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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 (25)
작가정보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가 있다.
1982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이 있다.
목차
- 나의 사촌 리사_박민정
인터뷰_박민정x강동호
시간의 궤적_백수린
인터뷰_백수린x김신식
미신(迷信)_서이제
인터뷰_서이제x우찬제
사라지는 것들_정용준
인터뷰_정용준x김형중
책 속으로
이 대목을 쓸 때 우에노역 개찰구에서 나를 배웅하던 리사의 모습이 생각났다. 리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실제의 리사를 빼닮은 모습이든 아니든, 나는 리사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언제나 리사에게 미안해진다. 왜냐하면 내가 리사에 대해 쓰려고 할 때, 그렇게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몹시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의 사촌 리사」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어 들더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면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시간의 궤적」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했다는 말도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10년간 그를 생각해왔다.
―「미신(迷信)」
엄마는 떨고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택시를 향해 걸어갔다. 눈 밟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눈 속에서도 얼지 않던 엄마가 부스스 부스스 소리를 내며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택시가 출발했다. 뒷좌석에 앉은 엄마가 사이드미러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밝은 표정으로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손을 흔들기에 나도 마주 흔들었다.
―「사라지는 것들」
출판사 서평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참신한 변화
젊은 작가의 엄선된 신작을 계절마다 만나는 기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새로운 프로젝트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았던 방식을 유지하되, 선정작들을 수상작품집으로 묶지 않고 계절마다 엮어 1년에 4권씩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이다.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고 개성 넘치는 한국 문학을 가장 빠르게 독자와 함께하고자 휴대하기 쉬운 문고본 판형과 접근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선보인다.
현재까지 출간된 『소설 보다: 봄-여름 2018』 『소설 보다: 가을 2018』은 지금 한국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수록된 인터뷰를 통해 집필 배경과 창작에 관한 고민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많은 독자로부터 호평받았다. 이채로운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받았다. 앞으로도 매 계절 간행되는 <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이자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겨울 2018』에는 ‘이 계절의 소설’ 겨울 선정작인 박민정의 「나의 사촌 리사」,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서이제의 「미신(迷信)」,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까지 총 4편의 단편소설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선정위원(강동호, 김신식, 김형중, 우찬제, 이광호, 이수형, 조연정)은 문지문학상 심사와 동일한 구성원이며 매번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작품을 선정한다.
이 계절의 소설: 겨울
박민정의 「나의 사촌 리사」는 일주일간 도쿄에 사는 사촌 리사를 방문한 ‘나’의 회상과 고민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한때 유명한 아이돌 그룹 멤버였으나 지금은 삼십대 중반의 프리터로 살아가는 리사는 쇼 비즈니스 시스템, 노동조합 운동, 성폭력, 오타쿠 문화 등 한 손으로 꼽기 어려운 복수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알아갈수록 동시에 모르게 되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쓰기를 매번 실패하면서도 끊임없이 다시 시작한다. 문학평론가 이수형은 이 작품이 작가가 “소설로 쓰고 싶은 것, 소설로 써야만 할 것”들에 최대한 핍진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한 결과라 평했다. 인터뷰에서 박민정은 그녀의 소설이 출구 없이 폐쇄적으로 느껴진다는 어느 독자의 지적을 떠올리며 “절망의 사실성”과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토로했다.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은 프랑스에 정착한 ‘내’가 오래전에 가깝게 지냈던 ‘언니’를 떠올리는 이야기이다.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좋았다가 어긋나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리의 한 시절을 스쳐가버린 어떤 인연을 생각나게 하는”(문학평론가 조연정) 수작이다. “어떤 하나의 감정보다 긴 시간 동안 변화하는 감정의 윤곽을 그려보고 싶었”고 최근 “그런 자유로운 움직임을 하나의 곡선을 그리듯 따라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백수린의 인터뷰는 그녀의 소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서이제의 「미신(迷信)」은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화자를 통해 소설이라는 문법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건을 인과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을 떠올리는 과정을 낱낱이 중계함으로써 확신할 수 없는 세계를 탐문한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러한 작법을 통해 서이제의 소설은 하나의 질문이 되며, 그 물음이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라고 평했다. 인터뷰에서 서이제는 “소설 안에서 ‘모른다’를 반복하며 버티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았”고 이렇다 할 답변을 얻을 수 없음에도 “계속 말해야만 하는 사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그만 살겠다고 선언한 어머니와 이를 만류하는 아들 사이에 자리한 깊은 상처를 다룬다. 필연적으로 “휘발되거나 사라지는 것들”의 단면을 “깊은 고뇌와 통찰”로 섬세하게 해부한 작품이며 정용준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예감케 한다(문학평론가 우찬제). 청년의 소설에서 장년의 소설로 이행해간 듯하다는 질문에 최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 쓰고 싶은 소설”이 많이 변화했으며, 이번 작품이 “그런 인식 속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고 답한 인터뷰도 흥미를 자아낸다.
기본정보
ISBN | 9788932035178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2월 08일 |
쪽수 | 184쪽 |
크기 |
115 * 189
* 16
mm
/ 18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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