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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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이창래 Chang-rae Lee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는 지금껏 단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음에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2011년 네 번째 장편소설 ≪생존자The Surrendered≫(나중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3)의 발표 이후 영미권 언론에서는 매년 그를 유력 후보로 빼놓지 않고 있다. 이창래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했다. 예일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는 월 스트리트의 주식 분석가로 1년간 일하기도 했다. 1995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Native Speaker≫는 신인의 작품임에도 이례적으로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되면서 미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찬사 속에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주요 6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9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 ≪척하는 삶A Gesture Life≫으로 아니스필드-볼프 문학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주요 4개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가족ALOFT≫은 [타임] 선정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에 선정되었다. 2010년에 발표한 네 번째 장편소설 ≪생존자≫는 데이턴 문예 평화상을 수상하고 퓰리처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4년 1월에 신작 장편소설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를 발표하였다. 소설의 서사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개성적이고 우아하며 유려한 문체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창래는 설익은 희망적 메시지 대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나오는 극복의 에너지에 집중해 왔다. 2002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 연세대학교 석좌 교수로 임용되었다.

역자 정영문은 1965년 출생.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브라운 부인(Mrs. Brown)≫, ≪바셀린 붓다≫, ≪어떤 작위의 세계≫, ≪목신의 어떤 오후≫, ≪하품≫, ≪달에 홀린 광대≫, ≪꿈≫,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핏기 없는 독백≫, ≪검은 이야기 사슬≫, ≪겨우 존재하는 인간≫ 등의 소설을 썼고, ≪바디 아티스트≫, ≪마법사≫, ≪젊은 사자들≫, ≪에보니 타워≫, ≪호박방≫, ≪북회귀선≫, ≪4의 규칙≫ 등의 소설책과 ≪무서운 재단사가 사는 동네≫ 등의 그림책을 번역하였다. 1999년 제12회 동서문학상, 2012년 제17회 한무숙문학상, 제43회 동인문학상, 제20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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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상 800미터, 이 위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나는 멋들어진 세스나 스카이호크 경비행기를 조종하여 다시 태양 쪽으로 선회한다. 평소에 날씨가 좋을 때만 시도하는 공중제비를 돌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아래쪽은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으로, 울퉁불퉁한 두 지류가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지역 위를 지금 막 지나고 있다. 땅에 서 있을 때면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도시가 여기서는 아주 장엄하게 보인다. 늦여름의 햇빛이 아스팔트 도로 위로 부드럽고 검은 광채를 뿌리고, 아늑하게 줄지어 있는 단순한 사각형 집들의 수영장, 주차한 차들의 창문과 범퍼에 반사된 오렌지 빛이 경비행기의 방향과 속도에 맞물려 내게 되비친다. 더 새롭고 더 커다란 건물들과, 반짝이는 금속들이 박혀 있는 쇼핑몰의 평평한 지붕은 수수께끼 혹은 신비스런 기호 같다. (6~7쪽)
오, 당신은 개인 비행기를 소유한 나를 넋두리나 일삼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옳다. 세스나기는 대형 벤츠만큼이나 비쌀뿐더러 유지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내 변호를 하자면 나는 아직도 잭이 태어나기 전에 산 평범한 집에 살고 있으며, 알렉산더(Alexander’s)와 워드(Ward’s)에서 산 옷만 입어 왔고(지금은 코스트코(Costco)와 타깃(Target)에서 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메뉴가 연하장 서체로 적혀 있는 아무 식당에서나 식사를 해 왔다. 그리고 이 비행기가 내 일생일대의 실수라 한들, 글쎄, 적어도 나는 너무 늦기 전에 한 가지는 깨달았다. 근래 들어 내 심장이 두근거렸던 건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되는 19세기의 한 탐험가에 대한 비극적인 전기를 볼 때, 그리고 음식을 포일에 싸서 배달해 주는 그다지 늙지 않은 멍청이가 초인종을 누를 때뿐이었다는 것. (17~18쪽)
어느 날 밤 우리는 침낭과 초, 콘돔, 그리고 750밀리짜리 컴퍼트 한 병을 챙긴 뒤 카누를 저어 케노나 호수 한가운데 있는 발 모양의 작은 섬으로 갔다. 넷은 함께 술을 마셨고, 그 후 테리와 나는 섬 반대쪽으로 가서 물 바로 옆에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에 자리를 깔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트레이시와 론이 얘기하며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조용해졌고, 우리는 키스도 하지 않은 채 옷을 벗고 사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녀를 사랑했다거나 더 속된 표현을 쓰는 것이 불편해서라기보다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이건 또는 그것이 처음이건 마지막이건 항상 최소한 말 그대로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쌓아 올리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분명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연금술에 의한 것이건, 화학 아니면 의지에 의한 것이건 간에. (61~62쪽)
과연 누가, 미쳤지만 행복한 우리의 데이지가,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감지 않아 엉킨 머리를 빗으로 빗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녀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바닥보다도 더 낮은 우울한 상태에 이를 수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출근하고, 아이들이 야외 학습을 간 사이 그녀가 뒤쪽 테라스에서 발륨을 한 알 한 알 먹고, 맥주 한 병을 다 마신 후, 8월의 질식할 것 같은 여름 오후에 공중을 부양하는 꿈에 빠져, 여느 때처럼 옷을 입지 않고 튜브도 없이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 어쩌면 1미터나 2미터를 헤엄치며 바닷새처럼 하늘을 난 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177쪽)
