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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

문지아이들 9
이경혜 저자(글)
문학과지성사 · 2019년 01월 24일 (1쇄 200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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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책이다. 학습서만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문학에 담긴 상상력과 숨은 뜻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총서 (132)

작가정보

저자(글) 이경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책 말고도 바다를 포함한 모든 물,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 산신령을 포함한 모든 신, 만년필을 포함한 모든 문구류를 좋아한다. 2001년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로 어린이 단행본 부문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그림책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글을 쓰며, 불어와 영어로 된 그림책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도 하고 있다. 그동안 《새를 사랑한 새장》, 《행복한 학교》, 《구렁덩덩 새 선비》, 《이래서 그렇대요》 같은 그림책과 《용감한 리나》, 《사도 사우루스》, 《유명이와 무명이》, 《귀신 친구 하나 사귈래요?》 같은 동화책과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들이 떨어뜨린 것》 같은 청소년 소설을 썼다. 그 밖에 《심청이 무슨 효녀야?》, 《바보같이 잠만 자는 공주라니!》 등의 패러디 동화책을 썼고, 《가벼운 공주》, 《무릎딱지》, 《공룡 사진첩》 같은 책을 번역했다.

목차

  • 1. 미가야 공주의 꿈 ...8
    2. 미가야 공주의 탄생 ...13
    3. 그 행복했던 날들 ...22
    4. 엄마 품을 떠날 때 ...31
    5. 새로운 날들 ...47
    6. 사람이라는 짐승 ...60
    7. 미가야 제국의 역사 ...66
    8. 재앙의 날 ...80
    9. 새로운 보금자리 ...94
    10. 홀로 남게 된 미가야 ...130
    11. 외로운 겨울잠 ...116
    12. 새로운 탄생 ...134
    13. 오소리의 생일 파티 ...145
    14. 죽음의 위기에서 꽃핀 우정 ...153
    15. 달밤의 칼 ...163
    16. 미가야의 사랑 ...176
    17. 달밤의 연꽃 ...192
    작가의 말 ...202

출판사 서평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
얼어붙은 폭포 뒤쪽으로 깊숙한 동굴 하나가 숨어 있다.
동굴 속은 무덤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
동굴 벽에 자그마한 박쥐 한 마리가 매달려 있다.
겨울잠에 빠져 있는 박쥐. 날개로 온몸을 폭 감싸안은 채
꼼짝 않고 죽은 듯이 매달려 있는 자그마한 박쥐 한 마리
그렇다. 외롭게 잠들어 있는 이 조그만 박쥐가 바로 우리의 미가야 공주다.
미가야 제국의 마지막 공주이자 유일한 백성.
공주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미가야 제국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영원히……

그 동안 미가야 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가야 제국의 백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혼자 남은 미가야 공주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섭고 불길한 일을 암시하는 존재로, 혹은 이랬다저랬다하는 변덕쟁이로 불리곤 하는 박쥐. 이 책은 사람들 멋대로 만들어 놓은 박쥐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을 깨끗이 걷어내 줍니다.

우리 나라에만 서식한다는 토끼박쥐를 주인공으로 아주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어느 새 나도 모르게 박쥐들의 생태뿐 아니라 그 친구들인 오소리, 두더지의 생태까지도 알아 가는 기쁨을 얻게 됩니다.
〈hr〉
〈font color="007700"〉본문 중에서〈/font〉

9. 새로운 보금자리
겨우 해 뜨기 전에 다시 산으로 돌아왔지만 미가야와 긴속눈썹은 새롭게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찌나 졸린지 눈꺼풀이 저절로 감길락말락 했다. 너무너무 졸려서 더 이상은 찾아 다닐 힘도 없었다. 미가야는 졸린 몸을 억지로 이끌고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를 택해 그 안으로 숨어들었다. 오동나무 잎은 사람들이 쓰는 부채처럼 넓어서 몸을 숨기기에 좋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밤에 새 동굴을 찾아 보자.”
“그래요, 여왕 마마!”
여왕 마마란 말에 깜짝 놀란 미가야는 긴속눈썹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여왕님이세요. 여왕 마마가 돌아가셨으니……”
미가야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미가야는 미가야 제국의 여왕인 것이다. 언제나 긴속눈썹의 보호를 받던 미가야가 이제는 긴속눈썹을 지켜 줘야 할 것이다. 미가야는 자신의 어깨에 놓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깨달았다.
그러나 두 마리 박쥐는 나뭇가지에 갈고리 발톱을 걸고 거꾸로 매달리자마자 말 한 마디 없이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들은 살아 있는 날들의 6분의 5를 잠의 나라에서 보내는 박쥐 나라의 종족이었다.

