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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1부 ∥ 지저귀던 저 새는
옛사랑
중국인 맹인 안마사
지저귀던 저 새는
징검돌 위에서
세월이 가면
변방에서
초당이라는 곳
샤파 연필깎이
어떤 무늬
이별
건너편 가을
안개인간
울음의 집
가난
그림자와 이별하다
오리온 크래커 별표 스티커
달걀 같은 잠
이별 후에는
스타게이트
폐정
황금빛 마개
돌멩이의 곁을 지나왔네
청도관
호두나무 한 그루의 마을
그믐달
나에게로 파도가 친다
늦은 밤에 거는 전화
청춘
백 년만의 폭설
2부 ∥ 북쪽마을에서의 일 년
전나무 숲 속의 자작나무 한 그루
찬 밤하늘을 멀리 날아가는 한 마리 새
뒷마당의 새벽달
그 마당의 사과나무
눈 내리는 한밤의 전나무 숲
밤기차 이야기
흐르는 방
아침들
서머타임
크레센트 빌리지
꿈도 없이
북쪽마을의 봄나무
기차가 간다
서쪽행 편도
제스퍼 가는 길
두 번째 이별
언덕들의 세계
선셋 비치 파크
빈 의자의 깊이
숲 속의 피크닉
손바닥 우물
인디언 서머
열쇠와 필름과 무덤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
이민
얼음 평원
주유 그리고 주유
책 속으로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중국인 맹인 안마사」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옛사랑」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나는
해변에 밀려 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지저귀던 저 새는」
가을 풀벌레의 울음소리 하나가
기어코 새벽잠을 깨운다
말간 고요에 귀를 기울여 보아도
먼 듯 가까운 듯 들려오던 그 소리는 없고
어둠 속으로 울음을 타전 중인 듯
손이 닿지 않는 등 한가운데가 저릿저릿하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몸속에 고여 있던 어떤 울음이
더듬이 길게 빼고 연신 어디 먼 별 쪽으로
제 소리를 송신하고 있었던 게다
내 몸이 울음의 집이었던 게다
12층 아파트 속 한 줌의 어둠에 앉아 바라보니
찌르륵 찌르륵 퍼져나가는 파문이 보인다
그런데 가물거리는 이 울음은 또 무엇인가
멀리 길 떠난 집이 있는지
그 빈집에 당도한 때늦은 울음인지
벽을 타고 들려오는 아득한 전화벨 소리가
끊어질 듯 울먹이고 있다
첩첩이 쌓인 집들이 다 풀벌레 소리를 내고 있던 거였다
―「울음의 집」
언덕 위로 향한 아스팔트 길이 있다
보이지는 않아도 언덕의 너머까지
매양 꽃 피고 꽃 지는 몸짓들의
플라타너스가 길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가을 오후의 가로수 길로 써놓은
이토록 권태로운 문장의 유서를 남기고
그는 어디로 사라지려는 것일까
주유소 귀퉁이의 터널식 3분 세차장 속으로
온통 쏟아지는 거품의 꿈속으로
소나타 한 대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는 저 문
매일 혼자였던 4인승짜리 출퇴근길을 벗어놓고,
방전되어가는 전조등을 따라 밤길을 달려야 했던
이 별의 규칙을 내려놓고 그는 어디로 떠나가는가
순식간에 웜홀을 지나
슬픔이 없는 어느 은하의 별로 정말 가버렸는가
―「스타게이트」
무너진 흙담에 둘러싸여 오랫동안 집터인 곳
사라진 집으로 누가 오셨는지
늙은 복숭아나무 잎들이
슬몃슬몃 문 여는 소리를 낸다
신발 한 켤레로 평생을 살다가 돌아와
이제 흩어지기 직전의 바람
집터에 가득 핀 보리가
삶을 탕진한 바람을 봄 햇살 속에 누인다
보리밭에 누워 마지막으로 눈을 떠보는 바람
뒤란 우물에서 한없이 퍼 올리던 앵두꽃 피는 저녁이며
담장에 기대 올려다보던 구름의 질주여
마르지 않고 흩어지지 않던 날들이여
맑은 우물을 기억하는 자의 최후란
이제는 다만 뚜껑이 닫힌
해 질 녘의 어두운 구멍 하나
바람을 불러 잠재우는
폐정 하나를 갖는 것
―「폐정」
지난여름
뒷마당의 측백나무 울타리 가에
깊이를 가진 의자 두 개를 두었더니
그대가 즐겨 앉고 떠난 한 자리에
오늘은 가을 저녁 빛이 앉았습니다
당신 모습만큼만 앉았다 저녁연기처럼
흩어집니다
아직도 당신이 앉아 있는 저 의자는
밤낮 빈 의자입니다
우리가 한 생애 동안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렇듯 만질 수 없는 의자의 깊이뿐입니다
터질 듯 매달린 가을 열매들 곁에서
비록 아무도 모르게 식어가는 저 의자이지만
그 충만한 허공까지도 내 흔쾌히 사랑할 수만 있다면
서늘한 의자에 그대처럼 앉아보는 나의 오늘이
이렇게 외롭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빈 의자의 깊이」
출판사 서평
그리움을 품고 혼자 날아가는 새의 목소리
낭만적이고 쓸쓸한 목소리로 기억에 얽힌 시 세계를 노래해온 심재휘 시인이 7년 만에 새 시집 《중국인 맹인 안마사》(문예중앙시선 032)를 묶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현대시 동인상 수상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2002)과 《그늘》(2007)을 펴내며 ‘유년 시절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애착과 그리움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아온 심재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특유의 소슬한 기풍이 돋보이는 시편들을 선보인다.
