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비밀의 책 1
- 2006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어워드 수상
- 2008년 성인환상문학 부문 미소픽 어워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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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캐서린 M. 밸런트
캐서린 M. 밸런트는 1979년 워싱턴 주 시애틀 싱코데마요에서 태어났으며 15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와 에든버러 대학교에 진학하여 그리스 언어학에 중점을 둔 고전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과정에서 학업을 흐지부지 중단한 그녀는 일본으로 건너가 장기간 체류하였다. 현재는 메인 주 해안에서 동떨어진 작은 섬에서 배우자와 개 두 마리, 고집 센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소녀와 비밀의 책》은 캐서린 M. 밸런트의 네 번째 소설로 성별과 섹슈얼리티의 영역을 확장시킨 공으로 2006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어워드(James Tiptree Jr. Award)를 수상하였으며, 월드 판타지 어워드(World Fantasy Award) 후보작에 선정되었다. 또한 2008년 성인환상문학 부문 미소픽 어워드(Mythopoeic Award)를 수상하였다. http://www.catherynnemvalente.com/
요즘 나는 아침식사 전에 6가지나 되는 것들을 읽어치운다고 알려진 작가이자 시인이며 이따금씩 비평가인 캐서린 M. 밸런트가 나임을 퍽이나 확신한다. 동굴에 떨어진 신화 속의 괴물 에루르처럼 나는 책들을 토해낸다. 그렇다고 몸서리치지는 마시길. 출판업자들은 반드시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비누칠을 해 반짝반짝 윤이 나게 만든다. 나는 버지니아 남부 촌구석에서 닭다리 위에 세운 집(슬로바키아 민담 <바바 야가>에 등장하는 마녀 이즈부시카가 산다고 전해지는 오두막-옮긴이)에 웅크리고 살며, 현관에 마법 주문을 걸어 놓고 병째 위스키를 마시다 자작나무에 시를 끼적이는 작은 노파에 불과하다. 그 외엔 일본에서 돌아온 검은 머리 사이렌(여러분도 알다시피, 몸의 절반은 새이고 절반은 여자에다 끔찍한 바리톤 음성을 지닌)으로 지내며 신(神)이 들끓는 70번 고속도로에 시를 끼적인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책 몇 권을 썼고 이어 몇 권을 더 썼는데, 그러고 나자 생쥐 한 마리가 그 책들을 가져다 저절로 써지게 만들었고 결국 지하실에 책 홍수가 났다. 나는 커다란 무쇠 솥에다 매일 더 많은 책을 끓이고, 생쥐 스튜도 끓고 있다. 나는 지독하게 빠른 젊은 노파이니, 당신도 따라오려면 페이즐리 무늬 양말을 바짝 당겨 신고 애써보시길. 나는 절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며, 갈 때는 상처 난 허벅지와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철갑옷 핑계거리를 안은 채 황무지로 변한 그곳을 떠난다.
의심할 나위 없이 사악한 나의 성격에 대한 모든 추측은 다른 이들에게나 향하기를. 어쨌거나 소문이라는 여신은 나의 절친한 벗이고, 그녀는 날개 달린 멋진 신발을 사느라 나에게 빚을 졌다.
_아마존 작가 자작 프로필
건국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세상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에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트와일라잇》, 《파이어 아일랜드》, 《자오선 여행》, 《가브리엘을 기다리며》, 《제인 오스틴의 연애론》, 《텃밭에서 발견한 충만한 삶》, 《앨런 M. 더쇼비츠의 최고의 변론》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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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눈가의 검은 반점 때문에 아기 때부터 두려움의 대상이던 소녀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채 양파 모양의 뾰족탑이 많은 왕궁의 드넓은 정원을 홀로 방황했다. 소녀의 부모는 딸의 흉측한 모습이 자기들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하여 낭패감과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귀족들은 소녀가 빛나는 궁정을 파괴할 목적으로 파견된 악마라고 굳게 믿었다. 기러기 떼처럼 몰려다니며 자주 왕궁 정원을 노니는 귀족 자녀들은 소녀가 끔찍한 마법으로 저주를 걸까 두려워 소녀를 멀리했다. 술탄은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소녀가 정말로 악마라면 풀을 베어버리듯 소녀를 내쳤다가 지옥 존재들의 분노를 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엔 다들 소녀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멀리 따돌려 골치 아픈 문제를 굳이 맞닥뜨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1권 10p
내 눈가에 처음부터 검은 반점이 있던 건 아니래.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일곱 달하고도 이레째 되던 날, 어머니가 눈처럼 새하얀 침대에서 잠든 사이 요정이 내 요람에 찾아와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선원들의 문신처럼 내 얼굴에 수많은 이야기와 마법 주문을 새겼대. 거기 담긴 시와 노래가 너무도 많고 아주 촘촘히 적힌 탓에 내 눈꺼풀에 화장 먹으로 단번에 길고 굵게 선을 그은 것처럼 보이는 거야. 하지만 그건 강과 습지와 호수와 바람의 이야기들이라고 했어. 그 이야기들은 함께 모여 위대한 마법을 발휘하는데, 내 눈꺼풀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빛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다 읽히고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요정이 돌아와 나를 심판할 거랬어. 1권 13p
“왼쪽 눈꺼풀 주름에서 처음으로 읽은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년은 그림처럼 꼼짝 않고 앉아, 깊은 숲 속에서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운 들토끼처럼 귀를 기울였다.
