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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마음이 흘렀다.”
고대 로마 시대의 공중목욕탕 유적 ‘로만 바스(Roman Bath)’에서 이름이 유래된 도시 ‘바스’는 깊은 역사만큼 아름다운 도시였으나, 낯선 곳에서 처음 생활을 펼쳐야 하는 이방인에게는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
생활을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인 ‘집 구하기’부터 삐걱삐걱 난항으로 시작된 영국에서의 첫 번째 계절인 여름을 지나, 낯선 도시의 생활에 서서히 익어가는 가을, 크리스마스와 연말/그 외 영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겨울, 봄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던 봄을 거쳐, 찬란한 두 번째 여름과 함께 일 년이라는 약속된 기간이 끝이 났다.
이상하기만 하던 첫 번째 여름과 달리, 두 번째 여름이 찬란히 다가오기까지 영국 작은 도시의 낯선 계절을 가득 채운 일 년이란 시간에는 어떤 것들이 쌓였을까? 언어와 사고방식, 생활문화가 영국 바스에서 일 년간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재치 있는 표현과 세밀하고 감상적인 문체로 담아낸 에세이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잠시 머무는 여행자들이 경험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영국이 아닌, 영국의 작은 도시에서 직접 생활하며 겪은 소소하고 다정한 영국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하듯 조곤조곤 풀어내며, 책을 펼친 이들의 계절을 따뜻하고 낯설게 채워줄 것이다.
작가정보
목차
- Prologue. ‘목욕(Bath)’이 아니라 ‘바스(Bath)’에 삽니다
첫 번째 계절, 이상한 여름
_ 유한한 영국 생활 제1장, 주소 없는 설움
_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라면 먹다 인레이 빠진 여자
_ 무엇이 무엇이 최악일까
_ 한식 전지훈련 in 바스
두 번째 계절, 익어가는 가을
_ Americano with Milk
_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영국의 생일파티
_ 채러티 샵 헌팅(Charity Shop Hunting)
_ 오늘도 꽃을 사러 마트에 간다
_ 좁은 도로 위에 살랑이는 배려
세 번째 계절, 즐거운 겨울
_ 다른 크리스마스를 배웁니다
_ 남편의 ‘축구’로운 영국 생활
_ 영국에서의 새해 첫날, 증기기관차와 기찻길 옆 펍
_‘영국의 오후’를 마시는 시간, Afternoon Tea
네 번째 계절, 피어나는 봄
_ 영국에 봄이 오는 풍경
_ 살아 있는 Geography
_ 시간을 달리는 ‘서머 타임(Summer Time)’
_ 조금 특별한 여행
_ 영국의 작은 정원에서 발견한 것들
다시 여름, 찬란한 계절
_ 영국 하늘에 ‘나중’은 없다
_ 영국의 여름에 없는 것
_ 쉬이 저물지 않는 영국의 나날
Epilogue. 찬란한 계절의 끝자락
책 속으로
낯선 계절의 큰 바퀴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이 여름의 녹음처럼 짙게, 가을의 낙엽처럼 풍성하게, 겨울의 구름처럼 자욱하게, 봄의 꽃처럼 어여쁘게, 다시 돌아온 여름의 하늘처럼 찬란하게, 나의 눈과 머리와 가슴에 쌓였다. 마흔이 넘는 해를 살아오는 동안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나의 세상을 넓히고, 그 세상을 담는 시선을 성장시켰다. (p.12)
경험은 사고를 확장한다고들 했던가. 늘 들어온 그 뻔한 말이 불현듯 ‘탁’하고 밝게 불이 켜진 등불처럼 일렁였다. 이 낯선 나라에서의 시간이 적어도 하나의 의미는 되어 돌아가리라. (p.33)
언어와 배경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마음이 흘렀다. 내가 받은 이 마음을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를 위해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을까? 영국의 요란한 생일파티 문화가 여전히 조금은 과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내게 영국에서의 생일파티는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연대와 배려로 각인되었다. (P.114)
생각만으로도 매일 팍팍하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향기가 돌고, 충분히 애써 아껴줘도 아깝지 않을 나의 평범한 하루가 어여뻐진 것 같았다. (p.141)
상대를 생각하는 배려와 양보, 그리고 누군가가 베푼 호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감사의 손 인사 덕분에, 대부분의 영국 도로는 별도의 통제하는 사람 없이도 잘 흘러갔다. 그리고 나는 영국 도로 위의 다정한 손 인사를 만날 때마다 영국인들의 배려와 예의에 반했다. 세상을 눈부시게 발전시키는 것은 거대한 자본과 대단한 기술일 것이나,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작고 다정한 배려가 아닐까? (p.156)
기차가 떠나는 뒷모습이 영화 같았다. 덫과 같은 암담한 현실을 떨치고 오래 소망한 무엇인가를 향해 우직하게, 또 힘차게 달려갈 주인공의 운명을 암시하는 영화의 프롤로그, 혹은 에필로그. 시작과 끝이 맞닿은 새해 첫날의 증기기관차와 그 기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 그리고 공기를 흔드는 기적소리가 먹먹하고 아련해서, 어쩐지 내게도 영화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고동쳤다. 나의 기적을 싣고 떠나는 기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차역에 서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p.201)
그러나 방금 사라진 한 시간처럼 인간이 임의로 시간을 거스르고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동안 우리가 매여 있던 초, 분, 시간, 일, 월, 년 등과 그로부터 정해지는 나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편의성 외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 분절된 숫자들이 우리가 태어나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나의 시간이 멈출 때까지 나는 연속된 순간에 나로서 존재하며 살아갈 뿐이고, 그러니 세상이 임의로 구분 지은 숫자에 걸려 주저앉고 싶지 않았다. (p.272)
