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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41
하야시 후미꼬 저자(글) · 이애숙 번역
창비 · 2015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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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한 삶 가운데서도 놓을 수 없었던 문학을 향한 열정!
일본 쇼오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하야시 후미꼬의 대표작 『방랑기』.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마흔한 번째 작품이다. 저자가 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토오꾜오로 상경한 무렵부터 23세에 결혼하기까지 약 5년간의 기록을 추려 잡지에 연재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대공황의 와중에도 60만부나 팔리는 기록적인 인기를 누린 이 작품은 전쟁이 끝난 뒤 작가 스스로 검열을 의식해 삭제했던 내용을 3부로 추가하여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생부가 기생을 데려오자 어머니를 따라 집을 나오게 된 여덟 살의 ‘나’는 일찌감치 행상을 익혀 탄광 마을을 찾아다니며 부채니 단팥빵을 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오꾜오로 온 ‘나’는 어느 작가의 집에서 애를 보는 식모 일부터 시작해, 해고당할 때마다 직업소개소를 찾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다. 비참한 생활 속에서 언제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문학을 향한 강한 열망이다. 작가인 남편으로부터 “당신이 하는 일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라는 말을 듣고 걷잡을 수 없는 회의에 빠졌다가도 이내 그 대단하지 않은 일에 여전히 구속당하며 나름의 작고 멋진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저자가 전전했던 도시 하층민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이 소설은 20세기 초부터 1920년대까지 일본 사회의 실상을 있는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보고이기도 하다. ‘나’는 방랑하며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일본 내 조선인과도 만나는데, 조선인들에 대한 언급은 작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더불어 여성을 ‘가족’과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존재로 여기던 1920년대의 사회를 향해 자기주장을 펼치며 한 여성 작가의 자기형성 과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출간 당시에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 등을 통해 쇼오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문학적 가치를 다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하야시 후미꼬

저자 하야시 후미꼬(1903~51, 林芙美子)는 일본 쇼오와 시기를 대표하는 소설가. 야마꾸찌 현 시모노세끼에서 출생했으며 어릴 때부터 행상을 하는 양부와 생모를 따라 여러 지역을 전전했다. 1916년 히로시마 현 오노미찌에 정착하여 휴일과 밤에 일을 하면서 고등여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 토오꾜오로 가서 목욕탕 잡일꾼, 여공, 사무원, 여급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1924년 시 동인지 『두사람』을 3호까지 간행했으며, 1928년 『여인예술』에 시 「수수밭」을 발표하고 이어서 『방랑기』를 20회에 걸쳐 연재했다. 1930년 어렵게 살아온 체험을 녹인 『방랑기』를 출간하자 공황기에도 불구하고 60만부나 팔렸다. ‘서민 문학’ 작가로서 얻은 이런 대중의 사랑은 생전에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이어져 다수의 작품이 영화, 연극, 드라마로 제작됐다. 1948년에 제3회 여류문학자상을 수상했다.

번역 이애숙

역자 이애숙은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 토오꾜오 대학에서 일본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色彩から見た王朝文?』 『일본의 소설』(공저) 『王朝びとの生活誌』(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 『근현대 일본의 사상가들』(공역) 등이 있다.

목차

  • 제1부
    제2부
    제3부

    작품해설 /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문학
    작가연보
    발간사

책 속으로

낡아빠진 바구니 하나.
살이 부러진 양산.
담배꽁초보다 한심한 여자.
나의 필사적인 전투 준비는 고작 이 정도랍니다.(129면)

돈이 필요합니다. 흰쌀밥에 사각사각 씹히는 좋은 단무지를 함께 먹는다면 금상첨화인데 말이죠. 가난하면 아이처럼 됩니다. 내일 아주 행복할 겁니다. 적은 액수지만 원고료가 들어옵니다. 그것으로 나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 합니다. 지도만 보고 있습니다만, 정말 아무 즐거움도 없는 이 까페 이층에서 저를 공상가로 만드는 것은 계단 위의 더러운 지도뿐입니다. 어쩌면 우라니혼의 이찌부리라는 곳에 갈지도 모릅니다. 죽느냐 사느냐, 여하튼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135면)

사상과 철학을 경멸하는 흰 벤치 위의 여자에게
더러운 입맞춤이라도 해주세요
하나의 현실은
잠시 굶주림을 채워주니까요.(261면)