“옛날 아주 먼 나라에 왕자님이 살았는데, 아버지의 부유한 왕국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그리고 연회장의 다양한 오락거리도 다 시큰둥하고 재미가 없어서 몹시 지루해 하고 있었어. 그 왕자의 이름은 무시무시한 바람처럼 대초원을 순식간에 가로지르는 용맹한 사자를 의미하는 레안데르였지. 어느 날 밤 왕자는 사냥에 나선 용감한 매처럼 담쟁이가 뒤덮인 거대한 왕궁의 성벽을 몰래 빠져나갔어. 가슴에 쌓인 불만을 잠재울 만한 멋진 모험을 찾아 나선 거야…….”1권 15p
“멈추지 마! 어서 얘기해 줘! 여인이 그 자리에서 왕자를 죽였니?”
“밤이 됐어. 너는 들어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고, 나는 삼나무 가지 사이에 잠자리를 만들어야 해. 각자 할 일을 해야지.”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가서 용감한 레안데르 왕자처럼 먹을 걸 훔쳐올게. 사냥에 나선 매처럼 밤을 틈타 몰래 빠져나온 다음 여기서 너와 함께 밤을 보낼 거야. 한낮의 백조 깃털처럼 환한 별빛 아래서 말이야. 그럼 너도 이야기를 끝낼 수 있겠지.”
소년은 왕궁에 켜진 횃불보다 환한 눈빛으로 희망에 부풀어 열심히 소녀를 바라보았다.
“좋아.”1권 21p
출판사 서평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급 환상동화!
매일 밤 비밀의 정원에서 소녀의 눈꺼풀에 담긴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탄의 드넓은 궁궐 정원을 떠돌며 홀로 사는 소녀가 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눈꺼풀이 마치 화장을 한 것처럼 검은 소녀. 사람들은 소녀의 검은 눈꺼풀을 악마의 저주라 여기며 자신들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 소녀를 죽이지도 못하고 정원에 방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궁궐 정원을 걷던 용감한 소년이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소녀는 난생 처음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온 소년에게 눈꺼풀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층층이 겹치고 서로 얽혀,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인도하는 《소녀와 비밀의 책》은 성별과 섹슈얼리티의 영역을 확장시킨 공으로 2006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어워드(James Tiptree Jr. Award)를 수상하였으며, 월드 판타지 어워드(World Fantasy Award) 후보작에 선정되었다. 또한 2008년 성인환상문학 부문 미소픽 어워드(Mythopoeic Award)를 수상하였다.
