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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기식자

김연아 시집
문예중앙시선 52
김연아 저자(글)
중앙북스 · 201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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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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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한 초대장,
“우리 함께 환상의 섬으로 순례를 떠납시다”
2008년 《현대시학》에 「월식」 외 4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김연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달의 기식자』가 문예중앙에서 발간됐다. 『달의 기식자』는 김연아 시인이 등단 후 10년간 묵묵히 써온 50여 편의 시들을 묶은 시집이다. 등단한 지 10년 만에 빛을 보는 시집인 만큼, 시인이 엄선한 시들로 엮어낸 이 시집은 깊고 튼튼하다.
김연아 시인은 시를 쓰는 동안 한 명의 연기자가 된다. 시를 쓰면서 그는 무엇으로든 변신하기를 소망한다. 백색 무용수로, 흰긴수염고래로, 늙은 사진가로, 심지어 거울로. 시인은 무엇이든지 되고자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사물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 시인은 시 쓰기의 시간을 통해 자신에게서 벗어나 무수한 타자가 된다. 달리 말해 시인에게 있어 시 쓰기란 ‘타자 되기’이며, 이것은 곧 시가 가진 자유이자 기쁨이다. 시인이 고통 속에서 성취한 자유와 기쁨을, 독자들은 이 시집을 펼침으로써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총서 (50)

작가정보

저자(글) 김연아

저자 김연아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현대시학》에 「흰긴수염고래」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목차

  • 1부
    흰긴수염고래
    북두
    달의 기식자
    늙은 사진가
    모자를 쓴 이름이 지나간다
    먼지색 입술에 입맞추네
    신원미상의 새
    마임의 시간
    흰 당나귀의 침대로 돌아오라
    염소좌 아래서
    거울 너머

    2부
    천사가 지나간다
    익사한 수병의 방문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달의 아들
    노래에 갇힌 사람
    굿 나잇, 노바디?잠 못 드는 사람 제레미에게
    너는 여전히 노란방
    솔리터리맨
    모래와 안개의 집
    월식
    침묵에의 초대
    아마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그것은 내 이름처럼 지나갔다
    Come away with me in the night

    3부
    시인을 찾는 등장인물들
    검은 고독, 흰 고독
    백색 무용가
    월요일 다음에 화요일이 오고
    사막의 정원사
    한밤에 난 북역으로 나갔다
    재의 만다라
    어느 떠돌이 개에게 바치는 송가
    깊은 숨
    내 말은 월식처럼 어두워졌다
    두 개의 귀를 가진 거울

    4부
    태양의 도서관
    겨울은 말한다
    피아노의 고독 속으로
    구름이 내 방을 끌고 간다
    달에 대한 강박관념
    흙과 구름의 詩
    deep blue day
    애먼지벌레의 잠
    일곱 번째 작별 인사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눈먼 음유시인
    입술에 대한 향수
    귀머거리의 말들을 위한 시간
    땅거미를 끌고 가는 남자

책 속으로

왕은 백마의 울음소리를 먹고 살았다
백마는 백조를 보면 울었다
어느 날 백조가 죄다 사라져버리자
백마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왕은 갑자기 늙어버렸다

“달이여 영원한 시간을 아는 달이여”
누가 백조를 불러와 말을 울게 할 것인가?

우리는 달의 기식자
하루에 밤을 먹어치우고
시간의 벌집에서 꿀을 채취하려 한다

그것은 유랑의 낱말
길 밖으로 벗어나
우연에 맡기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끼의 목소리, 새의 모음 같은 것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음미하고
창궐하는 것

어둠의 빈 웅덩이, 달에서 오는 파동이
나에게 도달한다
백조처럼 길게 휘어진 목을 가지고
흰 종이에 씨를 뿌리기 위해
나는 행을 배열한다

내가 달에 기식하는 동안
달은 내 심장을 먹고 춤을 추었다
평생 마신 숨을 다 센 것처럼
나는 엄청난 피로를 느꼈다

내 이름을 갖지 못한 울음은
내려앉을 둥지가 없는 백조와 같다
그것은 나와 허공 사이에서 무한하게 펼쳐진 채
바람을 삼키고 있다
―「달의 기식자」, 16쪽.

