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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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 한겨울의 신주쿠. 한 여인이 거짓으로 자수한 아버지를 도와달라며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사와자키는 와타나베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신주쿠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도리어 급작스러운 총격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진상을 파악할수록 야쿠자의 음모가 드러나고 사건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치닫는데…….
이 책의 총서 (91)
작가정보
저자 하라 료
1946년 사가 현 도스 시에서 태어나 규슈 대학 문학부 미학미술사학과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상경하여 재즈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유명 색소포니스트 다카키 모토테루의 트리오 멤버로 연주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가 글쓰기에 매진, 1988년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 작가로 문단에 정식으로 발을 들였다.
데뷔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로, 일본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제2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이듬해 발표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내가 죽인 소녀》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르는 등, 단 두 편의 장편소설로 일본 하드보일드 문학의 대표 기수로 우뚝 섰다.
이후 탐정 사와자키의 활약상은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안녕, 긴 잠이여》로 이어졌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복잡한 플롯, 매력적인 등장인물, 철저하게 계산된 대화, 현실감 있는 전개 등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매력을 오롯이 담았다는 호평을 받으며 각종 미스터리 차트를 석권했다.
작가가 평소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즐겨 읽었던 만큼, 탐정 사와자키는 챈들러의 히어로인 ‘필립 말로’에 비견되며 탄생 이래 일본을 대표하는 ‘낭만 마초’로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안녕, 긴 잠이여》 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트릭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하드보일드를 쓰고 싶었다”라는 하라 료의 포부를 증명하듯, 한겨울 도쿄의 메마른 분위기를 한껏 고양하는 건조한 문체가 돋보인다. 시종 시크함을 뽐내는 사와자키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라 료는 과작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 《어쩔 수 없는 내일それまでの明日》을 내놓기까지 또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수많은 독자가 사와자키의 활약을 언제까지고 응원하겠다 밝혔고, 그에 응답하듯 칠순의 나이가 무색한 열정을 뽐내며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역자 권일영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다른 나라 소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를 비롯해 기리노 나쓰오의 《다크》, 가이도 다케루의 《나니와 몬스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에도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의 소설과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등의 일본 소설을 주로 옮겼으며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과 존 딕슨 카가 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등 영미권 작품도 우리말로 소개했다.
목차
-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작가 후기
맺는 말을 대신하여: 세상을 비추는 거울
책 속으로
병원이 인간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가장 잘하는 일은 생명에 가격표를 매기는 짓이다. 가격표가 붙으면 보험사 직원도 나타나고 사기꾼도 등장한다. 머지않아 탐정도 얼굴을 내민다. 그뿐이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났지만 블라인드를 내린 실내는 어두컴컴했다. 나는 책상 조명을 켜고 메모지를 펼쳤다. 내가 아니라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고인 앞으로 남긴 메모였다. 올라오는지 내려가는지 모를,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망령 같은 발소리가 건물 계단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7-8p
문득 생각이 나서 나는 수사1과 니시고리 경부에 대해 쓰쓰미 과장에게 물어볼까 했다. 이부키 게이코에게 말한, 나를 목덜미로 기어들어온 송충이나 벌레처럼 싫어하는 형사다. 나뿐 아니라 죽은 와타나베와도 인연이 깊은 신주쿠 경찰서의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었다. 니시고리는 비번일까?
다른 경찰서로 옮겼나? 퇴직했을까? 잘렸나? 아니면 죽었을까? 서에 있는데 내게 얼굴을 보이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직 경찰서 안에 있고,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질문은 끝났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발아래 있던 가방을 들었다.
(…) 아무도 내게 주목하지 않는 신주쿠 경찰서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정직한 탐정의 표본이었다.
46-47p
신주쿠 역 구내와 플랫폼에는 볼꼴 사나운 교복에서 해방된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겨울방학도 이제 곧 끝날 즈음이었다. 즐거운 시간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게 인생의 첫걸음이지만, 괴로운 시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인생이 끝나갈 때가 다 되어서도 알기 어렵다.
