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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시선 34
최명란 저자(글)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0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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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최명란

1963년 진주 출생. 세종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동시집 『하늘천 따지』.

• 저자의 말
그제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어제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어제 웃다가 쓰러진 내 위에
오늘 내가 울다가 쓰러지고
오늘 울다가 쓰러진 내 위에
내일 내가 웃다가 쓰러지고
오늘 쓰러지고 또 오늘 쓰러지고
오늘 또 쓰러지고,
나는 내 탑이다
웃음과 울음이 맞닿는 곳
그곳에 시가 있나…

목차

  • ●제1부 새벽 거리를 헤매며 쓰레기봉투를 찢는 밤고양이

    꼬막 캐는 여자의 바다·12
    보도블록 까는 청년·14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17
    색소폰 부는 걸인·20
    수족관에 사는 펭귄·22
    서울역에서 따라온 신발 한 켤레·25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너를 보내고·28
    그리고 남자는 울었다·31
    폐차를 하며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34
    심야… 횡단보도·36
    너의 등·38
    숟가락질·40
    연탄집 아저씨가 라면 사러 간다·42
    점안식하는 날·44
    승방에서 생긴 일·46
    가정법으로 말하자면·50
    그린벨트·52
    자명한 연애론·54

    ●제2부 서로를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 녹 같은 연애를 했다

    아우슈비츠 이후·56
    주꾸미·57
    안간힘·58
    닭발·59
    물 먹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 시·60
    봄눈·61
    초여름·62
    초가을·63
    홍시·64
    조용한 참사·65
    꼭지·66
    배꼽·67
    누에고치·68
    냉동고추·69
    멍·70
    모순에 대해·71
    불법주차·72
    시내버스·73
    혓바닥·74
    심야영업·75
    평생과업·76
    동물원 사람들·77
    다시, 묵비·78
    경계·79

    ●제3부 우리에겐 모두 느닷없이 왔다 어처구니없이 가는 것들

    분만실까지·82
    발바닥·84
    시계초·86
    연(鳶), 곤두박질치고 마는·88
    금낭화·90
    꽃 지는 소리·92
    꽃 피지 마라·94
    묵비·96
    피안·98
    불·100
    우두커니·102
    소금꽃·104
    깊이 우는 새·106
    흉수 또는 복수·107
    가령,·108
    위험한 밥상·110

    | 작품 해설 | 이숭원(문학평론가)
    생의 단층을 넘는 꿈의 물결·112

책 속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너와 나의 등이 점점 무너져감이다
야간 병원 응급실에서 늑막에 고인 물을 빼기 위해
긴 주삿바늘을 든 의사 앞에 둥글게 구부리고 있는 너의 등을 보았을 때
오랜 시간 나를 짊어지고 온 네 등의 검고 깊은 자국을 보았네
나는 뒤편에 서서 긴장한 몸을 차갑게 떨며
고이는 눈물을 다시 눈으로 삼키기 위해 하릴없이 응급실 자동문만 들락거렸네
응급실 바깥 정원의 라일락 향기가 잠시 따라 들어와
포르말린 냄새를 살짝 밀어냈을 때 나는 우리 청춘의 교정을 생각했네
그날 라일락 향기 아래서 네가 나를 짊어지기 시작해
이십 년 꼼짝없이 불평 없이 그대로 나를 지고 왔다는 것을
너의 등에 나를 맡기고 나는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지
너의 등에 나를 짊어지고 너는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지
무거운 나를 짊어진 채
바리케이드에 걸려 넘어지고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며
나무가 물을 먹듯 술을 먹던 남자야
오늘 응급실에 실려온 너의 등을 보고서 비로소 생각하네
나를 짊어진 채 축축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너의 등에서 나는
자정이 넘기 전에 훌쩍 내려서야만 한다는 것을
-「너의 등」전문

출판사 서평

최명란은 몸보다 눈이 바쁜 시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가로이 노니는 몸이란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는 남들보다 빨리 시가 나고자 하는 그 순간을 포착할 줄 알고 이를 제 마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고를 그 다음 차례로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인의 시에 어떤 젖은 냄새, 그러니까 땀도 좋고 눈물도 좋고 피도 좋은 축축함이 여전한 건 그만큼 현장에서 걷어 올린 ‘갯벌의 쫄깃한 자궁’이 싱싱한 탓이리라.

최명란의 시가 가진 미덕 중 하나는 한 몸에서 상반되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발휘한다는 점일 게다. 생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서 생의 가장 밝은 지상까지 부러지지 않고 휘는 데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과 아버지의 활달한 기상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연유 탓에 시인이 말하는 죽음이 무겁지 않고 시인이 말하는 삶이 가볍지 않다. 때론 부정하고 때론 긍정하며 스스로 부풀린 자연이라는, 생이라는 원 안에서 어미가 되고 아이가 되는 유연함을 경험했던 시인, 그러므로 저잣거리, 그러니까 길 위에서의 삶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생의 순간순간의 살아 있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보다. 이에 우리가 신뢰를 보내게 되나보다.

일어서는 법이 아닌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기에 최명란은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일어서는 순간의 안일함보다는 쓰러지는 순간 일어설 것을 다짐하는 도전으로 시인은 웃음과 울음이 맞닿는 곳, 바로 거기에서 시가 발현함을 알았을 것이다. 돌고 돌아 내가 지은 바로 그 언어의 탑, 이제 그에 기대도 좋을 만큼 우뚝 선 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25516721
발행(출시)일자 2008년 02월 15일
쪽수 131쪽
크기
124 * 195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랜덤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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