그리고 나는 잭의 사치스런 사무실에 들어와, 행운과 번영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 상실감을 느낀다(그가 잃었거나 잃고 있을 돈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그에게 깊은 상처가 되거나, 모욕을 주거나, 또는 그로 하여금 이미 그러고 있는 것 이상으로 내게 말을 더 적게 하도록 만들지 않을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내가 지적한 것처럼 잭에게 가장 큰 문제가 겉치레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그에 못지않게 큰 또 다른 문제는 내가 그의 동굴 같은 집에 들어가거나, 그의 일터 중 한 곳을 방문하거나, 이곳에 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그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족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은 이처럼 이미 예상된 난기류, 즉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지식일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려고 시도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비껴 날아갈 수는 없다. (206쪽)
나는 라디오의, 옛날 노래들을 들려주는 방송에 채널을 맞추려고 애를 쓴다. 나는 특히 지금 타고 있는 차에 시동도 걸지 않고 그냥 올라탄 채 그런 노래들을 즐겨 듣곤 했다. 1950~1960년대 노래에서 1970~1980
출판사 서평
한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평범한 가정을 통해 말하는
현대 인간관계의 허약함 그리고 영속적 가치에 대한 상실감
≪가족≫은 이창래가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타임]에서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에 선정되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보통의 50대 남자 ‘불만투성이’ 제리 배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업을 물려받아 부족할 것 없이 살아 온 제리 배틀. 그리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게을리 살지도 않았다. 미국의 적당히 부유한 집안 자제들이 마땅히 누릴 만한 것들을 누리며 편안하게, 그리고 적당히 방탕하게 일평생을 살아온 제리 배틀은 은퇴 후에 따라온 무료한 일상을 견디지 못해(사실, 그러한 ‘불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고 경비행기를 구입하여 비행하는 것으로 소일하며 산다. 그러나 아내와의 사별 후 만나 오랜 시간 동거해 온 동반자 리타는 그를 떠나려 하고, 아들 내외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물려받은 가업을 위태롭게 한다. 임신 중에 암 판정을 받은 딸은 치료를 거부하고, 양로원에 있던 아버지는 사라져 버린다.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로부터 늘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던 그는 결국 50대 후반이 된 ‘지금’에서야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중산층은 얼핏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곪아 온,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롯된 영속적 가치에 대한 중산층이 느끼는 상실감(그리고 그로 인한 불만들)과 이미 해체된 옛 가족 구성원들이 받아 온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전 작품까지 ‘이방인과 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온 이창래는 ≪가족≫에서 (물론 주인공은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며, 이 작품에 이방인의 세계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 중산층 가족’의 ‘보편적인 이야기’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미국 내에서의 작가적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게 되었다. 좋은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시대적?지리적 배경과 관계없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 그래 왔듯 인간의 심리에 대한 특유의 독특한 묘사와 사려 깊은 사유로 독자들에게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금은 익살스럽기도 한 ‘철없는’ 아저씨 제리 배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우리 아빠’, ‘내 남편’, 그리고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진한 감동과 함께, ‘가족’의 의미와 그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도서 리뷰
이 소설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유려한 문체만으로 이미 탁월하다. 또한 대화가 살아 있고, 묘사는 독창적이다. 이창래는 실로 대가다운 솜씨로 언어를 다루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스런 소비문화를 부각하기 위한 소위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자세한 묘사 역시 인상적이다. _정영문(소설가 겸 번역가)
간결하고, 수수께끼 같으며, 시적이다. 이창래는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소설을 써냈다. _[뉴요커]
가족이 하나로 뭉쳐서 살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민족의 복잡성이 담겨 있는 이 작품에서 이창래는 깨지기 쉬운 정서적 삶의 틈새로, 대가다운 시적 표현들을 밀어 넣는다. _[볼티모어 선]
우아하면서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창래는 유려한 문체로 뜻밖의 지점들을 포착해 냈다. _[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
이 작품에서 이창래는 치버, 예이츠, 업다이크와 비슷한 예술성과 연민으로, 교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실망을 묘사해 내고 있다. _[마이애미 헤럴드]
이창래는 이 작품으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주인공 제리의 목소리에는 소란스러움, 멍청함, 담론, 유머, 모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온전한 인간이 담겨 있다. _[뉴스데이]
롱아일랜드에서의 제리 배틀의 삶에 대해 이창래는 유쾌하면서도 문학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마치 존 치버나 리처드 포드 혹은 필립 로스의 그것들을 연상시킨다. _[선데이 오레고니언]
기본정보
ISBN | 9788925552477 |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5월 19일 | ||
쪽수 | 480쪽 | ||
크기 |
146 * 209
* 30
mm
/ 55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Aloft/이창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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