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양장본 Hardcover
정옥희 저자(글) · 강한 그림/만화
엘도라도 · 2021년 05월 25일
9.9
10점 중 9.9점
(14개의 리뷰)
최고예요 (60%의 구매자)
  •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대표 이미지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대표 이미지
  • A4
    사이즈 비교
    210x297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사이즈 비교 136x198
    단위 : mm
01 / 02
2021년 06월 11일 오늘의 선택 소득공제
10% 13,320 14,800
적립/혜택
740P

기본적립

5% 적립 740P

추가적립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740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배송안내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무료배송
배송비 안내
국내도서/외국도서
도서 포함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교보Only(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20,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해외주문 서양도서/해외주문 일본도서(교보배송)
각각 구매하거나 함께 15,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업체배송 상품(전집, GIFT, 음반/DVD 등)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 "배송비" 참고 (업체 별/판매자 별 무료배송 기준 다름)
바로드림 오늘배송
업체에서 별도 배송하여 1Box당 배송비 2,500원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그 외 무료배송 기준
바로드림, eBook 상품을 주문한 경우, 플래티넘/골드/실버회원 무료배송쿠폰 이용하여 주문한 경우, 무료배송 등록 상품을 주문한 경우
주문정보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기본배송지 기준
배송일자 기준 안내
로그인 : 회원정보에 등록된 기본배송지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로그인정확한 배송 안내를 받아보세요!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상세 이미지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수상내역/미디어추천

10,000시간을 치열하게 살아 온 모두에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루 세 시간을 꾸준히 투자했을 때 대략 10년이 걸린다는 셈이 나오는데, 온갖 희비로 찐득찐득하게 더께 앉은 이 1만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의 큰 토막에 스스로 채운 족쇄의 무게를 겪어 내고 오래도록 허우적대며 쌓아 온 애증의 파노라마는 또 얼마나 드라마틱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지?’

저자는 초심자가 베테랑으로 빚어지는 1만 시간의 소용돌이, 혹은 그 태풍이 수차례 지나고 난 어느 시점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되물었을 질문을 매개로, 무언가를 전공하고 어떤 일에 종사하는 길에서 필연적으로 생각하고 겪어야 했던 경험들을 펼쳐 놓았다. 발레를 전공하고 발레 무용수로 살았으니, 이 보편적인 경험들의 소재는 물론 발레다. 핑크빛 포인트 슈즈와 반짝이는 튀튀로 대변되는, ‘발레리나라서 우아하네요, 아름답네요.’ 식의 눈먼 찬사를 걷어 내니, 성실한 군무 무용수의 낡은 레오타드, 헐거워진 발레 스타킹, 필연적인 다이어트 잔혹사, 파스와 땀 냄새로 후텁지근한 연습실, 무대 뒤의 기약 없는 대기 시간, 엄마 발레리나에게 주어진 비장한 육아의 풍경들 사이에서 업을 향해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 온 우리가 보인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옥희

춤과 춤이 아닌 것, 무용수와 무용수가 아닌 이의 경계에 대해 탐구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니버설 발레단과 중국 광저우 시립 발레단의 정단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초빙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 춤의 운명은』이, 공역서로 『발레 페다고지』 『미디어 시대의 춤』 등이 있고,과 ‘일사일언’ 코너 등의 매체에 기고했다.