뭔가를 쓴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싶습니다. 시마다 세이지로오라는 사람은 놀랄 만큼 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소설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말〔馬〕이 소리 높여 우는 그런 걸 쓰면 돼요. 열심히 숨을 헐떡이면서 말이죠.(336면)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노동은 신성하다, 누군가가 부추겨서 가난한 자에게 이런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준다. 역겨우리만치 빈민을 경멸하고 무학문맹(無學文盲)을 업신여기려고 꼼짝달싹 못하게 여러가지 규칙을 만든다. 빈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생아처럼 추락한다.
행복의 마차는 일찌감치 이런 무리들 사이를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모두 배웅한다. 그저 멍하니 소리친다. 달을 도둑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허공에 떠 있던 행복한 금화 같은 달의 환한 빛이 사라졌다. 달조차도 만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나는 귀족이 딱 질색이다. 피부에 탄력도 없는 불구자다.(390~91면)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5엔 수입으로는 시골에 돈을 보낼 수도 없다.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세계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나 자신을 경멸할 뿐이다. 무엇보다 자만심이라는 것이 스스로를 불우하게 생각하도록 내몬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따위 별것 아닌데도 기발한 것만 생각해 스스로를 비웃을 뿐.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우습다. 뭣 하나 제대로 된 글을 쓰지도 못하는 주제에 문자가 항상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건 이상한 거야. 고작 시골뜨기 주제에, 도대체 문학이란 무엇일까요? 하느님, 가끔 이상한 인생이 제게는 있어요. 그리고 그것에 휩쓸려버려요.(406~07면)

출판사 서평

숙명적인 방랑자, 지옥 같은 허기
궁핍과 열망의 기록 하야시 후미꼬의 대표작


일본 쇼오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하야시 후미꼬(林芙美子)의 대표작 『방랑기』(창비세계문학41)가 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제국주의 침략이 한창이던 1920년대 후반에 연재를 시작, 궁핍에 시달리던 평범한 사람들의 신산한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대공황의 와중에도 60만부나 팔리는 기록적인 인기를 누렸다. 어릴 때부터 행상을 하는 부모를 따라 여러곳을 전전하고, 토오꾜오의 빈민가로 흘러들어 갖가지 잡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문학적 열망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어려운 시기를 견디던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일본 근현대사에서도 가장 혼란스럽던 시기에 의지가지없이 여자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덧문처럼” 불안정하지만, 가난에도 사회적 속박에도 굴하지 않고 “후지 산이여! 너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여자가 홀로 여기 서 있다”라고 외치며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추구해나간다. 방랑의 삶과 거리낌 없는 태도, 질긴 생활력, 그리고 억누를 길 없는 문학에 대한 욕망이 뒤섞이는 ‘나’의 모습은 하야시 후미꼬의 삶의 여정과 겹치며, 가차없는 현실 속에 방랑하던 도시 하층민들을 대변하고 위로해주었다.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일컬어 “쌀을 됫박으로밖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소설”이라고 했는데, 고된 삶에 한끼 밥과도 같던 하야시 후미꼬의 작품들은 생전에도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사후에도 여러차례 영화, 연극, 드라마로 제작되며 사랑받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여하튼 떠나고 싶다

『방랑기』는 하야시 후미꼬가 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토오꾜오로 상경한 무렵부터 23세에 결혼하기까지 약 5년간의 기록을 추려 잡지에 연재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1930년에 출간되자마자 후미꼬를 단숨에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1939년에 대폭 개고하여 구성을 정연하게 다듬고, 전쟁이 끝난 뒤 작가 스스로 검열을 의식해 삭제했던 내용을 ‘3부’로 추가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이렇듯 오랜 기간 개정을 거듭하며 3부 구성이 되었지만, 내용상 같은 시기의 생활과 내면을 다루며 동질적인 텍스트를 이루고 있다.

여덟살의 ‘나’는 인생에 첫 폭풍우를 맞는다. 어머니는 생부가 기생을 데려오자 어린 ‘나’를 데리고 집을 나온다. 새아버지를 맞이한 ‘나’는 일찌감치 행상을 익혀 탄광 마을을 찾아다니며 부채니 단팥빵을 판다. 세 가족은 어딜 가더라도 싸구려 여인숙에서만 지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오꾜오로 온 ‘나’는 어느 작가의 집에서 애 보는 식모 일부터 시작해서, 해고당할 때마다 직업소개소를 찾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다. 야시장의 노점으로 번 돈은 멀리 가 있는 새아버지에게 몽땅 송금하고, 공장에서 쎌룰로이드 인형를 칠하는 일을 하거나, 고깃집 종업원, 까페 여급 일도 하며 이따금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나’의 방랑은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일본 내 조선인과도 만난다. 생면부지의 조선인들에게 아무 말 없이 돈을 건네주는 장면이나 칸또오 대지진 당시 더 큰 피해를 입었던 조선인들에 대한 언급은 작품 속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나’를 비롯한 일본의 빈민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와 같은 가난한 자들에 대한 유대감과 연민의 태도는 서로의 끼니를 챙겨주는 문인 동료들과의 교류나 일하면서 만나는 여급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작품에서는 여러 문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 잔인한 생활고에도 문학의 길을 놓지 않으며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특히 ‘나’가 여러 가게를 전전하며 만나게 되는 여급들과의 관계는 더없이 애틋하고 끈끈한 연대감을 보여준다. 모두가 “거지와 마찬가지”이고 나약하고 불안한 처지이면서도 이리저리 채인 상처를 잘 알아봐주고 보듬어서 고단한 삶에 서로서로 버팀이 되어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와 남자들과의 관계가 있는데, 착하지만 도저히 마음이 가지 않는 남자나 어린아이처럼 순정을 고백해오는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버젓이 바람을 피우거나 습관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복잡하고 지난한 감정의 축을 이룬다.
2부에는 토오꾜오로 자신을 데려온 옛 남자를 만나러 찾아가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1년 남짓 같이 살며 그를 뒷바라지했지만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고향의 섬으로 돌아가버렸고, 가족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편지를 보내고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확실한 매듭을 짓기 위해 남자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가족의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는 남자의 말에 실망한 채 돌아온다. 나중에 ‘나’는 궁지에 몰려 다시 한번 남자를 찾아가는데 도착하자마자 그는 이미 결혼해서 부인과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를 만난 ‘나’는 씁쓸함만을 느낀 채 남자의 형에게서 받은 지폐 몇장을 받아들고 섬에 작별을 고한다.
전후에 발표한 3부에서는 판매금지를 우려해 연재에서 제외했던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천황에 대한 비판이나 무정부주의에 대한 언급 등이 등장한다. 어느날 황족이 탄 기차가 통과하니 선로 옆 빈민가의 창문은 모조리 밤까지 닫아두라는 명령이 내려지자, ‘나’는 “황족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존경해야 한다”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노트에 “천황 폐하는 미치셨다고 한다 / 병든 자들만의 토오꾜오!” 같은 도발적인 시구를 적기도 한다. 또 ‘나’는 무정부주의와 황족을 같이 떠올리며 “멋진 무정부주의자임을 자임”하기도 하고, 당시 유명한 무정부주의자였던 인물을 언급하며 “저는 살해당한 오오스기 사까에를 좋아한답니다”라고 쓰기도 한다. 하야시 후미꼬는 평생 어떤 사상이나 운동에도 심취하지 않았지만, ‘후지 산에 고개 숙이지 않는 여자’다운 냉소적인 시선과 거침없는 자세로 세상에 지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펼쳐나가려는 의지를 지닌 여성상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몸을 던져 쓴다, 오로지 그것뿐

