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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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독백
향수해(香水海)는 화엄경에 나오는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연꽃은 우주를 하나의 꽃으로 상징화시킨 것이며 모든 존재가 가진 각자의 고유한 세상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 도정 스님은 이렇게 묻는다.
“온갖 고통과 즐거움, 슬픔과 행복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화엄의 바다에 핀 그대의 연꽃은 어떤 향기를 머금고 계시는가?”
시 짓는 수행자 도정 스님의 ?향수해?
“연꽃의 향기를 머금은 그대, 그대는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도정 스님은 시를 짓는 시인이며 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사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등단으로 여러 권 시집을 내기도 했고, 산문집과 경전 해설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써 마음을 내비치는 스님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는 도정 스님은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로 책을 엮었다.
향수해. 제목으로나 불교 경전 구절이 드러나는 내용이나 독자에게 불교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듯하지만,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을 갖기를 바라며, 그럴듯하게 꾸민 말 대신 진리로서 타인은 더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아름다운 경전 한 구절과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 삶은 소중한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전작 ?사랑하는 벗에게?를 마무리할 때쯤, 막 교계 신문에서 향수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면 차고 넘치게 써 봤지만, 경전에 빗댄 삶을 녹여내려니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수행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은 책에서 ‘기쁨’ ‘위로’ ‘사랑’ ‘외로움’ ‘신심’으로 각각 나눴다.
“부처님께 복을 빌지언정 부처님께 복을 빌어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새해에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을 참배하였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올 한 해 모두 건강하기를 발원하고 자식이 하고자 하는 일이 모두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어린 손녀는 할머니를 따라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각 단에 돌아가며 절을 하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행동에서 기쁨과 위로, 신심을 느끼고 깨닫는다. 혹은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생존의 본능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런 말들은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네 삶을 더욱더 슬프게 만든다. 짓밟아야 높아지고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성공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자비한 행태인가.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내 자식 같다’는 부처님 말씀이 특별할 것 없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허무감이나 부질없음을 뛰어넘어 일상이 순간이 소중한, 그저 특별할 거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저자 도정 스님은 자신과 타인은 연꽃 같은 존재로 칭한다. 연꽃은 고독하면서도 독립된 개체로서의 고유한 우주지만, 상호 연결된, 소통해야만 존재하는 연기적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는 향기가 존재한다. 향기를 머금은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1장에서 5장까지 갈래는 다섯 개지만 불자로서, 아니면 일반 독자로서 모두가 생각해봄 직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도정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 시집 『누워서 피는 꽃』 외 산문집 『사랑하는 벗에게』 등 다수와 경전 번역 해설서인 『보리행경』 『연기경』도 펴냈다. 현재 『불교신문』에 ‘80화엄 변상도로 보는 부처님 세상’을 연재 중이며 「월간 해인」 편집장을 역임했다.
목차
- 들어가는 말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
기쁨
정겨운 한철의 졸음 / 지혜의 밝음 / 극락에 사는 사람 / 복을 빌어주는 아이 / 보살은 천성이다 / 인심이 금심 / 소중한 순간 받아들이기 / 그대에게 스며드는 마음 / 상처에 상처가 더하다 / 생각꽃을 따다 / 구원으로 가는 길 / 함 없는 사랑 / 가치를 따지다 / 어둠은 빛의 모태다 / 쑥을 준비하다 / 인연이란 알 수 없어요 / 복 많은 이유 / 부처님께서 부탁하신 일 / 항상 즐거운 삶 / 준비된 동문서답 / 풋고추를 따다 / 착한 말과 착한 행위가 행복의 길
괴로움을 덜고 달래다,
위로
인생을 안다는 건 / 보면 간절해지는 사람 / 착한 마음의 기준 / 뜨거운 위로 / 마음이 표정에 드러나다 / 사람이 가을이었네 / 돌멩이를 물러지게 하는 방법 / 왔던 그대로 돌아가다 /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 삼매의 역설/ 섬주/ 마음을 놓아주다 / 희극적 요소들을 찾다/ 영혼도 주무르고 싶다 / 개구리 / 가는 말도, 오는 말도 / 큰 도량 작은 도량 / 가을 휴식 / 눈물로 씨를 뿌리는 일 / 출가인의 망상 / 세상 사는 재미 / 모두가 아픈 이들 / 고정관념을 슬퍼하며 / 때가 이르면 슬픔도 잊으리라 / 눈과 기차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
