼 사이로 그의 어두운 등이 불빛에 흔들릴 때
가 있다 오르고 내리는 두 개의 방향만 기억하는 계단처
럼 아주 단순하게
바람 빠진 공처럼 느려빠진 나태함이 시간을 끌고 간다
다만 그의 삶을 통과해 간 질풍과 노도, 추잡한 스캔들까
지, 거기까지가 확실한 그의 생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지워져 갈 무렵
클로즈업된 자물쇠와 매캐한 그의 방이 화면에 잠깐 떠
오른 듯하다
코르크 마개처럼 퐁퐁 튀어 오르고 싶은 희망 속에
누군가 장난처럼
슬쩍 끼워 넣은 불운한 예감 몇 장
뛰쳐나가고 싶은 의자와, 액자 속으로 들어가 눕고 싶
은 정적과
딱 한 번 일어서 보고 싶은 구겨진 구두짝들
뜨겁고 맵싸했던 몇 장 스냅들이
아주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꼭 한 번 그의 방에
녹슨 전화벨이 울린 듯하다
- 「녹슨 방」
3
시의 형식미(形式美)마저도 녹슬어버린 것인가? 들쑥날쑥한 해안선처럼 나를 불편하게 한다. 시에 등장하는 그는 누구일까? 그의 방은 이층에 있는 것 같다. 그는 중병을 오래 앓고 있거나 혹은 이미 세상을 떴는지도 모르겠다. 사용하지 않은 방의 풍경이 을씨런스럽고 기괴하다. <추잡한 스캔들>까지 일으킨 그는 시인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 「상수리나무에 관한 기록」에서도 <어쨌든 그는 무례하게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난파했다>고 고백한다.
4
바람 빠진 공처럼 느려터진 무기력이 시인을 끌고 가는 것 같다. 시인의 몸 속에 걸어놓은 시계 바늘마저도 느리게 움직인다. <나는 천천히 열쇠를 비틀어 나를 잠근다>고 한 시인의 방에는 시인마저도 때로는 출입금지인가? 그 방에는 <수많은 말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거나, <우울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걸려> 있을 것이다. 경험을 하고 있는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는 주관(subjectivity)의 장소에서는, 당연히 세상과 <하루 종일 불통>일 수 밖에.
5
<사람들은 가끔씩 폐허나 연민이나 분노에 대한 기억으로 삶을 기록하려 한다>고 시인은 맥없이 말한다. 시인은 어떤 기억으로 삶을 기록하려고 불가해한 문자들만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우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어지러운 감정의 잔해들이 - 가혹하거나 혹은 간절하게 - 터질 듯 팽창해 있는 그 녹슨 방에서.
6
“언어는 단순히 세계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세계를 표상하는 것도 아니고, 세계를 기술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언어는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고, 바로 그러한 창조 작업 속에 언어의 위력이 존재한다”고 켄 윌버는 말한 적이 있다. 혹시, 시인의 언어는 의미를 창조하거나 전달하거나 드러내거나 인정하거나 더 풍부하게 하기 보다는 의미를 파괴하거나 왜곡하거나 숨기거나 억압하거나 피폐하게 하고 있지 않을까?
7
<방을 나와 비릿한 삶의 계단에 새긴 선명한 시간의 지문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고 평론가는 감탄한다. 내게 아름다운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다 만 쉬르레알리슴(surrealism)의 화폭, 혹은 깎다 구석에 처박아 놓은 조각품 같기만 하다. 내 정서의 사유지에 녹슨 못만이 삐죽삐죽 난잡하게 솟아있어서 일까? 시인이여, 미안하다. 무례하게 그대의 시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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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진익송『Betw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