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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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문화일보 > 2021년 7월 2주 선정
우리의 전통 미의식인 ‘소박’의 미학에서
우리가 헤쳐나갈 새로운 길을 만난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소박미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이 책은 한국인의 미의식을 조명하는 기획으로 ‘소박’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팽배하고 돈을 절대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소박’이라는 주제는 왠지 사회적 요구와 동떨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화려한 물질문명에 취해 정신없이 달려온 인간 문명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각종 환경오염과 기상재해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사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로 서식처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가까워지면서 박쥐 같은 야생동물을 숙주로 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운동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문화는 애초에 자연의 위협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되었고, 특히 인간 중심적인 서양의 문화는 자연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성의 시대로 불리는 근대에는 자연을 이용하여 인간을 위한 물질문명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이기주의가 종국에는 자연의 분노와 역습을 불러왔고,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이 오늘날 미학으로서의 ‘소박’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이유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박하다”라는 말은 사치스럽거나 과하지 않고 검소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소박’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심오한 자연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결정적 과오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보완하고 극복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인간을 중시한 서양의 전통과 달리 동양은 전통적으로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에서 인간의 이상적인 모델을 찾았다. 특히 노장사상에서는 인위성을 배제한 ‘무위자연’의 경지를 인간이 따라야 할 최고의 도덕적 이상으로 삼았다. 『신약성경』의 핵심이 한마디로 ‘사랑’이라면, 『도덕경』의 핵심은 ‘소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위적인 기교와 화려한 장식에 익숙한 인간에게 자연은 미숙하고 졸렬해 보이지만, 그 스스로 완전하기에 노자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했다. 노장사상은 비록 중국에서 체계화되었지만, 정작 중국의 예술 문화는 소박하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여 고도의 인위적 기교가 느껴지는가 하면, 때로는 육중하고 거대한 규모에서 숭고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색채와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장식을 좋아하는 일본의 예술 문화도 ‘소박’과 거리가 먼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가장 소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 한국인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만약에 ‘소박의 미학’으로 미술사를 조명한다면, 한국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러한 소박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숭고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매우 초라하고 기교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 미술을 “무기교의 기교”라고 표현했듯이, 소박의 미학으로 한국 미술을 본다면 자연을 중시하는 절제되고 심오한 미의식에 경탄하게 될 것이다. 예술작품은 어떠한 미학적 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소박의 미학을 알게 된다면, 한국 예술이 분명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작가정보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비평에 있어서 자율성과 재현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리움)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미, 그 현대적 변용전〉, 〈천경자전〉, 〈청전 이상범전〉, 〈소정 변관식전〉 등을 기획하였고, 현재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2004년부터 이미지(理美知)연구소를 열어 기호학, 생태학, 포스트 모더니즘, 비교 미학, 비교 신화학, 창작론 등을 통해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하는 강좌를 진행했고, 현재는 유튜브 〈최광진의 미학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천경자 평전』, 『한국의 미학』,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1-신명』, 『미술로 보는 한국의 미의식 2-해학』, 『현대 미술의 전략』,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등이 있다.