문장을 곱씹기엔 너무 조바심이 나 체할 것을 염려하면서도 급히 책장을 넘겨야 직성이 풀리는 책을 만난 적 있는가? 《소녀와 비밀의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도저히 끝을 짐작할 수 없는 독특한 서사의 방향과 감질나게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보따리 때문에 일단 잡은 책장을 돌이킬 순 없으니 급체를 감수하면서라도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_옮긴이 변용란
[ 줄거리 ]
#1 모험을 떠난 왕자 이야기
옛날 아주 먼 나라에 왕자님이 살았는데, 아버지의 부유한 왕국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그리고 연회장의 다양한 오락거리도 다 시큰둥하고 재미가 없어서 몹시 지루해 하고 있었어. 어느 날 밤 왕자는 사냥에 나선 용감한 매처럼 담쟁이가 뒤덮인 거대한 왕궁의 성벽을 몰래 빠져나갔어. 가슴에 쌓인 불만을 잠재울 만한 멋진 모험을 찾아 나선 거야……. _본문 중에서
안온한 궁궐의 삶에 권태를 느껴 모험을 떠나기로 한 왕자는 왕국 영토를 벗어나자마자 나타난 초원의 허름한 오두막 앞에서 기러기 떼를 발견한다. 배가 고팠던 왕자는 단숨에 가장 아름다운 기러기의 목을 부러뜨려 죽인다. 그 순간 온 얼굴에 흉측한 문신을 새긴 마녀가 나타나 자기 딸을 죽였다며 왕자를 비난하고 목숨을 위협한다. 목숨을 구걸하는 왕자에게 마녀는 자기 딸이 왜 새로 변신해 살아야했는지 들려줄 터이니 딸을 살려낼 방법을 찾아보라고 한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
술탄의 비밀 정원에 사는 소녀가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의 저주를 받았다며 사람들이 피하는 소녀. 어느 날 용감한 소년이 소녀에게 말을 걸고 소녀는 자신의 눈꺼풀에 담긴 신비로운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평범한 궁궐 생활을 벗어나 모험을 떠나는 레안데르라는 왕자의 이야기였다. 레안데르 왕자는 얼마 가지 않아 마녀를 만나게 되고 마녀는 왕자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시 마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녀의 할머니 이야기, 왕자의 유모 이야기 등 눈꺼풀이 검은 소녀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가지를 쳐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이렇게 사방으로 뻗어나간 나뭇가지처럼 작품의 중층적인 구조 안에는 수많은 상징과 이야기의 단서가 곳곳에 숨어 있어 독서의 과정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인데, 사소한 줄기 하나도 허투루 매달린 것 없이 전체적으로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소녀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처럼 독자들도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라고 재촉하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환상적인 모험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를 다 들은 소년처럼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어질 것이다.
신화, 전설 속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
양파 모양의 뾰족 지붕 궁궐에 사는 소녀와 소년, 무시무시한 마녀, 사악한 마법사, 모험을 떠나는 왕자, 탑에 갇힌 처녀, 인간으로 변신한 곰,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늑대와 여우는 물론이고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괴물과 초자연적인 존재들은 익숙한데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연이어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액자소설의 구성은 분명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접한 서사이며 인간과 신들의 행적을 다룬 이야기는 호메로스가 꽃피운 서사시의 전통이건만, 뻔한 동화적 메시지를 기대하고 책장을 넘기면 작가는 보란 듯이 예상을 뒤엎는다. 탑을 기어올라 곤경에 빠진 처녀를 구하는 인물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걸핏하면 갇혀 지내는 그들 족속을 못마땅해 하는 마녀며, 모험을 떠난 왕자는 멋진 구원자가 아니라 종종 의존적이고 무지한 존재다. 위대한 전사로 이름을 날리는 건 왕의 딸들이고 빼어난 미모로 칭송받는 쪽은 왕의 아들들이다. 미추의 기준과 경계도 흐려지거나 뒤바뀐다. 인간으로서는 꽤 봐줄 만한 금발 처녀의 미모가 괴물 류크로타의 눈엔 구역질 나는 생김새인 반면, 얼굴 가득 무시무시한 문신을 하고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마녀의 외모는 괴물 세계에선 한눈에 반할 만큼 빼어난 예술품에 견주어진다.
신비로운 모든 이야기를 자기 눈꺼풀에 담았다가 풀어내는 소녀가, 자신의 무기력함에 화를 내며 용감한 모험은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왕자가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화를 내는 소년에게 “이건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거든”이라고 건네는 말처럼 《소녀와 비밀의 책》은 친근한 소재로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흥미진진한 환상의 세계와 이야기를 엮어낸다.
소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
이 작품은 화려하게 빛나는 혈통을 타고난 영웅과 왕족 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힘없고 소리 없는 존재로 소외되거나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와 외로움에 시달리던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다. 얼굴에 흉측한 문신을 새긴 마녀, 물에 비치면 여우 얼굴이 나타나는 사람, 개 얼굴을 한 사제, 가슴이 세 개 있는 처녀 등이 그들이다. 절대 악과 절대 선의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쓸데없이 불편하게 독자를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의 탐욕과 당연시되는 제도와 신념에 대해서, 그리고 차별, 장애, 공존, 선악, 종교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줄 뿐이다. 《소녀와 비밀의 책》을 그저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기로만 읽어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생각할 거리까지 함께 읽는다면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108155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6월 20일 | ||
쪽수 | 360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판타 빌리지 시리즈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orphan's tales : in the night garden/Valente, Catherynne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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