“쓴다. 오로지 그것뿐. 몸을 던져 쓰는 거다. 서양 시인인 척하면 어떨까? 척은 그만. 먹고 싶을 때는 먹고 싶다고 쓰고 반했을 때는 반했습니다라고 쓴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343면)

“뭔가를 쓴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라는 것을 쓰고 싶습니다. 시마다 세이지로오라는 사람은 놀랄 만큼 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소설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말[馬]이 소리 높여 우는 그런 걸 쓰면 돼요. 열심히 숨을 헐떡이면서 말이죠.”(336면)

이처럼 비참한 생활 속에서 “비루하게 개처럼 기어다니”며 “이젠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나’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은 문학을 향한 강한 열망이다. 마찬가지로 작가인 남편으로부터 “당신이 하는 일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라는 말을 듣고 걷잡을 수 없는 회의에 빠졌다가도 이내 “그 대단하지 않은 일에 나는 지금 여전히 구속당하며” “나름의 작고 멋진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방랑기』는 출간 당시 전폭적인 인기에 비해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 등을 통해 쇼오와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문학적 가치를 다시 평가받고 있다. ‘나’는 가족과 남자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파도가 치는 정도가 아니라 바닷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난파선 같은 처지임에도 “곁눈으로 조용히 조용히 하라고 말씀하”시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글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나’의 모습은 하야시 후미꼬의 문학적 여정과 고스란히 겹치며 한 여성 작가의 자기형성의 과정을 오롯이 비춰낸다.
이 작품은 한 여성 작가의 대담하고 치열한 자기기록이기도 하지만, 제국주의와 대공황의 시기를 살아가는 하층민에 대한 생생한 보고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생의 밑바닥에서 꿋꿋하게 길어 올린 문장들을 통해 하야시 후미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고, 여성으로서 또 작가로서 삶을 향한 떨칠 수 없는 열망을 써내려감으로써 여전히 서글프고 비참한 많은 ‘서민’들로부터 사랑받아온 것이다.

추천의 말

“나는 숙명적인 방랑자다. 내게는 고향이 없다”라고 시작되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족이나 집에 결박되는 ‘나’를 거부한 채 오로지 예술에 의한 자아실현을 추구해나가는 삶은 한 여성 작가의 선 굵은 자기형성의 여정과 겹쳐진다.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방랑의 삶과 파격적인 감성,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창작, 절박하고 튼튼한 생활력. 여성을 ‘가족’과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존재로 여기던 1920년대의 사회를 향해 던지는 통렬한 자기주장이 『방랑기』다.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보고이기도 한데, 작가 자신이 전전하던 도시 하층민의 고단한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더불어 찢어지게 가난한 삶과 문학을 향한 왕성한 열정이 어우러지는 기이함 또한 느낄 수 있다. 배고픔은 잊을 수도 도리질할 수도 없는 가차없는 현실이었지만, 하야시 후미꼬다운 문학은 그러한 냉엄함 속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간 것이다.
?이애숙(역자,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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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6464417
발행(출시)일자 2015년 03월 23일
쪽수 468쪽
크기
145 * 210 * 22 mm / 59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창비세계문학
원서(번역서)명/저자명 放浪記/林芙美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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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나는 언제쯤이면 다른 사람들처럼 조촐한 밥상을 앞에 두고 편안히 밥을 먹는 팔자가 될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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