목차
- 책을 내며
서장│‘소박’이란 무엇인가
1장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의 소박미
풍수지리│건축의 절반을 차지하는 ‘터’의 미학
정원│자연의 구릉과 풍광을 품은 쉼터
한옥│자연과 소통하는 생활 공간
석탑│불교의 정신성을 추구한 추상 조각
2장 자연을 담은 공예의 소박미
고려청자│무한한 우주를 상징하는 청색 모노크롬
분청사기│천진하고 자유분방한 표현주의적 감성
조선백자│자연의 근원으로 환원한 백색 모노크롬
막사발│일본에서 신격화된 조선의 사발
목가구│방에서 살아 숨 쉬는 미니멀 가구
3장 자연을 탐한 문인화의 소박미
사군자│‘매난국죽’에서 배우는 군자의 덕성
화훼영모화│동식물에서 찾은 선비의 이상
산수화│자연의 기운과 공명된 마음의 울림
서예│글씨로 구현한 추사체의 추상 정신
4장 추상화된 현대 미술로 계승된 소박미
김환기│회화로 구현된 백자 달항아리의 멋
김종영│자연의 원형을 찾아가는 ‘불각’의 미
윤광조│무심으로 자연을 빚은 현대 도예
이우환│관계를 통해 무한을 여는 ‘여백’의 미학
맺음말│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종합 백신
주
참고 문헌
책 속으로
우리는 일반적으로 ‘소박’을 무언가를 아끼고 절약하는 의미 정도로 생각하지만, 미학적으로 ‘소박’은 그보다 훨씬 깊고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박’의 ‘소(素)’는 누에의 실을 뽑아 염색하기 전의 하얀 상태를 의미한다. 하얀 것은 밝은 빛을 상징하고, 빛은 모든 만물의 근원이자 존재의 본바탕을 의미한다. 그리고 ‘박(朴)’은 통나무 ‘박(樸)’에서 온 말인데, 벌채하여 다듬고 가공하기 전의 원래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소박’은 인위적으로 가공되기 이전의 자연스러운 본래 모습을 의미한다. - 14쪽
소박이 추구하는 미는 추와 대립해서 오는 상대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본성에서 나오는 천진한 아름다움이다. 본성은 ‘공(空)’의 상태이기에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소박미는 인위적 분별심이 생기기 이전의 본성의 자유이며, 텅 빈 충만의 세계다. - 24쪽
한식은 세계의 음식 중에서 가장 소박한 음식에 속한다. 음식이 소박하다는 것은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담백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담백(淡白)’에서 ‘백(白)’은 희다는 의미이고 소박하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맛을 위해서 인위적인 재료가 가해지면 원재료가 지닌 본래의 맛을 잃게 된다. 그래서 한식은 인위적인 맛을 절제하고 담백함을 맛의 이상으로 삼는다. - 30쪽
풍수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의 지형과 산세를 살펴 사람이 살기에 최적인 명당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의 맥을 진단하듯이, 용(龍)이라고 부르는 산세의 봉우리, 즉 조산(祖山)으로부터 내려오는 맥을 진단하여 명당의 혈을 잡는다. 그리고 혈이 남향인 경우는 동쪽 산을 청룡, 서쪽 산은 백호, 남쪽 산은 주작, 북쪽 산을 현무라고 한다. - 38쪽
기둥의 초석 역시 울퉁불퉁한 돌을 매끈하게 깎지 않고 기둥 밑면을 돌의 형태대로 깎아내어 서로 맞물리게 하는 그랭이질을 사용하였다. 나무 바닥을 돌의 굴곡에 맞추어 깎아내는 이러한 공법 역시 매끈한 돌을 초석으로 하여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다. 그랭이질 공법은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채택한, 다른 나라의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통 한국 건축의 특징이다. - 75쪽
추상적인 한국의 석탑은 어떤 도그마를 계몽하거나 인위적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오직 판단 중지를 통한 우주적 열림을 제안한다. 그것은 서양의 미니멀리즘 정신과 상통하지만, 미니멀리즘에서처럼 ‘자기 지시적’인 것이 아니라 우주의 공성을 지시한다. 사각형의 돌덩이에서 체감률에 따라 무심히 눈을 옮기다 보면 마음은 어느덧 ‘텅 빈 충만’의 상태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 100쪽
고려청자는 비록 실용성을 위해 만들었지만, 그것은 부차적이고 청색을 통해 추상적인 정신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클랭의 청색 모노크롬과 상통한다. 그것도 인공 안료를 사용해서 만든 게 아니라 순수한 자연의 흙으로 신비한 푸른색을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클랭의 ‘IKB’보다 훨씬 도달하기 어렵고 고차원적인 청색 모노크롬이라고 할 수 있다. -113쪽
막사발에서 ‘막’은 다른 말로 ‘즉흥’이다. 이것은 대충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위적인 계산을 뛰어넘는 본능을 끌어내는 한국인의 지혜다. 한국의 전통술인 막걸리는 청주를 떠내지 않고 걸러낸 술로 곡식과 누룩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탁주다. 그것은 인위적인 걸러냄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개입시켜 미묘한 맛을 낸다. 막사발의 신비는 인위적 기교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대교약졸’의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릇에 금이 가면 가는 대로, 유약이 흘러내리면 흘러내린 대로 개의치 않는다. - 157쪽
고향의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는 삭막한 뉴욕에서 고향의 자연 산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산이 없어서 마천루의 고층 건물 위쪽으로 해가 저무는 삭막한 뉴욕에서 낭만을 잃어버린 그가 의지할 곳은 오직 밤하늘의 별이었다. 밤하늘의 별만큼은 고향에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작업실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종신수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점으로 대신했다. - 257쪽