내 눈은 암실에 길들여졌다
한 눈은 빛에 의해 눈멀었고, 한 눈은 빛의 물결에 떨었다
검고 흰 유령들이 출몰하는 흑백사진 속에는
사물의 빛나는 웅얼거림이 있다
하늘이 왜곡되지 않고 불안조차 투명해지는
대륙의 끝 우수아이아에는
비바람으로 유선형이 되어버린 나무 하나가
지평선을 따라 서 있었다

구름아, 내 어린 고양이에게 노을이 물든 눈사람을 배달해줘
나무 밑을 걸어온 빛이 방으로 들어온다
목초지의 겨울 소들
창백한 뺨을 지닌 어린 창녀
아이리스 냄새를 품고 있는 검은 숲의 사진들

하나의 코트 속으로 밀어 넣은 두 몸처럼
우리의 포옹은 오래되었고
나는 저 장소들의 노래였다
긴꼬리하루살이의 날갯짓으로 가득한 하늘
그들의 시선을 마중하고
그들과 만나는 순간의 여백을 따르고 싶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순간 속의 기다림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꽃은 아름다운 눈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우리의 눈이 어떤 슬픔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금빛 거미줄이 서풍 속으로 사라진다
그 바람 속에서 새로운 떨림이 살아나는 것을 본다
구름에 씻긴 삼나무 그림자는 산으로 달려 올라가고
길은 울색으로 물들었다
고양이는 자기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오목 렌즈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늙은 사진가」, 18쪽.

나는 죽은 여자가 남긴 한 마리 앵무새
괜찮아, 괜찮아, 라고 외치며
어두운 방 안에서 울고 있는

나는 다성적으로 소용돌이치는 시간,
나열된 고리를 가진
당신의 꿈에서 막 빠져나오는 낱말입니다

망상의 목록들을 가지고 당신이 말을 할 때
나의 이름으로 말하는 이는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장소가 아닌 곳에 도착한 이름,
언제나 불확실한 피부를 가지고
당신의 모든 언어와 기후들을 지난다

나의 주소는 이방인의 것
당신은 나를 노바디, 라 부른다

나는 달과의 혼혈로 태어난, 마라의 젊은 미망인이다

내 몸에 기숙하는 조상들, 감각들
나의 조국은 침묵이니, 보이지 않는 잉크로 말을 하고
나는 밤과 못과 모퉁이와 관계 있다

나는 당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만 낫는 병
젖꼭지를 찾는 아기의 입처럼 당신의 입술을 찾는다
어떻게 이 잠에서 깨어날까?
달의 체념은 새롭고, 꽃들의 망상은 반복되었다

내가 아무도 아니라면, 나를 더 많이 만나야 합니까?
오래된 골목이 내쉬는 한숨 같은 이름들

억양이 다른 어린애의 변덕으로
나는 계속 나를 지나간다
진열장 뒤의 텔레비전 화면은 망자의 새소리를 흉내 낸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나는 당신을 잃는다
―「모자를 쓴 이름이 지나간다」, 20쪽.

출판사 서평

밤, 쓰기의 시간
2008년 《현대시학》에 「월식」 외 4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김연아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달의 기식자』가 문예중앙에서 발간됐다. 『달의 기식자』는 김연아 시인이 등단 후 10년간 묵묵히 써온 50여 편의 시들을 묶은 시집이다. 등단한 지 10년 만에 빛을 보는 시집인 만큼, 시인이 엄선한 시들로 엮어낸 이 시집은 깊고 튼튼하다.
김연아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밤이여 오라, 너를 들이쉬어 나를 낳으리라”라고 말한다. 밤은 나와 타자의 구분을 혼란케하는 시간임을 감안하면 이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밤은 나와 나 아닌 온갖 것들이 뒤섞이는 시간이다. 이러한 혼란과 혼몽 속에서 오래전부터 빛을 밝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달이다.
오랜 옛날부터, 신화와 역사 속에서 시인이라 불리운 자들은 으레 달을 노래하곤 했다. 나와 타자의 구분을 어렵게 만드는 밤의 시간 속에서 달은 존재를 밝히는 빛이자 나아갈 길을 알리는 길잡이, 혹은 시인을 몽상에 젖게 하는 영감이 되곤 했다. 그리하여 김연아 시인은 밤의 시간에, 달에 기식(寄食)한다. 달의 식객이 된다. 달의 시간 속에서 “밤을 먹어치우고” 시인이 얻어내는 것은 “유랑의 낱말”이다. 시인의 내면으로 들어와 그를 음미하고 창궐하는 이 낱말들의 힘으로 시인은 “흰 종이에 씨를 뿌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달의 기식자
하루에 밤을 먹어치우고
시간의 벌집에서 꿀을 채취하려 한다

그것은 유랑의 낱말
길 밖으로 벗어나
우연에 맡기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끼의 목소리, 새의 모음 같은 것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음미하고
창궐하는 것
―「달의 기식자」 중에서.

