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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 , 지승호 저자(글)
김영사 · 2013년 10월 02일
9.2
10점 중 9.2점
(18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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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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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를 표창원, 지승호 두 남자가 낱낱이 파헤친다!
제노비스 신드롬에서 국가가 버린 원혼들까지 『공범들의 도시』. 이 책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나눈 한국 범죄학에 대해 나눈 대화를 엮었다. 연예인의 인권 그늘,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와 전관예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의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범죄를 다룬다. 저자들은 긴 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범죄라는 불편한 사건에 대해 외면하고 침묵하는 당신, 혹시 공범 아닙니까?’

묻지 마 범죄에서 거대 국가 범죄의 공범들까지 이 책은 우선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시작을 한다.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뒷받침되어지지 않아 생기는 자식 살해 사건과 한국과 일본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묻지마 범죄, 사회에 대한 증오가 커져가며 ‘연쇄살인’이란 고리를 만들어 내는 등 오원춘 사건을 통해 짚어본다. 이러한 개인의 범죄에서 국가의 철학 부재로 넘어가며 공소시효, 경찰의 공범의 문제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가 정의가 제대로 서게 될 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다고 말하며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바꿔나가야 함을 주장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표창원

표창원

저자 표창원은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 연쇄살인, 엽기 범죄 등 각종 범죄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 경찰관으로 활동했고 미국 샘휴스턴대학교 초빙교수 및 아시아경찰학회장을 역임했으며 범죄심리학 강사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해 왔다.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극적인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한국의 연쇄살인》, 《숨겨진 심리학》, 《한국의 CSI》, 《표창원, 보수의 품격》, 《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등이 있다.

저자(글) 지승호

지승호

저자 지승호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그는 만나는 사람의 마음까지 투영시켜 보여주는 타인의 거울이다. 그래서 아직은 외롭고 슬프지만 세상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13년차 전업 인터뷰어로 서른 권이 넘는 인터뷰집을 냈다. 주요 인터뷰집으로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대한민국 진화론》, 《이상호GO발뉴스》, 《닥치고 정치》,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괜찮다, 다 괜찮다》,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신해철의 쾌변독설》,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유시민을 만나다》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비정한 공범들의 도시에 홀연히 나타난 정의의 사나이

    1부 한국적 범죄의 탄생
    1. 한국적 범죄의 인큐베이팅 : 자식 살해와 묻지 마 범죄의 도시
    2. 신창원과 표창원 :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남자 이야기
    3. 연쇄살인의 사회적 배경 : 원혼을 위로하지 않는 국가의 비극

    2부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
    4. 불법 도박과 스포츠 승부 조작 : 인생역전의 망상에 중독되다
    5. 프로파일링과 수사지휘관의 책임 : 면담 기법에서 면책 범위까지
    6. 정의로운 경찰관의 고독한 딜레마 : 총기 사용에서 경찰대학 문제까지
    7. 오원춘 사건이 보여준 일그러진 초상 : 단지 그가 악마일 뿐인가?
    8. 난치병이 되어버린 연쇄살인 : 연쇄살인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부 과학수사를 파괴한 사법 시스템의 죄악
    9. 한국의 CSI는 없다 : 왜 과학수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10. 피해자의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 : 아동 성폭력 사건의 경우
    11. 미제 의혹 사건들의 헝클어진 맥락 : 장준하 선생 사건에서 김성재 변사 사건까지
    12. 사법 시스템이 묻어버린 진실들 : 최고 엘리트들의 바보 같은 실수와 패착

    4부 거대 국가 범죄에 가담한 경찰들
    13. 국가 범죄를 저지른 공공의 적들 : 부끄러움과 반성을 모르는 사회
    14. 경찰 내부의 공범들 : 훼손된 중립성을 복원하기 위하여
    15. 검찰과 경찰의 공범 : 1인 독재의 수사 구조를 넘어

    5부 차가운 분노, 그리고 뜨거운 희망
    16. 경찰은 왜 거대 범죄에 가담해야 했는가? : 논쟁과 토론 속에서 발견한 희망
    17. 정의는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온다 : 희망을 위한 전제조건들

