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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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 진리의 꽃을 피우다
제방선원에서 오랫동안 수행한 구참 수좌가 펴낸
선禪의 향기 물씬한 산문집 『명사여운鳴沙餘韻』
『명사여운』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최대 상징이랄 수 있는 조계종립 특별선원인 문경 봉암사 주지와 청주 관음사 주지를 지내고 해인사, 송광사, 백양사, 극락선원,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오랫동안 수행한 구참 수좌 함현 스님이 지난 10여 년 동안 쓴 글을 묶어 낸 책이다. 불교에 귀의하여 지낸 50여 년 동안의 순례의 역정歷程이 올곧은 선禪의 향기로, 때로는 시대를 꾸짖는 따끔한 일침으로 드러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도덕과 영혼이 황폐해진 이 시대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산문은 묵직하고, 매 산문이 끝나면 한 편씩 시詩를 붙여 부드러운 시어로 위로하고 있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저자가 작사하여 〈천년의 향기〉로 발매한 음반의 찬불가 가사를 실었다. 선禪 수행으로, 글로, 노래로 수행하고 포교하는 선사의 이력履歷이 뚜렷한 산문집이라 하겠다.
작가정보
목차
- 책을 펴내며_ 함현자계涵玄自戒
인연은 깊고 깊어
천년의 향기
계향戒香, 계의 향기
연꽃처럼 맑아지네
위스퍼러
당신의 미소가 바로 천진불
교과서를 넘어서
천년의 향기
마음의 달을 연모하는 삶
인연
삶의 개안開眼
삼생의 문
만卍 자의 말씀
가피의 향기
님이 내 마음에
〈천년의 향기〉
참 좋은 인연因緣입니다
어머니 관음觀音이여
인연因緣의 끈
모두 함께 춤을
산에 살며
새로운 계절에
천년의 향기
명사여운鳴沙餘韻
그윽한 님
봄날에 오신 부처님
내 님 오신 날
한여름 밤의 꿈
동지만복冬至滿福 하소서
가을의 향기
가을과 어머니
님은 늘 그곳에
코로나 보살
첫눈이기에
〈천년의 향기〉
봄소식
그렇게 오신 님
가을 무상無常
칠석七夕
강녕康寧하소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기도하는 마음
천년의 향기
기도하는 삶
회향
향기롭고 때깔 고운 삶
봄은 어제였는데 오늘이네요
백일관음기도를 시작하며
백일관음기도
겨울밤과 대비주 기도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부처님오신날은 사월초파일이 아니다
그렇게 오시는 님
우란분재를 맞으며
우담바라 꽃송이 활짝 피었네
승가 민주주의
그대는 누구인가
〈천년의 향기〉
발원發願
기도祈禱
부처님 오셨네
백중百中
봄바람
다시 뜬 해를 맞이하며
천년의 향기
하심下心의 새 역사
차방에 앉아
관음의 귀
안녕들 하십니까
보라
그리운 나무 그늘
맑은 공덕
백유읍장伯兪泣杖
시금치 불자, 달걀 불자, 녹차 불자
새해 아침이요
〈천년의 향기〉
부처님과 함께 새해를
마하반야바라밀
돌고 돌려 백팔염주百八念珠
그리운 어머니
무상無常하네
후기_ 도솔에 올리는 공양
책 속으로
●
밤 깊어 눈이 감겨도 / 출가한 자신이 고맙고 / 새벽빛에 눈이 뜨여도 /
출가한 새날이 기쁘니 / 생평에 내 잘한 일은 / 출가한 일이 분명하구나. /
세상살이 꿈속의 일 / 돌아누워 깨어 보면 / 이 몸은 찬연한 우주를
떠도는 티끌 먼지 / 이슬 같은 몸을 빌려 / 걷고 걷고 또 걸어서
이 순간 이곳까지 / 이마 찧으며 달려왔구나. (중략)
이보시게나 함현 / 배 주리면 아귀 떠올리고 / 몸 풀어지면 화탕지옥 생각하세 /
방일하거나 게으르지 말고 탐하지 말며 / 가고 옴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
부끄러워하는 마음으로 / 출가한 첫 마음을 저버리지 마세.