꿈 속에서 미가야는 다시 엄마를 찾아 산 밑 마을로 내려갔다.
꾸덕꾸덕 말라 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가슴을 칼로 도려 내는 것 같았다. 미가야는 그 곳이 사람의 집이란 것도 잊고 “엉엉엉엉! 엄마! 엄마!” 하며 엄마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것이 무슨 일인가! 엄마가 예전처럼 따뜻하게 미가야를 감싸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니, 미가야야? 왜 우니? 오라, 꿈을 꿨구나. 엄마가 죽는 꿈을 꿨나 보구나. 저런! 엄마는 잠시 죽은 체했을 뿐이야. 엄마는 결코 죽지 않았어. 언제나 너의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거야. 지금은 잠깐 죽은 척했을 뿐이야. 마음을 놓으렴.”
미가야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죠? 엄마, 죽은 척한 것뿐이죠?”
“그럼, 그렇고말고!”
“그럼 언제 다시 살아나는 거예요?”
“글쎄, 지금 살아 있잖니?”
그 때였다. 창고 문이 다시 왈칵 열렸다. 그러자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되겠다, 다시 죽은 척해야겠다. 너는 얼른 저 창문으로 도망가라. 아무래도 꿈 속에서만 살아나야겠다. 저 놈의 못된 인간들 때문에 말이다. 엄마가 약속하마. 네가 잠들어 있을 때는 죽은 척하지 않으마. 네가 꿈을 꿀 때마다 엄마는 살아날 거야. 꿈 속에서 만나자꾸나. 자, 얼른 도망가렴. 저 놈이 불을 켜려고 해!”
미가야는 얼른 창 밖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새 엄마는 다시 가슴이 동그랗게 뚫린 말린 박쥐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가야는 마음이 좀 놓였다.
‘엄마는 죽은 척도 참 잘한다. 하지만 오늘 꿈에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엄마, 그럼 이따가 봐요!’
꿈 속에서 미가야는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엄마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죽은 척하고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박쥐는 깨어서 움직이는 시간보다 잠들어 꿈꾸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까.

다시 시원한 저녁 바람이 접혀 있는 날개를 건드리자 두 박쥐는 잠에서 깨어났다.
해가 지고 있었다. 검푸른 어둠이 숲을 덮고 있었다. 올빼미 역시 잠에서 깨어날 시각이었다. 이렇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간 그놈들의 맛있는 저녁 식사 거리로 일생을 끝마쳐야 할 것이다.
“자, 얼른 먹이 사냥을 끝내고 새로 살 만한 곳을 찾아 보자.”
미가야는 일부러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긴속눈썹은 자기만 믿고 살아 갈 테니 여왕으로서 부끄럼 없이 행동해야 할 것이다.
“네! 여왕 마마!”
긴속눈썹의 목소리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두 박쥐의 가슴 속에는 어제 잡혀 죽은 박쥐들처럼 구멍이 휑하니 뚫린 것만 같았다. 수백 마리의 종족들 중에서 단 두 마리의 박쥐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가슴 속의 구멍으로 찬 바람이 휘휘 지나갔다. 그러나 미가야와 긴속눈썹은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이제 자기들만이 남은 미가야 제국을 어떻게든 새로이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미가야와 긴속눈썹은 재빨리 먹이 사냥을 마쳤다. 이 부근에는 메뚜기가 많아서 오늘은 주로 메뚜기로 배를 채웠다. 메뚜기 다리는 오늘따라 더욱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모두들 죽었는데도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미가야는 어쩐지 엄마와 백성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곧 엄마의 미소 띤 얼굴이 떠올랐다.
‘미가야야,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얼른 많이 먹고 기운을 차려서 다시 미가야 제국을 건설해야지. 그게 우리 모두의 소원이란다.’
마치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엄마의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다.
갑자기 미가야의 온몸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용기가 넘쳐 흘렀다.
메뚜기로 배를 채운 미가야가 앞장을 섰다. 이제 새로 살 곳을 찾아야 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두 마리의 박쥐는 산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그러나 그 곳은 산소가 너무 적어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바람이 너무 강해서 나방이나 메뚜기들도 보이지 않았다......
〈hr〉
〈font color="007700"〉지은이와 그린이의 약력〈/font〉
- 글을 쓴 이경혜는 1960년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 ‘웅진 아이큐’에 동화 「짝눈이 말」을 발표하였으며, 문화일보 동계 문예 중편 소설 부문에 「과거 순례」가 당선되었다. 지금은 어린이 책 번역과 동화, 소설 창작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 동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있고, 고쳐 쓴 책으로 {아큐 이야기} {바리데기} 등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내 사랑 뿌뿌} {잘 자라 프란시스} {꼬마 원시인 크로미뇽} {모나리자의 비밀} 등이 있다.

- 그림을 그린 양혜원은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였다. 지금은 한국출판미술협회 회원이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강낭콩 요정} {미미의 목욕통} {게에게 물린 해오라기} {수사자의 갈기는 왜 생겼을까?} {보물 찾는 아이들} 등의 그림을 그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32012186
발행(출시)일자 2019년 01월 24일 (1쇄 2000년 12월 20일)
쪽수 236쪽
크기
154 * 211 * 17 mm / 384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문지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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