스스로를 ‘나’라고 말하는 이 등장인물들
김연아 시인은 시를 쓰는 동안 한 명의 연기자가 된다. 밤의 시간, 달의 시간은 나와 타자가 뒤섞이는 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시인은 달빛에 의지하며 밤을 먹어치우고, 달은 시인의의 심장을 먹고 춤을 추는 시간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밤은 밝을 동안의 사물들이 드러내고 있던 제 옷을 벗고, 그 속에 가려져 있던 내면을 드러내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연아 시인의 표현을 따르자면 바로 “다성적으로 소용돌이 치는 시간”이다. 이를 통해 외피를 벗은 존재들은 서로 닮은 존재들이 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자신과 닮은 것들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람이며, 그것을 노래하는 자가 시인이다.
그는 시를 쓰면서 무엇으로든 변신하기를 소망한다. 백색 무용수로, 흰긴수염고래로, 늙은 사진가로, 심지어 거울로. 시인은 무엇이든지 되고자 한다.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 밖의 사물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 시인은 시 쓰기의 시간을 통해 ‘나’라는 외피에서 벗어나 무수한 타자가 된다. 달리 말해 시인에게 있어 시 쓰기란 곧 ‘타자 되기’이며, 이것은 곧 시가 가진 자유이자 기쁨이기도 하다.

이 밤에 당신은 아프고 하늘의 깊이로 숨쉬며
참회의 말을 탕진합니다
어떤 언어로 당신을 되돌릴 것인가요?
당신은 거울의 망막
사물이 보는 눈에 자신을 바친 몽상가입니다
그러니 어떤 시제를 가져와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인을 찾는 등장인물들」 중에서.

흔히 시 쓰기란 고통이라고들 말한다. 그럼에도 시인들은 그 고통을 기어코 감내하려 한다. 누군가는 시가 구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시 쓰기라는 고통을 기도에 빗댈 수도 있을 것이다. 닿지 못하는 그 기도의 언어들은 아프고 헛되고 무용해 보이지만, 때때로 기도 그 자체만으로 빛나기도 한다.
여기, 김연아 시인이 겪었을 고통과 그에 대한 성취들이 놓여 있다. 시인의 눈길이 닿는 존재들을 따라가다 보면 “기도하는 손처럼 지느러미를/하늘로 들어 올”리는 흰긴수염고래와 만나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과의 마주침이야 말로 결국 시인이 고통 속에서 성취한 자유와 기쁨을 독자가 발견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추가]
눈 내린 자작나무 숲을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나는 윌리엄 블레이크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르고
내가 안다고 말하는 꼭 그만큼
정말 알지는 못하고
지금 내 머릿속에 사는 남자, 윌리엄 블레이크

짐 자무시의 흑백필름으로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블레이크를 알지 못하는 블레이크
이미 죽은 남자 윌리엄 블레이크
더 이상 빛을 방사하지 않는 검은 별을 따라
말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흐르지 않는 나무도 순례를 하는 걸까?
하늘에서 땅속으로 이어지는 수직의 순례
하얀 자작나무 껍질 아래,
땅의 비밀 같은 글자들이 돋아나네

그대는 벌써 하루의 끝에 와 있고
오늘 나는 어둠 속에 잠겨 있어
불이 꺼진 재처럼, 나는 나를 완전히 잊지는 못하고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잠시

붉은 길이 인도하는 마음의 일곱 번째 방향을 생각하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언어를 가지고
나는 밤으로 가네, 말을 잊어버린 사람을 찾아

어둡게 빛나는 그대 눈동자로 길은 자라지만
길은 언제나 한 발 앞에서 멀어져가네
기억이 복제되는 순간을 어떻게 사라지게 할까?

내 노래를 가지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꽃으로 덮인 카누에 실려 어스름을 넘어가네
바다 위에 걸린 하늘 문이 닫히네
눈꺼풀이 내려오듯 그렇게
―「윌리엄 블레이크가 가네」, 46쪽.