한 생각 일어날 때 / 곧바로 깨달아 염불하세 /
무상하니 괴로움이요 / 그러니 무아임을 알며 염불하세 /
눈빛이 땅에 떨어질 때 / 부처님이 부처님을 노래하며 /
다물었던 입 하하하 열어 / 크게 웃어나 보세.
// 4p ‘책을 펴내며_ 함현자계涵玄自戒’
●
밤과 낮은 자연계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지요. 그것은 우리들 일상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기본 배경입니다. 치열한 열정과 의지가 삶의 낮이라면 크게 놓아 버림과 휴식은 삶의 밤입니다. 밤과 낮이 서로 바뀌면서 온갖 생명을 낳아 기르듯이 우리는 열정과 놓아 버림, 의지와 휴식의 균형 잡힌 조화를 통해 활기차고 평온한 삶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불자들은 늘 자신의 삶 속에 온갖 꽃을 피우는 열정의 낮이 있는지 그리고 과열된 심신을 식혀 주는 서늘한 달밤이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 41p ‘마음의 달을 연모하는 삶’
●
명사산의 울음소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의 합창입니다. 이 거대한 합창음은 어김없이 소리 없는 소리로 돌아가 일대사一大事를 마무리합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바위 속에 들어 있는 현을 건드려야 바위를 연주할 수 있듯이 삶에 물들지 않는 삶을 실감해야 길이 살아 우는 여운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 79p ‘명사여운鳴沙餘韻’ 가운데
●
〈오경송五更頌〉이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옛 스님들은 밤을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제시간마다 종을 울려 밤공부하는 대중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었습니다. “경을 친다”는 말이 있는데 경을 알리는 종을 치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오경송〉은 종을 치면서 노래하는 게송들입니다. 이 가운데 이경(밤 9~11시)을 알리는 게송은 이렇습니다.
종소리도 북소리도 함께 잠든 이경인데
온 세상 고요함이여 마음조차 비었구나
말없이 홀로 앉아 보는 나를 비춰 보니
분명해라 두 눈앞에 드러나신 주인공아.
// 93~94p ‘한여름 밤의 꿈’ 가운데
●
해와 달, 뭇 별이 따뜻해지니
시리고 아프고 지친 삶
우리들 가슴에 붉은 꽃 피워
긴 겨울 얼음 봄눈 녹듯이
한순간에 녹이네요.
마음에 따스한 바람 불어
백 가지 꽃미소에 새들이 노래하니
우리들 마음에도
벌써 봄이 왔네요.
봄은 늘 어제인가 했더니
지지 않는 봄이 오늘 열렸네요
// 140p ‘봄은 어제였는데 오늘이네요’ 전문
●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일수록 그것의 해법을 밖을 향해 묻기에 앞서 먼저 그 문제가 일으키고 있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묻기에 앞서 잘 듣는 일을 불교에서는 ‘불문문不聞聞’ 곧 ‘들음이 없이 들음’이라고 합니다.
// 152p ‘겨울밤과 대비주 기도’ 가운데
●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 오십 년의 성상입니다. 돌이켜보면 일없이 향을 사르며 보낸 태평시절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거듭하며 비틀거리며 걸어온 순례의 역정歷程이었다 함이 옳을 것입니다. 모든 순례의 끝은 ‘자기와의 만남’이라고 하지요. 선가禪家에서는 이를 ‘벽관壁觀’이라 불렀습니다. ‘나 자신으로 사는 일’은 치열한 벽관의 실감이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게 있어 벽관은 웃으며 쓰러지게 하고 노래하며 일어나게 하는 자비 신통력의 원천이었습니다.