세상에 계셔서 고마웠던 분들께 / 은혜로운 고통 / 세상에 비할 바 없는 꽃 / 사람답게 사는 법 / 등을 켜는 마음 / 평등심으로 가기 / 보살은 신이 아니다 / 타인을 내 자식처럼 / 치유의 불꽃 / 마음을 믿지 마시라 / 죽도록 사랑하기에 / 사랑의 주체가 따로 없 / 달관의 노년은 아름답다 / 눈병이 들다 / 합해야 그 무엇이 되었 / 사랑의 노래 / 포기할 수 없는 인연 / 꽃 속에는 그대 이름도 있다 / 열두 고비 사랑 / 생명의 자유가 법문의 자유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외로움
마음에도 오방이 있었던가 / 네 꿈이 무엇이냐 / 못난 중의 변명 / 태어나면서 이미 괴로움이었다 / 우리에게 진짜로 슬픈 일은 / 독을 약으로 쓰다 / 사랑도 잠시라서 / 가장 위대한 교육
이미 꽃이었다 / 부처는 어디든 간다 / 자릴 빼앗다 / 어디로 갈까나 / 불꽃 속으로 뛰어들다 / 아픈 이가 누구던가? / 잊고 지내다 / 반딧불이가 날아왔다 / 그믐 가는 길 / 그대와 내가 안 맞았던 이유를 찾다 / 계절 따라 나도 가노라 / 이게 뭐지? / 법계는 마음 비추는 거울 / 너와 내가 어우러져 꽃이다 / 바람이 자면 물결도 잔다 / 다스리지 못한 갈증 / 겨울을 나면서 / 관자재보살의 기도
믿고 받드는 마음,
신심
일광보살이 비쳐 오는 아침 / 그 마음에 머물기 / 보석 같은 신심信心 / 부끄러움은 보살의 옷 / 어떤 업을 지을까 / 관자재보살이 비추어 보는 것 / 그대의 마음 따라 부처님 명호도 생겨나 / 차별이 없는 세계 / 불사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 지옥을 아무나 가나? / 참불자 / 불모대준제보살의 마음 베푸소서 / ‘진인사대천명’을 배우다 / 업경대를 살펴보다 / 주리반특가의 문화재 / 정화의 물을 흘려보내자 / 인간불교를 찾다 / 처방 중의 처방 / 사람 불사 / 밥 세끼가 과분한 이유 / 발원과 기도 / 말뚝 구덩이 / 업과는 받는 이에게 달렸어라 / 발원하러 절에 가자 / 신행의 반성 / 회향을 기도하다 / 쓴맛의 소중함
책 속으로
모처럼 순간순간의 시간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남들은 벼르고 별러서야 이곳에 와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우리는 이 아름다운 산사의 자연 속에 살면서 잘 몰랐구나 싶었다. 사람도 곁에 있을 땐 소중한 줄 모른다는 직원의 말 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27쪽
피해도 쉽게 피해지지 않는 성향의 사람 같다. 이 사람 피하고나면 이 사람과 비슷한 저 사람을 만난다. 마음의 상처도 그러하였다. “어찌하면 반복해서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까?” 하고 누군가 물어왔지만, 뾰족한 답을 해 주진 못했다. 그러나 상처 많은 세월을 보낸 만큼 어떡하면 그 상처를 잘 보듬고 살아갈지에 대한 지혜는 느는 것 같다.
-31쪽
그러나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해의 밝음은 어둠의 반대말이던가? 일체의 현상이 빛과 어둠의 조화가 아니던가. 어둠은 어리석음을, 빛은 지혜를 상징하여 ‘빛을 비추는 이’라는 뜻의 비로자나불이 계셔 우리는 무명無明을 여의고자 발원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 촛불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듯 지혜도 어리석음 속에서 지혜일 수 있으리라.
-41쪽
바른 마음, 위로하는 마음이 행복을 준다. 그러니 우리는 보시가 어떤 인연의 과보와 결과를 불러올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비가 내리고 햇빛이 비치면 저절로 꽃이 피고 벌 나비가 모 이고 열매를 맺는다. 오로지 할 뿐인 것.
-51쪽
“사람에게 덕스러움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만큼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아는 것은 소용없어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 하는 것도 덕스럽게 표현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71쪽
산모롱이 돌다 큰구슬붕이꽃을 만났다. ‘붕이’라는 말이 ‘허 물어져 버린다’는 뜻이고 보면 허물어지지 않은 것 어디 있으려나. 나이 들면 몸도 허물어져 관절마다 삐걱대고 피부는 허물어져 주름투성이거늘. 꽃이야 말해 무엇하랴. 뉘라도 다가와 돌아앉은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면 뭘 더 바랄까마는 이것도 출가인의 망상이다.
-101쪽
사람도 사랑받는 이는 누구나 세상에 비할 바 없는 꽃일 테고, 사랑하는 이는 신과 다름없는 존재다.
-121쪽
꽃잎이 흩날리기에 눈병인가 하였더니, 겨울 햇살 아래 몇몇 눈송이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가야산 정상은 흰 눈을 덮어쓴 채 장좌불와長座不臥 중이었다. 산사의 동안거 선원에서는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눈도 잃고 길도 잃는 일이 벌어졌겠다. 흩날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눈병이다. 눈병!”이라고 하였더니, 옆에서 따라 걷던 보살이 “눈병은 사랑 때문에 생기는 병인데 요”라며 대꾸를 해 주었다.
-143쪽
너와 내가 모습이 다르고 사는 방법이 달라도 배척함 없이 한데 어울려 화엄세상이었으니 나만 잘났다고 할 것 없고, 너는 왜 그 모양이냐고 힐문할 것도 없었다. 농부는 농사짓는 데 달인이요, 음악가는 음악 만들고 노래 부르는 데 추종을 불허하고, 작가는 글을 쓰는 데 나름의 일가를 이루며, 화가나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나다.
-203쪽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이룬 뒤 ‘나는’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배격하셨다. 스스로를 지칭하여 ‘여래’라 하셨다. 얼마나 쉬운가. 이리 쉬운 걸 그리 혼돈 속에서 헤맨다.
나는 ‘여래’다. 내가 ‘나’라고 여길 때 온갖 괴로움이 생기고 괴로움이 쌓이는 법이었다. 괴로움은 그저 그 괴롭다고 여기는 그 무엇일 뿐이고 ‘여래’는 여여한 존재일 뿐이다.
-251쪽
기본정보
ISBN | 9791162012635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28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30 * 206
* 21
mm
/ 394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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