여기에 하나의 물이 있다
네가 건너가 돌아오지 못했던 물이.
한낮에 찾아오는 황혼은
밤에서 낮으로 가는지
낮에서 밤으로 가는지 알 수 없고

다리의 입구에 무심하게 서 있는
고통이 있다. 흰 손수건이 있다
이것은 음악에 삼켜진 사람의 이야기
아니, 이것은 너의 눈 속으로 들어온
검은 나비의 이야기다

그날 술집에서 처음 들었던 ‘라’음은
빛에 파닥거리며 끈덕진 고동 소리를 냈다

강을 지키는 사람에게 지불한 비단 손수건
2월의 잿빛 물살 속으로
너는 몸을 던져 넣었다

네가 노래 속에 갇혔을 때
감정의 음계는 불화를 반복하며
유령의 음을 만들어냈다
너는 이 창백하고 낯선 나라의 유배자

우리가 잠들려 애쓰는 동안
전등갓에 몸을 부딪치며 나비들이 죽어갔다
나는 아직 언어 안에 머물고
언어를 잃어버리는 방식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살아 있는 자의 입속에서 느껴지는
검은 물의 밤이다
사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싸인 밤의 입구에서
나비들이 기어 나온다
뱃사공의 거친 손에 쥐여준 흰 손수건
내 입술 위로 떨어진다
―「노래에 갇힌 사람」, 50쪽.

오늘 밤 한 슬픔이 나를 알아본다
내 눈이 그를 부른 것처럼.
그 눈은 많은 그늘을 모으고 있어서

누가 차가운 숨을 내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비극적 주제에 경도된 사람은
망가진 화면 같은 블랙 속으로 떠났다
붉은 심장을 익사시키려

잠이 찾아와 내 옆에 누웠을 때
죽음도 함께 잠이 들어서 나의 꿈을 꾸었다
희미한 울음이 나를 관통한다

어두운 침수지의 나무 그림자가 수면 안에서
수면 밖과 조응하듯이
반투명 한지 같은 잠과 꿈 사이,
새장을 빠져나오려고 울새가 울고
꿈 밖에선 방문을 할퀴며 고양이가 울었다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기차를 따라가며
유리창의 얼굴을 만지려는 손처럼
당신의 손자국에 내 손가락을 갖다놓는다

울음이 번진 흔적 위에 또 덮어쓴 흔적

잠의 그림자가 내 손목뼈에서 느슨해질 때
나는 경계가 흐려진 단어들을 줍고 다녔다
평범한 말로는 애도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숨이 꺼져가듯 사라져가는 음, 이라고 쓴
말러의 마지막 악절처럼
모든 소음들이 잦아드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기억해야 할
모든 것은 당신의 반그림자 속에 떠돈다
내 잠은 당신이 손가락을
집어넣는 순간부터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다
―「깊은 숨」, 88쪽.

그렇다, 너는 해 질 녘 태어난 어둠의 사생아
바람을 걸치고 이 지상으로 와서
언제나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어둑한 강기슭, 시든 풀 냄새 아래 너는 엎드려 있다 애매미 짤막한 노래가 심장에 타들어갈 때, 잠결에 마시는 더듬이 끝의 물 냄새, 그 입에서 중얼중얼 흘러나오는 거품, 하루를 그 몸에 담아보지도 못한 하루살이처럼, 네 몸은 바람결에 풀리기 시작한다 소나기를 담았던 눈은 다시 비워지고

민달팽이가 남긴 은빛 길을 따라
나뭇가지 위로 몸을 옮긴다
가지 끝의 길은 팽팽히 조여져 떨고 있다
한기가 등줄기를 빠르게 지나간다

생식을 끝낸 먹그림나비가
땅바닥에 날개를 문대어 제 무늬를 지우듯
먼 불빛을 향해 너는 날개를 편다
다리 위에 조등 같은 초승달이 내걸린다
저 멀리 어느 집 하나, 새벽까지 열려 있는데
―「애먼지벌레의 잠」, 122쪽.

당신의 초대장이 여기에 도착한다
‘우리 함께 환상의 섬으로 순례를 떠납시다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찾아옵니다’

그러나 여기는 불타는 연평
이곳에선 아무도 노래하지 않는다
나는 기우뚱거리는 그림자,
포탄에 망가진 개
내가 모르는 소리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나는 해적 같은 밤의 인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누가 알고 있을까?
포탄에 뚫린 구멍들이 나를 지켜본다
구멍 너머에서 홀로 새끼를 낳는
앙상한 고양이

오늘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날개가 뚫린 천사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서 있고
생일 케이크 위에서 축포처럼 터지던 대포 소리
밤의 신전에 바쳐진 번제물 같은 동물들
하느님은 투명 망토로 재의 땅을 덮는다

이곳은 불타는 섬
대륙의 치마꼬리를 잡고, 환등처럼 떠오르는 섬
날개 꺾인 새들은 진실을 살면서
거짓을 말한다

어린 고양이는 조용히 발아래 와서
내 다친 발목을 감는다
물음표 같은 꼬리로, 대답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126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27809029
발행(출시)일자 2017년 11월 13일
쪽수 144쪽
크기
126 * 205 * 11 mm / 186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문예중앙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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