    에필로그 -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책 속으로

지승호 : 자신의 자녀를 죽인 여자 분들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하셨는데요. 나쁘게 보면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면 내가 죽고 나서 이 아이가 어차피 힘들게 살 텐데, 같이 죽자는 마음일 텐데요. 어떻게 보면 한국적인 범죄라고 볼 수 있잖아요.
표창원 : 그렇죠. 한국적인 범죄죠.
지승호 : 외국 같으면 어느 정도 컸으면 ‘이제 니가 알아서 먹고 살아’ 하면서 독립시켜버릴 텐데요. 외국이라고 해서 그런 범죄가 없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좀 더 많은 범죄일 것 같습니다.
표창원 : 한국적이라는 것이 두 가지 의미일 텐데요. 여전히 가부장적, 소유적 부모 자식 관계, 부모가 자녀를 소유한다는 개념이죠. 이게 어렸을 때는 부모가 소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하고, 자기의 삶이 없는 거죠. 자녀를 위해 살아야 되고.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전근대적 문화가 남아 있는 겁니다. 한국적이라는 또 다른 이유는 복지 제도가 그만큼 제대로 구비돼 있지 못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죠. 사회복지가 제대로 마련돼 있고,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으면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잖아요.
-1장 《한국적 범죄의 인큐베이팅》 중에서

표창원 : 신창원 씨가 저한테 편지를 보내왔어요. 네 장짜리 친필 편지인데요. 주된 내용은 자신은 그런 동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였죠. 나는 유영철, 강호순 같은 파렴치한 범죄자다, 평생 교도소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는데요. 그것이 진심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본다면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느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지승호 : 어떻게 보면 자기 세뇌 같은 거겠죠. 어차피 나가지 못하니까.
표창원 : 그런 느낌을 받아서 아주 짠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왔던 삶, 처한 환경들, 이런 것들을 모두 청소년 범죄 예방, 자기 같은 사람이 더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데 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드러냈죠. 저보고도 원하면 얼마든지 본인을 연구해도 좋다, 협조하겠다는 말과 본인 스스로도 청소년 범죄 심리, 범죄학 이론들을 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평가했지만, 신창원이 심성적으로 악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요. 이 친구는 범죄자 중에서도 특이하다고 볼 수 있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대단히 강하게 가지고 있어요.
-2장 《신창원과 표창원》 중에서

지승호 : 프로파일링을 할 때 접근하는 특별한 기법이 있습니까?
표창원 : 저는 기본적으로 그들을 잘 알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기법 자체가 기본적으로 라포rapport 형성이라는 것에서 출발을 해요. 상대방과 나 사이에 심리적 공감대를 쌓아나가는 거죠. 그러면 위험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왜 강력범죄가 생기느냐, 왜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무력적, 폭력적 충돌이 생기느냐, 긴장이라는 것이 유발하거든요. 두려움. 저는 범죄자들과 맞대응하는 순간에는 일단 그들에 대해서 이해, 공감 같은 것들로 접근을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공격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아요. 그게 중요한 첫 출발예요. 그리고 단계별로 범죄심리학적 면담 기법이 있죠. 사실은 강력 흉악범들은 면담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아요. 제일 어려운 것이 여성 범죄자 중에 자기의 지인, 가족, 특히 자기 아이를 살해한 경우, 이런 경우에는 말을 안 하니까, 입을 안 여니까 어렵죠. ‘죽여주세요’, 이것밖에는 없거든요.
-5장 《프로파일링과 수사관의 책임》 중에서

지승호 : “연쇄살인의 징후가 뚜렷하다면 지진, 태풍 대비에 맞먹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요?
표창원 : 지진과 태풍, 홍수는 피해에 대한 조짐 징후를 관찰하고, 나타나면 재방을 쌓는다든지 대책을 세우잖아요. 똑같다는 거죠. 2000년대 들어와서 그 전보다 연쇄살인이 증가하고 있어요. 한 명 한 명이 별도의 괴물들이라기보다는 사회병리 현상이 이렇게 해서 돌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맞다고 보여요. 그렇다면 연쇄살인이 더 나올 수 있는 사회적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 아닌가. 권력형 비리가 많아서 사회 내 불신과 분노가 커진다, 빈부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취업률이 낮아진다,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이 증가한다, 이런 것들을 연쇄살인의 사전적 인덱스로 볼 수 있는 거죠.
-5장 《프로파일링과 수사관의 책임》 중에서

