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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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514)
목차
- 제1부
0
눈
월경
도마
털옷
입주
둥지
구근식물
이빨
맞선
영원한 혁명
졸음
지상의 새들
도시의 성자
아파트
투명
가엾은 내 손
퇴근 후
제2부
나사들
새로운 삶
우롱당하는 고독
비만
상징은 배고프다
비만에 불만을 표하지 말자
몽키
방법서설
돼지머리
목발
바가지
불만
나는 소비된다
나는 발기한다
뱀 잡기 1
뱀 잡기 2
뱀 잡기 3
상처를 위하여
제3부
달
따먹다
당신은 얼마나 불행하기에
돈!
릴케의 잠옷
죽음의 다리를 건너는 법
비대상(非對象)
지동설
독수리 소녀
침묵의 언어
아직 진화중입니다
찌그러진 밥통
의자
이성민을 만나다
성공은
제4부
소용돌이
아름다운 사람
실패한 연애를 위하여
자전거와 자동차
정년제
종이와 잉크
화곡역
청소부의 한달 월급에 대하여
허깨비를 세우다
통증은 환하다
희망
자폐증
휴전선
한일합방 희망을 꺼놓자
해설│맹문재
시인의 말
기본정보
ISBN | 9788936422738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2월 23일 | ||
쪽수 | 138쪽 | ||
크기 |
125 * 20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
Klover 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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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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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왜『나의 밥그릇이 빛난다』라는 제목에 이끌렸을까?
***
투명
혀로 빛나게 핥아놓은 밥그릇에는
허기가 가득 차 있다
허기는 투명하지만 잘 보인다
뼈가 앙상한 것을 보면
이빨은 이제
밥 그릇도 씹어먹을 수 있으리라
나는 개들이
씹던 목줄을 뱉어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내 손가락을 철망 안으로 넣어주었을 때
녀석은 절대로 물지 않았다
내가 밥을 준다는 투명한 의식이
녀석을 밥그릇 안에 가두어놓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두 끼나 세 끼를 주고 싶지만
나는 사장의 명령에 따라 한 끼만 주고 있다
나는 회사의 수위
개는 밤에 내가 할 일을 대신한다
사원들이 퇴근할 때, 개집 문을 열어놓아
불투명한 밤을 투명하게 밝혀놓아야
안심하고 잠잘 수가 있다
간밤에 없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일감들 사이에서 녀석이 잡아놓고
다 먹지 않은 의문 하나가 피를 흘리고 있다
내가 받는 임금은 아주 적다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굶어죽지 않을 정도
그러니까, 개밥 정도인 것이다
개의 그 깊은 낮잠 속에 고여 비치는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
“혀로 빛나게 핥아놓은 밥그릇에는/ 허기가 가득 차 있다”는 시작부터가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 그 충격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허기는 투명하지만 잘 보인다”라는 두 번째 충격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말끔하게 혀로 핥아놓은 개 밥그릇의 사기질이 눈부시다. 그 정갈하게 빈 공간에 허기를 소복이 담아내다니!
작년이었던가? 현 직장에서 20년 근속 상패를 받았다. 그 날은 하루 종일 주파수를 잡지 못한 무전기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몸 속 깊은 곳에서 발신되고 있었다. 사십 초반까지는 급료를 염두에 두지 않고 업무 자체에 빠져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이었을까? 월급명세서를 받는 날은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열정의 은(銀)도금이 벗겨지면서 군데군데 녹슨 자국이 번지고 있었다. 고용자는 고용인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만큼의 급료를 지불하고, 고용인은 고용자가 해고시키지 않을 만큼의 업무를 한다 – 경영과 노동의 뫼비우스 띠여!
“내가 밥을 준다는 투명한 의식이/ 녀석을 밥그릇 안에 가두어놓고 있는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나는 개가 되었다. 점심 시간, 짧지만‘깊은 낮잠 속에 고여 비치는 나의 밥그릇’이 투명한 허기로 현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1986년에 등단한 시인은 2002년에야 첫 시집을, 그리고 이번에 두 번째 시집을 상재하였다. 「퇴근 후」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화자는 용접공이다. 육체노동자로서 삶의 스산함을 몸으로 부대끼다 보니 시작(詩作)이 적었던 것일까?
궁색한 삶이 부유한 삶보다 더 리얼하다는 시인의 체험에는 수긍이 간다. 자연 상태에서의 진정한 노동에는 상처가 따르기 마련이고, 이 상처가 ‘영혼을 켜는 발전소’라는 단정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사상은 궁극의 철학과 종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감히 노동계급의 사상만이 인간을 되살려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시인의 신탁(神託)에는 선뜻 동의를 표하기 어려웠다. 노조 가입 자격조차도 갖지 못한 나의 자격지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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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이재훈「백수」
몇몇 글을 읽을 때마다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낀다. 글과 부합하지 않는, 소위 ‘평균’이라 일컬어지는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회의 모순과 가열차게 싸우는 투사의 모습을 한 글들만이 존재하길 바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책이 말해줬으면 싶은 적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다시금 주목하길 바라는 시인의 모습은 낯설게 다가왔다. 문득 오늘날과 같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도 일하는 사람이 없어 기기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많다는 소리가 떠올랐다.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도 시간의 흐름을 타고 변하긴 했다. 하지만 노동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하단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음을 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시로부터 상징을 읽어내는 것은 어려웠다. 오히려 너무도 사실적인 시어들은 투박하게까지 느껴졌다. 쇠붙이 연장을 들고는 볼트를 조이고 푸는 사람들. 잘려나간 손가락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목장갑의 허전함. 이런 모습으로부터 정겨움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외려 삭막하다면 삭막했지… 하지만 삭막함은 시인에게 현대인의 정서였다. 63만원의 월급을 받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화곡역 청소부와 셀 엄두조차도 나지 않는 돈더미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임을 잘 알면서도, 생존이 시급한 사람에게 문화와 예술을 부르짖는 게 얼마나 폭력적인가 까지는 생각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어이없는가. 가난의 타인의 것이라 철저히 외면하면서도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며 세상을 원망하는, 그런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시인은 거침없이 노래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징이 아니다. 현실을 도외시한 체 외면만을 빤지르르하게 꾸며댄다 하여 세상이 변화하진 않는다. 오히려 상징에 목을 멘 삶에게 주어지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삼풍백화점이 붕괴했을 때 생존을 위해 종이를 먹어야만 했던 사람에겐 그 종이는 생존의 도구일 뿐, 시집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는지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이다. 단순하면서도 때론 위험하기도 한 연장을 들고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역시 자신의 허름한 모습은 부끄러움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에게 보이기 위한 치장이 아닌 살아가기 위한 밥그릇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