그림/만화 강한

강한

너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행복한 순간에 위트 있는 상상을 더해
따뜻한 느낌을 그려 낸다. 지은 책으로는 『더 포스터 북 by 강한』이 있으며 『난생처음 한번 들어 보는 클래식 수업』 1~4를 비롯해 『오늘의 짜증은 오늘 풀어요』 『아무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던 것들』 등에 그림을 그렸다.
그 외에도 에뛰드, 버츠비, sk 플래닛 등 기업과의 콜라보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_kang_han

목차

  • Prologue
    나는 발레를 전공했다

    Chapter 01 1만 시간을 견딘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 12
    발레리나 이름이 이게 뭐야 ◇ 18
    이거 꼭 사야 하나요? ◇ 24
    그런지룩 ◇ 31
    Show must go on! ◇ 35
    숨 쉬듯 춤추기 ◇ 42
    글로벌 인재 vs 외국인 노동자 ◇ 49
    다이어트 잔혹사 ◇ 56
    무용수의 기억력 ◇ 64
    코르 드 발레의 은퇴 ◇ 70

    Chapter 02 먼저 춤추라

    레베랑스 ◇ 78
    줄 맞추기의 미학 ◇ 83
    정상에서 버티는 힘 ◇ 90
    아이고, 발레는 시키지 마세요 ◇ 95
    잘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 103
    춤은 사치스럽다 ◇ 109
    죽기 전에 춤추고 노래하라고? ◇ 115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 124
    발레 피플의 루트 ◇ 132
    애는 누가 봐 주나 ◇ 138
    벨린다는 어쩌다 우리 엄마가 되었을까 ◇ 146
    프로가 된다는 것 ◇ 152
    진짜 고민은 이제 시작 ◇ 157

    Chapter 03 나를 매료시킨, 좌절시킨, 때론 낡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러나

    발레의 스웨그 ◇ 168
    레오타르 씨는 왜! ◇ 174
    러시아 발레와 포도 두 관 ◇ 180
    발끝으로 서는 로망 ◇ 188
    이토록 낭만적인 일상용품 ◇ 194
    나이키 포인트 슈즈와 갈색 파운데이션 ◇ 202
    발레리나 룩에 대한 단상 ◇ 208
    오른쪽 다음엔 왼쪽을 ◇ 214
    노예 제도, 인신매매, 폭정의 발레 ◇ 220
    외모 지상주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 229
    왕자가 발레라니, 풉! ◇ 236
    왕의 춤, 노동자의 춤 ◇ 242
    기득권의 언어 ◇ 246
    잭슨이 남긴 것 ◇ 253

책 속으로

P. 27
하지만 무용실에선 괜찮았다. 레오타드가 낡았어도, 유명한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지 못해도, 음악이 흐르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두가 평등했으니까. 무대 위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나 선생님의 편애가 없으니까. 사지 못한 캔버스백과 강매당한 책을 잊을 수 있으니까. 엄마 말대로 그 순간엔 오직 내가 가진 실력 하나로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때였다.
- 〈이거 꼭 사야 하나요?〉 중에서

P. 74
코르 드 발레로 은퇴했기에 나는 조금 더 성숙한 관찰자가 되었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뒷맛이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좀 더 낮은 곳, 좀 더 가려진 곳, 좀 더 침묵하는 곳에 절로 눈길이 갔다. 어떤 분야를 보더라도 가장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코르 드 발레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들은 관객들이 프리마 발레리나만 바라보더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췄다. 또한 수년간 반복하며 몸으로 익힌 노련함을 지녔다. 우리 대부분은 코르 드 발레이고,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 〈코르 드 발레의 은퇴〉 중에서

P. 82
레베랑스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성공과 완성을 찬미하기보다는 노력과 겸손함을 되새기는 일상의 의식이다. 누군가에겐 모닝커피가, 가벼운 산책이, 따뜻한 샤워가 그러하듯, 발레 무용수에게 레베랑스는 어제는 잘 풀리지 않았어도 오늘 다시 노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해 준다. 초심자도, 노련한 무용수도 똑같이 단순한 인사를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너무나도 위계적인 이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적인 순간이라고나 할까.