표 - 오원춘 사건이 정말 많은 문제를 드러냈는데요. 인육 관련 부분은 사실은 오원춘의 범죄의 경중을 따지는 데 있어서 핵심은 아니거든요. 제가 볼 때는. 인육이 목적이건 아니건 간에 이미 오원춘의 행동은 의도적, 계획적이었고, 살인을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지 - 그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여러 가지 추가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는 건데요. 어떤 조직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어요.
표 - 그렇죠. 상당히 중요하고 심각한 사회적인 범죄로 보고, 확대 수사를 해나가야 될 사안인 거죠. 그런데 묘하게 가십거리로 흘러버렸는데요. 저는 1심 재판부의 판사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나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요. 1심 판결이 오원춘에게 사형선고를 하면서 그 이유를 경찰과 검찰이 인육 목적 등 다른 목적에 대해서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하면서도 사형 판결을 내린 거죠. 판사가 인정을 하니까 난리가 난 거죠. 검찰, 경찰 뭐했느냐, 판사가 인정했다, 기정사실이라고 한 겁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상당히 의심스러운 정황이 뭐냐 하면 피해 유가족에게 접근을 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외국인 노동자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피해자 유족들에게 접근을 해서 인육설을 주입시키고, 외국인 노동자들 전체, 특히 중국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한 흔적들이 발견되는데요. 여기 놀아난 측면이 강한 거죠.
-7장 《오원춘 사건이 보여준 일그러진 초상》 중에서

지승호 : 조두순 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가명이긴 하지만 피해 아동의 이름으로 사건이 불리다가 옳지 않다고 해서 가해자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사건인데요. 미국 같은 경우 메건법 같이 피해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가 때로는 범죄 피해자를 무슨 범죄 피의자 취급을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표창원 : 하나는 피해자임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죠. 피해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순간, 주변으로부터 이상한 시선, 눈초리, 손상당하고 더럽혀진 사람, 그런 멍에가 씌워지기 때문에 피해자를 노출시키지 말자는 거거든요. 그러나 범죄심리학적, 또는 피해자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그런 상처를 당한 피해자에게 가장 좋은 치유책은 점진적 노출입니다. 점진적 노출. 무슨 말이냐 하면 감추고 덮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거예요. 상처를 더 키우고, 억압하고, 결국은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거든요. 조금씩, 조금씩 피해자가 당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주고,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직면하고, 그다음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학문적인 고려와 판단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곳에서는 피해자임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10장 《피해자의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 중에서

지승호 : “수사는 매우 단순한 진실 게임이다. 고도의 지능이 필요하지 않고 높은 학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의문을 적당히 덮으려는 유혹, 현실과 타협하려는 유혹을 이기는 힘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보통 수사 하면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인 것처럼 경찰도 그렇게 주장하고 검찰도 그렇게 주장하는데요. 상식만 있다면 수사를 잘할 수 있다는 말씀 아닌가요? 지금 수사를 하고 있는 분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 불편해할 것 같은데요.
표창원 : 전문성이라는 부분이죠. 전문성이라는 게 남들이 못하는 신기, 김연아 선수의 트리플러츠, 이런 게 필요한가. 그건 아니라는 거죠. 전문성이라는 것이 한 분야에 한 사람이 집중하고 평생 그것을 해나가는 것에서 나오는 전문성이라는 거예요. 그 사람이 특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특히 우리 검사들의 논리는 반대인 거죠. ‘수사라는 것은 중요하고, 특별하니까 특별한 사람만 해야 돼’라는 이야기거든요. 그건 엄청난 오류이고 오만인 거죠.
-12장 《사법 시스템이 묻어버린 진실들》 중에서