// 247p ‘후기_ 도솔에 올리는 공양’ 가운데
출판사 서평
『명사여운鳴沙餘韻』
“생각해 보면 명사산의 화음和音은 울음이 아니라 가르침의 바람 속에서 깨어나는 낱낱 깨침들의 환희성歡喜聲이라 해야 옳습니다. 여운이 없는 세상, 그래서 날로 여운이 그리운 시대이기에 나는 깨침의 대화음에 작은 소리를 더할 한 알의 모래알이 되고 싶은 병앓이를 하는 중입니다. 부처님이 되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저자 함현 스님은 오래전 중국 명사산에서의 또렷한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북아불교를 낳은 불모佛母 명사산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리는 검은 모래들의 울음소리가,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깨침을 향한 환희성으로 바뀌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은 것이다. 검은 바람이 사라진 다음 날의 고요가 존재의 문을 두드린 이후 깨침을 발원하며 나아가는 수행자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단하고 명쾌하게
날카롭지만 묵직하게 시대를 재단하는 선객의 글
지금 전 지구는 우리가 가볍게 무시해 버린 환경파괴의 엄청난 결과를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겪고 있다. 저자 함현 스님은 일찍이 돈과 산업에 잠식당한 현시대를 날카롭게 재단하고, 또한 거기서 회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거창한 회복 방법이 아니라, 계戒를 지키는 삶, 밖의 소리든 안의 소리든 공경히 듣는 귀, 상황의 본질을 지켜보려는 노력과 흙에 절하고 공기를 공경하고 물을 찬탄하는 건강한 삶 등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치유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시대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가릴 것 없이 위스퍼러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거나 부유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화롭게 사는 삶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나날이 얄팍해지고 하찮아지는 인간관계를 의미 있고 생기 넘치는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밖의 소리든 안의 소리든 공경히 듣는 귀를 열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삶의 현장성을 상실한 교육의 실태입니다. 학교는 실제적인 삶의 현장과는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 교과서를 통해 죽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합니다. 자발적인 의욕과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발동된 학습이 아니기에 팔팔해야 할 학생들의 삶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교실과 교과서 속에서 극도로 소외되기 마련입니다.”
“치열한 열정과 의지가 삶의 낮이라면 크게 놓아 버림과 휴식은 삶의 밤입니다. 밤과 낮이 서로 바뀌면서 온갖 생명을 낳아 기르듯이 우리는 열정과 놓아 버림, 의지와 휴식의 균형 잡힌 조화를 통해 활기차고 평온한 삶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직관력을 갖춘
선禪의 향기 물씬한 선객의 글
『명사여운』의 문장들은 아름답다. 미사여구로 이루어진 문장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는 날카로운 직관력을 갖춘 선사이기에 오래도록 참선 수행한 흔적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있다.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 출가, 오십여 년간의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거듭하며 걸어온 순례의 역정歷程이 통찰력 있는 선사의 문장으로 갈무리되어 있다.
“모든 향기는 외롭습니다. 계의 향기도 그렇습니다. 가야 할 길을 가는 사람, 회복해야 할 본성을 기억하는 사람의 삶에는 외롭지만 세상의 바람을 거슬러 퍼지는 미묘한 향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명사산의 울음소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알들의 합창입니다. 이 거대한 합창음은 어김없이 소리 없는 소리로 돌아가 일대사一大事를 마무리합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바위 속에 들어 있는 현을 건드려야 바위를 연주할 수 있듯이 삶에 물들지 않는 삶을 실감해야 길이 살아 우는 여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관음觀音’은 그 명호 자체로 심오한 시어詩語이며 나아가 모든 시어가 분출되는 시의 샘이랄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관음의 따뜻한 눈물이자 거룩한 분노일 것이니 지극한 정성으로 관세음을 외쳐 부르며 근원에 대한 바른 눈을 떠가는 관음행자야말로 시적 삶을 온몸으로 써 가는 진정한 시인이라 하겠습니다.”
시적時的으로 사는 선객의 삶
하늘 가득 흰 눈 내리니
솔잎 더욱 푸르고
동창에 붉은 해 뜨니
마음 날로 새롭습니다
일마다 일마다
가피의 향 가득 퍼져
꽃 피고 물 흐르듯이
일체 소원 이뤄지이다.
마하반야바라밀
기본정보
ISBN | 9791162012963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5월 19일 |
쪽수 | 250쪽 |
크기 |
153 * 208
* 24
mm
/ 50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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