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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대부(代父) 김정남의 회고 대담
작가정보
저자(글) 김정남
1942년 대전 회덕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 이래 40여년간 재야 민주화운동을 막후에서 뒷받침해오면서 민주화운동 방향 설정 및 지도부 결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으며, 1975년 민주회복국민회의를 통하여 양심선언운동을 제창했다. 각종 성명서 작성, 구속인사 변론자료 준비와 구명운동, 구속자 가족에 대한 지원, 해외 지원세력과의 연대, 수배자 은신처 마련과 수발 등에 헌신했다. 특히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 폭로함으로써 6월항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데 기여했다. 1988년 평화신문 편집국장으로 창간에 참여했고,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4·19혁명』 『진실, 광장에 서다』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이 사람을 보라』(전2권) 등이 있고, 이밖에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많은 문서와 저작을 정리·편집했다.
목차
- 머리말 미루어왔던 숙제를 마친 기분_김정남
대담을 시작하며
1부 1960년대
나의 대학 신입생 시절 / 학생운동의 중심으로 / 한일회담 반대의 격랑 / 첫번째 옥살이 / 김지하와의 만남과 원주교구 / 리영희 선생과의 50년 /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자 / 서울사대 독서회 사건의 유탄 / 문인들과의 어울림 / 신상우 의원과의 관계 / 생활비의 원천 / 전병용 교도관과의 만남 / 정의구현사제단과의 인연이 시작되다
2부 1970년대
우리 시대의 의협 박윤배 / 재야운동의 불씨를 살린 민주회복국민회의 / 양심선언운동을 제창하다 / 김지하 양심선언문의 작성과 반출 전말 / 여관에 틀어박혀서 작성한 김지하 변론요지서 / 일본선(線)과 송영순 / 한국으로 돌아온 송영순 자료들 / 기묘하게 일하시는 하느님 / 드러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 인권변호사들과의 관계 / 구속자가족협의회 / 어머니들의 어머니, 김한림 선생 / 해위 윤보선 선생과의 인연 / 3·1민주구국선언으로 재야의 통합을 이루다 / 오원춘 납치의 미스터리
3부 1980년대
김재규 구명운동 / 1980년 5월 광주를 위해 / 신군부 아래의 야당 / 국보시대의 인권변론 /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 김영삼 단식 성명서를 작성하다 / 민주산악회 이야기 / 김대중ㆍ김영삼의 「8ㆍ15 공동성명」 / 보도지침 사건 / 「1987」 주인공들의 이야기 / 이부영의 옥중 편지 /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범인이 조작되었다 / 한재동, 안유, 전병용 교도관 / 박종철 폭로 그 이후 / 김수환 추기경과 김영삼 총재의 가정 방문 / 최종선의 양심선언을 세상에 알리다 / 평화신문 편집국장 대리 시절 /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담긴 의미 / 『남부군』 연재와 리영희-릴리 대사 논쟁 / 평화신문 퇴사
4부 1990년대 이후
김영삼 대통령 취임사 준비 / 멋지게 한번 써봐! / 문민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으로서 / 퇴임 후에도 이어진 YS 연설 쓰기 / 김영삼과 문민정부 평가 / 진실을 기록하는 일
발문 김정남 선생의 ‘민주주의와의 동행’을 기록하며_한인섭
김정남 연보
출판사 서평
군사독재 시절의 ‘숨은 영웅’
민주화 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김정남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궤적이다. 우리 민주화 투쟁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1960년 4·19혁명에도 그가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학생으로 대전의 3·8민주의거에 참여한 것이다. 이때 고양된 민주주의 의식은 서울대 문리대학 정치학과에 진학하고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정남 선생은 대학생활 내내 이른바 ‘운동권’의 중심에서 활동하며 군사정권의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서울대 운동권 서클 ‘불꽃회’ 사건으로 첫번째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긴 민주화 투쟁 여정의 시작이었다.
이후 우리 민주화 역사의 굵직한 현장마다 선생의 손발이 닿았다. 그는 1970년대 큰 화제였던 김지하 구명운동의 실무적인 역할을 주도했고, 민주회복국민회의, 3·1민주구국선언 등에 참여해 재야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을 기획했다. 1, 2차 인혁당 사건, 오원춘 사건,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등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수많은 시국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변론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선생이 제창한 ‘양심선언운동’은 국가폭력을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방법으로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널리 활용됐다. 국가기관과 언론이 가해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양심선언’은 진실을 외치는 광야의 목소리였다.