지 -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선수도 150km짜리 직구도 있지만, 느린 체인지업 때문에 위력이 배가되지 않습니까? 때로는 완급 조절도 필요할 텐데요. 때로는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 선수처럼 우직하게 몸 쪽 승부구를 던져야 할 상황이 있다는 말씀이네요.(웃음) 소위 '국정원녀 댓글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셔서 인생의 진로가 완전히 바뀌셨잖아요. 그 전에도 모험을 한 인생이시지만, 그 전에 비해서도 폭이 크지 않습니까? 세 달 지났는데 어떠세요?
표 - 아직도 좀 정신이 없어요. 거대한 흐름, 래프팅 같은 격류 속에 휘말려 들어가서 카누를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뒤집어지면 죽는 거잖아요. 뒤집어지지 않도록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레이스에서 이겨야 하고, 주변 경치도 봐야 하고, 이런 급박하고 특별하고 아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격랑의 흐름 속에 여전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 흐름이 끝났다고 느껴졌을 때 뭔가 좀 상당한 감정적인, 복잡한 회한이라든가 피로감, 반추, 이런 것들이 올 것 같습니다. 아직은 계속 긴장 상태에서 흘러오고 있는 거죠.
-13장 《국가 범죄를 저지른 공공의 적들》 중에서

출판사 서평

“혹시,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침묵하는 이웃들의 사회에 던지는 표창원, 지승호 두 남자의 도발적인 승부구!

한국적 범죄의 인큐베이팅에서 거대 국가 범죄에 가담한 경찰까지, 친필 편지에 담긴 신창원의 안타까운 고백에서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까지, 백트래킹 프로파일링에서 과학수사를 파괴한 사법 시스템까지, 정의로운 경찰관의 고독한 딜레마에서 국가에게 버림받은 원혼들의 복수까지. 범죄로 본 병든 우리 사회의 진단서이며 과학수사의 모든 것이 담긴 한국 범죄학의 바이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이웃들에게 던지는 표창원, 지승호 두 남자의 승부구! “혹시,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있습니까?”
친필 편지에 담긴 신창원의 안타까운 고백에서 살인을 복제하는 사회의 어두운 고리까지,
침묵하는 이웃들의 사회에 던지는 표창원, 지승호 두 남자의 도발적인 승부구!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유령

“1964년 3월, 뉴욕 주 퀸스 지역 도로에서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20대 여성이 정신이상자에게 35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35분 동안 뉴욕 도로 인근 집에는 38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었다. 제노비스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38명의 목격자 중 누구도 제노비스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와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보수주의자이며 범죄 심리 전문가인 표창원과 진보적이고 대중적인 성향의 지식인 지승호의 대화는 연예인 인권의 그늘,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 사법 정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인 전관예우, 그리고 현 정국의 핵심 이슈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적인 테마들까지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한다. 두 사람이 긴 시간 동안의 격론과 논쟁 끝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이웃집에서 벌어진 단순 강도에서 거대한 국가 기관의 부정까지 ‘범죄라는 불편한 사건’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사회. “혹시, 당신도 공범 아닙니까?”