- 〈레베랑스〉 중에서

P. 94
발레단이 가장 나태해질 수 있는 작품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나태함이라니 얼마나 발레와 어울리지 않는가. 평소의 공연은 몇 달을 연습하고도 기껏해야 일주일 안팎으로 마무리되니 늘 아쉽다.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연말이면 두어 달을 매일같이 공연하는 데다 테크닉적으로 아주 어렵지 않으니 나태함이 스며들기 쉽다. 그럴 때마다 단장님은 무용수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하시곤 했다. “여러분은 어제도, 그제도, 몇 주 동안 해 온 작품이지만 오늘 올 관객 중에는 발레를 난생처음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 초심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세요.” 무대에서 복화술로 농담 나누던 무용수들이 화들짝 정신을 가다듬게 되는 한마디다.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 〈정상에서 버티는 힘〉 중에서

P. 108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것일까? 자신의 스펙과 깜냥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최선의 시나리오를 짜고 따르는 것이 바람직할까? 세상의 잣대론 실패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 보는 건 어리석고 순진한 걸까? 언뜻 떠오르는 이가 있다. 20세기 초 발레를 현대화했다고 평가받는 러시아의 안무가 미하일 포킨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안무를 관두고 교육에 몰두했다. 이에 대해 무용 비평가 존 마틴은 “마치 베토벤이 작곡을 하지 않고 피아노 레슨을 하는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포킨의 자서전을 보면 그리 후회하는 것 같진 않다. 인생은 한 번이고, 제 하고 싶은 것 맘껏 해 보면 되는 게 아닐까. 재능의 낭비, 진로 선택의 오류 같은 말들은 효율과 결과를 따지는 타인의 시선일 뿐이다. ‘위인의 성장통’은 사후에나 붙는 수식어니까.

- 〈잘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중에서

P.129
나는 발레를 그만두고서도 늘 완벽하려 애쓰는 마음 때문에 제풀에 지칠 때가 많았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해 내고 싶고, 더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를 갈아 넣으며 몰아세웠다. 남편은 제발 ‘시간표 빈칸 채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일과와 일과 사이에 짬이 나면 그냥 쉬질 못하고 자꾸 할 일을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늘어져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죄책감을 느꼈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위해 트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롤리는 그 동네에서 가난한 이들이 주로 타는 교통수단이라 정류장도 늘 어수선했다. 잔뜩 쌓인 과제며, 할 일이며, 온갖 걱정을 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차림새가 영 허름한 흑인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What a beautiful day, what a beautiful lady, why don’t you smile?” 갑자기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날씨도 좋은데 왜 인상 찌푸리며 하루를 보내지? 왜 내가 가진 즐거움과 행복을 들여다보지 않고 걱정과 불만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나를 격려해 줄 수 있을까? 그제야 한껏 굳어 있던 입매를 풀고 엷게 웃어 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늪에 빠질 때마다 저 말이 생각나곤 했다. 난 지금 타인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작은 성취에도 무한한 격려를 보낼 줄 알고, 실수나 실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인가.
-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중에서

P. 142
포인트 슈즈 만삭 사진은 널리 회자되고 출산 후 복귀하는 건 찬양받지만 연습실까지 아이를 데려오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 출산율은 높여야 하지만, 맘충과 노키즈존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회에서 친정어머니 없이는 엄마 발레리나가 되기 힘들다.
- 〈애는 누가 봐 주나〉 중에서

P. 156
품질 유지의 비결은 꾸준한 루틴의 힘, 그리고 루틴으로 다져진 마음의 힘일 테다. 프로는 평상심을 터득한 자다. 기분에 흔들리지 않고, 작은 성공에 들뜨거나 실패에 섣불리 좌절하지 않는다. 훈련 중인 김연아에게 기자가 질문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무슨 생각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시나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스트레칭을 하면서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는 건 아마추어다. 프로는 그냥 한다.