김종영은 자신의 호를 ‘깎지 않음을 통해 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불각도인(不刻道人)’이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을 ‘깎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로 ‘불각재(不刻齋)’라고 불렀다. 그의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서울 평창동에 지은 김종영미술관의 본관 건물 이름도 ‘불각재’다. 그만큼 ‘불각’은 그의 예술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깎고 새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조각가가 자신의 예술철학을 ‘불각’으로 삼은 것은 무슨 연유일까? 여기에는 자연으로서의 사물의 구조와 원형을 최대한 살리고 인위적인 조작이나 장식을 최소화하겠다는 소박한 미의식이 담겨 있다. - 262쪽
그에게 예술은 매일 산속에서 만나는 자연과 교류하며 자신의 집착과 욕심을 비워나가는 수행과 같다. 마음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맑은 마음에서 무심히 나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야말로 그가 예술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의 경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무기교의 기교’가 느껴지고 소탈하다. 그것은 인위적인 기교나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생동하는 자연의 기운을 섭취하고 배설하듯이 나온 덕택이다. - 292쪽
이우환의 작품에서 오브제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자신 밖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가 사람들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돌이나 철판으로 작업하는 이유는 이것들에 주목하지 않고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에 주목하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 298쪽
서양의 물질문명이 지배했던 근대기에는 ‘소박’의 미학이 설 자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물질문명의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소박’의 문화적 전통을 예술 작품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지 못하거나 당연시했던 것들이다. - 312쪽
출판사 서평
시대를 넘어 통용될 수 있는 ‘소박’이라는 미의식의 정수를 읽는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한국 특유의 소박미의 특징을 규명하기 위해 서장에서는 ‘소박’의 미학적 개념을 정의하고, 서양의 자연주의와 다른 ‘한국적 자연주의’라고 불릴 만한 특징들을 고찰했다. 그리고 ‘소박’의 미의식이 한국인의 의식주 문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살폈다. 특히 과거 흰옷을 즐겨 입었던 한국인의 의상 문화, 담백함을 추구한 음식 문화에서 한국인 특유의 자연관과 소박의 미의식을 읽어냈다.
1장에서는 명당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어울림을 추구한 풍수지리에서부터 정원, 한옥, 석탑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삶을 영위하고자 했던 한국의 건축 문화를 다루었다. 서양 모던 건축의 영향으로 지금은 이러한 전통이 많이 사라졌지만,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는 다른 민족과 확연히 구분되는 한국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소박미를 느낄 수 있다.
2장은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자연과 교류하고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자 했던 공예 문화를 다루었다. 특히 고려청자에서 분청사기, 조선백자로 이어지는 한국의 도자기는 실용성을 취하면서도 자연과 교류하고 타협하며 자연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한국 도자기에서 현대 미술의 추상 정신을 읽어내고, 고려청자와 청색 모노크롬, 분청사기와 표현주의, 조선백자와 백색 모노크롬의 관련을 미학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조선 선비들의 문화와 철학이 담긴 목가구에서는 서양의 미니멀리즘 정신과 견줄 만한 절제된 소박미를 읽어냈다.
3장에서는 조선 선비들의 문인화를 다루었다. 시ㆍ서ㆍ화를 연마한 조선의 문인들은 장식과 기교를 멀리하고 시각 너머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생동하는 기운을 느끼고 그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했다. 군자의 덕성을 담고자 한 사군자화, 동식물에서 도덕적 이상을 꿈꾼 화훼영모화(花卉翎毛畵), 자연과 교류하고 기운생동하는 힘을 표현한 산수화, 그리고 서예를 통해 추상 정신을 구현한 추사체를 통해 자연을 탐한 문인들의 소박미를 살펴보았다.
4장에서는 이러한 한국 특유의 소박미가 현대 미술에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장르별로 살펴보았다. 백자 달항아리의 미학을 회화로 계승한 김환기, 추사 김정희의 서예 정신을 추상 조각으로 계승한 김종영, 자유분방한 분청사기의 전통을 표현주의 도예로 부활시킨 윤광조, 문인화의 여백 개념을 설치미술로 구현한 이우환의 작품을 통해 한국 특유의 소박미가 현대 미술에서도 여전히 생생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320946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30일 |
쪽수 | 320쪽 |
크기 |
135 * 210
* 22
mm
/ 486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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