짓밟혀도 꿋꿋이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칭송받는 민들레도 사실은 힘들었나 보다. 그리하여 밤이면 몸을 웅크려 한숨을 고르고, 억척스럽게 살아내야 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지. 작고 어여쁜 노란 꽃의 지혜가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애잔했다. (P.297)
영국에서의 시간이 익어갈수록 나 역시, 영국의 하늘에 회색 구름이 걷히고 눈부신 파랑이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창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갔다. 귀찮음을 핑계로 뭉그적대거나, ‘나중’을 위해 ‘지금’을 등한시했다가는 눈앞에 나타난 맑은 하늘이 금세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찬란히 맑은 지금, 현재의 순간을 흠뻑 들이켰다. 언제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를 찬란한 현재의 의미를. (p.316)
도시는 ‘다름’을 가지고 온 사람에 의해 새로워지고, 사람은 도시의 ‘새로움’을 짐가방에 넣을 때마다 달라진다.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 빛나는 도시와 자유로이 유랑하며 성장하는 사람. 서로 다른 이치로 생명을 이어가는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다섯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바스와 나의 인연이 있었다. (p.354)
출판사 서평
“낯선 도시의 새로움을 짐가방에 넣을 때마다
익숙했던 세상이 달라졌다.”
한 번쯤 익숙한 곳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낯선 생활을 하는 상상을 그려볼 것이다.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그것도 잠깐의 여행이 아니라 먼 곳에서 생활을 꾸린다는 것은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끄적인 종이를 일요일 밤이면 꾸깃꾸깃 접어 서랍에 넣고, 다음 날 출근을 한다.
그러나 궁금하긴 하다. 나의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떠난 먼 곳의 생활은 어떨지. 마치 배우가 영화 속에서 다른 삶을 살 듯, 외국영화 세트장 같은 먼 곳에서라면 우리의 삶 역시 〈노팅 힐〉의 휴 그랜트처럼 점잖고 근사할까? 〈해리 포터〉의 해리와 친구들처럼 모험적일까? 〈브리짓 존슨의 일기〉가 재밌긴 하지만 그 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다.
혹시, ‘영화 같은 소리하네’라고 생각했다면, 정답이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작은 도시 ‘바스(Bath)’에서 일 년간 지낼 기회를 얻은 저자가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을 책으로 엮은 에세이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에는 영화 같은 극적이고 근사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살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이야기, 라면 먹다가 이에서 빠진 금 조각(인레이, Inlay)을 손에 들고 바로 치료가 가능한 바스의 치과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한 이야기, 마트에서 다진 마늘은 팔지 않는 영국이기에 일 년 동안 마늘 까기 인형이 되어야 했던 이야기 등등의 ‘생활감’ 가득한 에피소드들이 짠 내 가득 풍기며 미래의 이방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희로애락’, 네 글자가 늘 붙어 다니듯, 물론 힘든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립다는 채러티 샵의 온기나, 마트에만 가도 넘쳐나던 꽃들, 어린아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영국의 펍 문화, 전나무향이 솔솔 풍기던 크리스마스 나라의 크리스마스, 바스를 거니는 ‘제인 오스틴들’의 산책 현장 목격 등등 소박하지만 즐겁고 따뜻한 순간들을 통해 소박한 영국의 작은 지방 도시를 간접적으로 접해볼 에피소드들도 상당하다.
영국의 작은 도시에서의 일 년을 ‘어떤 날은 감상적인 이국의 삶이었고, 어떤 날은 외롭고 서러운 이방인의 타향살이였다가, 또 어떤 날은 한국과 영국의 문화 차이를 발견하는 사회문화 탐구적 시간이었다’라고 회상하는 저자는,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낯선 도시, 낯선 계절의 새로움을 자신의 짐가방에 넣을 때마다 이전까지 당연했던 세상이 넓어지고, 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장했다고 전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경험하지 않았기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겪고 살 수는 없는 유한한 삶의 우리는 타인의 경험을 빌리기 위해 책을 펼친다. 여기,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의 저자 또한, 자신이 담아온 새로움 가득한 짐가방을 활짝 열어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으니, 영국의 작은 도시, 낯선 계절의 이야기를 저자와 함께 펼쳐 보자. 짧은 여행이 미처 전하지 못하는 먼 곳의 두터운 생활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터운 낯선 계절의 이야기가 당신의 서랍 안에 꾸깃꾸깃 접어 넣어둔 상상을 꺼내 당신의 짐가방으로 옮기는 날을 앞당길지, 짠한 우여곡절에 손사래를 치며 먼 곳의 삶에 대한 미련조차 날려버릴지는 읽는 이의 몫이겠으나,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은 언젠가 당신이란 이방인이 펼칠 낯선 계절의 이야기를 함께 꿈꾸고 싶다.
기본정보
ISBN | 9791198255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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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23년 10월 27일 |
쪽수 | 356쪽 |
크기 |
128 * 188
* 25
mm
/ 591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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