나는 소부 선으로 스이도바시까지 가서 도영 지하철 미타 선으로 갈아타고 바로 다음 역인 가스가 역에서 내렸다.
186p
출판사 서평
일본 하드보일드의 거장, 하라 료.
10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장편소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부터 단편집 《천사들의 탐정》까지, 단 네 권의 책으로 일본 하드보일드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쓴 하라 료가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개막을 알리며 귀환했다.
시즌 2의 첫 작품이자 10년의 세월이 응축된 작품답게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전작의 장점을 오롯이 계승하면서도, 한층 단단해진 스토리라인과 하드보일드다운 건조한 감성을 뽐낸다.
특히 겹겹의 음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낭만 마초’ 사와자키의 매력이 한겨울 도쿄의 메마른 정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읽는 맛’을 더한다.
하드보일드는 간단하게 써낼 수 없다.
트릭은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가다듬으면 좋아지지만, 거기 의존하지 않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훌륭한 설정 위에서 캐릭터가 뛰노는 작품, 멋진 대사로 가득한 작품을 쓰고 싶었다.
지난 10년을 사와자키에 푹 빠져 있었다.
소설이란 정말 불가사의한 존재다.”_하라 료 인터뷰에서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하라 료가 돌아왔다.
누계 150만 부 판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 개막!
“하라 료의 작품은, 일본문학계의 큰 산이다.”_유코 유즈키(작가)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1988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과작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그동안 독자 손에 쥐여준 책은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작가란 작품의 수가 아닌 완성도로 말하는 것임을 웅변하듯,《내가 죽인 소녀》가 추리소설로는 이례적으로 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전 작품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매번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일본문학계에서 하라 료는 말 그대로 ‘전설’ 같은 작가다. 하야카와쇼보에 투고한 원고가 출판이 결정되어 데뷔로 이어지는 쾌거를 이뤘고, 태어나 두 번째로 집필한 장편소설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일본문학이라는 토양에 하드보일드를 완벽하게 이식해 꽃피웠다고 칭송받으며 이미 시리즈 판매 누계 150만 부를 넘어섰다. 현지의 팬들이 변함없이 하라 료와 사와자키를 응원하는 이유, 신간이 출간된다는 소식만으로 서점계가 들썩이는 그 이유를, 이 땅의 독자들이 재확인할 차례이다.
‘사와자키’에만 집중한 10년의 시간…
더 단단해지고 더 새로워진 하드보일드 미학!
“사와자키를 기억하는가. 고독이 낭만이던 그때를.”_히가시야마 아키라(작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 한겨울의 신주쿠. 한 여인이 거짓으로 자수한 아버지를 도와달라며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사와자키는 와타나베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신주쿠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도리어 급작스러운 총격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진상을 파악할수록 야쿠자의 음모가 드러나고 사건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치닫는데…….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완숙을 넘어 절정에 다다른 하라 료의 저력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미스터리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을 사와자키에만 푹 빠져 있었다”라고 회고했듯, 한층 복잡다단해진 플롯, 충만한 현실감, 살풍경한 겨울의 이미지를 고양하는 단단하고도 메마른 문체가 빛을 발하는 것. 그러면서도 ‘고집스럽게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사나이의 오기’라는 평가를 듣던 사와자키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거나 도입부부터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차량 추격전을 벌이는 등 새로움을 더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작품 곳곳에서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시즌 1 주요 인물을 눈여겨본다거나, 젊은 시절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스태프로 일한 적 있다는 하라 료의 특출난 이력이 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하드보일드 특유의 묵직함과 선 굵은 추리소설의 미덕을 고루 갖춘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얕은 기교에 의존하지 않는 정통파 작품을 애타게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기쁨이 되어줄 것이다.
추신 :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시즌 2의 두 번째 작품 《어쩔 수 없는 내일(가제)》이 탄생하는 데는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후 14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사와자키의 활약상은 비채를 통해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4980957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6월 05일 | ||
쪽수 | 408쪽 | ||
크기 |
140 * 198
* 29
mm
/ 48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블랙 앤 화이트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愚か者死すべし/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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