‘이 공연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는 아마추어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다. 무대에서 크게 실수하여 울면서 집에 걸어갔더라도, 다음 날엔 여느 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계속하여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프로가 된다는 것〉 중에서

P. 178
몸의 자연스러운 굴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레오타드라면 왜 남성에 대해서만 유독 못 견뎌 하고 우스워하는 것일까. 레오타드는 똑같은 소재로 몸을 고루 감싼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와 굴곡에 대해 어디는 괜찮고 어디는 볼썽사납다고 구분 지으며 백안시하는 건 인간의 눈일 뿐이다. 야하다고, 품위 없다고, 남성답지 못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비웃는 이들이야말로 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몸을 몸으로 바라보는 대신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물질하는 해녀의 잠수복을 비웃지 않듯, 소방관의 두꺼운 방화복을 우스워하지 않듯, 발레리노의 레오타드가 개그의 소재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 레오타드는 레오타르 씨가 공중에서 정밀하고도 안전하게 날 수 있도록 해 준 작업복이자,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 주니까.
- 〈레오타르 씨는 왜!〉 중에서

P. 192
포인트 슈즈를 신는 건 부드러웠던 발이 고목나무 뿌리처럼 거칠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체중이 실려 발톱이 까매지고 발가락 마디마디 물집 잡히고 까지는 건 예사다. 아무리 테이프로 발가락을 감싸고 쿠션을 대어도 작품 두세 번 연습하면 피가 났다. 게다가 난 뒤꿈치가 튀어나온 편이라 포인트 슈즈의 뒤축에 쓸려서 늘 붓고 피가 나곤 했다. 포인트 슈즈 뒤축을 자르고 고무줄로 잇거나 솜을 대거나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소용없었다. 굳은살이 충분히 쌓이고 나서야 웬만한 연습엔 끄떡없는 발로 거듭났다. 뜨거운 모래에 손을 박으며 단련하는 쿵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발이 되면 비로소 포인트 슈즈를 신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달까.
- 〈발끝으로 서는 로망〉 중에서

P. 205
혁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이다. 최근 영국 포인트 슈즈 메이커인 프리드(Freed of London)는 유색 인 무용수를 위한 포인트 슈즈를 출시했다. ‘발레 브론즈’, ‘발레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라인은 기존 연핑크 포인트 슈즈보다 색이 진하다. 아시아인 및 흑인 무용수를 위한 포인트 슈즈다. 잠깐, 그러면 지금까진 어떻게 춤춘 거지? 이들은 포인트 슈즈를 자신의 피부색에 맞추기 위해 포인트 슈즈에 파운데이션을 발라 왔다. ‘팬케이킹(pancaking)’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번거롭고 화장품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포인트 슈즈를 무르게 한다. 더군다나 백인 무용수는 하지 않는 공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유색인 무용수는 자신 이 발레에서 주류가 아님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발레는 백인의 문화라고, 나의 피부색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프리드라는 요정 할머니가 나타나 흑인 발레리나에게 갈 색 포인트 슈즈를 선물해 주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정님, 타이츠는요?” 그렇다. 핑크 타이츠에 갈색 포인트 슈즈를 신을 순 없는 법. 타이츠가 왜 이렇게 문제냐 하면 현대 발레 작품에선 주로 맨다리를 드러내지만 고전 발레 작품에선 핑크 타이츠를 신기 때문이다. 핑크 타이츠가 규범인 한 갈색 포인트 슈즈는 반쪽짜리 혁신일 뿐이다.
- 〈나이키 포인트 슈즈와 갈색 파운데이션〉 중에서