묻지 마 범죄, 그리고 거대 국가 범죄의 공범들
책은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식 살해 사건의 경우는 전형적인 한국적 특징을 드러낸다.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국은 ‘가족 복지’, ‘친척 복지’의 사회다. 사회의 한 구성원을 가족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살아갈 희망 없는 상태가 되면서 자식을 살해한다. 그 누구도 자식을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자식을 부속물로 여기는 엽기적 가족 관계 때문이다. 묻지 마 범죄는 한국과 일본에서 유독 빈발하는 범죄다. 증가하는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 낮아지는 취업률, 심각해지는 빈부 격차, 잦은 권력형 비리 속에서 사회 내 잠재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분노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유 없는 범죄’로 폭발한다. 개인 차원에서 방어 운전과 같은 ‘방어 생활’을 임시방편으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진실로 필요한 것은 범죄 예방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묻지 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생활 자체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없다.
커져만 가는 사회적 분노는 ‘연쇄살인을 복제하는 어두운 고리’를 만들어낸다. 사회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이들은 연쇄살인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려움이 마비된 이들은 살인의 쾌감에 중독되면서 범행을 거듭하고 이것은 사회적 난치병으로 굳어진다.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오원춘 사건 역시 이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오원춘 사건은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폐부를 드러냈다. 112 시스템과 수색의 허점, 텔레마케터로 전락해버린 경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 확산, 인육설 기정사실화 등 재판부의 결정적 과오, 그리고 오원춘이라는 악마 한 명만 사라지면 해결된다는 것으로 귀결된 사회적 인식. 범죄가 일어난 사회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고민 없이 오원춘 개인만을 악마화하면서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어두운 범죄 이야기 곳곳에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들이 포진해 있다. 신창원이 보내온 친필 편지는 그가 예외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범죄자임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표창원은 ‘신창원에게 선고된 무기징역+22년형이 과연 정당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살인할 의사가 없었고 직접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공범에게 선고된 무기징역. 2년 반의 도피 생활로 경찰의 무능함을 드러낸 데 대한 괘씸죄로 선고된 22년. 이것이 과연 사법 정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올바른 행위였느냐는 것이다.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에 대한 분석, 범죄자와의 관계 형성부터 시작하는 라포 프로파일링과 커뮤니케이션 수사론, 처음부터 살인을 단정하면서 함정에 빠진 김성재 변사 사건 등 미제 의혹 사건들의 헝클어진 맥락에 대한 분석도 이채롭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잔인해져가는 개인 범죄의 양상에서 범죄에 대한 국가의 철학 부재로 지평을 넓혀간다. 우선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소시효의 문제다. 공소시효 자체가 식민지 시기 일본의 형법 제도를 그대로 베낀 어두운 뿌리를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선진국에서는 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의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 사람쯤 죽은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국가 철학의 부재가 문제라고 일갈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유가족의 한과 망자의 원혼을 풀어주려 하지 않는 국가의 태도에서 비극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국가 철학 부재는 국가가 합법적인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인생역전의 망상을 부추기는 행태(로또, 경마, 경륜 등), 재판부가 살인 사건에서 사건 축소를 시도하고 피해자 합의를 강요하는 부정과 월권행위(오원춘 사건의 경우), 그 같은 재판부의 명령을 무시하면서 수사기록조차 공개하지 않는 오만한 검찰(용산 참사의 경우)을 양산한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은 경찰의 공범 문제다. 경찰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하고 망연히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경찰대학 교수직까지 사직하게 되었다는 표창원은, 댓글이 삭제되는 동안 수수방관하며 권력의 눈치를 보았던 경찰들, 그리고 눈치 보기 끝에 무리한 중간 수사 발표로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경찰들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리고 불행으로 달리는 특급열차를 탄 경찰의 훼손된 중립성을 회복하고, 검사의 1인 독재 수사 구조를 넘어 검경의 공범을 막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다.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법의학 수사 문제, 경찰관의 총기 사용에 대한 딜레마와 경찰대학 권력화, 우파 범죄학과 좌파 범죄학의 견제와 균형의 역사, 국가보안법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가 갈라지는 현상에 대한 비판 등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내가 내린 답은 바로 ‘정의’다
한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8%가 ‘공정하지 않다’라고 답했고,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44%가 ‘10억 원을 준다면 징역 1년 정도 살 짓을 저지를 수 있다’라고 응답했다. 모두가 퍽퍽하고 삭막한 불신과 의심, 경계, 피해 의식의 악순환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긴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표창원은 지승호에게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창원은 경찰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28년 동안 범죄와 경찰, 형사사법제도 분야에 모든 열정과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그가 결론적으로 얻은 한 가지의 단어는 바로 ‘정의’다. 정의가 제대로 바로 서게 될 때 다른 모든 것들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어느새 ‘공범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 더 늦기 전에 용기 있는 소수와 정직한 다수가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이 책이 그 여정에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4964568
발행(출시)일자 2013년 10월 02일
쪽수 448쪽
크기
145 * 210 * 30 mm / 646 g
총권수 1권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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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돼요
학교 과제로 봤는데 과제 잘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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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돼요
읽기 쉬운 이야기 형식이네요~ 너무 좋아요
10점 중 10점
우리나라에는 드문 소재의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잘 접해보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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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공범이잖아요
표 : 공범이죠
학부모들이 그렇게 만드니까요
공범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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