새 시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장면들은 낯선 이국의 풍경들이다. 이번 시집의 절반은 시인이 캐나다에서 체류할 때 쓴 ‘북쪽마을’ 연작시로 이루어져 있다. “참 알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한 머나먼 하늘 아래”(「선셋 비치 파크」)에서 시인은 “집 없는 자의 눈처럼 좁고 깊은”(「손바닥 우물」) 우물에 비친 풍경을 써 내려간다. 이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시편들을 두고 해설을 쓴 이홍섭 시인은 “이국 풍경 속에서만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시인이 현재 몸담고 있는 현실과 불화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 평하며 “그를 생각하면 소슬한 적산가옥 한 채가 떠오른다.”라고 덧붙였다. 점령지에서 적국 사람들이 살던 집을 뜻하는 적산가옥은 숙명적으로 이중국적을 껴안은 건축물이다. 오랜만에 새 시집으로 찾아온 심재휘의 언어는 적산가옥과도 같은 이국적이고 투명한 슬픔의 정서로 빛난다.
폐정, 유년의 풍경을 담은 우물
보리밭에 누워 마지막으로 눈을 떠보는 바람
뒤란 우물에서 한없이 퍼 올리던 앵두꽃 피는 저녁이며
담장에 기대 올려다보던 구름의 질주여
마르지 않고 흩어지지 않던 날들이여
―「폐정」 부분
세상을 떠돌다 마지막으로 보리밭에 눕는 바람이 바라보는 풍경은 마르지 않는 우물에 앵두꽃 피는 저녁이 비치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이 풍요롭고 훼손되지 않은 ‘맑은 우물’의 세계는 오래전에 집터였던 곳, 즉 시간이 멈춘 과거이다. 시인의 유년과 관계된 풍경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유년이란 시간이 멈춘 자리이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계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 나오지 못하는 저 문”(「스타게이트」)을 열고 유년을 지나 단숨에 성인이 되고 만다. 이 유년의 나와의 이별을 통해 사람은 풍요롭고 훼손되지 않은 세계를 떠나보낸다. 그 이별이 존재론적인 현실과의 불화로 이어지며, 시인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제 “맑은 우물을 기억하는 자의 최후란(…)바람을 불러 잠재우는/폐정 하나를 갖는 것”(「폐정」)밖에 없다.
유년인 나와의 이별을 통해 이별을 알아버린 시인은 “한평생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멀어지는 이별 후의 다시 다가오는 이별”(「두 번째 이별」)밖에 없다고 쓴다. 그에게 삶이란 이별을 반복하는 운명의 여로이다. 그는 자신과, 아이와, 눈앞의 당신과 이별하며 먼 곳으로 간다. 이별의 삶이 슬픔이라는 인식은 “순식간에 웜홀을 지나/슬픔이 없는 어느 은하의 별로”(「스타게이트」)라는 구절에서 보이듯이, 이 별을 떠나가는 우주적 상상력에까지 확장된다.
그 자체로 온전한 세계였던 유년을 떠난 이후부터 “유빙처럼 흘러”(「흐르는 방」) 다니며 울음의 시간들을 살아온 심재휘는 “그대가 즐겨 앉고 떠난 한 자리에”서 “저렇듯 만질 수 없는 의자의 깊이”(「빈 의자의 깊이)를 발견한다. 큰 울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심재휘의 시는 언제고 떠나간 것들을 위해 노래 불리겠지만, 그대가 떠난 자리에 “오늘은 가을 저녁 빛”(「빈 의자의 깊이」)이 앉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서늘함 가운데서도 느껴지는 따뜻한 시선이, 그늘을 만드는 곳에는 언제나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27805465 |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4월 23일 | ||
쪽수 | 132쪽 | ||
크기 |
125 * 204
* 11
mm
/ 21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예중앙시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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