그 정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폭로 당시 우리 사회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크게 타오르다가 전두환의 호헌조치로 한풀 꺾여 있었다. 박종철 사망사건도 교도관들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유야무야 덮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때 김정남 선생은 당시 옥중에 있던 이부영(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편지를 받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의로 박종철 치사사건의 주범이 조작되었으며 그는 고문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폭로 기자회견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폭로로 민주화 요구는 국민들 사이에서 다시금 거세게 일어났고, 6월항쟁과 호헌조치 철폐,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민주화 과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평화신문 편집국장 대리로 일하며 의미있는 기사들을 만들어낸 이야기, 1980년대 이후로 이어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문민정부의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으로 일한 이야기도 책에 담겼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원고를 게재한 사연, 김영삼 대통령 취임사 작성 과정이나 구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2002년 월드컵 유치 등에 관해 몰랐던 뒷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더욱 시선이 가는 것은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 짧게 얻은 이 두 직함이 선생이 가진 ‘공식’ 직함의 전부라는 점이다. 이름을 쓰지 않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에 가능한,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이 만든 ‘숨은 영웅’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이룬 민주화
그 진실을 기록하는 일
선생이 참여한 활동의 대부분은 인권변호사들 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협력한 것이었다. 독재정권 내내 법정이라는 제도적 현장에서 싸워온 인권변호사들에게는 시국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피해자와의 소통 현장에 있는 선생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굵직한 시국사건 변론자료 상당수는 선생이 초안을 쓴 것이었다. 이 책에는 변호사들과 상의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변론자료를 작성하는 선생의 모습이 여러번 반복해 나온다. 한편 교회라는 울타리를 활용해 국가폭력 피해를 폭로하고 민주화운동 인사를 보호하며 지원해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선생과 거의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영화 「1987」의 ‘성당 지붕 신’으로 재현된 선생과 사제단의 관계는 당시 재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생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앞에서 나열한 ‘업적’에 있지 않다. 이제는 ‘전설’이 된 이름들, 김지하랄지 김영삼, 김수환, 윤보선, 조영래, 김근태 같은 유명 인사들을 열거하는 일도 아니다. 진실과 정의가 필요한 순간에 인생이 바뀔 각오를 하고 도움을 준 이들, 이름이 있든 없든, 업적이 크든 작든 생명을 살리고 옳은 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나서준 사람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첫번째 목표다.
국내 언로가 막혀 있을 때 전세계에 군사정권의 폭거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콜레트와 송영순 선생 등 해외 협력자들, 민주화운동으로 수배를 당해 은신처가 필요하던 이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고 돌봐준 이름 없는 조력자들, 직업을 잃을 각오를 하고 민주화운동의 대의를 위해 움직여준 교도관들, 가족의 고통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승화시킨 구속자 가족들, 그리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의미있는 역할을 한 여러 인물들이 그렇게 이 책에 등장한다.
사형수의 절규부터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다급한 목소리에 응답하는 손과 발
대담자 한인섭은 발문에서 “세속적으로 선생은 무존재에 가까웠을지 모르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고, 어쩌면 천개의 바람처럼 곳곳에 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같은 인물은 유례를 찾기도 어렵기에, 누구에 비견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아무도 모르게 잡혀 들어간 어느 이름 없는 사형수의 변론요지서부터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선생은 민주화와 진실의 길에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그 일들을 해냈다.
선생은 민주화 역정을 돌아보며 “‘역사의 수레바퀴’가 날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거창한 계획이나 철두철미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한평생 사회운동에 투신할 수 있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절박한 요청에 응답하고 필요한 일들을 해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민주화운동 역시 이런 ‘비상사태’를 헤쳐온 역사일 것이다.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희생과 불의를 넘어가지 않은 이들의 생각과 저항이 움직여온 역사로 우리 민주화 과정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남 선생이 대담 내내 여러번 반복한 ‘사과’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민주화의 대의에 희생된 사람들, 선생이 끌어들여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선생이 건네는 정중한 사과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사과에는 당시의 도움과 희생에 감사하는 의미, 의도치 않은 피해를 미안해하는 마음뿐 아니라, 민주화 과정의 복잡한 사연들을 이제 차근히 돌아보자는 제안, 그래서 당시의 투쟁과 그때 꿈꾸었던 민주주의의 이상이 지금의 민주주의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이야기해보자는 권유가 녹아 있다. 촛불혁명으로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성취했으면서도 어떤 이에게는 ‘민주화’가 공격이나 냉소의 대상이 되어버린 오늘날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그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86730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0월 05일 |
쪽수 | 692쪽 |
크기 |
159 * 231
* 45
mm
/ 109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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