출판사 서평

결코 홀가분할 수 없는 프로의 무게 추를 견디는 힘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 체계에 돌입한다.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쥐와 병정, 과자의 나라로 대동단결하게 되고, 사람들은 이 마법의 커튼을 활짝 열어 축제의 시간을 즐긴다. 자, 여기까지는 관람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호두까기 인형’의 모습이다.
다른 한쪽에서 발레리나들이 기억하는 ‘호두까기 인형’은 코로 돌진하는 종이 가루, 쥐 탈을 쓴 무용수들의 땀 범벅, 매년 연말이면 두어 달을 매일같이 반복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초심을 요구받는, 가장 나태해지기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무대다.
한 켤레에 몇 만원이나 하지만 고작 열 몇 시간 연습에 닳아 버리는 포인트 슈즈, 평생을 지독하게 이어온 다이어트, 박수 갈채를 받았어도 다음 날 또 다시 연습실에서 첫 블록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는 연습의 시간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명석함보다 지구력을 갖춘 이가 소설가의 유통기한을 뛰어넘어 살아남는다’고 했듯, 무대 에 오를 때마다 변치 않으려는 노력,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일상이 정상에서 단단하게 버티고 서게 하는 발끝 힘을 만든다.

‘이 공연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는 아마추어다. 프로에겐 이번 공연이 끝이 아니다. 무대에서 크게 실수하여 울면서 집에 걸어갔더라도, 다음 날엔 여느 날과 같은 모습으로 연습실에 들어온다. 계속하여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발레의 스웨그
갈색 타이츠를 신은 발레리나가 무대에 서는 걸 본 적이 있는가? 포인트 슈즈를 신은 만삭의 발레리나 사진에 대한 감상은? 발레는 유독 튀튀의 풍성한 주름과 비즈의 반짝임에 둘러싸여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소 편협하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 ‘환상의 세계’로 치환되어 머물러 있다. 그런데 정말 발레가 존재하는 방법과 양상이 비단 이런 환상뿐일까?
발레가 쥐고 있는 기득권, 줄 맞추기의 미학으로 완성되는 군무의 언어, 친정어머니 없이도 무대 복귀를 꿈꾸는 발레리나 엄마를 향한 사회의 포용력과 한계, 남성 무용수들의 레오타드를 향한 왜곡된 시선들, 유색인 무용수가 무대에 설 때마다 체감해야 하는 백인 주류의 문화 양상들, 시대에 뒤떨어진 인권 감수성과 예술성을 사이에 둔 양가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난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피상적인 동화적 거품 뒤에 숨은 발레의 이슈들을 꺼내어 인문학적인 환기를 이끌어 낸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01251196
발행(출시)일자 2021년 05월 25일
쪽수 268쪽
크기
136 * 198 * 21 mm / 393 g
총권수 1권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한분야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은 존경받아야 해요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발레전공자의 삶이 궁금해서 읽었습니다만 읽고보니, 발레 뿐 만이 아니라 어떤 한 분야에 대하여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싶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흔들이지 않고 평정하게 자신이 원하고 잘하고픈 분야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쓰여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언어이지만 그 때 마다의 깊은 생각이 담겨있는 것 같네요.
10점 중 10점
/최고예요
짧은 호흡의 책인 에세이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나타나기도하고, 나름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있기에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작가가 여자, 발레리나 그리고 예체능 전공생으로 살아오는 곳곳에서 만나게된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툭툭 던져놓아서 어쩌면 가벼운 책을 읽으면서도 결코 가볍지않은 울림이있었다.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가 덕분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는 늘 나 자신에게 해오던 질문으로 제목부터 흥미로웠습니다발레를 전공하고 발레리나였던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를 통해 낯설기만 한 발레에 친근감이 생기기도 하고 이슈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발견되는 삽화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습니다

문장수집 (1)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드립니다.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프로의 정신은 너무 떨거나,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쉽사리 나태해지지 않으면서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교환/반품/품절 안내

  • 반품/교환방법

    마이룸 > 주문관리 > 주문/배송내역 > 주문조회 > 반품/교환 신청, [1:1 상담 > 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변심반품의 경우 수령 후 7일 이내,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변심 혹은 구매착오로 인한 반품/교환은 반송료 고객 부담
  • 반품/교환 불가 사유

    1)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공급사(출판사) 재고 사정에 의해 품절/지연될 수 있으며, 품절 시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이메일과 문자로 안내드리겠습니다.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1) 상품의 불량에 의한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